금리 인상·경기침체 여파로 심각한 소비침체기 맞은 육류유통업계
금리 인상·경기침체 여파로 심각한 소비침체기 맞은 육류유통업계
  • 옥미영 김재민 기자
  • 승인 2023.09.05 16:38
  • 호수 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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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는 갈비/ 돼지는 삼겹살 소비 감소 심각
삼겹살 전문점 폐점...수입육 전환 크게 늘어
갈비 소비 감소에 쇠고기 재고량의 30% 점유

[팜인사이트=옥미영 기자]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은행의 대출 금리 인상과 경기침체 여파가 급격한 축산물 소비 위축으로 이어지며 국내육류유통시장을 강타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생산량을 크게 줄인 육계의 경우만 공급량 부족으로 강세를 보이고 있을 뿐 쇠고기와 돼지고기는 국내산과 외국산을 가리지 않고 전무후무한 소비 감소에 직면하며 육류유통업계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한우 및 돼지 육가공업계에선 “식당 등 거래처가 최근 심각한 소비부진으로 폐점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상황에서 하반기엔 이렇다 할 소비 변곡점이 없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면서 “건실한 육가공업체에서부터 소규모 업체까지 극심한 소비부진과 재고부담으로 인한 경영 악화 속에 줄도산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최고의 성수기 여름 휴가철에도 ‘삼겹살 덤핑’

최근의 심각한 소비 부진은 연중 삼겹살 최대 소비 성수기인 여름 휴가철임에도 육가공업체가 재고와 덤핑판매에 나서며 상황의 심각성이 어느 정도 수준인가를 가늠케 한다.

경기 불황 영향으로 가정과 외식 소비 모두 침체를 겪고 있는 가운데, 코로나 엔데믹 이후를 기대했던 삼겹살 전문 식당의 경우 매출 부진에 각종 재료비 인상과 인건비 부담으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으며 최근 폐업을 선택하거나 국산 돈육 사용을 수입육으로 전환하는 사례가 늘면서 수요가 더욱 위축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요가 많아 연중 높은 가격을 유지하던 제주산 돼지도 제주 관광객 급감과 경기침체 여파로 가격이 하락세로 접어든지 오래다.

제주의 육가공업체 A대표는 “8월 성수기임에도 양돈장 여기저기에서 돼지를 빼달라는 연락이 줄을 잇고 있다”면서 “육가공을 시작하고 난뒤 휴가철에 돼지가 밀리는 것은 처음이다. 제주를 비롯한 전국적으로 소비부진이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경북의 육가공업체 B대표는 “삼겹살 소비 부진으로 kg당 2만8천 원 하던 삼겹살을 8월 들어 2만 원까지 할인판매하고 있다”며 “7~8월 연중 최고 성수기에 삼겹살을 할인판매하는 건 30년 육가공사업에 올해가 처음”이라고 토로했다.

한우의 경우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마장동에서 손꼽히는 대형한우유통업체에선 거래하는 한우전문점들이 폐업하거나 매물로 나온 곳이 많아 영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축산물 소비가 급감한 건 금리의 급격한 인상으로 가처분 소득이 줄면서 소비심리가 크게 위축되고 있는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육류유통수출협회 김용철 회장은 "최근의 축산물 소비 냉각 상황은 엄중하다. 닭고기만 간신히 소비명맥을 유지하고 있을 뿐 한우와 한돈의 소비정체가 심각한 상황"이라며 "정부의 긴축 재정과 금리 인상 여파로 소비자들의 소비심리가 꽁꽁 얼어븥으며 육가공업계가 소비위축의 한파에 몸살을 앓고 있다"고 말했다.

육류도매업체 대상 설문실시...한우 갈비, 돼지 삼겹 소비 부진 ‘심각’

이와 관련 ‘농장에서 식탁까지’는 육가공 등 육류 도매업체를 대상으로 네이버폼을 활용한 간이 설문조사를 실시하였다. 194명에게 설문지를 배포한 결과 24명이 응답해 12.4%의 응답률을 보였다.

응답자들 중 50%인 12업체가 서울 등 수도권에 영업장을 두고 있었으며, 국내 인구의 절반을 넘는 50.5%의 인구가 수도권에 살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육가공업계의 밀집도도 가장 높다 하겠다.

충남세종대전권이 8.3%, 대구 경북권이 8.3% 부산울산경남권이 8.3%, 제주 8.3% 등 인구가 많은 곳에서도 고루 응답이 이뤄졌다.

취급 품목의 경우 돼지고기가 36%, 한우고기 23%, 돼지와 한우 모두 취급이 13.6%, 수입쇠고기 16%, 수입돼지고기 11%가 취급한다고 답했다.

응답자들에게 주요 납품처에 대해 물었는데 정육점 납품이 26.7%로 가장 많았고, 대형유통업체 25%, 식당남품 23%, 온라인 직접소매판매 13%, 단체급식 납품이 7%로 뒤를 이었다.

현재 육류 출하는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는지 물은 응답에 대해 응답자의 50%가 변함 없다고 답했고 21% 잘되고 있다고 답했으며, 29%는 원활하지 않다고 답했다.

이를 지수화해 살펴본 결과 지수가 3을 넘게 되면 원활하다 하겠고 3보다 작을 경우 원활하지 않은 것인데, 2.9로 응답자들은 조금 어렵다고 응답했다.

 

거래하는 정육점 등 식육 판매점을 통한 출하는 원활한가라는 물음에는 38%가 변함 없는 것으로 응답했고 38%가 어렵다, 21%가 잘되고 있다고 답했다. 정육점을 통한 판매를 지수화 한 결과 2.8로 앞선 응답보다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거래하는 식당 등 외식업체를 통한 출하와 관련해서는 46%는 변함없다고 답했고, 17%는 잘되고 있다고 답한 반면 38%는 어렵다고 답했다.

식당의 유통지수는 2.8로 식당과 정육점의 상황이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으나 식당보다는 정육점의 상황이 더 좋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삼겹살, 쇠고기 등심 등 구이용 선호부위 판매와 관련해선 변함없다가 42%로 나왔고 잘되고 있다가 37%, 잘 안 되고 있다가 21%로 나와 선호부위 판매는 비교적 잘되고 있는 것으로 나왔으며 유통 지수 또한 3.3으로 앞선 지수에 비해 높게 형성되었다.

 

정육 부위 등 비선호 부위 판매와 관련해서는 변함없다가 50%, 잘되고 있다 21%, 잘 안 되고 있다가 29%로 나타났으며 유통 지수 2.8로 상황이 좋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한우전문점, 삼겹살 전문점 등 육류 식당의 폐업이 많다는 이야기와 관련해서는 삼겹살 등 돼지고기 전문점 폐업이 많다는 응답이 41%로 압도적으로 많았으며, 한우점문점 폐업이 많다 22%, 폐업이 많지 않다 36%로 나타났다.

앞선 육가공업계 관계자들의 코멘트에서 삼겹살 할인 출하, 제주 돼지가격 하락 등의 목소리가 있었는데, 실제로 삼겹살 수요가 급감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육류 식당의 폐업이 많다면 어느 정도 수준이냐고 물은 답변에는 30% 이상이 21%로 가장 많았고, 10% 이상이 16.7%로 뒤를 이었다. 폐업율이 예전과 비슷하다는 답변이 33%로 가장 많았지만, 40% 이상 폐업이나 업종변경을 추진한다는 응답도 8%로 나와 상황이 좋지 않음을 알수 있었다.

 

하반기 육류 시장 전망과 관련해서는 변함없을 것이라는 응답이 33%, 나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27%, 나빠질 것이라는 전망이 50%로 전반기 보다 하반기 육류 유통 상황이 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하반기 육류 유통지수는 2.5로 나타나 앞선 시장 상황에 대한 지수가 2.8인 것을 감안하면 유통업계가 시장 상황을 엄중하게 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삼겹살 재고 동향

한편 국내산 돼지고기 대표 상품인 삼겹살의 판매 부진이 심각한 상황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가운데, 이를 살펴볼 수 있는 지표로 축산물품질평가원이 조사해 공표하는 부위별 재고 동향이 있다.

올 1월 삼겹살 재고는 전년대비 81.6%나 많았다. 목심도 36.8%로 많았고 가장 많았던 부위는 안심으로 165%에 달했다. 2월에는 설 명절 이후로 재고가 소진되었는지 전년대비 47.8%, 3월에도 23.5%로 전년보다 소비가 원활치 않음을 보여줬다.

4월에는 삼겹살 재고율이 75.2%, 목심도 51.5%로 증가하였고, 가족모임이 많은 5월에는 삼겹살 재고 43/2%, 목심 재고 131%로 여전히 지난해 보다 높은 재고율을 기록했다.

현재 6월까지 삼겹살 재고율 데이터가 서비스되고 있는데 6월 재고율은 전년대비 34.5%나 많았다.

지금까지 삼겹살 등의 수요는 야외활동이 많아지는 5월부터 수요가 늘어나 휴가철인 7월과 8얼 정점을 찍어 왔는데, 전년도 보다 높은 재고율로 삼겹살 소비가 만만치 않음을 재고율 지표가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 11월부터 가격이 폭락한 한우 등 국내산 쇠고기 시장의 경우 지난해 월평균 3천 톤~4천 톤 대를 오가던 재고량이 8월 들어 5천 톤 대를 돌파하였고, 10월 들어 7천 톤 대까지 치솟으면서 11월 한우가격이 폭락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후 재고량이 6900톤대를 2월까지 유지하다가 올 3월 들어 다시 7천 톤 대를 돌파해 올해 상반기 월평균 재고량은 7322톤을 기록하고 있다.

쇠고기의 공급량 증가는 올해 본격화 되었는데 지난해 10월 이후 재고가 늘었다는 것은 소비가 급격히 감소했다는 것을 반증한다.

쇠고기 재고량 증가에 가장 많이 기여하고 있는 품목은 갈비로 올해 상반기 월평균 갈비재고량은 2116톤으로 2022년에는 월평균 갈비재고량이 1318톤, 2021년에는 1844톤, 2020년에는 1017톤이었다.

올해 상반기 월평균 쇠고기 재고량에서 갈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30%다. 재고율로 본다면 2021년이 전체 재고량 대비 갈비 재고율이 35%로 더 높지만, 재대양으로 비교할 때 2023년 상반기 갈비 재고량은 272톤이 많고 갈비 외에 다른 부위의 재고량도 많기 때문에 2023년 상황이 좋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돼지고기 상반기 월평균 재고량은 1만7028톤으로 많지는 않은 것으로 관찰되나 문제는 삼겹살 재고량의 증가라 하겠다. 앞선 그래프는 2022년 1월부터 2023년 6월까지 18개월 간의 그래프로 삼겹살의 재고가 꾸준히 늘고 있고 전년대비 재고율을 보더라도 2022년과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다만

시사점

최근 육가공업계의 유통상황에 대한 관계자 및 종사자들의 전언과 설문조사 그리고 축산물품질평가원의 자료들을 종합할 때 현재 육류소비시장은 매우 불안정한 것으로 분석된다.

쇠고기의 비프 싸이클상 공급의 증가를 사전에 완화시키지 못해 한우가격이 폭락하며 농가들이 손실을 입고 있는 가운데 비슷한 시기 경기침체가 겹쳐 원활한 소비가 이뤄지지 못하면서 육류유통업계까지 어려움이 번지며 생산부터 유통까지 모두가 힘겨운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특히 공급량 부분에선 큰 변화가 없는 돼지의 경우 2022년 코로나 엔데믹 선언 이후 모임이 증가하면서 쇠고기, 돼지고기 등의 소비가 증가해 재고율이 감소했지만 지난해 4분기 이후 불어 닥친 경기침체는 급격한 소비 감소로 이어지며 “삼겹살집 폐업이 가장 많다”는 육가공업계의 설문조사결과로 나타났다.

올해만 한우자조금 에산 230억 원이 투입된 한우 할인판매는 ‘연중 상시 할인 판매’로 전락하며 소비자들의 할인 체감 효과는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여기에 소비자의 가처분 소득이 줄어 쓸 수 있는 돈이 없는 상황에서의 할인행사에 따른 기대효과는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진단이 나온다.

이 가운데 한우의 경우 최근 부산물 소비까지 급격히 줄며 육가공업계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마장동축산물시장에선 육가공업계의 부산물 재고 부담과 경영 악화가 하반기 도매시장 한우의 추가 하락으로 이뤄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육가공업계에선 “그동안 수차례 겪었던 소비침체와 소비부진 보다 더욱 어렵고 힘겨운 상황이 바로 지금, 올해의 상황”이라면서 “삼겹살 한근 사먹기도 망설여 하는 지금의 극심한 소비 부진을 타개하기 위한 강력한 소비부양책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한우, 한돈 등 국내 축산물 소비 시장은 사상 최악의 소비침체와 그로 인한 가격 하락이 불 보듯 뻔해 보인”고 입을 모으고 있다.

금리인상으로 시중의 자금을 은행들이 흡수하고 있는 상황에서 추경 등을 통한 경기 활성화 등 정부가 이렇다 할 경기 부양 대책이 없이는 지금의 극심한 축산물 소비침체의 늪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것이다.

*본 기사는 농장에서 식탁까지 2023년 7~8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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