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계열화 이대로 충분한가?
축산계열화 이대로 충분한가?
  • 김재민 기자
  • 승인 2023.09.07 08:55
  • 호수 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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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림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닭고기 회사이자 축산수직계열화 업체이다. 김홍국 회장의 성공신화는 육계계열화를 통해 시작됐지만, 하림 그룹의 닭고기 회사들은 낮은 영업이익률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하림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닭고기 회사이자 축산수직계열화 업체이다. 김홍국 회장의 성공신화는 육계계열화를 통해 시작됐지만, 하림 그룹의 닭고기 회사들은 낮은 영업이익률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팜인사이트=김재민 기자] 축산계열화사업은 1980년대 몇몇 기업에 의해 시작되었고, 1990년 우루과이라인드협상이 막바지에 있던 때 정부가 본격적으로 육성하기 시작하였다.

이 프로그램은 육계를 비롯한 축산업의 경쟁력을 높여 시장개방에 대응하고, 농가소득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이 주목되었다.

30여년 전 당시 축산계열화사업이 우리 축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농가를 보호하는 최후의 보루인 것처럼 여겨졌지만 실제 이 프로그램이 그때 꿈꾸었던 것처럼 되었는지는 평가가 필요하다.

 

육계시장 과점시장 진입 이제 안정되려나

1990년대 본격화된 축산계열화사업은 그 중 육계와 오리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나타내었다.

축산계열화를 통해 생산되는 닭고기와 오리고기는 전체 생산되는 국내산 가금육의 90%를 훌쭉 뛰어넘었으며, 육계와 육용오리에 있어서 계열화시스템은 표준적 경영방식으로 자리잡았다.

육계계열화사업자들의 규모도 꾸준히 성장하여 하림그룹의 경우 전체 시장에서 참여하는 점유율은 30%에 육박하고 있으며, 동우참프레도 16% 내외, 체리부로와 마니커가 8%, 7%의 시장 점유율로 60%대의 과점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이렇게 과점시장을 형성하게 되면 보통 경쟁이 줄어들고, 선두기업의 전략에 따라 시장이 안정기에 접어들기 마련인데, 국내 닭고기 산업은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살엄음판 같은 시장 상황을 나타내고 있다.

육계계열화사업자의 10년 영업이익률은 1%에도 미치지 못하면서 생존을 위해 원가 낮추기 경쟁이 치열히 벌어지고 있다.

 

육계계열화사업자 낮은 영업이익률 원인은?

육계는 짧은 사육기간으로 인해 짧은 시간 안에 많은 닭고기를 공급할 수 있는 특징이 있다. 계열화사업이 도입되던 시기, 닭을 판매하는 것보다는 도계육을 판매하는 것이 더 마진이 높고, 도계육보다는 부분육을 판매하는 것이 더 많은 매출을 올릴 수 있고, 부분육보다는 닭고기 가공품을 판매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는 말이 회자될 정도로 육계계열화업체의 경쟁력 강화 방안은 시세 변동이 적은 닭고기 가공품의 개발과 생산, 판매로 모아졌다.

치킨외식산업도 계열화사업자들이 꼭 해야하는 사업군 중 하나로 여겨졌으며, 사료, 종계, 부화, 육계사육, 도계, 가공, 외식에 이르는 닭고기 산업과 연관된 사업을 하나의 기업에서 할 때 경쟁력이 높아진다는 규범적 접근을 하였다.

실제로 이러한 방식으로 성공을 거둔 기업들은 해외 사례에서 충분히 찾아볼 수도 있었다.

이러한 규범적 접근에 따라 국내 닭고기 계열화사업자들은 초기에는 육계농장과 도계사업자가 위탁사육이라는 방식으로 수직적 결합이 시도되었고, 모든 계열 주체가 이러한 방식으로 닭을 조달하면서 도계육 시장이 혼탁해지게 된다.

위탁사육이 일반화되면서 원가 경쟁력은 농가에 제공하는 병아리와 배합사료를 누가 더 낮은 가격에 확보하고 또한 필요로 하는 물량을 제때 확보할 수 있느냐가 경쟁의 원천이 되었다.

이를 위해 종계농장과 부화장이 필요했으며, 사료공장도 필요로 했다. 해당 인프라 구축을 위해 노력한 결과 2000년대 후반에는 계열사 대부분이 종계와 부화 부문에 대한 투자를 마무리 짓게 되었고, 활발한 인수합병의 결과 육계계열화업체와 사료회사간 결합이 활발하게 이뤄졌다. 모두가 종계와 부화장을 확보하고 사료 사업에 진출하자 이번에는 원종계 확보 경쟁으로 흘러갔다.

2000년대 원종계 농장을 운영하는 닭고기 회사는 하림과 체리부로 두 곳뿐이었지만, 2010년대에는 마니커, 사조, 동우·참프레까지 원종계 농장을 보유하면서 완전한 수직계열화업체로서 면모를 갖추게 되었다. (마니커는 마니커원종을 설립했다가 이 사업을 포기하면서 삼화육종의 지분을 보유하게 된다.)

이렇게 메이저 닭고기 회사들이 원가 경쟁과 물량 확보 경쟁에서 앞서기 위해 원종계, 종계, 부화, 사료까지 원하는 사업장을 모두 갖추었지만, 시장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닭고기 가격은 겨우 생존할 수 있는 수준에 와 있었고 도계육의 주요 수요자인 대형마트, 치킨외식업체에 휘둘려 닭고기 가격은 항상 낮은 수준을 유지할 수밖에 없었다.

 

외식사업 그리고 닭고기 가공사업

닭고기 가공품의 품질이나 시장에서의 반응은 계열화사업을 하지 않는 식품 전문회사의 제품과 비교해 별반 다르지 않았고 시장에서 특별히 더 선호되지도 못했다.

치킨외식업체도 마찬가지로 치킨외식산업에 가장 적극적이었던 하림의 경우 국내 1위 닭고기 회사이지만, BBQ, BHC, 교촌 등의 사업자와 비교해 경쟁에서 한참 뒤쳐져 있다. 출점수 기준 상위 10개 업체에 육계계열화업체 브랜드는 처갓집양념치킨이 유일하게 포함되어 있지만, 가맹점평균매출 기준으로는 10위권 안에는 포함되지 못했다.

 

 

계육 가공품 활성화

계육 가공품 활성화는 닭고기회사들이 가야하는 최종 종착지이다.

육계 계열화업체 중 가공에서 두각을 나타낸 곳은 하림이다. 전체 판매하는 제품 중 가공품 비중이 12.48%에 달한다. 닭고기 계열사 대부분이 가공분야에서 고전을 하면서 전문 식품회사를 설립해 닭고기 가공품 시장에 대응하고 있는데 마니커는 육계 사육과 신선육 생산과 유통을 담당하고 이지바이오그룹 계열사인 마니커에프엔지가 가공사업을 전담하는 구조이고, 체리부로도 2017년 인수한 체리푸드(구동양종합식품)가 닭고기 가공품 사업을 전담하는 구조로 바뀌었다.

상위 4개 업체 중 하림이 사육과 신선육, 가공품을 모두 하는 구조이고, 다른 닭고기 회사들은 가공사업을 다른 법인을 설립해 대응하고 있다.

사육에 도축, 신선육, 가공품까지 닭고기 산업 가치 사슬 내에 있는 모든 사업에서 전문성을 발휘하고 성과를 낸다는게 말처럼 쉽지 않다는 걸 보여준다.

잘하는 사업에 집중한다고 하지만 변동성이 큰 신선육을 닭고기 회사들이 집중하다 보니 원가절감 그리고 가격 지지를 위한 수급조절이 무엇보다 중요한 상황이다.

 

육계계열화업체 가공 아닌 도계육 중심 사업구조 고착

사육과 가공 그리고 유통을 통합하는 삼장통합은 2000년대 후반 이미 완성되었다.

하지만 수직적 통합을 하면 육계산업은 안정될 것이라는 전망과 달리 현재 육계계열화업체들은 1980~1990년대 육계농가들이 겪었던 가격 변동에 따른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되어 있고 그로 인해 식품회사의 평균 영업이익률에도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보이고 있다.

농가도 가격 변동에 따른 위험은 회피했다고 하지만 수익률이 그렇게 크다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앞서 소개했듯이 계열화라는 그림을 그렸던 1세대 창업주들은 변동성이 높은 육계 대신, 도계육을 도계육보다 이익이 높은 부분육을 또 신선육(도계육, 부분육)보다 이익률이 높은 가공품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하였지만 결론은 사육과 신선육에 집중하는 것으로 수렴하고 있다.

안정적으로 가격을 놓을 수 없는 도계육이 중심이 된 현재의 시스템 속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수급조절을 통해 적정한 양의 닭고기가 생산 유통되도록 해야하지만,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여러차례 조사를 받아 일반적인 축산품목처럼 수급조절 프로그램은 막혀 있는 상황이다.

 

원료육 조달 방법 다양화 필수

결국 육계계열화사업자들이 안정적으로 사업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일정 비율을 시장기구를 통해 원료닭을 조달함으로써 가격 변동에서 오는 위험을 회피하는 전략을 펼쳐야 한다.

지금은 모든 회사가 100% 가까이 위탁 등을 통해 직접 닭을 생산 조달하기 때문에 수급상황에 따른 가격변동에 대응하면 때를 놓치고 많다.
만약 계열주체들이 병아리 일부를 시장기구를 통해 매입을 하고, 생계를 시장기구를 통해 일부 구매를 하고, 도계육 일부를 시장기구를 통해 조달한다면 각 단계에서 수급에 따른 가격 변동을 감지할 수 있고 대응도 가능하다 하겠다

닭고기 가격 상승이 예상되면 구매 물량을 줄이고, 자체 사육물량을 증가시키고, 반대로 가격이 하락하면 자체 사육물량을 줄이고, 외부 구매 물량을 증대시키는 식으로 가격 변동에 대응할 수 있다.

여기에 구매 방법도 가격과 물량을 미리 정해 놓고 거래하는 정가매매 수의매매 방식과 시장상황에 따라 구매하는 물량 등을 혼용할 경우 가격 변동에서 오는 위험을 어느 정도 피해갈 수 있다.

현재 농림축산식품부는 오는 11월 한국농산물 온라인 도매시장을 출범시키기 위해 준비 중인데 이러한 공적 도매시장 플랫폼이 개설되는 만큼 이를 적극활용할 필요가 있다.

시장기구를 통한 닭고기 거래의 필요성은 육계계열화업자가 형성된 시장 가격을 인정 받지 못하는 구조를 극복하는 방안이다.

현재 닭고기 시세는 계열주체가 대형마트, 대리점, 닭고기외식업체, 식품회사에 판매하는 가격을 매일매일 조사해 공표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공급시장이 과점화 되었다고 하지만 앞서 이야기 했듯이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대형수요처 앞에서는 닭고기 가격을 보장 받기가 쉽지 않다는데 있다.

대형마트, 닭고기외식업체, 식품회사 등에서 한두곳이 거래처를 경쟁업체로 전환하는 순간 엄청난 손실을 입기 때문이다. 결국은 경쟁업체보다 낮은 가격에 공급을 약속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만약 육계계열화업체들이 100% 직접 생산하지 않고 30~40%의 물량을 도매시장에서 구매한다면 닭고기 도매가격이 형성되고 자연스럽게 이 도매가격이 시장 기준가격으로 자리잡을 공산이 크다.

즉 육계계열업체들은 도매시장 경락가격을 기준으로 치킨외식업체나 대형마트 등과 협상에 임할 수 있게 된다. 도매시장 경락가격이 협상의 지랫대가 될 수 있다.

한국농산물 온라인 도매시장은 경매, 입찰, 예약거래 등 현재 오프라인에서 이뤄지고 있는 거래방식을 모두 구현한다는 계획이다.

계열주체들이 구매 주체 뿐만 아니라 온라인도매시장에서 공급자로써 역할도 가능하다. 생계나 부분육, 도계육 등을 온라인도매시장에 상장해 판매도 가능하고 필요로 하는 물량 구매도 가능한 만큼 참여해 닭고기의 기준가격이 탄생할 수 있도록 또 이러한 트레이드를 통해 가격 변동에서 오는 위험을 회피하고 수급을 조절하는 시장기능이 활성화 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계약사육농가와 사육 수수료 협상

현재 육계농가는 계열주체와 계약에 의해 닭을 사육하고 있지만 적정 수수료에 대한 도출은 계열업체가 제시하는 수준에서 정해지고 있다.

계약이라 하면 양측이 적정한 데이터를 제시하고 협상을 통해 결정될 수 있어야 하나 거래에서 우위에 있는 계열주체가 이를 온전히 행사하고 있는 상황이다.

축산계열화사업의 활성화에는 거래하는 종계농가, 부화업자, 위탁사육농가와의 적절한 이익 분배 또한 함께 고려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고려해 주기적으로 원가를 점검하고 그에 근거하여 사육 수수료, 납품 단가 등을 협상하고 이를 적용할 수 있는 체계 마련이 필요하다.

이는 장기적으로 계열주체가 전방산업이 유통과 치킨외식업체와의 가격 협상에서 지랫대가 될 수 있다. 즉 원가를 보전 받을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으며, 시장에 보내는 신호가 될 수 있다.

 

요약 및 시사점

현재 축산계열화사업에 대한 진지한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에 와 있다.

수직적결합으로 거래비용은 감소할 수 있고 일부 유통비용을 절감하는 효과는 있겠으나 전방산업인 유통과 외식업체로부터 정당한 가격을 인정 받기 어려운 구조, 가격 변동을 최소화 하고 적정한 가격이 형성되도록 하는 문제를 풀어야만 축산계열화사업이 완성됐다 할 수 있다.

이번 원고에서는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이 원료닭 조달 방법의 다양화, 조달시 온라인 도매시장을 활용해 표준가격이 형성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제안했으며, 이 두가지 프로그램이 실제 가동된다면 리스크를 최대한 줄일 수 있는 전략적 행동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본 기사는 농장에서 식탁까지 2023년 7~8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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