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주의자들의 교묘한 전략 “축산업을 곤경에 빠뜨렸다”
채식주의자들의 교묘한 전략 “축산업을 곤경에 빠뜨렸다”
  • 김재민 기자
  • 승인 2023.09.07 11:53
  • 호수 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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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위해설/기후위기 주범설 적극적·논리적으로 대응 필요

[팜인사이트=김재민 기자] 현재 축산업계를 노골적으로 공격하는 세력의 중심에는 동물권 운동가나 채식주의자들이 다수 포진하고 있으며, 단순히 생명 존중이라는 가치를 중심에 두고 활동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축산업과 축산업자를 동물을 핍박하고 학대하는 잘못된 세력으로 규정하고 무차별적 공격을 가하는 이들도 있다.

순수한 동물권 운동가들과 가축을 사육하는 농가나 축산물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며 공존하고 있지만 축산업계를 악으로 규정하고 싸움의 대상, 극복의 대상으로 삼고 행동하는 이들에 대해 축산업계는 어떻게 관계를 설정할지 아직 정리를 하지 못하고 있다.

 

2002년 1월 25일 MBC100분 토론에서는 ‘채식이냐 육식이냐’라는 주제로 축산업계와 채식주의자들이 크게 충돌한적이 있었다. 이후 축산업계는 채식주의자들과 직접적으로 논쟁하는 것을 회피하였다.
2002년 1월 25일 MBC100분 토론에서는 ‘채식이냐 육식이냐’라는 주제로 축산업계와 채식주의자들이 크게 충돌한적이 있었다. 이후 축산업계는 채식주의자들과 직접적으로 논쟁하는 것을 회피하였다.

지속적인 기후 위기설/ 건강 위해설의 전파

현재 국내에서는 유럽이나 미국에서처럼 극단적 채식주의자들의 활동은 크게 발견되지 않고 있지만 교묘하게 축산업을 악의 축으로 몰아가는 이들은 쉽게 발견할 수 있다. 2019년 축산업을 인류 최악의 범죄라며 여러 방송과 강연을 통해 이야기해 축산업계를 발칵 뒤짚어 놓은 다큐멘터리 작가 황윤 감독이나 전북대 독어독문과 명예교수인 조길예 씨 등이 이런 부류에 속한다.

이분들은 분명 학식이 있는 분들이고 충분히 검증이 된 자료를 찾을 수 있는 사람들임에도 불구하고 축산업 기후 위기 주범설을 언론인터뷰와 방송을 통해 여과 없이 쏟아 내고 있으며, 언론 등 미디어에서는 이들을 환경운동가 생태운동가로 인식하고 있다.

환경을 생각하고, 생태를 생각하는 운동가들이 축산업이 기후 위기를 일으키고, 건강을 단축시킨다 하고, 축산업은 인류 최악의 범죄라는 발언이 수십만, 수백만명에게 지속적으로 전파되면서, 자연스럽게 축산업은 기후 위기를 일으키는 주범이요. 암을 일으키는 핵심 식품이라는 인식이 은연 중 자리잡게 했다.

기후 위기는 인류가 직면한 최대 위기 중 하나이지만 분명 산업혁명 이후 본격화 된 화석연료의 이용이 주된 원인이다.

그럼에도 2006년 FAO의 ‘축산업의 긴 그림자’와 2009년 월드워치의 ‘축산업과 기후변화’ 보고서를 교묘하게 섞어 지속적으로 확산시킨 채식주의자들의 행동 때문에 미국 등에서는 2010년대 초반부터 우리나라에서는 2019년을 전후해 축산업이 기후 위기를 일으키는 주범처럼 인식되기 시작하였다.

조길예 교수나 황윤 감독과 같은 활동 가들은 분명 동물권에 대한 강한 신념을 갖고 있는 이들이 확실하다 하지만 이들은 자신들의 신념을 확산시키는데 잘못된 정보, 가짜 정보를 활용함으로써 그 효과를 극적으로 일으키려는 유혹을 뿌리치지 못했다.

국민 대다수가 기후위기에 크게 관심을 갖고 있지 않아 당장 산업에 영향은 덜하지만 환경에 민감한 30대 이하 세대에서는 ‘축산업=기후 위기’라는 공식이 자리잡고 있다.

 

영향력 있는 보고서에 가짜 정보 섞기

각 분야에서 어떤 사안에 대해 변화를 추구하는 충성심이 강한 이들 때문에 우리 사회가 진보하고 혁신의 길을 걸을 수 있었다.

각분야에서 충성심이 강한 사람들이 자신의 신념을 확산하기 위한 방편으로 오염된 정보를 이용하기 시작한다면 문제는 심각해 진다. 처음에는 옳은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아 지지하는 이들이 생기지만 그릇된 정보에 또 다른 오염된 정보를 축적하면서 결국에는 사회에 해악을 끼치는 수준까지 나아갈 수도 있다.

축산업계가 건강 해위설, 기후 위기 주범설에 시달리는 이유는 이를 최초로 연구한 학자들 때문이 아니다.

이들 학자들의 주장은 축산업이 건강한 방향, 지속 가능한 방향으로 개선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문제를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하였을 것이다. 히지만 동물권 회복에 헌신된 이들 중 일부가 축산업을 축소시키기 위해 거짓 정보를 활용하기 시작하였고 공식 통계나 영향력 있는 보고서 내용에 가짜 정보를 섞어서 활용함으로써 그 효과를 단기간에 보는데는 성공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축산업계 소극적 대응 화 자초

국내 축산업계는 이러한 잘못된 신념을 가진 이들의 지속적인 공격에도 무대응으로 일관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대응을 하면 부정적인 이야기가 더 확산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축산업계가 사실관계를 바로잡으려는 노력보다 이를 회피하고 있는 사이 놀라운 일이 일어나고 말았다.

바로 이들 채식주의자들이 인플루언서(사회적으로 영향력 있는 사람)가 된 것이다.

각종 언론과 인터뷰가 이어지고, 여기저기 강연자로 나서 초청도 이어진다. TV와 라디오에도 나와 축산업과 축산물에 큰 문제가 있는 것처럼 이야기 하고 채식이 건강도 지키고, 지구도 지키는 올바른 행동이라고 가르치고 있다. 대응하지 않으면 확산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은 미디어가 다양화되지 않았던 2000년대 초반까지 이야기다.

언론이 보도하지 않으면 확산이 거의 불가능했던 시절이 있었지만, 1세대 커뮤니티 시대를 지나 블로그가 일반화 되면서 자신의 주장을 표출할 수 있는 도구가 하나둘 생겨나기 시작했고,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SNS가 큰 인기를 끌면서 이제 언론사나 방송을 통하지 않아도 자신의 생각을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할 수 있게 되었다.

2010년대 들어서는 종합편성채널이 등장하고 IPTV 등이 일반화 되면서 다채널시대가 된 것도 채식주의자들이 여러 방송에 출연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

대응하지 않으면, 보도되지 않고, 보도되지 않으면 확산되지 않을 것이라는 축산업계의 판단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 된 것이다. 채식주의자들이 각종 커뮤니티외 블로그, SNS를 통해 축산업과 관련한 거짓 정보를 퍼나르고 이를 접한 언론과 방송에서 이들의 생각과 주장을 보도하는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언론과 미디어가 움직이자 교육계가 이를 수용하기 시작했고, 데이터를 정확히 볼줄 아는 환경단체까지 축산업 축소를 위해 동조하기 시작했다.

 

녹색소비자연대의 3무 운동에는 축산물 소비를 줄이자는 NO BEEF 운동이 포함되어 있다.
녹색소비자연대의 3무 운동에는 축산물 소비를 줄이자는 NO BEEF 운동이 포함되어 있다.

국민 71.8% 축산업 기후 변화 책임 크다고 인식

소비자공익네트워크가 2022년 8월 2일부터 20일까지 전국 20세 이상 69세 이하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축산물 소비자인식 조사를 실시하였는데 축산업과 기후변화와 관련한 국민들의 인식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응답자의 71.8%가 축산업계가 탄소중립을 위한 사회적 책임이 크다고 봤고, 59.2%는 단른 산업과 비교해 축산업이 온실가스 배출량이 큰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축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국내 기준 1.6% 내외 글로벌 기준 5.6% 내외인 것을 감안한다면 국민들의 인식은 사실과 크게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으며 채식주의자들의 선동이 실제 먹히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이 같은 상황이 당장 축산물 소비나 가축 사육에 있어 영향은 미미하겠지만, 기후 변화로 인한 재난의 강도가 거세지고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사회 공감대가 강화될 경우 자칫 온실가스 배출량이 실제로는 미미하면서도 그 책임은 축산업계가 크게 질 가능성을 염두해 둬야 한다.

미세먼지 문제가 극심했던 2016~2018년 사이 초미세먼지 생성에 기여하는 암모니아를 줄이기 위한 방편으로 유기질퇴비공장에 암모니아 배출 규제를 정부는 도입하였다. 이를 축산업계는 제도 시행 이후 한참 있다가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 실시된 것도 결국은 미세먼지를 감축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광범위하게 확산되었기 때문이 일어난 일이다.

유럽의 아일랜드는 탄소중립을 위해 젖소 20만두를 도태하기로 결정하였는데 채식주의자들의 주장, 환경단체의 주장이 논리적으로 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는다면 암모니아 배출 규제와 같이 축산분야 규제는 먼 미래의 일이 아닐 것이다.

*본 기사는 농장에서 식탁까지 2023년 7~8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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