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썰] 농민 판정승? 김경호 사장의 '득과실'
[팜썰] 농민 판정승? 김경호 사장의 '득과실'
  • 박현욱 기자
  • 승인 2018.11.20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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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락 된 제주양배추 사태를 바라보는 정치 경제적 해석
'영세·소농 보호' 대의 얻고 '소통맨'으로의 공사장 입지 부각
집회 나선 농민에 '협상명분', 시장에는 물류효율화 '시그널'
김경호 사장은 지난 16일 제주도청에서 “제주도 등과 협의 결과, 소농과 고령농 등에 대해서는 신속 적용하기 어렵다는 현실을 인정해 올해산 양배추에 대해서는 기존 방법을 유지해 나가기로 최종 결정했다”며, “앞으로 제주도와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생산농가단체와 함께 협의해 나갈 계획”을 밝히고 있다.
김경호 사장은 지난 16일 제주도청에서 “제주도 등과 협의 결과, 소농과 고령농 등에 대해서는 신속 적용하기 어렵다는 현실을 인정해 올해산 양배추에 대해서는 기존 방법을 유지해 나가기로 최종 결정했다”며, “앞으로 제주도와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생산농가단체와 함께 협의해 나갈 계획”을 밝히고 있다.

논란이 됐던 서울가락시장에서의 제주양배추 하차거래경매가 1년간 일부 유예로 일단락 됐다.
 
김경호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사장, 안동우 제주특별자치도 정무부지사, 김학종 애월양배추생산자협의회장은 지난 16일 제주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령농·영세농에 한해, 올해산 물량은 상차거래방식을 유지한다”는 합의내용을 밝혔다.

이로써 수 개월 간 아스팔트를 오갔던 농민들은 자신들의 요구사항이 일부 반영되면서 투쟁을 내려놓는 명분을 얻었고 서울특별시와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는 농민을 고려하지 않는 일방통행 정부라는 비판에서 벗어나게 됐다.

사실 모든 정부정책의 사업재편이나 혁신의 칼 끝에는 늘 영세민들과 사회적 소수가 결부된다. 그들은 사회 변화에 대한 적응이 느리고 뒤쳐져 구조조정 1순위에 이름을 올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약자라는 타이틀은 그들에게는 큰 무기며 여론을 등에 업을 수 있는 전략 자산이다.

소통이 어려운 건 이 때문이다. 모든 사람의 마음속에는 늘 자신이 약자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공포가 자리하기 때문에 약자에 대한 배려는 인간 유전자에 각인된 진화의 산물이다. 국민과 여론이 늘 사회적 약자를 우선하고 정부 권력을 견제하는 이유다.

이번 양배추 하차거래에 있어 정부의 전략포인트는 이 부분이다. 일각에서는 "농민에게 판정패한 공사", "유예불가를 고수하던 공사가 오락가락한다"는 비판도 있지만 결국 공사는 약자보호라는 대의는 유지하면서 농민 공포를 달랬고 국민들에게는 소통 이미지를 심어주면서 실리를 챙겼다.

새로 부임한 김경호 사장도 "현장에서 소통하겠다"는 취임 목표도 일정부분 달성한 것으로 보인다. 제주도에서의 기자회견은 '현장'을, 농민과의 극적합의로 '소통'을 부각시키면서 공사장 부임 후 큰 난관은 넘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평가다.

농민과의 난타전이 지속되면서 박원순 서울특별시장에게 주는 부담도 덜었다. 서울시공사는 자칫 가락시장에서의 논란이 차기 대선주자 잠룡으로 구분되는 박 시장에게 미칠 여파를 고려해 긴급 진화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김경호 사장이 박원순 맨으로서의 특급 소방수 역할을 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김경호 사장 부임후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와 서울특별시와의 특별한 밀착 관계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서울특별시와 공사는 농민과 유통인을 대하는 입장차로 크고 작은 신경전을 벌여왔다. 하지만 서울특별시에 뿌리를 둔 김경호 사장이 공사장으로 부임하면서 불필요한 정치적 국지전을 해소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서다.

이번 하차거래 논란은 사실상 농산물유통시장에 엄청난 '시그널(신호)'을 줬다. 논란이 된 만큼 농산물 유통은 '물류효율화'에 방점이 찍힐 것이라는 강력한 메세지를 시장에 던져줬고 영세농민들에게 위기감을 심어 주면서 산지 조직화를 위한 '논란의 첫삽'이 됐다는 해석도 있다.

다만, 한발 물러선 공사가 앞으로 가락시장 거래제도뿐만 아니라 강서시장과 양곡도매시장 등 산적한 현안들에 대해 이해관계자들과 협의와 소통을 이어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농민과 유통인의 입장을 전달하고 서울시의 정책을 융화하는데는 일단 합격점을 받은 김 사장이 산적한 현안을 뚫고 나올 뚝심을 발휘할 수 있을지 모든 유통인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