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의무자조금 사업 시작 20년 자조금 프로그램 평가
축산의무자조금 사업 시작 20년 자조금 프로그램 평가
  • 김재민 기자
  • 승인 2023.11.13 12:45
  • 호수 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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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조금 운동의 성공과 한계 발전방향

[팜인사이트=김재민 기자] 국내 자조금운동은 축산단체에 의해 1980년대 시작되었고, 첫 번째 입법의 결과 낙농업계가 자조금사업 안착에 성공하였고, 두 번째 입법 이후 2000년대 중반 양돈업계와 한우업계가 자조금사업을 성공시킬 수 있었다.

여기서 자조금사업의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중요한 기준은 지속 가능성이다. 구성원들이 기금마련에 거부감 없이 참여하여 기금 조성을 위한 노력을 크게 기울이지 않아도 되는 상황을 이야기 한다.

많은 단체가 자조금사업에 도전하였지만 한우, 양돈, 낙농, 육우 네 품목만이 국내에서는 자조금운동을 성공시켰다 할 수 있다.

 

방송인 손범수를 모델로한 한우자조금의 첫번째 광고캠페인과 백종원씨를 모델로한 한돈자조금 포스터
방송인 손범수를 모델로한 한우자조금의 첫번째 광고캠페인과 백종원씨를 모델로한 한돈자조금 포스터

축산자조금 운동의 성공과 실패

1980년대 자조금 도입 운동이 결실을 맺어 제도화에 성공하고, 1992년 양돈협회와 양계협회가 자조금사업에 도전하였지만, 커다란 소득이 없었다. 매년 1억원 내외의 기금을 조성하였지만, 해당 기금으로 소비를 활성화 시키거나 품목 발전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는 수준까지 사업을 수행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규모였기 때문이다.

이를 집행하는 단체의 문제이기 보다는 기금 조성 방법을 고민하지 않은 초기 자조금 제도의 한계라 할 수 있다.

이후 의무자조금사업의 모델로 불리는 우유자조금의 경우 조성 첫해 30억원이나 되는 기금을 조성하였고 우유소비촉진이라는 목적에 부합하는 광고캠페인을 전개하며 큰 성과를 얻게 된다.

당시 자조금이 매우 시급했던 양돈업계 그리고 자조금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거출수납을 유업체가 대행하는 시스템에 주목하였고, 이러한 시스템이 구축된다면 다른 품목도 자조금 조성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 내다봤다.

이후 양돈협회를 중심으로 전개된 의무자조금 제도화 노력은 2002년 성공하게 되고, 실제로 2004년 양돈업계가 자조금조성에 성공하여 현재는 200억원 가까운 기금을 매년 조성하고 있다.

한우도 해당법률을 활용해 자조금사업에 도전하여 2004년 자조금 조직 구성에 성공하고 2005년 기금 거출을 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다.

양돈업계와 한우업계의 자조금 운동의 성공은 이후 계란, 육계, 오리 등에도 영향을 주었지만, 해당 품목들은 자조금 사업에 있어 의미 있는 성과를 냈다고 평가하기에는 부족한 상황이다.

 

1990년대 선풍적 인기를 끈 낙농자조금 광고
1990년대 선풍적 인기를 끈 낙농자조금 광고

계란자조금은 유통구조 문제

계란은 1992년 임의자조금을 처음 시도했던 품목이었기 때문에 의무자조금제도가 만들어지면 우유처럼 자조금거출에 쉽게 성공할 것이라 내다 봤다.

의무자조금 제도를 만들던 당시 수납기관을 어디로 둘 것이냐를 놓고 스터디에 들어갔는데, 도축을 하는 품목은 도축장과 도계장을 수납창구로 지정하면 되었지만, 도축을 하지 않는 계란은 수납창구 설정에 이견이 많았다.

당시 입법에 참여했던 홍형선 전 국회사무차장은 당시 알을 낳는 산란계도 노계가 되면 도축을 하기 때문에 산란노계 도계장을 거출창구로 지정하는 것으로 하여 제도 설계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러한 설계에도 불구하고 도계장을 수납창구로 지정하는 것은 쉽지 않아 의무자조금제도 도입 이후에도 사료회사와 부화장을 거출창구로 지정하려는 시도가 꾸준히 있었으나 관련 업계의 반발로 인해 성공하지 못하였고, 2010년 도계장을 거출창구로 하여 자조금 조성을 하는 것으로 계란자조금사업은 출발할 수 있었다.

하지만, 도계업계의 협조를 끌어내는데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였고, 2017년 계란 농약 잔류 사건이 터지며 산란노계 가격이 폭락하면서 도계장을 통한 자조금 거출이 어렵게 되면서 계란 자조금사업은 장기간 표류하게 된다.

자조금 거출기관 미비가 자조금 거출활성화에 영향을 준 것은 맞지만 자조금을 활용한 산업발전에 대한 비전과 강력한 의지가 업계 내에 존재하지 않으면서 자조금 거출 활성화는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계란산업은 낙농업 생산액을 추월한지 오래지만 낙농유가공업계가 매년 60억원 내외의 자조금을 거출해 정부 보조금을 합해 90억원대의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과 달리 계란자조금은 정부 보조금을 포함해 10억원의 기금을 조성하는 것도 어려워 하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발전을 위해 매년 100억원대의 투자가 필요하다는 비전과 의지를 갖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자조금 거출의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계란자조금관리위원회와 도계업계간 수납기관 간담회 모습. 업무협약 공전을 거듭했던 자조금 거출이 다시 정상화 수순을 밟게 되었다.
계란자조금관리위원회와 도계업계간 수납기관 간담회 모습. 업무협약 공전을 거듭했던 자조금 거출이 다시 정상화 수순을 밟게 되었다.

육계 산업구성원간의 갈등

육계자조금은 구성원간 갈등이 자조금사업이 표류하는 근본 원인이라 할 수 있다.

가축사육에 있어 축산농가가 주도적 역할을 하는 한우와 양돈, 산란계와 달리 육계는 패커(계열화업체)가 사육에 기여하는 부분이 커 산업의 주도권을 두고 농가와 패커간 갈등이 장기간 이어져 왔다.

자조금 조성에 있어서도 패커와 사육농가간 지분이 설정될 수 밖에 없고, 자조금단체의 지배력 행사를 놓고 또 다시 갈등이 불거졌다.

패커와 농가간의 갈등은 비단 자조금 조성에만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WTO 출범 이후 보조금 확대가 어려운 상황에서 타 품목은 자조금을 통해 산업 발전을 위한 R&D와 교육에 투자하며 성장을 견인해 왔지만, 육계는 자조금의 조성과 집행은 물론이고 기업 중심으로 계열화가 되었다는 이유로 타 품목에서 이뤄지는 투융자사업도 누리지 못하고 있다.

농촌진흥청, 농림축산검역본부, 축산물품질평가원 등은 한우, 낙농, 양돈분야의 경우 여러 R&D사업과 교육프로그램, 정보전달 사업을 펼치고 있지만 육계는 이를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다.

스스로 돕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에 놓여 있지만, 그러한 비전과 의지는 찾아보기 힘들고 각자 도생의 분위기가 팽배해져 있어 이러한 환경을 극복하는데 먼저 힘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육계자조금 정상화를 위한 닭고기자조금 관리위원회와 전국육계사육농가협의회 간 협약식이 2022년 1월 17일 개최되었다.
육계자조금 정상화를 위한 닭고기자조금 관리위원회와 전국육계사육농가협의회 간 협약식이 2022년 1월 17일 개최되었다.

자조금의 제도 변화

2002년 제정된 축산자조금 법은 제1조 법의 목적에서 축산단체의 자조활동을 돕기 위한 기금이라는 것을 분명히 하고 있다.

하지만 2010년 개정된 축산자조금법에서는 축산단체의 자조활동이라는 문구가 삭제된다. 자조금의 집행 주체가 사라진 것이다.

이와 함께 자조금의 이사회 성격의 관리위원회 구성에 있어서도 축산단체가 위원을 추천토록 한 것에서 대의원 중에서 선출하도록 함으로써 자조금위원회와 축산단체 관계를 대등하게 하는 효과를 줌으로써 양조직이 정치적으로 경쟁하도록 하는 문제를 발생시켰다.

2010년 축산자조금법 개정에서 눈여겨봐야 할 대목은 정부 출연금 또는 지원금을 방송과 신문광고, 방송의 PPL 광고 등으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명문화한 것과 자조금 사업의 사전 승인권을 정부가 갖도록 한 것이다.

특히 사전 승인제도는 축산단체와 자조금관리위원회가 민주적 절차에 의해 수립한 사업계획을 정부가 임의로 반려시킴으로써 정부의 입맛에 맞는 사업만을 하도록 만들었다.

자조금관리위원회에 정부 대표가 포함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본인들이 위원으로써 통과시킨 사업계획을 승인권을 앞세워 무력화 시킨 사례는 이후 수도 없이 많이 나타났다.

자조금이 축산단체의 자조활동을 위한 기금에서 정부의 기금화 되었다봐도 무방한 상황이 된 것이다.

자조금 관련법이 제정 및 개정될 때마다 자조금의 사용 용도 또한 확대되어 왔다.

1990년대 농발법에서는 소비촉진과 수급안정에 자조금이 쓰이도록 되어 있었고, 초기 의무자조금법인 소비촉진법 당시에는 소비촉진, 수급안정, 농가와 소비자 대상 교육 및 정보제공 사업으로 자조금이 사용될 수 있었다.

2006년 개정되면서 소비촉진을 위한 조사연구사업까지 할 수 있도록 범위가 확대되었고, 2010년 개정 때는 소비자와 유통, 수납기관 대상 교육 및 정보제공 사업, 조사연구사업에서는 품질 향상, 생산성 향상, 안전성 제고, 자조금의 경제성 평가까지 범위가 확대되었다.

 

축산자조금의 과제

첫째, 자조금은 축산단체, 농업품목단체의 자조활동을 위한 기금 조성을 뒷받침하기 위해 법률이 제정된 것이기 때문에 기금의 집행에 있어서는 정부의 역할은 최소화 규칙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자조금의 사업에 있어 정부 관계자의 재량권이 남발되면서 관조금이라는 푸념이 축산단체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축산단체의 지배력을 높이기 위한 제도 개편이 필요하다.

정부의 개입이 많아지고, 자조금 운영에 대한 지배력이 계속 증가할 경우 농가들이 자조금 납부 필요성을 약화시킬 수 있어 지속가능성을 해칠 수 있다.

둘째, 현행 법률체계 안에서도 자조금 거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품목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

부익부 빈익빈이라는 말이 적용될 정도로 자조금 거출이 어렵지 않은 품목이 있는가 하면 닭고기, 계란, 오리의 경우는 그렇지 못하다. 정부가 자조금사업수립과 집행에만 관여할것이 아니라 자조금 거출에 어려움을 겪는 품목에 대해서는 거출율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자조금단체, 축산단체와 협력이 필요하다.

셋째, 자조금 사업의 체계화가 필요하다.

축산자조금사업은 1998년 낙농, 2004년 한돈, 2005년 한우가 잇따라 성공시키며 소비촉진 등의 사업을 진행해 왔으나 그때 그때 축산물 수급상황 및 일부 지도부의 생각에 따라 집행방향이 결정되고, 과거의 사업을 그대로 답습하는 경우가 많다.

시장상황에 긴밀히 대응하는 운영도 필요하지만, 중장기적으로 각 품목의 발전방향을 수립하고 각 품목의 브랜딩전략, 판매전략, 가격전략 등을 세우고 일관되게 진행해야 하는 과제 또한 필요하다는 것이다.

넷째, 축산단체와 자조금의 관계설정이 명확해야 한다.

축산자조금은 축산단체의 운동의 산물로 초기 제도화 당시에는 축산단체의 자조활동을 돕기 위한 목적으로 설치 운영되도록 되었다. 하지만 이후 정부의 자조금법 개정을 통해 자조금이 사실상 하나의 사단법인처럼 운영되면서 기존 축산단체와의 관계 설정에 있어 어려움이 발생하였다.

초기 입법취지대로 자조금은 축산단체의 자조활동을 돕기 위한 산하조직으로 운영해야 각 품목내 불필요한 정치적 갈등이 해소될 수 있다.

다섯째, 축산단체 기금 활용 방안도 새롭게 모색해야 한다.

현재 조성된 자조금 기금은 몇가지 목적 사업 이외에 축산단체의 조직 운영에는 사용할 수 없다록 하였다. 하지만, 의무자조금 프로그램이 도입된 품목마다 축산단체 운영을 위한 회비 거출에 어려음을 겪고 있다. 원활한 농정활동과 농가권익보호 활동을 위해서는 일부 자조금의 축산단체 운영 경비로 활용할 수 있도록 자조금의 사용 용도를 넓힐 필요가 있다.

이상의 다섯까지 축산자조금의 과제는 추후 축산단체, 자조금사업을 추진하거나 도입하려는 단체들 사이에서는 충분히 논의와 토론이 필요한 사안이다.

*이 기사는 농장에서 식탁까지 9~10월호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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