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부분 의무자조금 도입 20년… 전과 후 어떻게 변화했나
축산부분 의무자조금 도입 20년… 전과 후 어떻게 변화했나
  • 옥미영 기자
  • 승인 2023.11.13 12:55
  • 호수 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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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소비량‧농가 소득 크게 늘어

[팜인사이트=옥미영 기자]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이 타결된 직후인 1993년 한우와 한돈 등 국내 축산업은 축산 선진국과 경쟁이 불가피해지면서 위기감이 크게 증폭됐다.

당시는 가격에서의 열세는 물론 품질고급화 등이 본격적으로 이뤄지기 이전이어서 품질과 가격 모두에서의 경쟁력 약화로 산업과 농가의 피해가 불가피한 것으로 우려됐었다.

축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정부 차원의 투융자가 활발히 진행된 것도 이때부터다.

사료 곡물을 비롯한 유전자원(한우 제외)을 대부분 해외에서 수입해야 하는 국내 축산업 현실에서 정부는 단위당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농장의 규모화는 물론 조직화와 계열화를 위한 시설현대화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했고, 여기에 품질고급화를 위한 다양한 주체들의 노력이 더해지면서 외적 모습은 큰 변화가 있었다.

문제는 이렇게 생산력을 높이는 투자는 확대했지만, 국내산 축산물을 마케팅하는 일에는 정부가 나서 돕는 것이 한계가 있었다.

당시 국내 양돈 관련 경영체의 경우 서울우유와 같이 자체적으로 판매촉진을 할 수 있는 여력이 있는 기업은 존재하지 않았으며, 우리 축산물 소비 홍보에 큰 역할을 했던 축협중앙회가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등 국내산 축산물의 소비촉진을 주체적으로 진행할 단행할 마땅한 주체가 없는 상황이었다.

이러한 시대적 배경 속에 2002년 의무자조금 도입 운동이 성공을 거두며 법제화에 성공했고, 2004년 양돈자조금이 출발하게 됐고 2005년엔 한우자조금이 공식 출범하게 됐다. 자조금이 양돈산업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의무자조금 사업 시행 직전인 2003년의 축산업 지표와 2022년 지표를 비교해 성과를 설명한다.

 

의무자조금 도입 이전 1인당 쇠고기 소비량은 8.1kg 수준이었으나 의무자조금 도입 이후 20년이 지난 2022년 14.8%로 82.7% 증가했다.

늘어난 쇠고기 소비의 상당량은 한우가 차지했다.

2003년 14만 1천 톤 수준이었던 국내산 쇠고기 생산량은 지난해 28만 8천 톤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이는 쇠고기 수입량 증가량 62.5%를 크게 앞지른 수치다.

도축 두수 역시 2003년 36만여 두 수준이었던 것이 2022년엔 86만 9147두까지 늘었다.

본격적인 수입개방 여파로 자급률은 2003년 36.3%에서 2022년 37.7%로 가까스로 30%대의 마지노선을 사수하고 있는 가운데 한우 도매가격은 122.7% 상승했다.

국제곡물가격 상승 등 생산비가 크게 늘어났지만, 한우고기 품질고급화 노력과 함께 의무자조금 도입 이후 한우고기 우수성에 대한 지속적인 마케팅에 힘입어 수입육에 대응한 확실한 차별화 전략에 성공한 배경으로 풀이된다.

 

늘어난 소비기반만큼 사육두수 역시 크게 늘었다.

2003년 한우 사육두수는 148만 두였으나 2022년 355만 7185두로 140.3% 증가했다.

반면, 농가 수는 2003년 18만 8405호에서 2022년 8만 7852두로 절반으로 줄었다.

사육두수는 늘고 농가 수는 감소하면서 농가의 호당 마릿수는 증가하는 등 규모화가 상당 부분 진행됐다. 한우농가의 평균 사육 마릿수는 2003년 7.9마리에서 지난해 40.5두로 무려 400% 넘게 늘었다.

사육두수 및 도축 두수 등의 증가 등에 힘입어 한우의 연간 생산액은 2003년 2조 4633억 원에서 2022년 6조 4390억 원으로 161.4% 늘었다.

 

자조금 사업이 시행되기 직전인 2003년 국민의 1인당 연간 돼지고기 소비량은 17.3kg에 불과했지만 2022년 돼지고기 소비량은 28.5kg으로 자조금 사업 시행 전과 비교해 64.7%나 증가했다.

가격이 올랐다 하더라도 공급이 감소해 가격이 올랐다면, 수요 증가에 따른 가격 상승이 아닌 공급 감소에 의한 가격 상승이기 때문에 자조금을 통한 마케팅에 성공했다고 평가할 수 없다.

2003년 연평균 돼지고기 가격은 2153원/kg이었고, 2002년 양돈업계는 대일 돼지고기 수출을 눈앞에 두고 있는 가운데 구제역이 발병했다.

수출산업이었던 양돈업이 내수시장에만 전념해야 했기 때문에 돼지고기 가격은 약세를 면치 못했다. 지금도 돼지고기 수출은 본격화되지 못해 내수시장에만 집중하고 있음에도 2022년 연평균 돼지고기 가격은 5227원/kg로 자조금 사업 직전과 비교해 143% 상승했다. 이는 연평균 7.2% 상승한 것으로 물가 상승률을 크게 상회하는 수치다.

같은 기간 돼지 사육두수는 2003년 923만두에서 1123만두로 20.5% 증가했다.

도축 마릿수도 1187만두에서 1847만두로 56% 증가했고, 국내산 돈육공급량도 783톤에서 1107톤으로 41.4%나 증가했다. 2003년 대비 2022년 돼지고기 가격이 143%가 상승한 것은 국산 돼지고기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와 선호가 같은 기간 증가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 20년간 한돈산업의 구조도 크게 바뀌었다.

2003년 1만 5242호였던 양돈 농가 수는 2022년 5695호로 62.6%가 감소한 반면, 같은 기간 사육 마릿수는 923만두에서 1,112만두로 20.5% 증가했다.

이에 따라 농가당 평균 사육 마릿수는 606두에서 1953두로 222.5% 증가했다.

양돈업 생산액은 2003년 2조 6812억 원에서 2022년 8조 4785억 원으로 무려 216% 증가했다. 이는 연평균 11.4%라는 고도성장을 이어오고 있는 것으로 이러한 성장에 힘입어 국내 농업생산액 1위에 올랐다.

돼지고기가 주식인 쌀을 넘어 국내 농업 분야에서 가장 많은 생산액을 기록하면서 쌀 소비량은 감소 속에 돼지고기의 소비량은 크게 늘어난 영향이 고스란히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안타깝게도 낙농 및 원유 소비의 경우 의무자조금 도입 이후 생산 및 소비기반을 사수하는데 역부족이었던 것으로 분석됐다.

1인당 소비량은 2003년 62.5kg에서 2022년 85.7%로 37.1% 늘었지만 늘어난 소비 대부분은 외국산이 차지한 것으로 분석됐기 때문이다.

국내 원유 생산량은 2003년 236만 톤에서 지난해 197만 톤으로 16.5% 감소했다.

반면, 수입량은 2003년 60만 3646톤에서 2022년 252만 4991톤으로 무려 318.3% 증가했다.

이는 2001년부터 본격화된 저출산 영향으로 국내산 원유 소비가 크게 감소한 반면, UR 협상 타결 이후 치즈 및 혼합 분유 등 저가의 다양한 유제품이 물밀 듯이 수입되면서 자급률을 크게 잠식했기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러한 영향으로 2003년 79.1% 수준이었던 원유자급률은 2022년 44.8%로 절반 이하까지 감소했다.

 

국가 차원의 전방위적인 저출산 대책에도 불구하고 출산율 하락이 계속되면서 원유 생산기반은 크게 위축됐다. 2003년 1만 호 수준이었던 낙농가는 20여 년 만에 5800호로 절반 가까이 감소했고, 사육두수 역시 51만 8645두에서 2022년 38만두 수준까지 감소했다.

폐업 농가 감소율이 사육두수 감소율을 크게 웃돌면서 농가당 사육 마릿수와 생산량은 늘었다.

농가당 평균 사육 마릿수는 2003년 49.3두에서 2022년 66.2두로 34.2% 증가했고, 호당생산량은 같은 기간 617kg에서 919kg으로 48.9% 늘었다.

생산량과 농가 수는 감소했지만, 원유가격은 생산비 증가 등의 영향으로 오르면서 생산액 2003년 1조 5168억 원에서 2022년 2조 1410억 원으로 41.1% 늘었다.

 

계란과 닭고기의 경우 의무자조금이 활성화되지 못한 상황이어서 자조금의 효과로 설명하기 어려운 측면이 크다.

자조금 도입 이전인 2003년과 20년 이후 022년 1인당 계란 소비량 변화를 살펴보면 2003년 191개에서 2022년 276개로 44.5% 증가에 그쳤다. 쇠고기 및 돼지고기 도매가격이 20년간 120~140% 성장한 것과 달리 계란 가격(10개 기준)은 909원에서 1636원으로 80% 상승했다.

계란 생산량은 2002년 914만개 수준에서 2022년 1413만 8천개로 54.6% 늘었다.

쇠고기와 돼지고기의 소비 증감 등을 분석해 볼 때 계란의 의무자조금이 더욱 활발히 조성되고 소비촉진 사업이 활성화되었다면 우리 국민의 1인당 계란소비량은 이보다 훨씬 더 늘어날 여지가 있었지만, 제한적인 소비촉진 사업은 더 이상의 소비 활성화에 한계를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

 

사료값 상승과 AI 발생, 수급불균형 등 힘겨운 여러 악조건 속에서 산란계 농가들은 규모화를 통한 생산비 절감 등으로 고통을 감내하며 산업을 지속해온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산란계 사육두수는 2003년 4830만 수에서 2022년 7418만 수로 급격히 증가한 가운데 사육 농가 수는 2003년 2100호 수준에서 2022년 937 농가로 절반 이상 폐업을 선택했다. 폐업 농가의 급격한 증가는 생산 및 소비기반이 그만큼 안정되지 못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 20년간 절반이 넘는 농가들이 산업을 포기하는 등 1천 호가 되지 않는 산란계 농가들이 연간 1400만 개의 계란 생산을 책임지고 있는 것이 국내 산란계 산업의 현주소다.

이러한 영향으로 산업화 규모화는 빠르게 진행됐다.

2022년 산란계 농가의 평균 사육 마릿수는 7만 9176수로 2003년 2만 2711수와 비교해 무려 248.6% 증가했다.

 

닭고기 의무자조금은 2006년 도입되었지만, 자조금 거출이 활성화되지 못한 가운데 자조금 사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한 영향으로 닭고기 수급 상황과 산업 변화를 자조금 영향으로 분석하기 어려운 측면이 크다.

현재 국내 육계 산업은 계열화 완성에 따라 생산 및 유통 부분의 효율화가 빠르게 진행됐고, 업체간 경쟁으로 인한 생산량 증가 등의 영향으로 저가 경쟁이 가속화하고 있다.

닭고기 수급 상황 변화를 살펴보면 1인당 소비는 2003년 7.9kg에서 2022년 15.1kg으로 2배 수준에 가까운 91.1% 늘었지만, 소비량 증가율(28만7천톤/’03→82만1만톤/’22)은 소비증가율을 훨씬 웃돌면서(186%) 닭고기 가격은 낮은 수준에 거래되고 있다.

연간 닭고기 도축수수는 2003년 500만수 수준에서 20년이 흐른 지금 1억만수로 2배 이상 늘었다. 소비를 크게 웃도는 생산량은 저가 경쟁으로 이어지고 있고, 2003년 kg당 2490원이었던 닭고기 가격은 2022년 1843원으로 26.0% 감소했다.

한편, 계열화사업을 통한 생산량 증가와 사업 효율화 등의 영향은 높은 자급률로 이어지고 있다.

2003년 77%였던 닭고기 자급률은 2022년 83.3%로 8.9% 상승했다.

1인당 닭고기 소비량 15.1kg 가운데 대부분의 소비가 국내산을 차지한 영향이다.

 

지난 20년간 육계산업 역시 큰 변화가 이어졌다.

모두 계열화사업의 영향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사육두수는 2003년 4480만수에서 2022년 8871만수로 두배 가까이 늘었다.

계열화사업의 성장만큼 농가와의 동반 성장은 수반되지 못했지만, 20년간 산란계농가의 폐업이 절반을 넘은 반면, 육계는 10% 수준인점 등을 감안할 때 생산량 증가에 따른 효과가 컸던 것으로 풀이된다.

육계농가 수는 2003년 1611호에서 2022년 1454호로 9.7% 감소했다.

늘어난 사육수수와 도축 수수(생산량) 만큼 생산액도 20년 전과 비교해 3배 넘게 증가했다.

2003년 6412억원이었던 국내 닭고기 생산액은 2022년 2조 9060억원으로 353% 늘었다.

*이 기사는 농장에서 식탁까지 9~10월호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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