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 줄이려면 영농부산물부터 제대로 관리해야
산불 줄이려면 영농부산물부터 제대로 관리해야
  • 김지연 기자
  • 승인 2023.11.15 10:10
  • 호수 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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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농부산물 불법 처리에 대한 규제 강화 시급
파쇄기 수거·처리 사업 적극 확대 필요

[팜인사이트=김지연 기자] 산불의 계절이 돌아왔다. 산불은 말 그대로 산에서 나는 불을 통칭해서 이르는 말이다. 그것이 방화로 일어난 것이건 아니면 자연적 현상에 의해 일어난 것이건 간에, 일단 한 번 일어나게 되면 수많은 목지와 자연 경관이 소실된다.

산불은 발화 원인, 물리적 특성, 가연성 물질 존재, 날씨가 화재에 미치는 영향 등의 특성에 따라 분류되는 경우가 많다. 산불 행동 및 심각도는 사용 가능한 연료, 물리적 환경 및 날씨와 같은 요인의 조합으로 인해 발생한다. 상당한 양의 연료를 생성하는 습한 기간과 가뭄 및 더위가 뒤따르는 기후 순환은 종종 심각한 산불을 발생시킨다. 이러한 주기는 기후 변화로 인해 더욱 심화됐다.

산불은 진압하기가 매우 까다롭다. 숲을 이루는 수많은 나무와 식물은 불에 너무나도 취약해서 쉽게 불이 붙고 불붙기 쉬운 땔감들이 널려 있으니 한번 불이 붙으면 삽시간에 퍼져 나간다. 화재 면적도 집 한두 채와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넓고 산악이라는 지형 특성상 소방차 진입도 불가능한데다, 소방관들이 활동하기도 어렵기 때문.

소방 헬리콥터 정도나 제대로 진입할 수 있으나 이마저도 휴대할 수 있는 물의 양이 제한돼 있고 연료가 고갈되기 전에 돌아와야 하며, 시야를 확보할 수 없는 야간이나 기상 상태가 좋지 않을 때는 비행할 수 없다.

해외 산불의 경우 주로 자연적 발생 요인이 많으나, 우리나라는 인위적 요인으로 발생하는 산불이 대다수여서 특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논·밭두렁 소각과 쓰레기 소각 등 영농부산물 소각으로 인해 발생하는 산불이 빈번한 상황. 농림축산식품부와 산림청은 파쇄기 임대사업 등 영농부산물 수거·처리 사업을 시행 중이지만, 고령화된 농산촌 사정을 고려할 때 영농부산물을 보다 효과적으로 처리하는 방안의 모색이 필요할 것으로 사료된다.

 

우리나라 봄철 산불 발생 비율 높아

최근 농촌경제연구원 안현진 부연구위원과 정호근 연구위원, 김동욱 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특히 봄철 산불 발생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입산자 실화이며 가을철 산불도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1년 중 약 60.2%의 산불이 봄철인 3월과 6월 사이에 발생하고 유형별로는 입산자 실화가 33.1%로 가장 높았고, 논·밭두렁 소각과 쓰레기 소각이 각각 12.6%를 차지했다.

 

해외의 경우, 자연발화 산불이 대부분

반면, 해외 주요국의 경우 인위적 실화보다는 자연적 발화로 인한 산불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호주 전역에서 발생한 누적 화재 면적 중 69%는 자연발화인 것이다.

자연발화는 고온 건조한 시기에 낙뢰와 같은 자연적 현상에 의해 발생하기 때문에 통제가 어렵고 넓은 면적의 산림을 태워 산림과 지역사회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자연발화의 경우 자연보호구역(52%), 공공림(18%), 사유림(19%)의 순으로 나타났다. 인위적 산불은 공공림에서 주로 나타나며 사유림과 임대림에서는 인위적 산불의 비율이 매우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2019년 기준, 미국도 누적 화재 면적 중 69%는 자연발화인 것으로 드러났다.

 

산불 발생의 주된 원인, ‘영농부산물 소각’

영농부산물 현장 소각은 대기 중 미세먼지 증가와 함께 산불 발생의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영농부산물은 농업 활동 과정에서 발생하며 종류도 다양하다. 볏짚, 콩대, 깻대, 전정가지, 깎지 등이 영농부산물에 속하며 영농폐비닐과 영농폐농약용이기 등은 영농폐기물로 구분된다.

영농폐기물은 정부·지자체의 영농폐기물 수거·처리 사업에 따라 한국환경공단으로 반입한 후 처리하지만, 영농부산물은 농민들이 현장에서 소각하는 방식으로 처리하는 경우가 다수이다.

영농부산물 불법 소각은 산불의 원인이 되며, 대기오염 물질인 이산화탄소(CO2), 메탄(CH4), 아산화질소(N2O) 등의 온실가스뿐만 아니라 일산화탄소(CO), 질소산화물(NOX), 황산화물(SOX) 등을 배출한다.

관계기관은 영농부산물 불법소각을 단속하고 있으나, 현장 소각 행위는 지속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한편 작물의 재배과정에서 발생하는 영농부산물의 총 발생량은 약 934만 톤 수준으로 파쇄기 임대사업 및 영농부산물 수거·처리사업의 대상이 되는 밭·과수원에서 나오는 영농부산물은 전체 영농부산물의 36%에 해당하는 약 342만 톤 수준이다.

현재 2,450대 규모의 파쇄기 임대사업을 통해 처리 가능한 영농부산물 물량은 29만 4,000톤 수준으로 추정된다.

영농부산물 소각으로 인한 산불은 전체 산불 발생의 15~30% 비율을 차지하며 단속 강화에도 발생 비율이 감소하지 않는 추세이다.

1990년대 이후 입산자 실화 다음으로 높은 산불 발생의 원인이라 할 수 있다.

 

영농부산물 현장 소각 방지 노력

산림 인접 지역 100m 이내 소각 행위는 전면 금지됐고 정부는 파쇄기 임대사업을 시행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농기계 임대사업을 통해 지자체의 파쇄기 구매를 지원하고, 농산촌 마을 단위 영농부산물 파쇄작업 시 파쇄기를 무상으로 대여해 주었다.

산림청도 산림 주변 농경지의 영농부산물 처리를 위해 농식품부와 협업해 파쇄기 임차사업을 시행 중이다.

파쇄기 임차사업은 임차한 파쇄기를 이용해 지자체와 함께 산림 100m 이내 인접지의 영농부산물을 직접 수거해 파쇄하는 사업을 말한다.

한편, 산림청 영농부산물 수거·처리 사업을 통해 관리되는 영농부산물 규모는 증가 추세다.

파쇄실적은 지난 2019년 약 6,000톤 수준에서 2022년 약 1만 2,000톤 수준으로 3년 사이 2 배 이상 증가했고, 연평균 22.3%가 증가한 셈이다.

산림 인접지 영농부산물 처리량이 증가하고 있지만, 산불 발생에 민감한 산림 100m 이내 인접지의 밭·과수원 면적과 여기서 발생하는 영농부산물 수량을 고려할 때 아직 많이 부족한 수준이다.

 

산불 진화 모습.
산불 진화 모습.

파쇄기 수거·처리 사업 적극 확대 필요

농산촌 고령화와 인력 부족 문제를 고려해 파쇄기 수거·처리 사업을 적극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고령·소규모 농가들이 파쇄기를 직접 운반해야 하는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사업을 기피하는 실정임에 따라 실효성 문제가 개선돼야 한다.

이로 인해 부산물 소각이 불법인 줄 알면서도 당장 영농 준비를 해야 하는 탓에 경작지에서 눈치껏 소각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수동적 파쇄기 대여 방식에서 한발 나아가 농가에 파쇄기 보급을 확대하고, 나아가 영농부산물의 퇴비화 사업에 동참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시급한 상황이다.

부산물을 유기농 퇴비로 활용하는 일본의 순환농법 사례를 참고해 영농부산물 수거·처리사업의 인력 및 관련 예산을 확충하고, 지자체에서 현지 사정을 고려해 영농부산물을 직접 수거·처리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영농부산물 불법 처리에 대한 규제 강화

현재 영농부산물 임의 소각은 과태료 부과 대상이지만 고령화된 지역 농민의 실정을 고려해 계도 수준에서 그치는 경우가 많다. 민·관 합동 노력을 통한 영농부산물 수거·처리 능력 향상을 고려하면서 규정 및 위반 시 처벌 이행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영농부산물을 바이오매스로 자원화하는 방안이 강구돼야 한다.

농경연 자료에 따르면 밭작물 영농부산물 등은 미활용 비율이 높으며, 잠재량을 에너지로 환산할 경우 국내 농업부문 에너지 소비량 기준의 약 51.9%를 대체하는 등 에너지원으로써 활용 가치가 높다고 한다.

이렇듯 영농부산물을 에너지 자원으로 이용한다면 국내의 에너지 자급률 상승 및 탄소 중립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 기사는 농장에서 식탁까지 9~10월호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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