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빈대 잡으려 초가삼간 태우자는 법
[기고] 빈대 잡으려 초가삼간 태우자는 법
  • (사)펫산업협회 회장 이기재
  • 승인 2023.12.07 17:2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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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3일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의원은 반려동물 번식장에서 발생하는 동물학대의 근본적 원인 해결을 위한 ‘동물보호법 개정안’(한국판 루시법)을 대표 발의했다. 위성곤의원의 법안은 무분별한 번식을 촉진하는 동물의 경매와 투기를 막고, 어미의 손길이 필요한 아기동물(6개월령 미만)의 판매와 제3자 거래를 제한하며, 영업장에 충분한 관리인력을 확보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위성곤의원이 발의한 루시법은 우리나라가 처한 현실에 대한 고려가 없는 다분히 감정적인 법안으로 볼 수밖에 없다. 펫산업에 종사하는 10만 종사자의 생계와 우리나라 펫산업의 운명을 결정 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임에도 이해당사자들에게서 아무런 의견수렴 절차도 거치지 않고 몇 안 되는 동물단체의 주장만을 반영한 법안에 다름 아니다.

루시법을 최초 시행한 영국과 우리나라는 반려동물 문화와 현실에서 많은 차이가 나타난다. 영국은 대형견 문화이고 양육가구 비율이 약 57%나 되는 반면 우리나라는 소형견문화로서 양육 가구비율이 약 20%에 불과하다.

영국에는 접근성이 좋은 도심 근처에 수만 명이나 되는 전문 브리더들이 있으나, 우리나라는 브리더제도가 아직 정착되지 않았고 반려동물 농장들도 일반인이 접근하기 어려운 산속에 위치하고 있다.

(사)펫산업협회 회장 이기재
(사)펫산업협회 회장 이기재

 

2023년 현재 영국에서 반려동물을 기르는 가구비율은 약 57% 수준으로 이는 기존 40%대의 비중에서 코로나 펜데믹을 거치며 크게 증가했다. 영국에는 수 만 명의 브리더들이 존재했기에 반려동물의 폭발적 수요 증가에 충분한 대처가 가능했다. 영국과 독일은 온라인 분양이 활성화되어 있을 정도로 우리나라보다 분양이 훨씬 자유로운 국가들이다.

영국의 경우 브리더외의 분양은 6개월 분양이라는 제한을 받지 않고, 현행 8~12주 년령이 적용 되고 있다. 따라서 브리더들이 대면 분양 보다는 온라인 분양에 치중하면서 반려동물 분양시장은 온라인이 대세이고 상당히 활성화되어 있다.

브리더 시스템이 안착되어 있지 않은 현실 상황에서 경매금지는 산업현장에서 매우 큰 혼란을 야기할 수 밖에 없다. 국민들이 반려동물을 분양받거나 입양하는 것이 어려워지고 분양을 받기 위해 산 속을 해매야 할 지도 모른다. 이는 반려동물 인구의 감소로 이어지고 펫산업의 붕괴를 가져오게 된다.

또한 2개월 연령의 강아지를 6개월로 늘려 분양하게 되면 보호자와 유대감을 형성하는 반려동물의 가족화에 어려움이 발생하기 쉽고 이는 보호자도 반려동물도 힘들어지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반려견은 생후 3~5개월 사이에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데 가장 중요한 사회화 및 보호자와 교감이 생성되는 중요한 시기이다. 이 시기가 지난 6개월령의 반려견을 분양하게 되면 보호자들이 유대감 형성 및 교육에 어려움을 겪게 되고 이로 인한 파양 및 유기가 늘어날 수 있다.

일부 극소수 몰지각한 사업장의 일탈을 전체 산업의 문제로 보고 산업을 아예 없애려는 발상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 문제가 되는 부분만 해결하는 것이 상식인데, 산업종사자의 생계와 국민의 기본 욕구까지 규제하고 통제하겠다는 발상에 다름 아니다.

우리나라는 이미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동물보호법이 있고 그에 따라 생산자 이력카드, 시설기준, 인력기준, 모견등록 등 엄격한 영업자준수사항 등이 존재한다. 기존 법에 따라 관리감독만 철저히 해도 루시법 이상의 효력을 발휘할 수 있다.

KB경영연구소의 ‘2023 한국 반려동물 보고서’는 “반려가구는 반려동물의 입양에서부터 양육, 장례에 이르기까지 가족에 준하는 책임감을 갖고 관리함으로써 반려동물 양육문화를 성숙시켜 나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히고 있다.

우리나라의 반려동물 양육문화는 성숙한 편인데, 일부 상업적 이익에 눈이 먼 몇몇 동물단체에 의해 양육문화가 다른 나라에 비해 많이 떨어지는 것처럼 호도되고 있다. 극히 예외적인 동물학대사건을 확대 포장하면서 마치 그러한 일들이 보편적인 것처럼 선전한다. 논리보다는 감정을 앞세운 동물권단체들의 이기주의에 다름 아니다.

실제 통계를 보더라도 우리나라의 유기동물 개체수나 개물림사고 건수는 반려동물 선진국이라 불리우는 독일이나 영국보다 현저히 적다.

우리나라의 반려견 전문 사료 급여율은 71%로 미국(78%), 일본(92%)보다는 낮지만, 독일(69%), 프랑스(67%), 영국(60%), 호주(40%)보다 높게 나타나고 있다. 루시법을 시행중인 영국은 아직도 사람이 먹다 남은 음식을 먹는 반려견이 40%에 달한다. 우리나라는 반려동물 양육 비율은 높지 않지만, 전문 사료 급여율은 이미 선진국 수준인 것이다.

루시법같은 비현실적 감정법으로 산업을 말살하겠다는 정책보다는 근본 문제를 해결하는 발전적 정책이 필요하다.

반려동물연관산업육성법을 제정해 중앙정부 차원의 브리딩 분야 제도화·시스템화를 포함한 육성법 제정, 지역 거점별 글로벌 스탠다드 수준의 브리딩센터 건립 및 지원, 대학의 반려동물 학과에서 브리딩 전문인력 양성을 통해 영국이나 독일처럼 수 만 명의 전문 브리더들이 각지에 있다면 상황은 자연스럽게 개선될 것이다.

펫산업은 미용, 호텔, 가전, 통신 등 등 연관 산업이 수십가지에 달하고 최근에는 반려동물 동반여행으로 관광산업으로까지 발전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8월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관계부처 합동으로 반려동물연관산업을 국가전략사업으로 육성하겠다고 발표했다.

코트라의 ‘글로벌 이슈 모니터링’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7년 1300만 달러(약 176억6000만 원)였던 우리나라 개·고양이용 사료 수출액은 지난해 1억4900만 달러(2023억7000만 원)로 1046.15% 늘었다고 발표했다. 우리나라 펫산업은 이제 개화기로서 막 정착하여 무한대인 세계시장으로 진출하려는 단계에 있다.

글로벌 반려동물연관 시장은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일 것이다. 루시법으로 우리나라 반려동물연관산업이 붕괴되어 세계시장의 흐름에 편승하지 못하면 그 피해는 국가와 국민들에게 돌아 간다. 또한 산업발전이 불러올 40만개의 일자리 창출도 사라지게 된다.

루시법으로 인해 폐업하는 업체는 약 1만 곳에 달하고 반려동물 감소로 인해 간접 피해를 입는 업체들도 약 5만 곳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관련산업의 시장규모는 연간 8조원에 달한다. 반려동물산업은 정부나 그 누구의 도움 없이 지난 수 십년간 수 많은 영세 소상공인들이 피땀으로 일구어낸 자생적 산업이다.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 태우자는 미련한 법안은 철회되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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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모란 2023-12-07 20:35:56
문제가 있으면 근본적인 해결부터해라!! 극소수 몰지각한 사업장의 일탈을 전체 산업의 문제로 보지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