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와 함께한 인생 2막으로 행복합니다”
“한우와 함께한 인생 2막으로 행복합니다”
  • 옥미영 기자
  • 승인 2024.01.02 12:59
  • 호수 5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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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생산한 종모우로 한능평 국무총리상 수상...이진영 삼포농장 대표
육종농가 최초로 보증종모우 생산한 뒤 7마리 씨수소 생산 ‘위업’

[팜인사이트= 옥미영 기자]

올해로 30회 대회를 맞은 한우능력평가대회는 역대 최고가 경매, 대통령상 두 차례 수상자 등장 등 숱한 화제를 남겼다. 이 가운데 강원도 홍천의 삼포농장 이진영 대표는 자신이 직접 생산한 종모우(KPN 1203)로 생산한 출품축이 국무총리상을 수상하는 등 놀라운 기록을 세웠다.

더욱이 KPN 1203은 이진영 대표의 출품축 뿐만 아니라, 농촌진흥청장상(홍천 박시덕 대표)과 농협중앙회장상(부여 이종국 대표) 수상축의 아비소로 확인되면서 우량 종모우의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했다는 평가다.

2005년 처음 도입된 한우육종 농가 선정에서부터 육종 농가 최초의 보증종모우 생산(KPN 768)과 이후 7마리의 씨수소 생산, 여기에 26회 한능평 대회 국무총리상 수상까지 한우산업 발전과 개량에 큰 역할을 해온 이진영 대표를 찾았다.

 

이진영 대표가 지난해 자신이 생산한 보증씨수소(KPN 1547) 기념패를 들고 기념촬영을 가졌다.
이진영 대표가 지난해 자신이 생산한 보증씨수소(KPN 1547) 기념패를 들고 기념촬영을 가졌다.

공직자의 삶 접고 인생 2막 한우 사육에 뛰어들다

이진영 대표가 강원도 홍천군 화촌면에서 한우 사육을 시작 한 건 20여 년 전, 그의 나이 쉰을 훌쩍 넘어선 때였다.

학교 서무과에 다니며 공직생활을 해왔던 이 대표는 2003년 6월 영월군으로 발령이 나자, 고향을 떠나기 싫은 마음에 결국 사표를 던지고 한우 사육의 길로 접어들게 됐다.

이 대표와 한우의 인연은 사연이 깊다.

그가 초등학교 2학년이 되던 해, 불의의 교통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아버지의 사망 위로금 1만 원이 한우와의 인연을 이어준 소중한 끈이 됐다.

어머니께선 아버지의 마지막 유물과 다름없는 위로금을 절대 허투루 써선 안 된다 하시며, 암송아지 한 마리를 구입해 마당 한 쪽에 넣으셨다.

암송아지가 자라 새끼를 낳고 또 팔고를 거듭하며,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집에는 늘 한우 7~8마리가 함께했다. 늦은 나이에 전업농가로서의 한우 사육를 시작했지만 어려서부터 그의 인생에는 늘 ‘한우’와 함께 했던 것이다.

 

송아지 50마리로 시작...실패로 돌아간 첫 한우 농사

“동네에 소 5마리 키우는 농가도 찾기 어려웠을 때이니, 7~8마리 키우는 것도 작은 농사는 아니었죠. 퇴직하고 나면 전문으로 한우를 키워보고 싶다는 생각을 늘 갖고 있었는데, 그 계획이 10여 년 정도 앞당겨진 셈이었습니다.”

한우 사육엔 나름의 일가견이 있다고 생각했고 자신감도 있었지만, 53세에 시작한 첫 한우농사의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마침 이웃의 빈 우사를 임대할 수 있어, 퇴직금을 몽땅 털어 송아지 50마리를 구매해 넣었지만, 결과가 신통치 않았던 것이다.

당시만 해도 인공수정 개념이 크게 보편화하지 않았던 때라 수소 2마리를 함께 입식해 넣어 자연교배로 송아지를 생산한 것이 화근이었다.

결과는 기대 이하였다. 결국, 첫 새끼들은 모두 팔아치우고 그때부터 인공수정 등 제대로 된 한우 사육에 나서기 시작했다.

어려서부터 한우와 늘 함께 해왔기에 시행착오를 극복하는 데도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한우 사양 관리 교육에 틈틈이 참여하며 부족한 부분을 메워 나갔고, 철저한 인공수정으로 농장의 개량 계획을 착실히 실행에 옮겼다.

농장을 시작한 뒤 2년 뒤인 2005년 정부가 처음 도입한 한우육종 농가 사업에 참여하게 됐고, 2008년엔 농가 최초로 종모우 생산(KPN768)에 성공했다.

 

농장에서의 이진영 대표
농장에서의 이진영 대표

철저한 선발‧도태‧계획교배 실행에 옮겨야

육종 농가 선정과 참여는 평소 한우 사양 관리에 관심과 열의가 높았던 그에게 또 한 번 도약의 계기로 작용했다.

육종 농가를 대상으로 한 교육과 철저한 계획교배 시스템을 농장 경영에 접목하기 시작했고, 결국 2011년엔 당대 최고의 종모우로 꼽힌 KPN1203을 생산하기에 이른다.

이 대표가 사양 관리에 가장 중요하게 꼽는 건 역시 ‘개량’이었다.

우선 암소의 경우 철저한 선발과 도태로 우량 축군을 유지하는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먼저 외모에서 이모색이 있거나, 코가 검은 소(흑비경)를 기본으로 3번 이상 수정해도 수태되지 않는 소, 여기에 새끼를 잘 돌보지 않는 암소 역시 도태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 최근 들어선 육종가 평가를 통해 하위 50% 이하의 개체에 대해선 과감히 도태하거나 수정란 이식의 대리모로 활용하면서 우량 암소 집단을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러한 방법으로 우량 축군을 유지해온 그 역시 올해 60마리의 암소를 비육해 내다 팔았다.

그는 “우리 소가 좋다고, 가만히 있으면 퇴화하고 만다. 계속 업그레이드 시켜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계획교배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고 했다.

이 대표는 “아직도 인공수정사에게 ‘그냥 알아서 넣어줘’ 이런 식으로 농장을 운영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면서 “내 농장의 전문가는 내가 되어야 한다. 요즘엔 계획교배 프로그램과 앱이 워낙 많이 나와 있어서 관심만 가지면 농장의 개량을 쉽게 이어나갈 수 있다”고 조언했다. 또 ‘이 정액이 좋다, 저 정액이 좋다’라는 말에 휩쓸리거나, 흘러간 옛 정액을 계속 고집하거나 하는 습관도 버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3년 전부터는 수정란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우량 정액은 한정되어 있지만 수정란을 활용할 경우 보다 많은 고능력우 생산에 활용할 수 있어서다.

삼포농장의 경우 저능력우 암소를 대리모로 활용해 수정란을 이식하거나, 주위 농가에 수정란을 나눠주는 방식으로 도움을 주고 있다.

사료 역시 사양 관리의 중요한 포인트 하나라고 말했다.

현재 삼포농장의 경우 임신우와 송아지 구간은 전량 농협사료를, 비육우 구간은 홍천사랑말한우영농조합법인의 TMR 사료를 급여하고 있다.

 

삼포농장 전경. 우사 바닥과 내외부가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다.
삼포농장 전경. 우사 바닥과 내외부가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다.

더불어 사는 삶에 관심

한우 사육의 달인, 고수, 명장으로 이름을 떨치고 있는 이진영 대표의 향후 계획은 주위농가와 함께 상생하며 한우를 행복하게 키우는 것이라고 했다.

이전부터 나눔, 상생 활동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2009년 강원도의 새 농촌건설 운동 우수 대표 마을에 선정되는 데 앞장서며 마을 공동 우사 설립하는 데 이어 태양광 발전 사업과 최근엔 마을형 퇴비 자원화 지원 사업 선정으로 공동 퇴비공장을 설립하는데 노력해오는 등 이웃과 더불어 사는 삶을 이루는 데 큰 의미를 두고 있다.

그는 “여전히 지역에서 축산농가들에 대한 인식이 좋지 못한 게 현실인 만큼 주위를 더 많이 보듬고 나누며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라면서 “인생 2막을 바쳐 만들어온 농장과 우량암소를 한우 사육을 희망하는 청년들에게 어떻게 하면 잘 물려줄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한우 사육 기간 단축 정책과 관련해서도 메시지를 남겼다.

이번 한능평 대회에 출품한 개체의 경우 33개월령인데, 구매한 벽제갈비의 반응이 너무 좋았더라는 것이다.

“김영환 벽제갈비 회장님이 저에게 이런 얘길 하시며 주문했습니다. 좋은 등급의 한우가 아니라, 진짜 맛있는 한우를 만들어 달라고요. 정부의 방침대로 27~28개월에도 1++ 근내지방도 9번을 만들 수는 있지만, 과연 맛도 좋을까 하는 것은 의문입니다. 단순한 근내지방이 아니라 정말 맛있는 한우를 생산해야 한다는 명제를 생각했을 때, 사육개월령 단축이 과연 한우산업 발전에 도움이 되는지는 다시 한번 생각해볼 문제라고 봅니다.”


*이 기사는 농장에서 식탁까지 10~12월호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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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현 2024-04-14 21:52:28
요즘 한우키우기 힘든데 멋지네요~
배우고 도움받고 싶은데 자주 이런기사로 농촌 성공사례 기사 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