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칼럼] 양곡법 개정안과 농안법 개정안에 대한 단상
[편집자 칼럼] 양곡법 개정안과 농안법 개정안에 대한 단상
  • 김재민
  • 승인 2024.02.02 09: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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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산물 가격 안정을 위해 정부의 재량은 축소하고 농민의 지원을 강화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과 농안법 개정안이 여당 위원들이 퇴장한가운데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를 통과하자 정부가 부정적 견해를 밝혔다.

일부 품목에 한정된(필수 농식품과 지역특화작물, 쌀) 가격안정 프로그램이나 소득보장 프로그램이 일부 품목으로의 쏠림 현상을 심화시켜 공급이 과잉되고 가격이 폭락해 불필요한 재정 수요를 촉발한다는 이유에서다.

경제학에서는 이러한 행태를 도덕적해이(moral hazard)라 이야기하는데 상대방의 행동을 관측할 수 없을 때 바람직하지 않은 행위를 하는 것을 이야기한다.

정부는 농산물의 과잉생산을 경계하는데, 이러한 프로그램으로 인해 농가들이 마구잡이로 농산물을 생산해 정부에 부담을 줄 것이라는 이야기다.

하지만 관련법 개정안에는 수급 조절 프로그램과 그에 따른 농민의 참여 의무 등을 담아놓았고, 논에 타작물재배 프로그램도 법제화 하는 등 도덕적해이를 막을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다.

현재 정부의 농산물 가격안정프로그램은 시장격리, 산지폐기, 공공비축 세 가지로 모두 정부의 재량이 큰 것이 현실이다. 이를 정부는 시장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어 효율적이라 이야기하지만, 물가안정을 농민의 소득안정보다 최우선으로 하는 농식품부의 성향을 고려할 때, 이러한 법적 프로그램이 없으면 결정적인 상황에서 정부의 개입이 늦어지거나 효과는 없고 생색을 내는 수준에서 사업을 하는 것으로 마무리되는 일이 반복해 일어나기도 한다.

현재 정부는 공식적으로는 농산물이 비싸지는 것도 경계하고, 농산물 가격이 너무 하락하는 것도 경계하는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가격안정이라는 허울 좋은 구호 속에 모두를 고민해야 하는 상황은 결국 아무것도 하지 않느니만 못한 상황을 연출하곤 한다.

여기에 농촌의 고령화와 신규 농업인력의 부족 문제, 지방과 농촌소멸 문제는 여라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농업을 통해 안정적 소득을 올릴 수 없다는 인식 때문임을 알아야 한다. 지방소멸, 농촌소멸을 이야기하는 지금 농업소득에 대한 불확실성을 제거해 주는 것이 젊은이들이 농업과 농촌에 대해 과감한 투자를 가능하게 한다.

농산물의 충분한 공급은 소비자인 국민들에게도 나쁘지 않다. 충분한 공급이 지속해서 이뤄지면 가격은 하향 안정되고, 농식품의 수출을 가능케 하는 등 해외 시장까지 바라볼 수 있게 하고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농민의 노력까지 더해지며 혁신도 일어날 수 있다.

농산물 가격, 농민의 소득에 대한 불확실성을 제거하지 않으면 혁신은 고사하고 결국 아무도 농사를 짓지 않겠다는 '역선택'을 할 것이다. 

양곡관리법 개정안과 농안법 개정안의 상임위 통과에 대한 작은 단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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