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축세로 풀어보는 지방정부 축산행정의 온도 변화
도축세로 풀어보는 지방정부 축산행정의 온도 변화
  • 김재민 기자
  • 승인 2024.02.23 14:46
  • 호수 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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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환영받던 도축장 지금은 왜 애물단지가 되었을까?

[팜인사이트=김재민 기자]

농업의 기계화가 시작되기 이전 축산업은 축력을 제공하고, 고기와 알, 젖 등을 공급해 주는 고마운 산업이었다.

가축을 사육하는 것은 작물 재배보다 많은 노동과 비용을 유발했지만, 축력을 확보하고 부족한 영양을 채우기 위해서는 누군가는 꼭 해야 하는 일이었다.

고려시대, 조선시대에는 공무원들에게까지 가축 증식의 의무를 부여할 정도로 축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했고, 그 분위기는 1980년대 중반까지 이어진다.

농업은 기계화되어 더이상 가축의 힘은 필요 없어졌고, 축산업은 고기와 젖, 알을 생산하는 산업으로 자리 잡으면서 농장의 규모는 커지고 한가지 품목에만 전념하는 전업화의 길을 걷게 된다. 딱 이 시점이 1980년을 전후해 시작됐는데 이때부터 환경문제가 불거지게 된다. 개발도상국에 경제발전을 위해 사용할 외화가 부족했던 시절 우리나라는 어떻게든 해외로 상품을 내다 팔고, 수입품은 국산으로 대체하려 안간힘을 썼던 시대다. 당연히 축산물 시장도 개방을 하지 않았고, 필요로 하는 축산물을 자급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고, 정부의 보호와 육성 프로그램이 계속 만들어져야 했다.

축산농가가 많아지고, 축산농장의 규모가 커질수록 축산분뇨에 의한 환경 오염 사건 빈도는 많아졌다. 1980년대 양돈장 폐수 문제는 고질적 환경오염 이슈의 대명사로 이 때문에 1990년 가축분뇨 처리를 규정하는 법이 처음 제정되는 등 가축사육과 관련한 규제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이후 양돈폐수 규제를 벗어나기 위해 양돈분뇨의 해양투기가 시작됐지만, 런던협약 발효 등으로 바다에 유기성 폐기물 투기를 중단하기로 하면서, 가축분뇨의 자원화를 유도하는 법률을 제정해 축산농가에게 가축분뇨를 적절히 처리하도록 하는 규제가 시작됐다. 비슷한 시기 악취방지법이 제정되는 등 축산농가들이 잘 대응하지 못하면 새로운 법과 규제가 만들어졌다.

 

가축질병과 악취 등 환경문제는 축산업계가 풀어야할 대표적 부정적 외부효과다. 특히 가축질병은 엄청난 재정이 투입되게 되는데 이로 인한 갈등은 십수년째 이어지고 있다.
가축질병과 악취 등 환경문제는 축산업계가 풀어야할 대표적 부정적 외부효과다. 특히 가축질병은 엄청난 재정이 투입되게 되는데 이로 인한 갈등은 십수년째 이어지고 있다.

세계화와 악성 가축 질병의 습격

1998년~2000년 대만과 홍콩 등지에서 조류인플루엔자와 구제역이 발병했다는 소식을 외신으로 접했을 때만 하더라도 우리 축산업계는 남의 나라 일로 여겼었다.

특히 대만에서의 구제역 발병은 우리 양돈업계에 엄청난 이익을 가져다준 사건이었기 때문에 이를 대비하기보다는 즐기는 분위기까지 있었다.

하지만 국내에 돼지콜레라(돼지열병)가 발병하고 2000년 소에서 구제역 발병, 2003년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까지 발병하면서 이후 대한민국 축산은 방역이 축산행정에 있어 중심을 잡게 된다.

농림부 축산국 내에 방역과에 불과했던 조직은 방역국으로 확대됐고, 축산 관련 예산 중 가장 많은 부분이 방역에 쓰이게 되었다.

뿐만아니라 구제역이든 조류인플루엔자 든 한번 발병할 때마다 이를 차단하기 위한 방역 수칙은 하나둘 늘어나기 시작했고, 수많은 규제를 지키며 가축을 사육하는게 버겁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상황이다.

환경문제를 일으키고, 가축질병이 발생하더라도 200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중앙행정기관이든 지방행정기관이든 축산농가들이 극복할 수 있도록 전방위적으로 도움을 주었는데,데 2010년대 들어서 그 분위기는 조금씩 줄어 지금은 농가에 지급할 살처분 보상금을 감액하는 등 패널티를 본격적으로 가하기 시작했다.

 

외부불경제(external diseconomies)

축산농장을 둘러싼 법적 규제는 축산농장이라는 경영체가 경제활동을 하는 가운데 발생시키는 부정적 외부효과(외부불경제)로 인해 기인한다 할 수 있다.

외부효과(Externality)란 어떤 개인이나 기업과 같은 경제주체의 행위가 수요·공급과 같은 가격 결정 과정을 통하지 않고 다른 개인이나 기업 등의 경제주체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말한다. 경제주체들의 경제활동은 생산이든 유통과정이든 소비이든 시장에서 거래되며 이는 수요와 공급을 통해 가격에 반영된다. 하지만 어떤 경제활동은 모든 비용과 편익이 가격에 전가되지 않고 제3자에게 청구되거나 제3자에게 이익을 가져다준다.

이를 제3자의 경제적 후생을 낮추는 부정적 외부효과(외부불경제)와 제3자의 경제적 후생을 높이는 긍정적 외부효과(외부경제)라 한다.

긍정적 외부효과로는 양봉업자가 꿀을 얻기 위해 벌을 사육하는데 벌이 꿀을 모으는 과정에서 수분(受粉, 종자식물에서 수술의 화분이 암술머리에 옮겨 붙는 일)이 일어나 과일 등 농작물 생산을 늘리고, 여러 식물의 번식을 도와 생태계를 유지시키는 긍정적 영향을 끼친다.

대표적인 부정적 외부효과로는 환경오염 문제가 있다. 자동차를 예를 들면 디젤자동차는 대형 화물이나 버스와 같은 상업용 운송 수단 연료로 많이 이용되는데, 이 자동차가 사람과 화물을 운송하는 과정에서 미세먼지를 촉발하는 환경오염 물질을 배출해 여러사람의 건강에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하는 것과 같다. 미세먼지는 호흡기 질환, 심혈관 질환, 폐암, 뇌 질환 등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킬 수 있는데 이를 치료하는 비용을 화물자동차나 버스를 운전하는 기사나 소속된 회사에서 비용을 치르지 않고 있으며, 정유사나 주유소에도 부과하지 않고 있다. 이러한 추가적 비용이 화물자동차 운송료, 버스요금에 포함되어야 하지만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외부효과는 시장 가격 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다 말할 수 있다.

 

가축분뇨의 처리 그리고 악취문제는 민원이 집중되는 분야다.
가축분뇨의 처리 그리고 악취문제는 민원이 집중되는 분야다.

축산업의 부정적 외부효과

축산업자가 가축을 사육하며 발생시키는 분뇨로 인한 환경문제, 악성가축전염병은 축산업에서 발생시키는 대표적 외부불경제이다. 축산물에 해당 비용이 온전히 부과되었다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축산업이 발생시키는 부정적 외부효과(외부불경제)를 완화하기 위해 정부는 가축분뇨법, 악취방지법, 가축전염병예방법 등의 법률을 만들고, 이를 축산농가들이 지키도록 강제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다시 생각한다면 축산업계가 부정적 외부효과를 완화하기 위해 스스로 노력하지 않았기 때문에 법을 통해 강제적으로 해당 의무를 부여받게 되었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며, 어쩌면 자업자득이라 표현할 수 있다.

방역을 위한 최소한의 시설을 갖추고 최소한의 활동이 법률로 정해지게 되고, 환경 개선을 위한 최소한의 시설과 최소한의 활동이 법률에 명시되게 되는데, 이조차 잘 지키지 않으니 점차 그 수위가 높아지게 되는 것이다.

규제의 강도, 규제의 양은 부정적 외부 효과가 사라질 때까지 증가할 수밖에 없다. 규제하지 않아도 부정적 외부효과가 감소한다면 자연히 규제의 강도와 양도 줄어들게 될 것이다.

이 때문에 사회적 책임이라는 말이 축산업계에서도 회자하게 된 것이다.

즉 정부가 법률로 명시하지 않아도 축산 주변에 거주하는 사람들을 위해 냄새나지 않도록 여러모로 노력하고, 질병 차단을 위한 활동을 철저히 하는 것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이다.

이렇게 스스로 관리하고 노력한다면 중앙정부도, 지자체도 규제가 아니라 지원을 통해 농가들의 활동을 돕게 되는 것이다.

 

축산농가의 재정 기여와 지원의 온도 차

200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농림부와 농촌지역 지방정부는 축산업의 부정적 외부효과를 해결하기 위해 규제가 아니라 농가들이 대응하도록 지원하는 자세를 취해왔다. 그리고 10여년이 지난 지금은 중앙정부나 지방정부 모두 규제와 처벌이라는 스텐스를 취하고 있다.

이렇게 된 이유는 축산농장이 지역 경제나 지방 제정에 기여하는 부분보다 손실이 크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2010년까지 소와 말, 돼지 등을 도축하는 농가는 도축세를 부과 받았는데, 대표적 지방세 중 하나였다. 200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서울시내에도 도축장이 운영되었는데 축산농민이 서울에 세금을 내고 있었다.

도축세가 폐지되기 전인 2008년~2010년 사이 축산농가들은 매년 500억원 정도의 세금을 납부하였는데 이 도축세는 자연스럽게 축산농가를 지원하는 근거가 되었고, 축산관련 핵심 인프라인 도축장이 유지될 수 있는 힘이 되었다.

당연히 지자체에서는 관내에서 사육된 가축이 지역의 도축장에서 처리되기를 희망했고 이를 위해 도축장에 대한 지원도 아끼지 않았다.

산업시설이 별로 없었던 농촌지역의 경우 농민들은 거의 세금을 내지 않았기 때문에 도축세를 납부하는 축산농가는 매우 소중한 존재였다. 냄새로 피해를 주고, 분뇨처리 중 문제가 생겨도 지자체가 나서 해결하려는 노력을 기울였는데, 이 뒤에는 축산농가가 납부하는 도축세라는 세금이 있었다.

농협서울축산물공판장의 지방 이전을 추진하던 당시 여러 지자체가 공판장 유치를 위해 뛰어 들었고 여러 인센티브를 제시하였는데 그 이유가 서울축산물공판장이 거둬 들이는 막대한 도축세 때문이었다. 서울축산물공판장은 소와 돼지 기준가격을 제시하는 대표 도축장이었기 때문에 유치만 하면 40억원 가까운 세수가 확보되게 되어 있었다.

당시 인구수도 얼마 되지 않고, 산업시설도 거의 없는 음성군에 매년 40억원의 세금이 확보된다고 하니 유치전에 뛰어 들게 되었지만 음성에 축산물공판장 건설이 진행되던 와중인 2011년 한미자유무역협정 시행을 앞두고 농가 세부담을 줄여주는 차원에서 도축세는 폐지되게 된다.

도축세 폐지 이후 지자체의 축산업 홀대는 본격화 된다. 도축장은 세금을 대신 수납해 주는 고마운 시설에서 하루아침에 혐오시설로 전락하게 되었고, 각종 질병으로 행정력이 투여되고 많은 비용이 들자 축산농장을 최대한 줄이는 쪽으로 태세가 전환되게 된다.

 

부경양돈농협이 1995년 첫삽을 뜬 김해축산물공판장 건립관련 뉴스다. 부산경남지역 육류 50%을 공급하고 지반세도 15억원을 거둬들인다는 매우 긍정적인 기사다.
부경양돈농협이 1995년 첫삽을 뜬 김해축산물공판장 건립관련 뉴스다. 부산경남지역 육류 50%을 공급하고 지반세도 15억원을 거둬들인다는 매우 긍정적인 기사다.

자치행정 시대 도축세 역할

1995년 1월 3일자 연합뉴스에는 부산 경남지역 축산농가의 숙원사업이 축산물공판장 건설 소식을 전하고 있다. 부산경남양돈조합이 236억원을 들여 4천평 부지에 첨단 도축시설과 급냉터널 등을 갖춘 지상 5층 지하 1층 규모의 축산물공판장을 1996년까지 완공하기로 하고 1월 3일 착공에 들어갔다는 소식이다. 농수산부 축산발전계획에 따라 건립되는 공판장은 하루 소 120마리, 돼지 1500마리를 도축할 수 있고 이 중 소 50마리와 돼지 400마리는 부분육 등으로 가공해 일본으로 수출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해당 공판장이 부산 경남 지역 육류의 50%를 공급할 것이라는 내용과 도축세 15억원이 매년 거둬들여 지방재정에 기여한다는 것이다.

도축장이 지방 재정에 기여하고 지역에 육류를 안정적으로 공급한다는 두가지 명분만으로 도축장 건설은 매우 유용한 인프라로 인식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 다른 도축장 관련 기사를 살펴보자 1996년 6월 7일자 연합뉴스에서는 경북 상주시에서 1급 도축장이 지역내 없어서 관내 축산업자들이 타지역 도축장에 도축을 의뢰하는 불편을 겪고 있고 연간 수억원의 도축비와 도축세가 타지역으로 유출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는 내용이다.

상주시는 상주시내에는 간이도축장만 설치 운영돼 지역내 201개 식육점 가운데 140개만 간이도축장을 이용하고 규모가 큰 61개 업소와 육류 수출업자는 문경, 김천, 고령 등 타지역 1급 도축장을 이용한다는 내용이다. 이로 인해 연간 3억5천여만원의 도축세가 타지역으로 흘러 들어가고 있는 점을 문제 삼고 상주에도 1급 도축시설로 현재 간이도축장을 격상시켜 줄 것을 요구한다는 내용이다.

지자체가 민간 도축시설을 활성화를 위해 발 벗고 나서는 모양새다.

1996년 6월 13일자 연합뉴스는 지방자치시대 1주년을 맞아 각 시군들이 재정자립을 위해 어떻게 활동하고 있는지를 취재 보도했다. 시군지자체는 자체적으로 또는 민간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갖가지 사업을 펼치고 있다고 전하고 있다. 부산은 국제 수준의 컨벤션센터와 호텔 등을 유치하고 관광자원 개발을 위한 부산관공개발(주)을 설립했고, 골프장을 짓고, 바닷가에 대규모 회타운을 조성하는가 하면, 의정부시는 대규모 복합상가를 건설해 1층은 동사무소로 이용하고 나머지는 상가로 만들어 분양 수익금과 임대 수익을 올릴 계획을 추진한다는 내용이다. 강원도 고성군은 화진포해수욕장에 상가를 건설해 임대수익을 올리는 등 갖가지 사업모델이 지방자치화가 되면서 벌어지고 있다.

이 기사에서 눈여겨 볼 사례는 안성시로 전국 최대 축산지역 중 경기도 안성군은 민간업체와 컨소시엄을 형성해 183억원을 들여 도축 가공 등 축산물 종합처리장인 안성축산진흥공사를 설립했다. 안성LPC가 완공되면 지방세와 도축세 등 연간 27억원의 세수 확보를 기대한다는 내용이다.

비슷한 시기인 1996년 7월 11일 연합뉴스에는 목표시에 도축장이 건설된다는 뉴스가 보도됐다. 이전에 목포축협이 1994년까지 18년간 운영했던 도축장이 경영난으로 문을 닫자 관내 농가들이 40km나 떨어진 함평과 강진까지 도축을 하러가는 불편을 겪었다고 소개하고 목포시에 사는 김영재씨가 27.5억원을 들여 도축장을 건립하기로 하고 7월 7일에 전남도 허가를 받아 공사에 착수했다는 내용이다. 목포시도 새롭게 건설 중인 도축장에 거는 기대가 나왔는데 도축장이 건설되면 2억원의 도축세를 징수할 수 있어 열악한 시 재정 확충에 도움이 될 것으로 개대한다는 내용이다.

지방자치시대가 1995년 지방선거와 함께 시작됐고 많은 시군들이 도축장 건설을 통해 지방재정 확충을 하기 위한 노력에 들어갔음을 알 수 있다.

당연히 도축장 만으로는 도축두수를 유지할 수 없으니 축산농가를 지원해 관내 가축사육마릿수를 늘리는 등의 후속조치도 이뤄지게 된다.

 

40억원 규모의 도축세를 기대하고 농협가락축산물공판장을 유치한 음성군은 2011년 개장과 함께 도축세가 폐지되면서 곤랂산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
40억원 규모의 도축세를 기대하고 농협가락축산물공판장을 유치한 음성군은 2011년 개장과 함께 도축세가 폐지되면서 곤랂산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

 

도축세 폐지 움직임 지자체들 강력 반대

도축세 폐지 움직임은 2000년대 초반 시도된다.

2003년 허태열 의원(한나라당)을 비롯한 국회의원 19명이 의원입법을 통해 도축세 폐지를 골자로 하는 지방세법 개정안을 6월 12일 발의한다. 관련 사실이 알려지자 행정자치부(현 행정안전부)와 전국 16개 시도가 반대하고 나섰다.

허태열 의원은 ‘도축세는 우리나라만 징수하고 있고 지방세중 비중이 미미한데다 축산물 수입개방, 구제역과 돼지콜레라 발병 등으로 축산업계가 어려움에 빠져 있다며 침체 국면에 빠져든 축산업을 활성화 시키기 위해 도축세 폐지 등을 통해 도와야 한다며 법안 발의 이유를 들었다.

하지만 16개 시도와 행자부는 법안을 수용하기 곤란하다는 의견을 국회에 통보하였다. 특히 지자체들은 “도축으로 인한 수질오염 방지와 방역 활동 등에 소요될 재정수요를 감안할 때 도축세가 필요하고 폐지될 경우 시군에서 도축장을 관내에 존치시킬 명분이 없어 주민들로부터 혐오시설 이전 요구에 직면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2002년 기준 도축세는 경기 96억원, 경남 54억7천만원, 충북 48억5천만원, 서울 38억9천만원 등 전국적으로 101개 시.군.구에서 488억원이 징수됐으며 지방세 31조5천257억원으의 0.16%를 차지해 적은 금액으로 보이지만 경남 창년군은 도축세가 9억원으로 군세의 7%를 차지하고, 김해시도 3%에 육박하는 등 재정여건이 열악한 시군의 주요 재원으로 활용되고 있다.

도축세 폐지가 실제로 정부 차원에서 추진된 2007년 지방정부의 도축세 폐지 반대는 더욱 강렬했다. 서울에 있던 독산동, 마장동 도축장에 이어 가락동 농수산물시장 안에 있던 도축장도 주민들 등살에 못이겨 폐쇄되는 운명을 맞았다. 대전광역시 오정축산물도매시장은 2006년 12월 29일 폐쇄되었고, 최근에는 대구 축산물도매시장(신흥산업)이 폐쇄를 눈앞에 두고 있다.

서울 가락동에 있던 농협축산물공판장을 유치한 음성군은 2007년 5월 정부가 한미FTA 타결에 따른 축산업 지원 대책으로 도축세 폐지 카드를 만지작 거리자 전국 90개 광역·기초 지방자치단체와 연대해 도축세 폐지 반대운동을 벌이는 등 강력 반발했다.

당시 음성군은 축산물 공판장 유치로 50여억원의 도축세로 지방세수 확대와 지역경제 활성화를 기대를 모았지만 2011년 도축장 운영이 시작된 당해 도축세가 폐지되면서 당초의 구상처럼 되지 못했다.

 

부경양돈 도축장 건설을 반대한 김해 주촌면 주민들의 반대 시위.
부경양돈 도축장 건설을 반대한 김해 주촌면 주민들의 반대 시위.

2010년대 도축장 등 축산인프라 주민 반대 직면

국내 도축장은 1990년대 시장개방에 대응해 현대화된 도축장이 속속 건설되었다. 정부의 지원이 있었고 또 대규모 도축장이 들어서면 도축세도 들어오니 많은 지역에서 도축장 유치에 나섰다. 그렇게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대규모 도축장이 건설되었지만 시간이 시간이 흐르면서 도축장들은 노후화됐고, 개보수를 넘어 도축장을 재건축해야 하는 상황까지 맞이하게 됐다. 그도 그럴것이 1990년대 지어진 도축장들의 경우 3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기 때문이다.

당시 도축장 건설 당시에는 주거지와 멀찍이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었지만 일부 지역은 주변이 개발되면서 민원에 시달리는 곳도 한두곳이 아니었다.

여기에 도축장 구조조정 사업까지 함께 진행되면서 중소규모의 도축장 여러곳을 하나의 도축장으로 통합한다거나, 너무 노후돼 신축이 필요하거나, 도축장 주변 개발로 이전 압박을 받거나, 가축사육두수 증가로 새로운 도축장이 필요하기도 하는 등 여러 이유로 2010년대 들어 도축장 건설 붐이 일어난다.

특히 도시에 위치한 도축장들은 주민 민원에 거의 내쫓기다 시피 이전을 해야만 했다. 대표적인 도축장이 서울 가락동에 있는 서울축산물공판장이며 2000년대 내내 아파트 주민들의 민원에 시설 개보수도 할 수 없을 정도였다. 최근 대구시가 도축장 폐지 절차에 들어간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안성 양성면에 도축장 건설을 추진 중인 하림그룹과 안성 주민들간의 갈등은 수년째 이어지고 있다.
안성 양성면에 도축장 건설을 추진 중인 하림그룹과 안성 주민들간의 갈등은 수년째 이어지고 있다.

하림그룹 계열사인 선진도 십수년 전부터 안성에 도축장 건설을 추진 중에 있지만 주민 반대에 부딪혀 한걸음도 나가지 못하고 있고, 현재 준공되어 가동되고 있는 대전충남 양돈농협의 축산물유통센터도 2015년 주민들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힌바 있고, 김해시 주촌면 부경양돈농협의 김해축산물종합유통센터도 2017년 주민들이 강렬히 반대하며 건립반대 위원회까지 결성해 대응하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현재 고창에 신규 공장 건설을 추진 중인 동우팜투테이블도 지역 주민들의 반대에 직면해 있고 2016년 충주 그리고 2018년 상주에서는 염소도축장 신설 반대에 부딪히기도 했다.

경기도 김포시 풍무동에 위치한 도축장 우석식품은 혐오시설이라는 이유로 이전 압박을 받아왔지만 마땅한 이전지를 찾지 못했다. 이전을 하려는 곳 마다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혔기 때문인데 지자체장을 뽑는 선거 때마다 후보들은 우석식품 이전 공약이 단골메뉴처럼 올라오기도 했다. 결국 우석식품은 2020년 도축업을 포기하면서 시민들의 민원도 사라지게 된다.

1990년대~2000년대 앞선 기사에서는 지역 경제활성화와 지방세수 확대라는 기대감 속에 지자체가 나서 도축장을 유치하고 또 지원을 아끼지 않았는데 이러한 분위기는 도축세 폐지와 함께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과거 도축시설은 도축세를 비롯한 각종 세금을 내는 지방세수 확대에 고마운 존재였으나 지금은 오염물과 악취만 풍기는 대표적 혐오시설로 인식되면서 있는 도축장도 이전 압박에 시달리고 신규 도축장들은 인허가 조건을 모두 갖췄음에도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갈등 해결에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도축시설만 환영받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같은 시기 축산농장의 신설도 주민들의 거센 민원에 신규 건립이 어려워진 때도 도축세 폐지된 2010년대 들어서이다.

축산농장은 주민들의 민원이 거세지면서 사육제한 구역 설정에 지방의회가 적극 나서면서 점점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도축장 존치할 수 있었던 명분 ‘도축세’

도축세의 부활을 이야기 하려고 도축세와 축산여건 변화를 연결해 이야기 하는 것은 아니다.

축산업계의 사회적 책임이 많이 회자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가장 확실한 방법은 무엇일까 고민해 보았는데 세금 납부 만큼 확실한 것이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축산업계는 자조금을 활용해 지역에서 많은 나눔 사업을 하고 있다. 한우고기와 돼지고기, 계란 등을 어려운 이웃에게 전달해 달라고 지자체에 기탁하고, 각종 사회복지단체에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이러한 나눔도 분명 축산업계가 감당해야 하는 모습 중 하나이지만 지역에 뿌리밖고 사업을 하는 축산업계와 도축업계가 가장 확실히 사회에 기여하는 활동 중 하나가 조세부담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지방자치가 1995년 시작된 이후 지방정부들은 세원 발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주민들에게 각종 행정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재원 조달 방법 또한 마련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축산농장, 축산물처리시설인 도축장은 지역에서 혐오시설로 낙인 찍힌지 오래다. 축산업은 분뇨와 냄새 등 환경오염 물질을 지역에 배출하고, 가축질병 때문에 행정 수요는 매우 큼에도 불구하고 기여하는바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경종농업 종사자들도 세금을 내지 않는 것은 비슷하지만, 투표에 의해 선출되는 정치인들 입장에서는 그 수가 절대적으로 많은 경종농가의 민원에 더 귀기울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과거 축산농가를 위해 사용되었던 지방정부의 재원은 도축세에 기반을 두었다. 2003년 도축세 폐지가 추진되던 때 16개 시도는 도축세가 폐지되면 도축장을 지역에 존치시킬 명분이 사라진다고 했는데, 당시 도축세 폐지 반대 투쟁에 나섰던 지자체들의 예상대로 되고 말았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대구축산물도매시장은 유일한 지자체 소유 도축시설이라고 밝히고 특정업체가 시설투자 없이 53년간 대행이라는 이름으로 독점 운영하고 있다며 도축장 폐쇄 이유를 들었다. 그리고 시설투자 없이 지난 50년간 70억원이 넘는 돈을 벌어갔다고 지적했다.

홍시장의 지적은 말은 반은 맞는 말이고 반은 틀린 말로 대구시가 도축장을 건설해 운영하면서 1981년부터 2011년까지 도축세로 242억5198만원을 거둬들였다. 대구시도 도축장 운영을 통해 얻은 것이 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이후 2011년부터 13년간 도축장 운영을 통해 벌어들인 수익은 없었다. 만약 도축세가 존치되어 있었다면, 대구축산물도매시장의 문을 닫기 보다는 대구 달성이나 군위쪽으로 이전을 추진했을 수도 있었다.

 

홍준표 대구시장의 도축장 폐쇄 명분으로 53년 독점 카르텔을 깨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홍준표 대구시장의 도축장 폐쇄 명분으로 53년 독점 카르텔을 깨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도축세 부활 추진

충북도는 2017년 1월 방역 명목의 도축세 부활을 정부에 공식 건의했고, 충북도의 취지에 공감하는 지자체가 많아지자 2017년 3월 농림축산식품부는 축산농가로부터 일정 비율의 세금을 ‘가축방역세’로 걷어 가축질병이 발생했을 때 살처분 매몰 비용, 보상금 등 방역 재원으로 활용하는 것에 대한 검토에 들어갔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시종 지사의 건의 이전에 방역세 도입 효과 등에 대한 연구용역을 실시하는 등 반복되는 가축질병으로 인한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방역세 신설을 추진한다. 당시 농촌경제연구원은 소와 돼지, 육계는 물론 오리와 계란, 우유에까지 1%의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 등을 제시했고 이렇게 조성된 재원으로 방역과 축산농가 지원을 위한 목적세로 사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당시 축산단체가 강력히 반발했고 기획재정부도 새로운 세금을 신설하는 것에 대해 부담을 느끼면서 도입이 좌절되는 듯했지만 충북도는 2021년 도내 국회의원들과 협의해 가칭 ‘도축시설 지역자원시설세’ 법안 발의를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전 도축세와 농식품부와 충북도가 추진한 세금의 차이는 소와 돼지에 한정됐던 것을 축산 전품목으로 확대하는 것과 일반회계로 편입됐던 것을 축산업 지원과 방역에 한정하는 도 목적세로 하자는 것이었다.

축산단체의 강력한 반대 그리고 충북도지사가 바뀌면서 더 이상 논의에 불을 지피지 못하고 있지만, 현 상황을 종합적으로 살펴볼 필요는 있어 보인다.

충북도는 국내 최대 규모의 도축시설인 농협음성축산물공판장을 필두로 팜스토리한냉, 팜스코, 박달재LPC 등 포유류 도축장 뿐만 아니라 체리부로, 주원산오리, 모란식품 등 가금류 도축장까지 전국에서 가장 많은 도축장이 밀집해 있다. 축산인프라가 밀집해 있다 보니 전국 각지에서 도축을 위해 충북으로 가축이 몰려 들고 이 때문에 방역에 많은 재정이 투입되는 현실은 무시할 수 없는 사실이다.

충북도 입장에서는 늘어나는 방역 부담으로 인해 인력운영, 각종 비용이 눈덩이처럼 늘어나는 현실을 이해 못할 것도 아니다.

 

이시종 충북지사는 재임시절 반복되는 가축질병에 대응하기 위해 방역 목적의 도축세를 신설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입법활동을 펼치기도 했다.
이시종 충북지사는 재임시절 반복되는 가축질병에 대응하기 위해 방역 목적의 도축세를 신설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입법활동을 펼치기도 했다.

소결

한가지 조심스럽게 살펴볼 것은 축산 자조금이다. 과거 도축세 수납을 대행했던 도축장들은 현재 자조금 수납을 대행해 주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도축세 대상이 아니었던 가금류의 경우 자조금이 잘 거출되지 못하고 있고, 도축세 품목이었던 소와 돼지는 자조금이 활성화되어 있다.

2010년 도축세는 소는 마리당 약 3만2000원, 돼지는 2000원을 납부했다.

한우는 자조금으로 마리당 2만원, 돼지는 1100원을 납부하고 있다. 모두 과거 도축세보다는 낮은 금액이다.

정부는 지난해 자조금 개편방안으로 현행 소비촉진을 위해서만 사용하는 자조금 용도를 방역 등으로 확대하고 자조금 거출금액도 상향하자는 안을 제시했다. 사실상 자조금의 도축세화 하자는 것이 정부의 계획이었다. 축산단체의 강력한 반발에 정부는 물러났지만, 이러한 시도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도축세는 과거 소와 돼지 농가 그리고 포유류 도축장이 지자체와 하나의 몸처럼 묶어주는 역할을 했다. 도축세가 있었기에 혐오 시설인 도축장을 자자체들이 유치하고 지원을 아끼지 않았고, 가축질병과 악취 등으로 인한 민원이 끊이지 않았지만 관내 도축장에서 소와 돼지가 최대한 많이 도축되도록 관내 축산농가를 지원할 명분이 있었다. 도축세는 축산업과 지방정부가 한배에 타고 있는 것과 같이 행동하게 한 것이다.

축산업 경쟁력을 갖도록 하기 위한다는 명분으로 도축세가 2011년 폐지 되어 축산농가의 소득은 증가했지만, 이로 인해 축산업과 지자체와의 밀월관계도 끝이 났으니 축산업계가 지방정부, 중앙정부와 다시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는 묘안을 생각해 낼 필요는 있다.

*이 기사는 농장에서 식탁까지 1~2월호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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