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도약 위한 돌파구 찾아 나선 국내 유업계
재도약 위한 돌파구 찾아 나선 국내 유업계
  • 김지연 기자
  • 승인 2024.02.29 10:25
  • 호수 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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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고령화로 생존 전략 변경
변화에 발맞춰 단백질 음료 등 사업 다각화
분유사업 축소… 중장년층 타깃사업 확대
디저트 및 실버푸드 사업 확장 등 새먹거리 집중

[팜인사이트=김지연 기자] 지난해 유업계는 출산율의 가파른 하락세와 경영환경 악화 등 연이은 악재가 이어지면서 수난시대를 겪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기에 △소비트렌드 변화 △우유대체음료 시장 확대 △수입유제품 소비 증가 등으로 시유소비량이 매년 감소하고 있는 추세다.

이에 따라 낙농업계에서는 소비부진을 극복하기 위해 특색있는 제품을 원하는 소비자를 위한 제품 출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 수난시대를 지나 올해 낙농업계는 격변의 시기를 맞았다.

유업체들은 제각각 새브랜드로 재도약을 준비 중이며 프리미엄 및 고급화 시장도 새롭게 열리고 있다.

◈ 중장년층 및 고령층 겨냥한 제품 출시 주력

국내 우유 소비는 정체해 있지만 유제품 소비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 소비되는 유제품 대부분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수입제품이고 사료가격, 인건비 등 생산비 급등으로 낙농가를 비롯한 산업체 전반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올해 낙농 및 유가공업계는 당면 문제를 해결하고자 사업 다각화에 나설 전망이다. 먼저 저출산이 장기화됨에 따라 체질 개선에 힘쓰고 있다. 주 소비층인 어린이를 넘어 중장년층까지 주요 타깃으로 삼는 분위기다.

지난해 12월 27일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지난해 10월 출생아 수는 지난해 동월대비 8.4% 감소한 1만8904명으로 집계됐다. 지난 8월 기준으로 출생아 수가 2만명 아래로 떨어진 건 1981년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이후 처음있는 일이다.

 

지난 4월부터 5개월 연속 월별 출생아 수가 2만명을 밑돌며 저출산 기조가 점차 심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따라 유업계의 생존전략도 바뀌고 있다. 유업계의 첫 번째 생존전략은 바로 주 고객층인 어린이를 넘어 성인, 더 나아가 60세 이상 고령층을 겨냥하는 제품을 출시하는 것이다.

 

출산율이 급격하게 줄어드는 대신, 의학 발전 등으로 인한 기대 수명도 크게 증가하며 고령 인구가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고령 인구 비율은 18.4%로 이 추세가 지속된다면 고령 인구 비율은 2050년 43.9%에 육박할 전망이다.

이렇듯 국내에서 우유 및 분유사업의 구조적 성장 한계는 이미 예견됐던 내용인 만큼, 올해부터 유업체들은 사업다각화로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기 위해 실질적인 행동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1월 남양유업은 일찌감치 유산균발효유청단백질로 만든 건강기능식품 ‘테이크핏 케어’를 출시하기도 했다. 근육량과 근육 기능 저하가 빨라지는 ‘근감소증’에 취약한 50-60세대 소비자를 고려해 설계된 제품으로, 9가지 필수 아미노산이 포함된 100% 완전 단백질로 만들어졌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바쁜 일상 속에서 단백질 등 균형 잡힌 영양공급이 부족한 사람들에게 근육 건강에 필요한 단백질 섭취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제품을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매일유업 역시 지난 2018년 고령층을 겨냥한 단백질 강화 영양식 브랜드 ‘셀렉스’를 출시하며 일찌감치 해당 시장 공략에 나섰다.

출시 이듬해 매출 250억원을 기록한 셀렉스는, 2020년엔 단숨에 매출 규모를 두배로 불렸다. 셀렉스의 누적 매출은 지난 2022년 말 기준 3100억원을 돌파했다.

 

매일유업의 셀렉스 코어프로틴 락토프리 제품.
매일유업의 셀렉스 코어프로틴 락토프리 제품.

서울우유협동조합도 지난해 단백질을 다량 함유한 신제품을 내놓은 바 있다. 지난해 6월 고함량 단백질 흰우유인 ‘프로틴 우유’를 출시한 데 이어, 10월 단백질 보충제 ‘프로틴에너지’ 2종을 공개한 바 있다.

◈ 단백질, 식물성 음료 등 신사업 전개 도모

또한 국내 유업계는 저출산 심화에 주력인 분유사업을 축소하는 한편, 케어 푸드 등 신사업 전개를 도모하고 있다.

단백질・식물성 등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한 헬스케어 신사업에 매진하는 분위기다.

이 사업에 앞선 유업체는 매일유업으로 지난해 상반기부터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한 단백질·식물성 음료 제품군을 출시하는 등 사업 다각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저출산에 영유아 인구가 급격히 줄자 시장 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중장년층 헬스케어 시장에서 특히 각광을 받고 있다는 게 사측 설명이다.

특히 매일유업은 식물성·단백질 음료 등 신사업 매출이 2018년 상반기 1118억원에서 올 상반기 3498억원으로 5년 만에 무려 두 배 이상 늘었다. 이 기간 영업이익도 33억원에서 76억원으로 130%가량 성장했다. 식물성 음료의 경우 아몬드나 귀리 등의 식물성 원료가 첨가돼 50대 이상 중장년층이 주고객층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국내 식물성 대체유 시장이 2025년이면 조 단위 시대를 맞을 것으로 예상된 가운데, 매일유업은 이러한 시장 흐름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2021년 출시한 ‘어메이징 오트’로 일찌감치 시장 진입에 나섰다. 어메이징 오트는 스타벅스 등 유명 커피 프랜차이즈에서 커피 제조 용도 등으로 쓰이고 있다.

 

매일유업이 출시한 식물성 대체유 ‘어메이징 오트’
매일유업이 출시한 식물성 대체유 ‘어메이징 오트’

국내 유업계의 양대 축인 일동후디스도 단백질 음료로 시장 개척에 나선 상황이다. 2020년 2월 중장년층을 정조준한 ‘하이뮨’ 라인업을 내놓으며 단백질 보충제 시장에서 빠른 성장세를 보인 끝에 업계 톱에 올라섰다.

일동후디스의 하이뮨은 출시 첫 해부터 300억원대의 실적을 내며 순항했다. 그 이듬해에는 폭발적 성장을 보인 끝에 누적 기준 매출액 1300억원을 달성하며 단백질 음료 시장에서 매출 1위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일동후디스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 하이뮨의 총 매출액은 4000억원을 상회한다.

 

일동후디스 하이뮨 제품군.
일동후디스 하이뮨 제품군.

이는 분유사업으로 유업계에 착근한 일동후디스가 기민한 사업 다각화로 저출산 리스크에 대응한 것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일동후디스 관계자는 “40·50세대 최대 관심사인 근감소증과 면역 등 건강 이슈를 파고든다는 게 영업 전략이었다”며 “중장년층이 주로 접하는 홈쇼핑을 시작으로 이커머스 등 각종 온오프라인 채널에 이르는 광역 홍보 채널을 활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남양유업도 단백질 음료를 비롯해 사업 다각화에 나서고 있다.

남양유업은 지난 2022년 3월 독일 제약회사 ‘프레지니우스카비사’와 프리미엄 환자 영양식 대표 브랜드 ‘프레주빈’의 유통 판매계약을 체결하고,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이어 식물성 음료 라인업도 강화하고 있다. 지난 2022년 9월 100% 캘리포니아산 리얼 아몬드를 담은 ‘아몬드데이’를 선보였고, 이어 귀리를 사용한 식물성 음료 ‘오테이스티’를 출시했다. 이밖에 학교 우유급식 납품, 카페 경로 우유 납품에 이어 파트너사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제조업자개발생산(ODM) 제품 생산까지, 기존 B2B 경로 확대를 통해 매출 증대를 추진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남양유업은 단백질 음료, 플랜트 밀크, 건강기능성식품 시장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2026년 수입우유 완전 개방… 국산우유 경쟁력 확보해야

제품의 다양화와 품질경쟁력을 위해 프리미엄 및 고급화 전략도 고개를 들고 있다.

최근 유업체들이 우유 고급화에 적극 나서는 이유는 국산 우유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오는 2026년이면 미국과 유럽산 유제품 관세가 0%가 된다.

저렴한 외국산 우유가 무관세로 들어오면 비교적 가격대가 높은 국산 우유의 경쟁력이 빠르게 저하될 수 있다. 이미 외국산 우유 수입량은 꾸준히 늘고 있는 추세다.

외국산 수입 우유 공세로 유업계 위기감이 고조되자 업체들도 고급화 전략으로 사업방향을 전환하고 있는 모습이다. 가격대는 비교적 높지만 기능과 품질을 극대화한 프리미엄 제품으로 고객층을 넓히기 위한 포석인 셈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프리미엄 우유는 약화되는 우유 시장의 자구책”이라며 “아직은 시장 초기 단계이지만 달라지는 남양유업, 새로 뛰어드는 업체들로 우유 시장은 판이 복잡하게 변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프리미엄 우유 시장 선발주자인 유한건강생활은 지난 2019년 호주산 A2 우유를 들여온 후 출시 4년만에 누적 판매량 300만개 선을 넘어섰다. 최근 국내서도 생산이 가능해지면서 A2 우유 시장에 참여한 연세유업 관련 상품이 품절 사태를 겪기도 했다.

연세우유 역시 지난해 10월 ‘세브란스 전용목장 A2단백 우유’를 새롭게 선보였고 서울우유협동조합도 올해 상반기 ‘A2우유’ 출시를 준비 중이다. 지난해 9월 관련 상표권 등록을 마쳤다. 서울우유협동조합이 등록한 A2우유 제품 상표는 △서울우유 A2+ △서울우유 ABC우유 △서울우유 A2 milk △서울우유 A2플러스 등 4건이다.

A2 우유는 모유와 흡사한 단백질 구조를 가지고 있어 일반 우유 대비 소화 흡수율이 좋은 것이 장점이다. 국내 시판되는 우유 대부분은 A1우유 또는 A1우유와 A2우유가 혼용된 제품이다. A2우유는 이 중 A2유전자를 보유한 젖소를 선별해 얻은 원유로 만든 것으로 젖소 품종 확보 및 관리 등이 요구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단백질을 보강한 고급우유도 시장에 속속 등장했다. 매일유업은 지난해 2월 ‘소화가 잘 되는 우유 단백질’을 출시했다. 1.5배의 원유를 농축해 단백질은 강화하고 유당은 걸러낸 점이 특징이다.

남양유업도 지난해 5월 ‘맛있는 단백질우유’를 선보였다. 근감소증을 고려한 사코밸런스 복합물을 배합하고 유산균 발효유청·저분자 가수분해 단백질을 사용한 제품이다.

◈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떠오른 ‘디저트사업’

한편 유업계는 디저트 사업으로도 눈을 돌리고 있다.

유제품 소비 자체는 줄고 원가 부담은 높아지면서 디저트류가 신사업으로 떠오른 것이다. 앞서 CU 연세우유크림빵이 히트를 치면서 효자 상품으로 자리 잡은 것도 영향을 미쳤다.

남양유업은 지난해 8월 ‘초코에몽 생크림빵’과 ‘밀크에몽 생크림빵’을 출시했다. 매일유업은 지난해 4월 편의점 CU와 손잡고 ‘매일우유 크림빵’을 새롭게 선보였다.

서울우유는 국산 우유를 활용한 디저트 부문을 신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국산 원유를 활용한 프리미엄 아이스크림과 100% 국산 치즈를 원료로 활용한 미니피자, 브리또, 크림떡 등 다양한 제품을 선보였다. 지난 2020년에 출시한 아이스크림 제품은 누적판매량 800만개를 돌파했고 지난 2022년 12월경부터 쿠팡에서 ‘후앙 서울우유 우유생크림빵’을 판매하고 있다.

 

후앙 서울우유 우유생크림빵 모습.
후앙 서울우유 우유생크림빵 모습.

커피 프랜차이즈 공급 시장도 새로운 격전지다. 커피 전문점들은 주로 연말에 유업체별 납품 단가를 확인한 뒤 입찰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재계약을 맺는다.

매일유업은 식물성 음료시장 성장세에 따라 커피 전문점을 상대로도 오트 제품 납품까지 공략 중이며, 서울우유는 커피 전문점에서 요구하는 지방율에 맞춰 우유를 생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양유업도 카페 납품, 학교 우유급식 납품 등 B2B 경로 확대를 통해 매출 증대를 추진하고 있다.

유업계 관계자는 “우유 소비 정체와 경쟁 심화로 사업 다각화 없이는 시장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며 “생존을 위해 유제품 사업 외에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수 있는 미래 먹거리인 디저트 발굴에 사활을 걸고 있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농장에서 식탁까지 1~2월호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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