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인터뷰] 정근수 대한산란계협회 감사
[현장인터뷰] 정근수 대한산란계협회 감사
  • 김재민 기자
  • 승인 2024.03.12 12: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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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협회 출범 이후 양계산업 활력 높아져
포천 가온 농장, 다한영농 대표로 국내산란계 산업 이끌어
사육면적 조정, 계란 수입 환경 조성 우려

[팜인사이트=김재민 기자] 대한산란계협회 정근수 감사는 2세대 산란계 사육 농가다. 국내 축산업은 1980년대 이후 본격 시작돼 1980년대 축산업을 시작한 이들이 많지만 가장 먼저 산업화된 양계산업은 1960~1970년대 창업한 농가들이 많다.

별다른 기술도 시설도 없던 시절 양계업에 뛰어드신 부친의 농장은 경기 하남에 있었고 이후 광주 곤지암에 제2농장 건설했고, 하남지역이 도시화되면서 광주 곤지암농장을 조금씩 성장시켜 포천으로 이전, 지금에 이르고 있다.

정 감사는 대학졸업 후인 1989년부터 본격적으로 양계업에 뛰어들었고 비슷한 시기 농장을 이어받은 광주지역 2세 양계인들이 의기투합해 조합을 꾸려 지금에 이르고 있다. 주변 개발과 오래된 계사로는 더 이상 한계를 느꼈고, 이전이냐 폐업이냐 기로에서 고민하다 과감하게 양계업을 천직으로 생각하고 투자를 결심했다. 그렇게 이전부지를 물색했고, 포천시 현 부지를 만나게 됐다. 1년간의 공사 끝에 2014년부터 입식해 지금에 이르고 있다. 2023년 다한영농조합 대표라는 중책까지 맡게 된 정근수 감사로부터 양계산업 현안과 발전 방안에 대한 그의 생각을 들어봤다.

 

농장에서 차단방역에 대해 신경쓰고 있는 부분은 무엇인가.

바이러스는 농가가 방역을 열심히 한다고 해서 막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세균성 질병이야 노력하면 얼마든지 막을 수 있지만, 우리가 코로나 19 바이러스를 겪어봤다시피 원천 차단은 싶지 않다.

단순히 규칙을 지키지 않았다고 해서 걸렸다고 할 수 있나. 명확하지 않은 것을 가지고 모든 책임을 농가들에게 전가하는 현행 방역 정책은 문제가 있다.

마음 놓고 안정적으로 농장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해가 갈수록 지켜야 할 것은 늘어나고 그에 따라 시설도 보완되고 있지만, 질병은 근절되지 않고 있다.

지금 우리 산란계 산업에서 검토해야 할 것은 백신 도입이다. 농가들이 오래전부터 백신 도입을 요구했지만, 인수공통전염병이어서 그런지 총대를 메고 백신도입을 추진하겠다는 공무원이 나오고 있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미국은 벌써 6~7년 전부터 AI로 골머리를 썩고 있고, 유럽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일본도 2022~2023년 계란 수급 어려움을 겪을 정도로, AI 때문에 어려워서 그런지 전부 백신도입을 위한 검토에 들어갔다.

뉴캐슬병과 AI는 국가가 관리해야 하는 질병이다. 농가에게 복잡한 규칙을 지키기만 강요하고 그에 따라 페널티를 주는 방식의 방역 정책은 국가가 책임지는 모습이 아니다.

 

포천에 위치한 가온농장 전경, 철저한 차단방역과 최신시설로 우수한 계란을 생산한다.
포천에 위치한 가온농장 전경, 철저한 차단방역과 최신시설로 우수한 계란을 생산한다.

AI방역 정책의 개선점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방역 수칙을 고도화한다고는 하지만 지금까지 계속 허점이 많았다. 계란값이 한판에 1만원을 넘어섰던 때가 있었다. 엄청난 수의 닭이 살처분 됐는데, 당시 이유를 살펴보니 농가들은 이동을 못하도록 막아 놓고, 살처분을 담당했던 인력들이 이 농장 저 농장을 드나들고 있었다.

농가들이 방역수칙을 지키지 않아 수평전파 된줄 알았고, 나중에는 공기를 통해 전파됐다는 말까지 나왔는데, 알고 봤더니 살처분인력 등 방역을 담당했던 인력에 대한 관리가 전혀 안됐던 거다.

한때는 일본, 미국 같은 나라는 AI가 발병하지 않는데, 우리나라만 발병하는 것처럼 내몰리기도 했다. 지금은 미국도, 일본도 어느 나라든 다발병할 수 있다는 거고 인재로 몰고 갈 문제가 아니라는 게 판명되고 있다.

정부의 방역수칙이 소독시설이 거점소독시설 수준으로 강화됐다. 저 또한 전문가 컨설팅을 받고 나서 방역 개념을 알게 되어 동선이나 울타리 등 여러 가지를 개선할 수 있었다.

사실 2010년대 초반에 이런 부분들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와 함께 정확한 매뉴얼이 만들어 졌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AI와 관련한 계란값 안정대책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차분히 닭을 사육하고 계란을 출하해서 안정적인 소득을 올리는 쪽으로 노력을 해야 하는데, AI가 크게 확산하면 계란값이 폭등해서 한몫 챙기는 분들이 나오게 된다. 계란 가격을 많이 받겠다는 생각으로만 움직이니 양계장 운영은 뒷전으로 밀리고, 어떤 질병이 확산된다고 하면 계란 값이 오르지 않을까 기대하는 심리가 업계 전반에 깔려 있다고 본다. 어떤 지역에서는 겨울철 AI를 대비해 피크기를 그때로 맞춰 키우기도 한다. 그러다가 AI가 잠잠하면 가격이 폭락해 난리가 나기도 한다. 이러면 산업이 정상적인 발전을 할 수가 없다고 본다.

계란 가격이 높은 것은 좋을 수도 있지만 지속적이지 못하다. 가공용 원료란 시장이 전체의 30% 정도 되는데, 가격이 이렇게 변동폭이 심하면 업체들이 수입란으로 눈을 돌리기도 한다.

 

정근수 감사는 사육면적 조정 방침으로 계란 수입이 늘어날 것을 우려했다.
정근수 감사는 사육면적 조정 방침으로 계란 수입이 늘어날 것을 우려했다.

방역과 함께 산란계 농가들이 넘어야 할 산들이 많이 있다.

우리 산란계산업도 그렇고 축산업이 성장기가 지났다. 인허가도 잘 안 나오고 그러다 보니 여러 규제들이 계속 만들어지는데, 우리 산란계쪽에서는 동물복지 문제가 화두다. 사육면적도 동물복지와 연관된 것으로 넘어야 할 문제인데, 쉽지는 않다. 사실 농약 잔류 문제에서 촉발된 이 문제는 엉뚱하게 닭 사육면적과 산란일자 표기 등 비본질적인 면으로 흘러버렸고 당시 협회가 잘 대응하지 못하면서 이 지경까지 왔다고 본다.

현재 전문협회 산란계협회는 총회에서 사육면적 조정 시행에 공식적으로 반대하고 관련법 개정 요구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사육면적 조정은 현재의 시설에 닭을 70%만 키우라는 이야기다. 계란 생산량은 정해져 있다. 시설숫자와 사육규모만 보면 그렇지 않은가. 현재 사육시설은 가장 경제적으로 계란을 생산할 수 있도록 최적화돼 있다. 그런데 이 최적화된 시설에서 닭을 70%만 입식해 생산하라고 하면 단순히 계란 생산량만 줄어드는 게 아니다.

각종 비용이 전부 올라갈 수밖에 없다. 70원에 생산할 수 있는 계란을 100원에 생산하라는 이야기다. 지금까지 우리 농가들은 생산비를 낮추는 쪽으로 노력해 왔다. 생산규모도 늘리고 각종 기술도 도입해 시설도 첨단화했다. 그래서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계란 가격에 큰 변

화가 없고 외국 계란이 들어오지도 못한다.

몇 해 전 AI로 계란가격이 한판에 1만원을 돌파했는데도 수입 계란을 정부가 엄청난 보조금을 풀어 겨우 들여왔다.

그런데, 이제 정부가 나서 생산성을 떨어뜨리고 비용을 증가시키는 일을 하고 있으니 자칫 외국 계란이 국내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다.

비용도 그렇고 물가도 문제지만 우리 입장에서는 이 사업장을 만드는데 투자한 돈이 크다.

저 또한 2013년에 대규모 투자로 그때의 기준에 따라 허가를 받고 농장을 신축했다. 그런데 잘 운영하고 있는데 강제로 조금만 생산하라는 건 말이 안된다. 정부가 꼭 그렇게 해야겠다면 정부가 손실에 대해 보상을 해주어야 한다.

정부가 생산량 감소, 사육시설 가동률 감소에 따른 손실을 해주는게 논리적으로 맞다.

산란계협회도 최후에는 법률적으로 대응을 해야 한다고 본다.

 

지금 축산품목은 자조금을 잘 운영하는 품목과 그렇지 못해 어려운 품목이 있다.

자조금 사업에 참여하는 농가들 단위당 규모가 크다 보니까 납부하는 단위도 크다. 그런데 다른 품목처럼 출하하는 산물에서 조성하지 않고 노계에서 이를 떼다 보니 납부하는 금액이 더 커 보이는 문제가 있다. 저 또한 10만수씩 여러 동을 키우고 있는데 한해에 서너 번 납부하게 되면 한동에 800만원씩 한해에 수천만에 이르게 된다. 그래서 가볍게 낼 수 있는 금액이 아니다. 계란을 출하할 때 자조금을 내게 되면 상대적으로 한 회에 납부하는 금액이 소액이 되다 보니 접근성이 크리라 본다.

이번에 자조금위원장도 산란계협회장이 겸직하는 등 자조금과 협회가 하나의 팀처럼 움직일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으니 점차 나아지리라 본다.

다한영농조합법인 대표로 볼 때, 다한의 특장점은 무엇인가

지금까지 이만형 대표님이 너무 많이 수고해 주셨다. 어려움도 많았는데 공동 GP도 건설하고, GP와 농장이 이만형 대표님 근처다 보니 자주 방문하신다. 처음 시작할 때 11 농가였는데 지금은 8농가가 참여하고 있다. 다른 품목은 축협 등 여러 사업을 할 수 있는 좋은 플랫폼이 있는데 양계는 그렇지 못하다.

차근차근해오다 보니 20년이 훌쩍 넘었다. 지금은 G마크 인증으로, 학교급식, 롯데마트, 농협하나로마트등으로 납품하며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고 자부한다.

유통은 조합이 전담하고, 농가는 생산에 전념하고 있고, 모든 농장에서 생산되는 계란의 품질이 일정해야 해서 사료는 흥성하고 천하제일사료로 통일하고, 종자도 통일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다한이 어느 정도 성과를 낸 데에는 자기의 주장이나 생각을 조금은 내려놓는 각오가 되어있기 때문에 지금까지 왔다고 생각한다. 오래 전부터 함께 사업을 하면서 상대방을 인정할 줄도 배우고 하면서 지금까지 왔다.

다한과 같은 좋은 경영체가 우리 산란계업계에 도 많이 등장했으면 하는 게 바람이다.

 

산란계협회 감사로 중책을 맡고 있다.업계 분위기가 달라진 게 있다면.

전에는 농장일과 조합일에만 집중했었다. 우리끼리만 잘하면 되지 하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협회 나가도 별 의미도 없었고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매일 가격 가지고 싸우고 하다 보니 협회에 나가도 방관자로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지금은 이러저러한 이슈들이 생기고 하니까 그 이슈에 대해 누군가는 의견을 내줘야하고, 조직도 관리할 필요도 생기고 하니 활력이 높아졌다.

전문협회가 생긴 만큼 앞서 이야기됐던 문제들을 협회 중심으로 잘 해결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월간 산란계 2024년 3월호에 동시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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