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칼럼] 농산물 가격 폭등과 폭락의 경제학
[편집자 칼럼] 농산물 가격 폭등과 폭락의 경제학
  • 김재민
  • 승인 2024.03.21 09: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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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산물 가격 안정 기다림의 시간이 필요하다

과일 가격 안정 단기 대책...언 발 오줌 누기식 낭비성 대책
윤석열 대통령이 하나라마트 양재점을 방문해 농산물 물가를 점검하고 있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 강호동 농협중앙회장 등이 대통령께 과일 값 관련 설명을 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하나라마트 양재점을 방문해 농산물 물가를 점검하고 있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 강호동 농협중앙회장 등이 대통령께 과일 값 관련 설명을 하고 있다.

 

경제학에선 농산물 가격이 폭락과 폭등을 반복하는 것을 탄력성이라는 이론으로 설명한다.

가격의 변화에 따라 농산물 소비량 변화가 얼마나 민감한지 또 가격의 변화에 따라 공급이 얼마나 민감하게 변화할 수 있는지가 탄력성 개념인데, 가격 변화에 덜 민감할수록 가격이 폭등하기도 하고, 폭락하기도 한다.

 

비탄력적인 농산물의 공급과 수요 변화

농산물의 경우 공급이 감소하거나 증가할 때 가격의 폭락과 폭등이 쉽게 발견된다. 이는 가격 변화에 소비량의 변화가 크지 않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또 공급 측면에서도 가격이 변화한다 해서 단기간에 공급이 증가하거나 감소할 수 없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농산물은 파종 이후 일정 시간이 지나야 수확을 할 수 있고, 축산물도 가축을 입식해 일정 시간 번식을 하거나 비육을 하는 등의 시간이 필요해 수요가 있다고 해서 공급할 수 있지 못하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쌀값이 내렸다 해서 공깃밥 한 그릇 먹던 사람이 두 그릇을 먹거나, 반대로 쌀값이 올랐다 해서 공깃밥 한 그릇 먹던 사람이 반 그릇으로 줄이는 등의 행위를 잘 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풍년의 역설이라는 보도, 양파가 풍작이어서 가격이 크게 폭락해 농가가 울상이라는 뉴스, 또 배추가 흉작이어서 값이 크게 올라 금 배추가 되었다는 식의 기사를 쉽게 접할 수 있는 것도 이러한 연유에서다.

문제는 이러한 공급 변동에서 오는 시장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할 수 있는 공공분야의 단기 대책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여러 차례 시장의 실패를 경험했던 정부는 쌀과 콩과 같이 수요가 많고 저장성이 높은 품목을 수매해 비축하여왔으나 2010년 배추 가격 폭등 사태를 겪으면서 배추, 무, 고추, 마늘, 양파, 감자 등 우리 식탁에 자주 오르는 채소류로 품목을 확대했다. 저장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리스크가 있지만 비축을 하고, 시장 상황에 따라 이를 적절히 활용히 가격을 안정시키고 있다. 때에 따라 할당관세를 통해 해외 농축산물을 수입해 공급을 확대하기도 한다.

문제는 이러한 활동이 수급에 조금은 도움이 되지만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시키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과일 값 급등 이후 농식품부 장관, 차관, 실국장까지 현장을 다니며 과일값 안정 메시지를 내고 있다.
과일 값 급등 이후 농식품부 장관, 차관, 실국장까지 현장을 다니며 과일값 안정 메시지를 내고 있다.

 

농산물 가격 폭등에 대하는 자세

농축산물 가격이 폭등해 문제가 됐을 때는 보통 공급에 문제가 생겨 발생했다. 수요는 어지간하면 일정하다는 이야기다.

기자가 기억나는 것들만 나열해도 2010년 배추 파동, 2011년 삼겹살 파동, 2016년 계란 파동, 2021년 대파 파동 등이 기억나며, 2024년 현재 과일 가격 폭등으로 이를 문제 삼는 기사가 쏟아져 나오면서 정부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다.

2010년 배추 파동 이전까지 주로 문제가 된 이슈는 농산물 가격의 폭등 때보다는 폭락 때였다. 워낙 농사를 짓는 농부가 많았던 200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가격이 하락하면 농부의 소득 감소를 걱정하는 기사가 많이 쏟아져 나왔다. 여전히 가격 폭락 관련 이슈는 지금도 계속 일어나지만, 최근 이를 대하는 정부나 언론이 이를 대하는 온도는 큰 차이를 느끼게 된다.

지금은 물가 상승에 영향을 미치는 농산물 가격에 정부와 언론이 민감하게 반응한다. 특정 농산물 가격이 오르면 하나둘 언론들이 이를 보도하기 시작하고, 왜 올랐는지 이유를 묻는 기사가 뒤를 잇는다. 그리고 책임을 따지는 기사가 나오고, 이어 정부의 대책이 쏟아져 나온다.

엄청난 보도량에 부담을 느낀 정부는 농산물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한 대책을 한벙에서 끝내는게 아니라 효과가 날때까지 2차 대책, 3차 대책을 만들어 발표 하지만 수많은 대책에도 가격이 안정된 적은 거의 없었다.

무리하게 수입한 농축산물은 잘 판매가 되지 않아 폐기하는 일이 일어나기도 하고, 오히려 시장을 자극해 가수요를 불러일으켜 가격을 더 끌어올리는 부작용까지 일어난다.

 

공급은 시차를 두고 이뤄진다.

사과 등 과일 가격이 올랐다는 보도는 지난해 말부터 꾸준히 이어져 왔다. 정부도 최대 성수기인 설 명절을 앞두고 과일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한 대책을 쏟아 냈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이 정도면 되겠지 했을 것이다. 과일은 식량이기 보다는 기호식품이기 때문이다. 쌀과 채소, 육류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탄력적 소비가 이뤄지는 품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2월 정부 대책 종료와 함께 가격은 큰 폭으로 올랐으며 2월 소비자 물가 지수를 끌어 올렸다.

실제 과일값이 오른 2월 언론에는 정부도 언론도 잠잠했다. 하지만 한 달 뒤인 3월에 통계청이 2월 소비자 물가 지수가 상승했다는 발표 이후 언론의 보도가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고, 정부도 대책을 쏟아 내기 시작했다. 일주일에 한 번 하던 물가 관련 회의를 매일 하기로 한다거나, 유통업자에게 보조금을 주고 농산물 할인을 유도하겠다하고, 농식품부 장관, 차관, 실장 등 고위 직들이 현장을 다니며 가격 안정을 시키기 위해 이러이러한 대책이 시행 중이다라는 메시지를 쏟아냈다.

하지만 지금까지 농산물 가격안정을 위한 단기 대책이 효과를 본적은 거의 없다.

2010년 배추 파동도, 2011년 삼겹살 파동도, 2016년 계란 파동도, 2021년 대파 파동도 정부의 쏟아지는 대책은 오히려 언론만 자극할 뿐이었다.

이는 문재인 정부 시절 경험한 주택가격 급등 상황과 비슷한 패턴을 보였다. 주택가격이 크게 오른 때가 2000년대 노무현 정부 시절, 그리고 2010년대 말 문재인 정부 시절 일어났다. 이때도 공급이 부족해 가격이 급등했고 주택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한 단기 대책이 쏟아져 나왔지만, 효과를 보지 못했다.

농산물이나 주택 둘 다 단기 대책의 효과가 없는 이유는 가격이 오르더라도 바로 공급을 증가시킬 수 없는 산업 특성 때문이다. 정부가 공급 확대를 위한 근본적 대책을 세워 시행하더라도 실제로 공급이 될 때까지 시차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지금 문제가 되는 사과는 보통 한해 1회 농사를 지은 것을 보관하였다가 1년 내내 소비하는 품목이다. 공급이 부족했다고 판단이 되면 정상화될 때까지는 1년의 세월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만약 공급부족이 재해가 아닌 재배면적 부족 문제라면 이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는 최소 4년의 세월이 필요하다. 주택은 대규모 아파트 공급이라면 부지선정, 인허가, 보상, 분양, 공사까지 아무리 빨라도 5년이 필요하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월 소비자물가지수 발표 이후 농식품 가격 상승이 소비자 물가를 끌어 올린 것으로 나타나자 주1회 개최하던 물가관리 회의를 비상수급안정 대책 회의로 전환하고 실장이 매일 같이 회의를 주관하고, 농식품부 차관은 1주일에 한번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14일 회의에는 송미령 장관이 참석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월 소비자물가지수 발표 이후 농식품 가격 상승이 소비자 물가를 끌어 올린 것으로 나타나자 주1회 개최하던 물가관리 회의를 비상수급안정 대책 회의로 전환하고 실장이 매일 같이 회의를 주관하고, 농식품부 차관은 1주일에 한번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14일 회의에는 송미령 장관이 참석했다.

 

기다림의 시간 필요

결국 이러한 시차 때문에 정부의 수급 대책은 항상 선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주택공급을 담당하는 부처는 지금이 아니라 4년 뒤 5년 뒤의 주택 상황을 가정하고 정책을 수립해야 하고, 농산물도 최소 1년을 내다 보고 대책을 수립해야 문제 발생을 막을 수 있다.

지금 과일 문제는 기다림의 시간이 필요하다. 현재 정부도 과일의 냉해 피해 예방, 과수화상병 예방 등 과일 생산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을 분석하고 예방하기 위한 활동을 하고 있다. 이러한 활동은 당장 과일 공급 증가에는 영향이 없지만, 올해 수확기 과일 공급에 영향을 주는 일들이다.

기다림의 시간이 필요한 이유는 자칫 적절한 대응보다는 과잉 대응, 무리한 대응으로 관련 산업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노무현 정부 시절 주택가격을 질타하는 보도가 정권의 운명을 결정 지을 정도로 강력했다. 이로 인해 노무현 정부 시절 굵직한 부동산 대책이 10번이나 발표되었고, 엄청난 주택공급 대책이 수립 시행되면서 2008년부터 주택이 과잉 공급되면서 2016년까지 주택가격이 폭락해 건설사가 부도나는 등 투자를 위축시켜 다시 문재인 정부 시절 주택가격이 폭등하는 실마리가 만들어졌다.

문재인 정부 때도 마찬가지다. 주택가격 폭등을 질타하는 야당의 공격과 언론의 보도가 집중되었고 정부도 노무현 정부 때와 비슷한 여러 대책이 쏟아 냈으며, 다시 2022년부터 현재까지 주택가격이 폭락하고 건설사들이 부실화하는 현상 초입을 우리는 경험하고 있다.

그래서 대책이 나왔다면, 잠시 기다림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정부의 3.15일 농산물 물가를 잡겠다고 발표한 납품단가를 지원하고, 할인 판매 지원 등의 대책은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단기 대책은 언 발 오줌 누기식 대책일 뿐 근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낭비성 대책이다.

농산물 가격 할인을 유도하기 위해 마련된 재원을 근본 문제 해결을 위해 더 사용하는 것이 현명한 대처이다. 앞서 설명했듯이 현재 농식품부와 농촌진흥청, 각시도 농업기술원, 주산지 농업기술센터, 농협 등이 냉해 예방 등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만큼 이를 제대로 설명하고 국민의 이해를 구하고 다른 농정 현안을 챙기는 지혜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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