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칼럼] ‘대파 ’쇼의 함의 물가안정일까? 물가 조작일까?
[편집자 칼럼] ‘대파 ’쇼의 함의 물가안정일까? 물가 조작일까?
  • 김재민
  • 승인 2024.03.26 12: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3월 내내 농축산물 할인판매 실시...농식품 물가지수 영향 전망

세금으로 급조된 농식품 물가지수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윤석열 대통령이 물가를 점검한다고 농협하나로마트 양재점을 찾았다는 보도가 언론에 공개됐을 때 농식품부가 신선농산물 가격을 낮추겠다며 실시하는 지원사업의 결과물을 홍보하기 위해 기획된 행사구나 하고 아무 의미 없는 행사로 치부해 버렸다.

지난 3월 6일 통계청이 소비자물가동향을 발표하면서 2%대 안정을 기대했었는데, 전년 동월대비 3%대로 높게 나오자 물가 당국은 비상이 걸렸다.

특히 물가상승의 주범이 농식품 그중에서도 신선채소와 과일로 지목되면서 농식품부는 비상이 걸렸고, 대책회의가 연일 개최되고, 지난 3월 15일에는 농축산물 물가안정을 위해 납품단가 지원에 755억원, 소비자 할인지원 450억원, 과일 직수입에 100억원, 축산물 할인에 195억원 등 총 1,500억원을 투입한다는 계획이 발표된다.

3월 18일일에는 서울 서초구 농협하나로마트 양재점에 윤석열 대통령이 방문해 주요 농식품 가격을 점검하였는데, 3월 15일 1500억원의 자금이 투입하기로 한만큼 할인지원사업 성과를 대통령이 방문한 날 언론에 노출시킴으로써 물가 불안에 대한 여론을 잠재워 보려는 의도로 보였다. 정부의 이러한 계획은 '대파' 때문에 물거품이 되었고 민심은 크게 돌아서는 계기가 되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하나라마트 양재점을 방문해 농산물 물가를 점검하고 있다. 정부의 농식품 물가안정 대책을 홍보하는 자리가 될뻔 했던 이날 행사는 대파 가격 논란으로 이어지고 말았다.
윤석열 대통령이 하나라마트 양재점을 방문해 농산물 물가를 점검하고 있다. 정부의 농식품 물가안정 대책을 홍보하는 자리가 될뻔 했던 이날 행사는 대파 가격 논란으로 이어지고 말았다.

 

‘대파’쇼의 시작

문제는 대파에서 발생했다. 이상 기후와 재배면적 감소 등의 영향으로 평년 2000원대에 판매되는 대파 한단 가격이 5,000원을 훌찍 넘었다. 정부의 지원프로그램으로 대부분의 대형매장에서는 5000~6000원에 판매되어야할 대파를 3,000원 대로 할인된 가격에 판매하기 시작했는데, 하필 대통령이 방문한 하나로마트 양재점은 대파 한단 가격이 800원대로 내려가 있었다.

대통령은 대파 가격이 마음에 들었는지, 아니면 사전에 준비된 멘트인지 모르겠지만 자신이 시장을 자주 가봐서 안다며 합리적 가격인 것 같다고 이야기했고, 이날 대통령의 하나로마트 방문과 대파 가격 발언은 주요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해당 보도를 접한 시민들은 SNS를 통해 마트나 재래시장 등에서 판매되고 있는 대파 사진과 가격을 공개하기 시작했고, 질타를 넘어 조롱으로 이어지기 시작했으며, 언론들도 매체의 성향과 상관없이 ‘현대판 벌거벗은 임금님’(JTBC), “한 줄기 아니고?” 뜬금 없는 대파 가격(SBS), 대파'쇼'…875원도 세금으로 만들어진 값인 걸 대통령만 몰라(한겨레), 대통령님 가상현실 보시나요(오마이뉴스), "대파 한 단 875원 합리적인데요" 尹대통령 방문 날 할인 행사(중앙일보) 등의 헤드라인을 달고 이를 비판했다.

급기야 야당에서는 ‘벌거벗은 임금님’이라는 논평까지 이어졌다. 분위기가 이상하게 흘러가자 농협측은 해명을 내놓았다.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하루 1,000단 한정으로 대파 한 단을 자체할인, 정부지원금을 합해 875원에 판매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해명은 더 큰불을 지펴 대통령이 하나로마트 양재점에 등장한 3월 18일에 맞춰 할인행사가 시작된 것이 확증됐고, 모 언론은 대통령 맞춤형 대파라는 헤드라인까지 달고 비판했다.  

대통령 방문일에 맞춰 대파 겨격이 안정된 것처럼해 대통령 마음을 안정시키려는 쇼라는 반응이 일제히 쏟아져 나왔다. 해명은 더 논란에 불을 지피며 주말을 지나도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이재명 대표는 선거지원 유세 중 대파를 들어보이며 물가관리 실패를 맹비난했고, 방송에 대파를 들고 나타난 패널이 있는가 하면, SNS에는 각종 패러디 물까지 등장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8일 서울 서초구 농협 하나로마트 양재점을 찾아 대파값을 점검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대파’쇼 민심의 방아쇠 됐다

한겨레신문 논설실장을 지냈던 김영희 편집인은 3월 26일 “‘875원 대파’라는 방아쇠”라는 기명칼럼을 통해 과거에도 이런류의 과잉 의전은 있었고 이를 바판하는 사람들은 있었으나 특별히 지지 정당이 없는 사람들까지 분통을 터트리는 일은 없었다고 꼬집었다.

분노 포인트는 실제 물가는 너무 올라 국민들은 난리인데, 대통령 심기를 안정시키기 위해 터무니 없는 가격표를 붙이고 실제 상황을 왜곡하고 있는 점이다.

3일간 진행되는 할인판매라며 둘러댔던 농협도 난처하기는 마찬가지다. 대통령 방문에 맞추어 무리하게 대파 가격을 낮췄다는 지적이 일고 대파 이슈로 온통 여론이 들끓자 농협은 할인행사가 끝난 다음 날부터 다시 대파 할인판매에 나섰다. 대통령이 마트를 빠져나간 이후 가격표를 정상 가격표로 돌려놓으면 더 큰 역풍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대파’ 쇼라는 지적에 쇼가 아니라는 진정성을 보이기 위한 몸부림처럼 보였다. 이를 의식했는지 당초 기획되어 있었던 것인지 몰라도 농협은 3월 25일부터 ‘새로운 대한민국 농협 출범’기념 농식품 가격안정 추진결의 행사를 개최하고 약 20일간 대규모 농식품 할인행사를 진행한다. 3월 25일에는 기념식에는 송미령 장관도 함께 했다. 농협의 가격할인 행사는 정부의 지원금으로 진행되는 품목도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기자는 출근길에 잠시 하나로마트 양재점을 방문해 자료사진으로 남기려고 문제의 그 대파 존을 찾았다. 대통령이 방문했을 때 한정판매 한다던 그 대파는 3월 21일부터 3월 25일까지 1인 3단 한정으로 대통령에게 선보였던 875원에 대파를 할인 판매하고 있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인천에서 대파를 들고 발언하고 있다. 민주당 공동취재단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인천 미추홀구 재래시장에서 대파를 들고 현 정부의 물가정책 실패를 맹 비난했다.(민주당 공동취재단)

 

소비자 물가 지수 발표 이후 계속된 할인

3월 25일 농협의 할인행사를 위한 기념식에는 3월 18일 대통령과 함께 하나로마트를 찾은 송미령 장관이 참석했다. 송미령 장관은 이보다 앞서 3월 7일에도 소프라이즈 한우 할인행사 홍보차 양재동 하나로마트를 찾았다. 3월에만 같은 장소를 세 번 찾은 것이다.

정부가 지원하고 농협이 자체 마진을 줄여 농식품 가격을 할인한다는데 소비자 입장에서는 반대할 이유는 없다. 오히려 환영받을 일이다. 

그럼에도 이렇게 여론이 들끓는 이유는 농산물 가격 안정은 대한민국 정부의 책무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헌번 제123조 4항은 국가가 농수산물의 수급균형과 유통구조의 개선에 노력하여 가격안정을 도모함으로써 농어민의 이익을 보호해야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그 책무에 소홀했다는 것이 이번 ‘대파’쇼를 통해 드러난 것이다. 실제 물가가 급등했던 2월에는 손을 놓고 있다가, 3월 초 2월달 소비자물가지수가 발표되자 3월 중순에 세금 1500억원을 긴급 투입해 가격을 낮추겠다는 이 행태에 박수를 보낼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평소에 잘하라는 것이다.

농협과 농식품부는 3월 25일부터 새로운 대한민국 농협 새봄맞이 초특가전을 진행한다. 이자리에는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 강호동 농협회장 등이 참석했다.
농협과 농식품부는 3월 25일부터 새로운 대한민국 농협 새봄맞이 초특가전을 진행한다. 이자리에는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 강호동 농협회장 등이 참석했다.

높은 양반 오니 가격도 싸지고 품질도 좋아져

농협은 3월 8일부터 10일까지 전국농협하나로마트에서 소프라이즈 2024 대한민국한우세일을 실시했다. 3월 21일~3월 31일에는 2차 소프라이즈 행사가 진행됐다.

3월 8일 할인판매를 알리는 기념식이 하나로마트 양재점에서 있었고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이 취지를 설명하고 시식회도 함께했다. 행사장에서 열심히 한우를 고르는 소비자 한분을 만났는데 대뜸 기자에게 지난주 삼겹살데이 행사 때는 할인폭도 크지 않고 고기 품질도 좋지 않았는데, 오늘 행사는 장관님이 오셔서 그런지 할인폭도 크고 고기 품질도 좋다며 오늘 많이 사갈 거라며 꼼꼼히 고른 한우고기를 장바구니에 담고 있었다.

어쨌든 의전도 중요하니 높으신분이 방문하시는 날 좀 더 신경써 상품을 준비하고 진열할 수도 있으나 자주 마트를 방문한 소비자까지 그렇게 느꼈다는 것은 의전의 힘이 세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대한민국 의전 1호 대통령이 하나로마트를 방문한 날은 얼마나 신경을 썼을까 그 모습이 눈에 선하다. 대통령실 관계자(농업비선관실로 추측) 농림축산식품부, 농협은 대통령이 지나가는 동선은 어디로 하고 동선에 있는 상품의 가격을 어떻게 책정할지 무던히 고민했을 것이고 그 의전의 끝판이 ‘대파’쇼로 수렴된 것이다.

3월 7일 하나로마트 양재점에서 개최된 소프라이즈 대한민국 한우세일 행사장에서 송미령 장관이 소비자들에게 한우고기를 전달하고 있다.
3월 7일 하나로마트 양재점에서 개최된 소프라이즈 대한민국 한우세일 행사장에서 송미령 장관이 소비자들에게 한우고기를 전달하고 있다.

 

물가 안정이 아닌 물가 조작

일각에서는 농식품부와 농협이 통계청과 한국농수산유통공사 등이 물가 점검을 위해 마트에 방문하는 날에 맞춰서 주요 품목 할인행사를 한다는 의혹을 제기하는 사람을 만나기도 했다.

이러한 제보가 사실처럼 느껴졌던 것은 가격 안정을 위한 무리수를 던졌던 일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2011년 삼겹살 가격이 폭등했을 당시 정부가 돼지계열화업체 등을 압박해 일정 물량의 돼지를 도매시장에 출하하도록 요청한 일이 있었다. 당시 제보자의 오프 더 레코드(Off the record, 보도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정보 제공하는 관례) 요청으로 기사화하지는 않았지만 일반인들은 모르는 이 같은 행태가 많았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급기야 3월 25일 농식품부는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와 축산물품질평가원 자료를 근거로 3월 하순 대파 가격은 37.2% 하락한 2746원/kg, 사과는 16.7% 하락한 24,403원/10개이라며 농산물 가격이 하락 안정됐다는 자료를 기자들에게 배포했다. 이는 정부가 장바구니 물가 부담 완화를 위해 3월 중순부터 1500억원의 긴급 가격안정자금을 투입한 결과라고 밝혔다.

소비자물가지수는 통계청 조사원이 표본으로 선정된 백화점, 대형마트, 전통시장, 주유소 등 전국 2만6천여개 소매점을 직접 방문하거나 전화조사를 통해 가격을 수집해 작성한다. 소비자물가 조사는 인구 규모 및 상권을 고려해 서울, 부산, 대구, 광주 등 전국 40개 도시에서 가격을 수집하고 도시내 사람들이 주로 가는 소매점 위주로 일정 수가 지정된다. 매월 1회 정해진 기간에 가격을 수집하지만, 농축수산물의 가격변동이 심해 매월 3회 조사해 평균가격을 발표한다.

앞서 통계청 직원 등 가격을 조사하는 날 할인판매한다는 의혹을 이야기 했는데, 우리 정부는 3월 15일부터 1500억원을 투입해 전국의 대형마트에서 할인판매를 실시했다. 그보다 앞선 3월 7일에는 농협을 종용해 한우고기 할인판매를 3일간 진행했다. 대형마트는 주로 인구가 많은 대도시에 밀집해 있다. 서울과 수도권에는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이 살고 있다. 서울과 수도권에서만 정부가 할인행사를 단행해도 소비자 물가를 끌어 내릴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통계청이 3월 6일 2월 소비자물가를 발표한 이후 농식품부는 눈물겨울 정도로 물가잡기에 총력을 기울였다. 유통정책관(2급)이 1주일에 한번 개최하던 물가관련 회의를 식량정책실장(1급)이 매일 개최하고, 주1회 차관이 해당 회의를 주재했다. 기재부로부터 1500억원의 예산을 긴급히 배정받아 납품단가를 보조해 주고, 할인쿠폰을 붙이는 등 농식품 가격을 낮추기 위한 행보를 이어간 결과 대파 가격 37.2% 하락이라는 중간 성적표를 받아들게 됐다.

3월 소비자물가 발표일은 4월 2일이다. 삼겹살, 한우, 채소와 과일 그리고 다시 농협하나로마트의 20일간의 할인행사로 이어지는 총력전의 결과물이 조만간 발표될 것이다. 3월 소비자물 지수는 농식품부가 먼저 조사해 발표한 것처럼 대폭 낮아져 있을 것이다. 이 결과물은 물가 안정의 결과일까? 물가 조작의 결과일까? 그 성적표도 궁금하지만 성적표가 의미하는 데이터가 말해주는 함의가 더 궁금해 진다.

농협은 윤석열 대통령이 방문했던 3월 18일부터 20일까지 대파 한단을 875원에 할인판매 했다가 '대파'쇼라며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농협은 윤석열 대통령이 방문했던 3월 18일부터 20일까지 대파 한단을 875원에 할인판매 했다가 '대파'쇼라며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