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물 유통실태] 이력정보 조회 안되고 묶음 번호는 엉터리
[축산물 유통실태] 이력정보 조회 안되고 묶음 번호는 엉터리
  • 박현욱 기자
  • 승인 2018.12.19 08: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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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산물 온라인 판매, 정보왜곡에 소비자 ‘분통’
수입산 표시 등 민감 정보 의도적으로 감춰
국내 축산업 간접 피해···표준 가이드라인 필요

[팜인사이트=박현욱 기자] 경기도 부천에 거주하는 김유정(34) 씨는 주로 온라인에서 축산물을 구매한다. 온라인 구매는 직장인인 김 씨에게 유용한 구매 방식이다. 쇼핑 시간을 줄여주는 데다 최근에는 새벽 배송까지 생겨 출퇴근 시간을 활용해 구매하면 다음날 아침, 대문 앞에서 신선한 고기를 만나볼 수 있어서다.

이런 김 씨가 최근 이상한 경험을 했다. 냄새가 심한 고기가 배달돼 이력정보를 검색해보니 이력정보가 조회되지 않는 것이다. 도축일자를 알고자 유통업체에 문의했으나 이력번호에 착오가 생긴 것 같다며 황급히 전화를 끊었다. 업체는 상황 파악을 하는 데만 2~3일을 소요했고 김 씨는 결국 주문한지 일주일이 지나서야 제대로 된 제품을 받을 수 있었다.

서울시 강동구에 거주하는 김미선(51) 주부는 온라인을 통한 축산물 구매에 손사래를 친다. 오픈마켓에서의 구매 경험 때문이다. 명절날 고마운 지인에게 선물세트를 구매해 배송했지만 지인으로부터 몇 년이 지난 후 품질이 형편없었다는 고백을 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김 씨는 "지인이 선물 받은 고마움 때문에 말도 못 하고 나중에서야 이런저런 이야기 끝에 털어놓았다"면서 "선물세트는 노출된 홍보만 믿고 구매하는데 자세히 뜯어보면 판매업체에 불리한 정보들은 교묘하게 숨긴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 정보들도 몇 페이지를 훑어보고 나서야 겨우 볼 수 있는 데다가 상품을 받고 난 이후에야 정보를 알 수 있는 경우도 많다"면서 불만을 터트렸다.

축산물 온라인몰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이 빗발치고 있다. 온라인 쇼핑 규모는 해마다 늘고 있지만 판매에만 급급한 업체들의 구태의연한 판매 방식이 횡행하고 있어서다.

(출처 : 통계청)
(출처 : 통계청)

최근 4년간 온라인에서의 농축수산물 거래금액은 해마다 폭발적으로 늘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농축수산물 온라인 쇼핑몰 거래금액은 2조 649억 원으로 2014년 1조 1,709억 원에 비해 2배 가까이 뛰었다. 모바일의 경우 성장세가 더욱 가파르다. 지난해 판매금액은 1조 3,588억 원으로 2014년 거래금액인 3,448억 원에 비해 4배 가까이 상승했다.

이처럼 온라인 쇼핑이 해마다 증가함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을 위한 정보 제공은 형편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소비자연맹(회장 강정화)이 온라인몰과 오프라인 매장 등 총 145곳에서 판매되고 있는 261개 제품의 축산물을 조사한 결과 온라인 판매 상품 10개 중 2개는 엉터리 정보가 제공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형도 다양했다. 이력제 정보가 상품과 불일치하거나 이력제 정보 조회가 되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이력제 표시조차 없는 경우도 존재했으며 특히 이력제 정보가 조회되지 않은 6개 제품 중 4개가 묶음 번호가 부여된 제품으로 드러나 묶음 번호 관리 실태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설 명절 등 단기적 이벤트 성격의 행사에서는 선물세트에 대한 정보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선물세트 브로슈어나 매장 진열 상품에 이력정보나 포장일자 등이 누락된 경우가 있고 100g당 기준가격이 제시되지 않아 소비자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포장육 산소 포장 시 포장일자가 누락되거나, 온라인 판매 시 판매자가 축산물 가공품으로 유형을 정할 경우 소비자는 이력제 및 등급 정보를 제공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이번 조사에서 드러났다.

김수연 한국소비자연맹 팀장은 “축산물 표시와 관련해 다양한 법을 적용받고 있고 각 법마다 표시 의무항목이 달라 포장육에 대한 정확한 기준과 표시 가이드라인 마련이 필요하다”면서 “교묘히 법망을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관련 제도 정비를 정부에 건의하겠다"라고 말했다.

국내 축산 농가들도 우려를 나타낸다. 충청도에서 한우 50여 두를 키우고 있는 장영수 씨는 “판매자들이 정확한 정보를 소비자에게 알리지 않으면 결국 정직하게 소를 키우고 있는 농가들한테 간접 피해가 온다”면서 “축산업 전체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축산물 표시에 대해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축산물 이력제란 출생에서부터 도축·포장처리·판매에 이르기까지 정보를 기록·관리하는 제도로 소고기, 돼지고기 등 축산식품은 이력번호가 부여돼 있으며 여러 개의 다른 이력 관리 대상 축산물을 한 개로 포장 처리·판매할 경우 묶음 번호를 사용토록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