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人-김경호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장] 30년 공직생활 마치고 농업유통 야전사령관 변신
[팜人-김경호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장] 30년 공직생활 마치고 농업유통 야전사령관 변신
  • 박현욱 기자
  • 승인 2019.02.15 00: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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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준공영제 등 굵직한 행정 경험 장착
비전문가 우려에 "4년치 속기록 정독했다"
협업·협치 강조···공정한 조정자 역할 충실
도매시장은 공공재, 출하자의 마지막 보루

[팜인사이트=박현욱 기자] "샛별배송이 가능하고 콜드체인 시스템을 장착한 도매 시장을 상상한다."

취임 100일을 넘긴 김경호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장은 도매시장의 미래를 이렇게 그렸다. 도매시장이 이렇다 할 경쟁력을 보여주지 못하는 데 대해서는 "도매시장이 죽어가는 것을 느낀다"며 과격한 표현을 쏟아냈지만 1~2인 가구 증가와 소비 트렌드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농산물류 복합기지'로의 변신에 더 큰 무게중심을 뒀다.

다만 김 사장의 물류기지 구상에는 몇 가지 조건이 붙었다. 도매시장은 대내외 환경에 따라 지속적인 유통환경 변화 압력에 직면하는데 살아있는 생물처럼 변화를 직시하고 또 그에 따라 응전해야한다는 것이다.

"지난 수십 년간 도매시장은 변화가 없었다. 안정된 유통환경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거꾸로는 산지와 소비지 변화에 그만큼 무뎌졌다고도 볼 수 있다. 시장 내 유통 관계자들이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기득권만 지키려고만 한다면 도매시장은 하루아침에 무너질 수 있다."

김 사장의 기득권 발언에는 '도매시장은 공공재'라는 인식이 깔려있다. 이는 도매시장이 사익을 추구하는 공간이 아님을 명확히 한 것이며 유통 주체들이 저마다의 이익을 추구하는 과정 속에서도 공익에 기여하기 위해 협업하고 소통해야한다는 얘기다.
 

모든 논란은 정공법으로 돌파

김 사장은 취임 후 숨 가쁜 일정을 소화했다. 사장 발령 후 휴일까지 반납하며 유통관계자들과 릴레이 면담을 실시하는 등 광폭행보를 보였고 양배추 하차거래에 반대하는 농민들의 시위가 이어지자 현장을 오가며 갈등의 골을 봉합, 조정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바쁜 행보 속에는 김 사장 나름의 고충도 있다. 취임 전부터 비전문가라는 꼬리표가 붙으며 소위 라인 인사라는 논란에 시달린 것이다. 그는 세간의 비판에도 "공부하겠다"며 유통인과의 현장 스킨십을 이어갔고 사장실을 사랑방으로 간판을 바꿔달고 "뭐든 듣겠다"는 태도로 우려를 불식시켜 나갔다.

"취임 전부터 도매시장에 대해 많은 공부를 했습니다. 공사가 서울시에 남긴 4년 간의 속기록도 꼼꼼히 훑어 봤고요. 공사가 발주했던 다양한 연구용역들을 탐독하고 산지에서 출하자와 유통인도 만나면서 되도록이면 소통을 통해 난관을 돌파하려 하고 있습니다."


중지 모으기 쉽진 않지만...

김 사장은 취임 전 후 달라진 점에 대한 질문에 "중책을 맡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답했다. 가락시장과 강서시장, 양곡도매시장은 서울시민뿐만 아니라 유통인, 그리고 전국에서 출하하는 농민들이 얽혀 있는데다 국민들의 먹거리 정책과도 결부돼 업무범위가 전국구로 확대됐기 때문이다.

"사장 취임 후 가장 어려웠던 점은 수많은 이해 관계자들의 목소리를 어떻게 하나로 모으는가 하는 부분입니다. 하나의 도매법인 내에서도 다양한 이해관계가 존재하고요. 중도매인, 시장상인은 물론이거니와 품목별로도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업무범위의 확장만큼이나 유통 주체들 간 이해관계의 폭은 넓고 다양했다. 역대 어느 사장도 유통 상인들의 중지를 쉽게 모으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사장은 30년 공직생활 노하우로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중재자 경험 도매시장에 수혈할 것"

서울시민이 호평하는 정책 중 하나는 시내버스 준공영 제도다. 2004년 국내에 처음으로 도입, 전국으로 확대된 이 제도는 대중교통의 질을 높이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고 평가 받는다. 서울시가 버스 회사들의 적자분을 보조해주면서 운전기사들의 급여 수준이 올라갔고 버스 회사들은 수익이 집중된 노선만을 고집하지 않으면서 시민들은 인구밀도가 낮은 지역까지 버스로 이용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당시 서울시 교통개선총괄반장으로 있던 김경호 사장은 연간 3천~4천억 원에 달하는 보조금의 규모를 버스회사들과 버스노조, 서울시의 입장을 조율하는 중책을 맡았다. 첨예한 이해관계가 엇갈린 당시 상황은 피튀기는 현장과 다름없었다. 재정은 되도록 적게 투입하고 효과는 극대화해야 했기 때문에 원만한 '소통'과 '합의'가 제도의 성패를 좌우할 핵심 포인트였다.

결국 보조금은 2,100~2,500억 원 수준으로 결정됐고 지금까지 그 금액은 가이드라인으로 남았다. 김 사장은 첨예한 이해관계가 얽힌 사안에 특급 소방수 역할을 톡톡히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제가 서울시에서 교통개선총괄본부장, 상수도사업본부장, 서울시의회 사무처장 등 많은 보직을 거쳤는데요. 나름 중재자 역할을 수행했다고 생각합니다. 도매시장 역시 그런 역할이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합니다."
 

도매시장 발전, 사람·시설·제도 꼽아

도매시장이 정체돼 있다고 느낀다는 김 사장은 도매시장 발전을 위한 요건으로 '사람', '시설', '제도' 세 가지를 꼽았다. 사람 간의 합의, 불편함이 없는 시설, 경쟁할 수 있는 제도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뜻이다.

"통합정산, 품목별 경매, 예약출하 등은 도매시장 발전에 꼭 필요한 일입니다. 이 역시 합의에 이르러야 하는 일들이고요. 결국 합의는 사람이 하죠. 시설은 또 어떻습니까. 안전한 시장, 청결한 시장이 되기 위해서는 냉동 창고, 콜드체인 시설이 갖춰져야 하고요. 제도의 뒷받침도 중요하죠. 경쟁을 촉발할 수 있는 제도가 도입돼야 역동적인 도매시장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김 사장은 특히 시설 확충이 소비 트렌드를 따라갈 수 있는 핵심 변수라고 봤다. 콜드체인 시스템은 채소와 과일 등 유통기한의 한계를 가지고 있는 상품의 부가가치를 크게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청과부문에서 상품성 저하로 인해 산지에서 올라와 그대로 버려지는 상품들이 30% 정도 됩니다. 냉동 창고가 구비되면 이를 약 5% 수준으로 낮출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안전한 먹거리 시스템을 만드는 데도 크게 기여하겠지요. 도매시장은 복합 물류기지가 돼야 합니다."
 

유통분야는 속도조절 필요···지금이 변화 적기

도매시장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도매법인의 역할은 필수적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서울시공사는 도매법인과 불편한 공생관계를 이어온 것도 사실이다. 시장도매인 도입이나 상장예외 품목 확대 등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지점에서의 갈등은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김 사장은 도매법인과의 관계에 대한 질문에 “같이 일을 해나가야 할 동료”라고 평했다.

“과거 도매법인은 도매시장의 수호신이었습니다. 그만큼 출하자인 농민들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조직이며 지금도 마찬가지죠. 다만 과거, 도매법인이 ‘독립변수’였다면 지금은 ‘종속변수’입니다. 시대의 흐름에 순응하고 적응해야 하는 시대죠. 도매법인도 변화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김 사장은 이해 당사자가 많은 분야의 경우, 특히 농업유통은 속도조절이 필요하다고 봤다. 많은 이해관계자가 참여한 유통 분야의 경우 급격한 변화는 큰 후유증을 낳을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도매시장이 변화해야한다고 해서 모든 걸 확 뜯어고치자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도매시장처럼 이해충돌이 많은 분야는 시대의 흐름보다 반 발짝 뒤처지는 게 합리적일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도매시장이 정체되어 있다는 우려가 많지만 지금 시작하면 됩니다.”

도매시장은 결국 모든 국민의 공공재란 점을 김 사장은 재차 강조했다.

“우리 도매시장은 300만 생산자 출하자가 마지막으로 의지할 수 있는 곳입니다. 또한 소비자에게 안전한 먹거리를 적정한 공급해야 할 막중한 책임을 지고 있는 곳입니다. 도매시장이 아주 소중한 공공재라는 점을 기억해 서로 배려하고 양보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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