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조금특집] 축산자조금은 되고 농수산자조금은 왜 안 될까?
[자조금특집] 축산자조금은 되고 농수산자조금은 왜 안 될까?
  • 김재민 기자
  • 승인 2018.02.21 12:40
  • 호수 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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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지금은 고인이 된 박영인 자조금연구원장의 인터뷰를 진행한 적이 있었다. 1992년 양계협회와 양돈협회서 실시한 축산자조금 사업을 자조금사업의 원년으로 가정하고 자조금사업 도입 20년 특집을 기획했기 때문이다.

자조금이라는 용어 그리고 이 제도를 국내에 소개하고 산파 역할을 했던 박영인 박사로부터 이제는 일반화된 자조금과 관련한 뒷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인터뷰를 시작하자마자 박영인 박사는 기자에게 자조금연구원을 해산하기로 했다는 이야기를 불쑥 꺼냈다. 이유인즉 자조금연구원을 설립할 당시 자조금에 대한 농축산업계의 이해가 낮았고 공무원들도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에 자조금사업 도입을 위한 이론적 뒷받침과 실무적 컨설팅이 함께 필요했지만, 축산업계뿐만 아니라 수산 그리고 타 산업에서도 자조금이라는 말을 쓸 정도로 일반화되었고 축산분야의 경우 주요 축종의 자조금사업이 의무화되면서 연구원의 목적을 모두 달성했기 때문이라는 게 해산 추진 이유였다.

한돈자조금관리위원회 홍보대사 위촉식
한돈자조금관리위원회 홍보대사 위촉식

박영인 박사는 1980년대 손수 양돈협회와 양계협회, 낙농육우협회 임직원을 미국으로 초청해 미국의 자조금사업 연수를 진행했고 여러 논문과 보고서를 통해 국내 도입의 시급성을 알렸다.

자조금사업 추진을 위해 누가 연구용역이나 교육을 의뢰한 것도 아닌데 학자의 열정 하나만 가지고 이제 축산업이 막 생겨나기 시작한 그 당시 자조금사업이 국내에 도입될 수 있는 산파 역할을 자임했다. 보통 민간연구소가 만들어지면 계속해서 존속되는 게 일반적인데 자조금연구원은 연구와 컨설팅의 결과물로 자조금사업이 일반화되었기 때문에 이들 단체로부터 후원을 받아가며 더 운영될 수도 있을 터임에도 과감히 해산을 결정함으로써 일반적인 민간연구소와 다른 행보를 보였다.

아마도 다른 이유가 아닌 설립목적과 취지가 달성되었기 때문에 해산한 국내 유일의 연구소가 아닐까 생각이 든다. 박영인 박사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1990년대까지 자조금 사업은 여러 차례 사업추진과 실패를 반복하고 있던 차에 낙농이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이후 축산단체의 농정활동 결과로 2002년 제도화 단계에 이르게 되었다.

축산자조금의 성공에 자극받아 농수산물자조금 제도가 만들어지기도 했는데 축산자조금이 관련 법 제정 이전에 사업이 먼저 시작되고 이후 자조금제도가 만들어진 것과 달리 농수산자조금은 제도가 앞서면서 자조금사업을 견인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1992년을 기준으로 자조금사업이 시작된 지 25년을 넘어섰고 관련 제도가 도입된 지 15년을 넘어섰다. 하지만 농수산자조금은 축산자조금과 달리 도입이 늦어지고 있고 도입한 품목도 큰 성과를 만들어 내지 못하고 있다.

축산자조금의 성공에 자극이 되어 사업이 추진되기는 했지만, 활성화를 가로막는 여러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서 효율적으로 자금을 거출하고 알차게 사용하는 일은 요원한 상황이다.

자조금 도입 25년, 자조금 제도화 15년을 기념하여 이제는 일반화의 단계에 와 있는 자조금사업에 관해 이야기한다. 축산자조금은 성공하고 농수산자조금은 성과를 내지 못할까? 이 물음에 대답을 붙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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