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혈세 낭비 쇼윈도 사업"···농자재 업체 울리는 실용화재단 해외 테스트베드 사업
[단독] "혈세 낭비 쇼윈도 사업"···농자재 업체 울리는 실용화재단 해외 테스트베드 사업
  • 박현욱 기자
  • 승인 2019.10.04 16: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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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작성 시험 보고서 '엉터리'
해외 농자재 등록 수년째 표류
바이어 미팅 약속도 외면 업체 분통
농자재 업계 "전형적인 예산 낭비"

[팜인사이트=박현욱 기자] 농촌진흥청 산하 농업기술실용화재단이 추진하고 있는 해외 테스트베드 사업이 '혈세 낭비 쇼윈도 사업'이라는 비판이 업체들로부터 속출하고 있다. 해당 사업이 국내 업체의 해외 진출 교두보가 되기는커녕 현지에서 국내 농자재 등록조차 수년째 표류하면서 지지부진한 것으로 본지 취재 결과 밝혀졌다.

익명을 요청한 복수의 농자재 업체들은 실용화재단의 해외 테스트베드 사업이 "사기에 가깝다"라고 입을 모았다. 수년째 진행되고 있는 이 사업은 국내 우수 농자재를 실용화재단이 해외에 구축한 실증포에서 성능과 효과를 입증하고 현지 거래선 발굴을 지원하는 재단의 대표적인 수출 지원 사업이다.

실용화재단은 지난해 말 해외 테스트배드 사업이 큰 성과가 있었던 것으로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사업 영역을 더 넓히겠다는 계획까지 발표하면서 대대적인 홍보를 했지만 실제 사업에 참가했던 민간 업체들의 말은 달랐다.

현지에서 작성된 시험 보고서가 당초 업체들과 약속한 시험 면적도 지키지 않은 데다 병해충과 관련한 결과는 전혀 기재돼 있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어떤 업체의 보고서에는 전혀 다른 업체의 시료가 기재돼 있기도 해 업체들의 공분을 샀다.

과거 베트남 사업에 참여했던 한 업체 관계자는 "현지에 구축했다는 실증포에서 성능과 효과를 입증하겠다던 실용화재단의 말과는 달리 우리가 받은 현지 실증 보고서는 전혀 쓸모가 없었다"라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어떤 보고서는 우리가 보낸 시료가 아닌 다른 업체 시료가 기재돼 있었다"면서 "보고서 돌려 막기를 한 것 아닌가 의심된다"라고 덧붙였다.

실용화재단이 섭외한 현지 전문가(코디네이터)도 엉터리였다. 현지 전문가는 국내 업체보다 현지 농자재 법규에도 어두워 오히려 업체들이 단독으로 농자재 등록을 시도하는 움직임까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2016년 해외 테스트배드 사업에 참여했던 한 업체는 4년이 지난 현재까지 현지에서 농자재 등록조차 하지 못했다.

해외 바이어를 소개해 준다는 실용화재단의 말도 사실과 달랐다. 당시 실용화재단이 주최한 바이어 미팅 행사에 참석한 한 업체 관계자는 "서울 무역 센터에서 베트남 현지에서 영업할 큰 파트너를 찾았다며 미팅 주선을 약속했지만 행사만 하고 어느 누구도 만날 수 없었다"면서 "보여주기 식으로 현지에서 급하게 섭외한 게 아닌가 의심된다"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과거 해외 테스트배드 사업에 참여했던 업체들은 실용화재단 사업에 의문을 제기하고 나섰다. 또한 해당 사업이 전형적인 예산낭비가 아니냐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농자재 업계 관계자는 "희망만 품고 해외 진출을 꿈꾸는 농자재 업체들은 정부의 이 같은 주먹구구식 행정으로 시간 낭비 돈 낭비를 하는 등 큰 피해를 보고 있다. 정부에서 추진한다고 해서 믿고 참석했는데 지금까지 아무런 혜택이 없었다"면서 "앞으로도 피해 사례가 얼마나 나올지 모르겠다"라고 걱정했다. 이어 "해외 진출 사업은 신중한 기획이 필요하다"면서 "베트남 사업도 국내 업체를 성공적으로 안착시키지 못했는데 해당 사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홍보하고 사업 규모를 확대하겠다는 꼴을 보고 있자니 한심스럽기만 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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