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 프리즘-농촌진흥청] 연구사업 관련 총체적 부실 '도마위'
[국정감사 프리즘-농촌진흥청] 연구사업 관련 총체적 부실 '도마위'
  • 박현욱 기자
  • 승인 2019.10.08 16: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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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역 몰아주기부터 셀프 표절까지
연구자 학술활동 관리감독 '방관'
국정감사에 앞서 선서를 하고 있는 김경규 농촌진흥청장(왼쪽 끝).
국정감사에 앞서 선서를 하고 있는 김경규 농촌진흥청장(왼쪽 끝).

[팜인사이트=박현욱 기자]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위원장 황주홍)는 지난 7일 국회 본관에서 농촌진흥청, 농업기술실용화재단, 농림식품기술기획평가원의 국정감사를 실시했다.

황주홍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위원장은 모두 발언에서 "농업을 경쟁력 있는 성장 산업으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고부가가치 생명산업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면서 "이런 측면에서 농업 공공기관들의 책임과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번 국정감사를 통해 구체적인 대안이 논의되고 제시되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황 위원장의 발언 후 농해수위 위원들은 농진청 공무원들의 외유성 해외 파견, 보고서 짜깁기, 부실한 방제 예찰 시스템, 용역 몰아주기 등 다양한 현안 질의와 공공기관으로서의 관리감독 소홀 등의 질타가 이어졌다. 김경규 농진청장은 국회의원들의 날선 질문에 "꼼꼼히 다시 살펴보겠다"면서 "대책을 세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답변했다. 본지는 이날 국정감사의 주요 내용을 정리했다.
 

윤준호 의원이 질의하고 있는 모습.
윤준호 의원이 질의하고 있는 모습.

용역 몰아주기 '규정 위반' 지적

이날 위원들의 가장 많은 지적은 단연 농업 연구 사업과 공무원의 해외 출장과 관련된 사안이었다. 국내 단일 공공기관으로는 최다 박사급 인력을 보유하고 있는 농촌진흥청이 연구 관련 총체적 부실이 드러난 것이다.

포문은 윤준호 의원이 열었다. 윤 의원은 농촌진흥청이 농진청 소관 위촉직 외부인사들에게 '용역 몰아주기'를 했다고 지적했다. 윤 의원에 따르면 농촌진흥사업심의위원회 위원들이 농진청의 용역을 수주한 사례가 36건, 13억 9천만 원에 달한다는 것이다.

농촌진흥사업심의위원회 운영규정에 따르면 이해충돌을 방지하고자 위원 직무윤리 서약서에 '위원회 직무와 관련된 연구용역 등 이득을 취하는 행위 금지' 등의 내용이 기재돼 있다.

그는 "해당 사안이 운영규정에 명백히 위배된다"면서 "선수와 심판이 같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직 외부위원과 관련된 건에 대해서는 '해촉' 등 규정에 따라 처리하고 '이해충돌' 방지 제도를 제대로 갖춰야 한다"고 촉구했다.
 

셀프·타인 표절 심각 국외 출장보고서

이양수 의원은 공무원 해외 파견 시 국외출장보고서를 문제 삼았다. 이 의원은 농진청에서 연례로 참석하는 국제 학술대회 국외출장연수정보시스템을 통해 몇 건의 표본을 추출한 결과 자기 표절 및 타인 표절된 보고서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2017년부터 2019년까지 3년 동안 동일인이 파견한 '제31~33차 OECD 우수실험실(GLP) 작업반회의' 귀국보고서에 작성자가 자신의 보고서를 반복해 자기표절했다는 것이다. 또한 같은 기간 '국제농약분석협의회(CIPAC) 및 CIPAC/FAO/WHO 공동 심포지움' 참석 보고서에는 시사점과 향후 계획 등이 모든 글자가 동일한 타인 표절이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민의 혈세로 해외 파견되는 공무원들이 국가와 국민의 발전을 위해 활용되는 중요한 기록을 성실히 작성하지 않고 대놓고 표절하는 것은 큰 문제"라면서 "농진청장은 보고서를 전수 조사해 재발 방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질의를 듣고 있는 피감기관장.
질의를 듣고 있는 피감기관장.

부적절한 연구 규정위반 151건 드러나

김현권 의원은 농진청 수행 연구과제 중 연구지침 등 규정을 위반한 사례가 최근 5년간 151건에 이른다고 비판했다. 그는 성과물 연계 부적정 41건, 최종 보고서 작성 미흡 31건, 연구과제 수행 부적정 29건 등이 드러났다는 것이다.

그는 "25억 5천만 원의 예산이 투입된 '제주흑우 산업화를 위한 우수 유전형질 탐색 및 활용'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면서 농진청은 '말' 관련 학술발표 3건, 논문게재 1건을 해당 과제의 성과물로 연계해 주의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농진청은 연간 6,500억 원에 달하는 R&D 예산을 쏟아 붓지만 현장에서 요구하는 연구 수요에 반해 실제 연구과제는 실용적이지 못하다"면서 "터무니없는 위반사항들은 연구기관으로서의 전문성과 신뢰성을 의심받을 수 있다"고 꼬집었다.
 

농진청, 연구자 학술활동 관리 '방관'

이만희 의원은 국내 유일 농업과학기술 R&D 기관인 농진청이 연구 과제를 수행한 14명의 대학 교수들과 함께 자체 전수조사를 통해 본청 및 소속기관 연구원 47명도 부실학회에 다녀온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부실학회’로 알려진 와셋(WASET)과 오믹스(OMICS)에 농식품부, 농진청 그리고 산림청이 지원한 연구비로 참석한 교수들에 대해 관련 연구비를 환수할 것을 각 부처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이 의원은 농진청이 부실학회에 참석한 14명의 교수 중 현재 검증이 진행 중인 5명을 제외한 9명의 교수가 지출한 출장비 약 3,900만 원에 대해 환수 면제를 결정했고 47명의 소속 연구원들에 대해서도 출장비 환수없이 대부분 주의‧경고 등의 가벼운 행정처분만을 내린 것을 문제 삼았다.

이만희 의원은 “국민 혈세가 지원된 연구 과제의 경우 연구 과정 속에서 발생하는 연구 윤리 준수 여부와 투명한 연구비 관리‧감독의 책임은 마땅히 정부에 있다”며 “일부 교수들의 도덕적 해이로 인해 농업 R&D 사업이 위축되지 않도록 각 기관들이 대책을 마련하여 향후 국비로 실시된 연구사업에 유사한 문제들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감독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농진청, 부실 예찰 방제 과수화상병 키우나

매년 발생하고 있는 과수화상병에 대한 농진청의 부실한 대응도 도마위에 올랐다. 서삼석 의원은 "과수화상병이 컨트롤타워 부재, 과학적 검증체계 불투명, 방제업무 부적정 등 총체적 부실로 인해 올해 역대 최대 피해 규모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그는 "농진청은 각 지자체 시·군 병해충 담당자가 '과수화상병 등 조사대장'을 작성하는지와 과수화상병 의심 시 해당 시·군이 가지를 채취해 국립농업과학원에 병원균 분류동정을 의뢰하는지에 대한 지도·감독을 하지 않았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해외 선진국 사례 등을 검토해 해당 병해충에 대한 예찰 및 방제대책을 재정립해야 한다"면서 "우리나라에만 없는 과수화상병 예보 시스템 도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농진청 소비자 오인 적극 대응 안해

농진청이 발표하지 않은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일부 기업이 농진청 발표처럼 꾸며 허위로 광고하는 사안에 대해 적극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양수 의원은 "최근 장내 유산균 제품으로 각광받고 있는 프리바이오틱스와 관련해 농진청 연구결과를 인용해 허위 광고하고 있지만 농진청 대응이 빈약하다"고 질타했다.

실제 860억 원 규모의 프리바이오틱스 제조업체들이 인터넷 제품 홍보에 '농진청 연구결과에 따르면'이라는 문구를 삽입해 소비자를 유혹하고 있다는 것이다. 소비자들은 공공기관에서 발표했다는 말을 믿고 현혹되고 있다는 게 이 의원의 주장이다. 농진청은 해당 연구를 수행하거나 시험성적서 발급 의뢰조차 받지 않았다.

이 의원은 "소비자 혼란과 오인으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 해당 내용을 정확하게 알려줄 필요가 있다"면서 "농진청이 먼저 나서 제조업체나 언론 등에 정정이나 시정을 요구하는 적극적인 대응으로 소비자 피해를 줄여야 한다"고 질타했다.
 

2019년 10월 7일 농촌진흥청 국정감사가 개최됐다.
2019년 10월 7일 농촌진흥청 국정감사가 개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