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썰]공익직불제 또 다른 ‘역차별’ 정책
[팜썰]공익직불제 또 다른 ‘역차별’ 정책
  • 이은용 기자
  • 승인 2020.02.10 12: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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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짓는 게 죄인가” 진정한 농사꾼만 피해
기회 불평등-과정 불공정-결과 정의롭지 않아

[팜인사이트=이은용 기자] 정부가 공익직불제 도입을 위해서 가장 내세웠던 목적 중 하나가 형평성이다. 쌀 중심의 농정 패러다임을 전환하고, 작물 간 형평성을 제고하기 위해 공익직불제를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농림축산식품부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공익직불제 도입을 위한 추진협의회 진행 상황을 보면 형평성이라는 단어가 무색하게 회의가 진행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 논의 되는 내용 중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이 지급대상과 지급단가다. 농식품부는 기본직불금을 지불하기 위해 현재 소농직불금과 면적직불금 세부 사항을 마련 중이다. 소농직불금은 말 자체로 농사를 적게 짓고 있는 농가에 지급하는 직불금이다.

면적직불금은 면적 구간을 설정해 많이 농사를 짓고 있는 농가가 농사를 덜 짓는 농가보다 지급단가를 낮게 받는 구조로 검토되고 있는 직불금이다.

다시 말해 농사를 많이 지으면 직불금 혜택을 적게 받을 수 있다는 것. 이런 기준은 또 다른 형평성에 어긋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농사를 많이 짓고 쌀농사를 짓는다는 이유만으로 이런 불공평한 대우를 받는 게 맞는가.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소농직불금의 경우 0.1ha만 농사를 지어도 1년에 100만 원 이상의 직불금을 받을 수 있다.

과연 이들이 진정한 농민일까. 의구심이 든다. 0.1ha면 300평 남짓한데 300평에 뭐를 농사를 짓는다고 해서 공익적 기능을 발휘하고, 생계를 유지할 수 있을까. 이들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농사를 짓는 게 아니라 자신들의 자급자족과 취미생활로 농사를 짓는 경우가 대다수일 것이다.

여기에 면적직불금의 경우도 그렇다. 아직까지 정해진 바는 없지만 농식품부가 추진하는 체계를 보면 3구간으로 나눠 그 구간에 맞는 지급단가를 설정해 지급하는 방식으로 결정 날 것으로 보인다.

이 방식은 역진적 단가체계여서 농사를 많이 짓고 있는 농가는 자신들보다 적게 짓는 농가보다 직불금을 적게 받게 꾸며진 방식이다. 단지 농사를 많이 짓는다는 이유만으로 직불금을 덜 받는다는 것이다.

이 또한 얼마나 반헌법적이고 반경제적인 논리인지 생각해봐야 했지만 정부와 국회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여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이다.

아울러 우량농지 보전차원에서 진흥지역 논·밭에 대한 단가도 차이를 두고 만들겠다는 방식은 전혀 농민들을 고려하지 않은 채 정부와 국회가 책상머리에 앉아 고육지책으로 만든 꼼수에 불과하다. 이게 무슨 공익이고 형평성에 맞는 방식인가.

우리 농업은 지난 30년 간 많은 우여곡절 끝에 많은 성장과 발전을 거듭하며 여기까지 오게 됐다. 그 뒤에는 진정으로 우리 농업 발전과 건강한 먹거리 제공, 자신의 생계유지를 위해 피땀을 흘리며 자신의 농지를 지킨 ‘진정한 농사꾼’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들에게 더 많은 혜택과 지원은 못할망정 농사를 많이 짓고 쌀농사를 짓고 있다는 이유로 또 다른 역차별적인 정책을 편다는 것은 민주주의 사회와 법치주의 국가에서는 벌어지지 말아야 할 촌극이다.

정부와 국회가 생각하는 소농은 누구인가. 과연 이들에게 직불금을 지급하는 게 맞는지 고려해봤나. 정부와 국회는 너무 정치적인 이유(총선 표)에서인지 모르겠지만 충분한 논의도 없이 무작정 추진부터 서둘렀다. 진정으로 누가 공익적인 활동에 나서고 있으며, 누구를 보호하고 지원해야 하는지 관심을 가져봤나.

진정으로 농지가 필요하고 지원이 필요한 농사꾼들에게 공익이라는 탈을 쓰고 역차별 정책을 이렇게 쉽게 결정해야만 했는지 되묻고 싶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 울 것”이라고 했지만 ‘공익직불제’ 추진에 있어 이런 말이 무색하게 한다.

기회는 불평등하고, 과정은 불공정하며, 결과는 결코 정의롭지 않을 것이다. 아직까지 시간은 남았다. 모두가 행복하고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공익직불제가 되려면 충분한 논의와 합의가 필요하다.

잘못 시행되는 법으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진정한 농사꾼들과 국민들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