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산 유제품 자급률 50% 붕괴...원인과 과제는
국내산 유제품 자급률 50% 붕괴...원인과 과제는
  • 옥미영 기자
  • 승인 2018.08.13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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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몰하는 국내산 낙농호 그대로 지켜볼 것인가

지난 한해에 축산업계에 이슈 중 하나는 급격히 하락한 쇠고기 자급률 문제였다.

2013년 50.1%까지 갔던 쇠고기 자급률이 ’16년 38%선대로 하락해 한우고기 시장이 무너지고 있다며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것이었다. 업계에선 지나치게 비싼 한우가격 때문이라거나, 혹은 대중화에 실패한 마케팅 전략이라면서 시장에서의 한우고기 포지셔닝을 새롭게 짜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급한불은 오히려 낙농

쇠고기자급률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더욱 시급한 것은 오히려 낙농부문이다.

유제품의 경우 마시는 시유의 소비가 절대량을 차지했던 국내 낙농업계 현실에서 수입개방 이전인 1990년 유제품 자급률은 100% 였다.

그러나 UR협상과 FTA 협상이 진행되면서 수입유제품이 증가하기 시작해 2001년 유제품 자급률은 75%로 하락한데 이어 2010년에는 63.5% 그리고 지난해는 49.7%로 결국 절반선이 무너지고 말았다.

치즈와 버터, 크림 등 주로 서양음식의 조리법과 식생활에서 주로 소비되는 유제품의 특징 그리고 여전히 시유소비가 대부분을 차지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유제품 자급률이 절반선 이하로 하락한 것은 치즈를 중심으로 한 유제품 수입량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2015년 기준 국내에 반입된 외국산 유제품은 원유환산량을 기준으로 총 178만8222톤이며 이가운데 치즈는 124만여톤이 수입돼 총 유제품 수입량의 70%를 차지했다.

치즈 소비는 해외 유학생과 1990년대 초반 해외여행 자유화로 다양한 유제품을 접한 일부 매니아 층을 중심으로 소비가 이뤄지다 식생활과 조리법이 점차 서구화되면서 대중적 인기를 끌게 되고 치즈 소비연령이 영유아까지 확대되면서 소비층이 급격히 확산되어 왔다.

이에 따라 지난 7년간(2010~2017) 연간 1인당 치즈소비는 1.8kg에서 3.1kg까지 증가해 연평균 7.6%의 가파른 성장을 보이고 있다.

낙농통계연감 2015(낙농진흥회) 재가공.
낙농통계연감 2015(낙농진흥회) 재가공.

증가하는 치즈 시장 외산에 모조리 내어주다

문제는 이처럼 무서운 성장을 보이고 있는 치즈 시장의 시장을 모조리 외국산에 내어주고 있다는 것이다.

치즈 수입량은 2015년 현재 11만1521톤으로 2001년 3만4천여톤에 비해 무려 300% 가까이 늘었다. 치즈 1kg을 만들기 위해선 대략 약 10배에 달하는 원유가 투입된다는 것을 감안할 때 연간 110만톤이 넘는 우유가 국내에 반입됐다는 뜻이다.

국내에 수입된 치즈를 원유로 환산한 양은 2015년 한 해 동안 백색시유로 팔린 총량 134만5천여톤을 턱밑까지 추격했다.

시유의 소비는 감소하고 치즈 등의 유제품 소비는 늘면서 전체 유제품 소비에서 음용유가 차지하는 소비 비중은 2003년 61%에서 2012년 50%로 감소했다가, 2015년 현재 43.4%까지 줄었다. 치즈 수입의 급격한 증가, 음용유 소비 감소 추세가 지속되면 조만간 원유로 환산한 치즈 수입량이 국내산 음용유 소비를 앞지르는 건 시간 문제로 보인다.

가공용쿼터 설정 시급하기만 한데...

저출산과 인구절벽의 현실에서 음용유 소비는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반면, 치즈 등의 유제품 소비가 지속적으로 늘어 수입이 급증한다면 국내산 유제품 자급률은 지속적으로 하락할 수밖에 없어 보인다.

특히 다양한 종류의 치즈가 국내에 소개되는 등 시장 환경이 변화한 가운데 한·EU를 시작으로 미국, 호주, 뉴질랜드 등 축산선진국과의 잇따른 FTA 체결은 국내 치즈 시장을 놓고 더욱 저렴한 가격의 다양한 유제품을 팔기위한 각축전이 벌어지고 있다.

때문에 낙농업계에서는 다른 유제품에 비해 원유가 많이 투입되어 국제 유제품 가격과 가격차이가 가장 큰 치즈의 경우 가공원료유 쿼터 설정 등을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다.

원료에 대한 경쟁력 차이가 너무나 큰 수준에서 수입 유제품과의 경쟁자체란 어불성설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산 원유를 사용한 국내 치즈 생산량은 2015년 기준 5474톤으로 국내에서 소비되는 전체 치즈 공급량 11만6천여톤의 4.3%를 차지하고 있다. 치즈의 국내산 자급률이 5%를 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낙농진흥회 낙농연감. 국산치즈 생산량은 국산 원유사용 실적을 토대로 치즈로 재환산함.
낙농진흥회 낙농연감(단위, 톤).국산치즈 생산량은 국산 원유사용 실적을 토대로 치즈로 재환산함.

침몰하는 국내산 낙농호 그대로 지켜볼 것인가

1인당 유제품 소비는 늘고, 음용유 소비는 갈수록 감소하는 현실에서 최소한의 낙농생산기반을 유지하기 위해선 증가하고 있는 치즈 소비의 일정부분을 국내산 원유로 사용할 수 있는 제도마련과 지원이 절실하고 또한 시급하다.

‘최소한 음용유 시장만이라도 수성하겠다’는 식의 소극적 낙농정책기조는 침몰해 가고 있는 배를 넋 놓고 지켜보는 것과 다름없다.

치즈시장 사수에 대한 근본적 대책과 성찰이 없다면 앞으로의 국내 낙농산업은 이전과 같이 농가들의 쿼터를 감축하거나 폐업으로 생산량이 자동 감축되는 것을 기다리는 무기력함만과 자괴감만이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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