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농림축산식품부 공무원 서랍에 방치된 한우산업
[포커스] 농림축산식품부 공무원 서랍에 방치된 한우산업
  • 옥미영 기자
  • 승인 2020.11.03 14: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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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아지안정제 개편 검토만 수년째…한우업계 불만 고조
선제적 수급조절 노력도 무위로 농식품부 '무용론' 대두

*본 기사는 농장에서 식탁까지(통권 37호) 2020년 10월호 기사입니다.

[팜인사이트=옥미영 기자]

“이는 한우농가와 한우협회에 대한 농림축산식품부의 명백한 기만행위입니다.”

지난 10월 8일 대전에서 열린 청년분과위원회 임원회의에서 장성대 위원장은 정부의 한우산업안정 대책 수립과 관련해 강도 높게 비판했다.

장 위원장에 따르면 지난 5월 말 이주명 농림축산식품부 축산정책국장은 축산경영과장과 담당 사무관 등이 배석한 가운데 열린 한우협회 지도부와의 현안 토론에서 “송아지생산안정제는 개선 방향에 대한 검토가 모두 마무리됐다”고 밝혔다.

수급조절을 위한 한우협회의 미경산우 비육지원 사업이 돌연 취소되면서 이에 반발한 협회가 수년째 답보상태인 송아지안정제 개편을 문제 삼자 이주명 국장은 “논란이 많았던 가임암소 두수와 기준가격 설정에 대한 검토가 끝나 발표만을 앞두고 있는 상태”라고 답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장성대 위원장은 “축산정책의 최고책임자가 제도의 개선 방향이 최종 확정된 것처럼 공언했지만 여전히 송아지안정제도는 수개월이 지나도록 묵묵부답인 상태”라면서 “자조금을 활용한 수급조절 사업을 돌연 중단시킨 것도 모자라 정부의 핵심 정책을 놓고 허위 발언한 것은 한우농가와 농가를 대표하는 생산자단체를 우롱한 것”이라고 직격했다.

한우산업안정대책과 관련한 한우농가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한우협회는 그간 사육두수 증가에 따른 소 값 폭락을 우려하며 생산기반 안정을 위한 송아지생산안정제도의 현실적 개선을 비릇해 비육우 생산농가들의 생산비 보장을 위한 비육우경영안정제도 도입을 줄기차게 주장해 왔다.

하지만 유명무실한 제도로 전락한 송아지생산안정제는 개선 방향을 놓고 각종 토론회와 좌담회 개최 등 의견수렴만 수년간 수십여 차례에 이르지만 여전히 공회전 중이다.

여기에 비육우경영안정제도의 경우 예산 등 현실성을 문제 삼으며 타당성 검토조차 생산자단체에 떠맡기면서 한우산업 안정을 위한 정부의 대책과 의지는 ‘공염불’에 불과하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012년 안정제 개편은 개선이 아닌 ‘개악’

송아지생산안정제도는 송아지평균가격이 안정 기준가격 보다 낮을 경우 보전금의 일부를 지원하는 제도로 시범사업을 거쳐 2000년 1월부터 전국으로 확대‧시행됐다.

제도 도입 이후 2008년과 2009년, 2011년 2012년에는 송아지평균거래가격이 안정기준 가격로 떨어지면서 4년간 총 84만여 마리에 1663억 원(정부부담금 및 적립금 포함)의 보전금이 농가에 지급됐다.

정부는 한우사육두수와 관계없이 동일한 보전금을 지급하는 것은 공급 과잉을 부추겨 한우산업 불황이 지속될 수 있다고 판단하고 결국 송아지생산안정사업을 수술하는 것으로 가닥잡아 실행에 옮겼다.

한우사육두수를 가임암소 기준으로 확대, 적정, 위험 및 초과 4단계로 구분하고 가임암소가 적을 경우 보전금액을 높이고, 사육두수가 초과단계에서는 보전금 지급을 중단하는 것이 골자다.

또 송아지 평균거래가격 결정에 적용되는 월령을 종전 4~5개월에서 실제 가축시장에서 주로 거래되는 6~7개월령으로 조정하고, 송아지 거래 월령의 현실화에 따라 안정기준 가격도 종전 165만원에서 185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검토만 수년째 여전히 '공회전' 중인 송아지생산안정제

2012년 송아지생산안정제 개편의 핵심은 이처럼 한우사육두수가 기준보다 많을 경우에는 송아지 안정제 발동기준까지 가격이 하락하더라도 발동이 되지 않도록 조정한 것이다.

당시 공급과잉 해결을 위한 수급조절 사업을 시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안정제가 발동하는 모순을 해결하기 위함이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었다.

하지만 송아지안정제를 도입했던 1990년대 후반 한우산업 상황은 한우사육두수가 사상 최고 수준으로 증가하는 가운데 외환위기에 한우시장개방 등의 외부요인까지 겹쳐 파동이 발생한 때였다.

송아지안정제가 개편됐던 2012년 상황 역시 소 값 호황으로 사육두수가 크게 증가해 공급 과잉의 위기 속에서 FTA에 따른 시장개방 등의 영향이 겹쳐 파동이 온 것으로 제도 도입 당시와 개편 당시의 상황이 다르지 않았다.

2012년 안정제 개편이 제도 도입 당시의 정부 정책 의도와 목적에서 크게 후퇴한 ‘개악’이라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당시는 송아지가격이 크게 하락해 송아지안정보전금 30만원을 받는다고 해도 농가들이 향후 몇 년간 시장을 비관적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어 많은 번식농가들이 암소사육을 포기에 가담했을 가능성이 높아 사육두수 상승세는 꺾였을 공산이 크다.

반면, 송아지 안정제 개편이 없었다면 심리적 불안으로 인한 암소의 홍수출하와 추가 도축을 막아 송아지 가격이 더욱 하락하는 부작용도 제어가 가능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송아지안정제는 농가의 사육심리가 위축되는 것을 막는 도구이며, 정부가 책임지겠다는 약속의 증표로 손실을 보전하는 ’보험’이 아니라 송아지 가격을 안정시키는 ‘보증보험’과 같은 성격이어서 한우산업 수호를 위한 정부의 선언적 제도이며 동시에 축산업 유일의 가격 안정 제도였던 것이다.

한우협회와 농협 등 관련업계가 발동 불가능한 가임암소 두수를 폐지하고 현실성 없는 185만원의 기준가격을 개선하라고 줄기차게 주장해온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개선의 필요성을 인정한다”며 수년째 논의와 검토만을 되풀이하고 있는 정부에 대해 한우업계의 불신과 불만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비육우안정제 도입 어렵다며 사육두수 조절마저 ‘제동’

몇 차례 한우파동을 경험한 한우업계는 더 이상 파동 없는 한우산업을 만들기 위해 한우협회를 중심으로 미경산우비육을 통한 사육두수 조절 사업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공급과잉의 우려 속에 농협은 올해 경산우비육지원 사업의 필요성을 언급하고 나섰다.

지난 2018년 1년에 걸친 끈질긴 설득 끝에 결국 지난해 1만여두 수준의 사업 시행을 현실화한 한우협회는 사업의 연속성을 위해 올해역시 사업을 지속한다는 계획이었으나, 돌연 정부의 사업 승인 취소로 전면 중단되고 말았다.

정부는 미경산우 비육 사업의 실효성과 송아지가격 상승 등의 부작용, 한우자조금을 일부 농가에 지원하는 형평성 등을 사업 중단의 배경으로 설명하고 있지만 지난해에 이어 2년차에 접어든 사업을 더구나 승인을 마친 사업에 돌연 제동을 걸고 나선 부분에 대해선 "이해하기도, 납득하기도 어렵다"는불만이 적지 않다.

더욱이 정부는 송아지생산안정제의 최종 개선 방안에 대한 명확한 답을 내놓지 않은 가운데 비육우생산안정제에 대해선 ‘사실상 수용 불가’의 입장을 나타낸 상황이어서 향후 수급불안정으로 인한 소 값 하락시 생산자단체 스스로의 수급조절 노력마저 무산시켰다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어 보인다.

송태복 지역개발과장은 축산경영과장 시절 “우리나라와 일본의 GDP엔 차이가 있고, 예산 규모가 달라 화우와 같은 수준의 정책을 수립할 수 없다”며 비육우경영안정제와 관련해 사실상 수용 불가라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결국, 한우업계와 농가들이 우려하고 있는 것처럼 사육두수 증가 등 공급과잉의 영향으로 인해 큰 소와 송아지가격이 크게 하락한다 할 지 라도 농가들의 보호장치와 제도는 전무한 것 현재 한우산업의 현주소이자 현실이다.

 

농식품부, 존재 의미를 묻다

그동안 정부의 정책당국자들은 한우산업과 관련해 ‘쌀과 함께 반드시 지켜야 할 핵심품목’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해왔다.

이개호 농림해양수산식품위원장은 농식품부 장관 시절 축산회관을 방문해 김홍길 한우협회장과 가진 면담에서 “한우는 농업의 버팀목이자 축산농가의 핵심 소득원으로 정부 차원에서 반드시 산업을 지키고 육성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김재욱 차관은 지난 2018년 식품산업정책실장 시절 한 공개 석상에서 "어떻게 보면 쌀, 김치, 한우야 말로 농식품부가 보전하고 발전시켜야 할 대한민국 고유의 식품산업이 아닌가한다”면서 “한우산업이 민족의 자존심으로 다시설 수 있도록 정부가 더욱 노력하겠다”고 강조했었다.

송태복 지역개발과장은 축산경영과장 재임 시절 공개 토론회에서 “생산자단체인 한우협회를 중심으로 미경산우 비육을 통한 안정적인 수급을 조절하려는 노력은 정부에게도 많은 고민과 시사점을 준다”면서 “화우와 같은 수준의 정책 수립은 어렵지만 국내 현실에 맞는 농가 경영 안정 제도 도입에 노력하겠다”고 밝혔었다.

하지만 농식품부 정책 책임자들의 공언과 달리 앞으로의 한우산업과 농가들의 경영안정은 생산과 소비 균형 등 시장 경제에 의해 좌우될 공산이  커지고 있다.

특히 공급과 부족이 반복되며 경기변동이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한우산업에서 일본처럼 막대한 예산을 필요로 하는 경영안정제도 도입이 어렵다면, 한우산업의 상황에 맞는 선제적 수급조절 프로그램 도입에 정부가 더욱 세심한 관심을 가지고 주도적으로 대응해야 하지만 오히려 '저렴한 가격의 한우고기'에 더 많우 관심을 갖고 있어 우려된다.

이주명 축산정책국장은 지난 10월 30일 열린 한우능력평가대회 시상식에서 "현재 한우산업은 위기와 기회가 공존한다"면서 "(사육두수가 늘어나는 것은 위기이지만)늘어나는 걸 두려워하기 보다 품질을 높이고 어떻게 하면 저렴한 가격에 한우를 공급하고 또한 수출시장을 확대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농식품부는 그동안 지속 가능한 한우산업과 관련해 ‘소규모 농가’의 보호와 유지를 한우산업 정책의 핵심 기조의 하나로 삼아왔다. 하지만 이들이 생업을 유지해 나갈 가장 기본 조건인 적정 한 가격 유지를 위한 수급조절 사업에 있어서도 방관과 방해로 일관하면서 정부 스스로 한우산업 수호의지가 없음을 입증한 셈이 됐다.

더욱이 축산업 유일한 제도인 송아지생산안정제 마저 ‘이제 곧 개선과 완성’이라는 말로 농가와 업계를 호도하며 정부정책에 대한 한우농가들의 신뢰를 스스로 무너뜨렸다.

김홍길 한우협회장은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농림축산식품부 축산경영과의 존재 이유에 회의감이 든다며 “없어져야 할 조직”이라고 맹비난했다.

김홍길 회장은 “2013년부터 지금까지 축산경영과장이 다섯 번 바뀌고 담당 서기관과 사무관이 수차례 바뀔 때 마다 협회가 제시한 송아지생산안정제 개편은 물론 장기적인 한우가격 안정을 위한 미경산우비육지원사업 등 한우산업발전 대책과 수급조절방안에 대해 검토와 검토를 되풀이 하고 있다”면서 “축산경영과의 존재이유가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생산자단체의 의견에 귀기울여 최선의 정책이 어떤방법인지 도출해야 하지만 오히려 방해가 되고 있다. 정부의 한우산업 정책은 신뢰를 잃었다”고 성토했다.

이어 "정부가 농가들과 함께 한우산업을 끌고 갈 의지가 분명하다면 지금까지와는 다른 전향적인 모습을 보여 주어야 한다”면서 “정부가 강조해 온 것처럼 지금의 가족농 체제를 유지할 수 있는 방안과 정책에 대해 깊이 고민할 것을 주문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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