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개량, 도체중‧근내지방 위주의 단순식 보완해야
한우개량, 도체중‧근내지방 위주의 단순식 보완해야
  • 옥미영 기자
  • 승인 2023.03.31 12: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유통과 동떨어진 한우 종모우 선발 기준 개선 목소리 제기

생산부분 전문가로만 구성된 가축개량평가협의회 개편 지적도

위기의 한우산업 해법은 없나[3]
한우 종모우(사진:농협 한우개량사업소)

[팜인사이트= 옥미영 기자] 

“지금의 한우에 등급은 있어도 규격은 없습니다.”

농가와 소통하는 ‘강의하는 중매인’으로 알려진 이정익 과연미트 대표(농협음성공판장 중매인)가 최근 한우업계에 던진 화두가 화제가 되고 있다.

농가들의 소득 증대를 위해 설정된 한우의 중요한 개량 목표 중 하나인 도체중 향상이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루긴 했지만 정작 지육만 많이 나가는 한우는 기피대상이 되고 있으며, 도체중은 큰데 등심의 양은 적고 불가식 지방과 정육 부위 수율이 많이 나가는 ‘비규격화된 한우’의 출하가 많아지는 등 유통에서 실제 필요로 하는 한우와 거리가 멀어지고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한우를 구매하는 실수요자들의 구매조건과 개량 방향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야 하지만 생산과 유통이 엇박자를 내며 다른 방향을 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량만 많이 나가는 큰 소는 ‘NO’

최근 수년간 생시체중 1톤이 넘는 슈퍼한우 출현이 많아지면서 업계의 화제 대상이 되고 있다.

농가가 한우 한 마리를 출하할 때 얻는 소득은 근내지방도와 지육중량으로 산정되기 때문에 농가들은 육질등급은 물론 도체중 향상을 높이는 데 많은 공을 들이고 있기에 그렇다.

하지만 정작 도체중만 많이 나가는 한우는 실제 유통업체에선 찬밥신세다. 중도매인들에 따르면 중매인들은 450~550kg의 지육중량을 가장 선호한다.

중량보다 더 중요한 건 도체에서 차지하는 등심의 양, 즉 전체적인 부위의 밸런스(균형)라고 중매인들 입을 모은다.

전국한우협회의 직거래 유통사업 역시 도체중에 제한을 두고 있다.

유통업체에서 지나치게 큰 소를 꺼려하기 때문이다. 한우협회에 따르면 거세우 유통기준은 최대 600kg를 넘지 말아야 하며, 암소의 경우 550kg 이하를 출하규격으로 한다.

한국종축개량협회가 추진하는 한우고급육 평가대회인 ‘한우능력평가대회’ 출품축들의 평가 기준과 관련해서도 최근 음성축산물공판장의 중매인들이 직접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중매인들은 “아무리 높은 시상 훈격이라 해도 올해부턴 도체중 600kg가 넘는 출품축은 매입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현재 한우능력평가대회 출품축들의 평가 기준에선 높은 도체중에 가점을 부여하고 있는데, 중매인들이 직접 나서 기준에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다.

년도별 한우 도체중 변화(자료:축산물품질평가원, kg)
연도별 한우 도체중 변화, 2022년 한우의 평균 도체중은 4511.3.kg 수준이다(자료:축산물품질평가원, kg)

도체중에 집중진 한우개량...문제는 없나

유통업계의 현실은 이렇지만 현재 한우의 개량 방향은 여전히 ‘높은 도체중’이 개량의 목표와 선발의 중심 축으로 맞춰져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가장 먼저는 종모우 선발 기준이다.

한우개량은 씨수소와 우량 암소의 계획교배로 생산된 수송아지의 능력검정(당대검정‧후대검정)을 통해 유전적으로 우수한 씨수소를 선발, 이들의 냉동정액을 농가에 공급하는 수소위주의 개량 방식이 한우개량의 절대적 비중을 차지한다.

이중 900마리의 우량 수송아지를 대상으로 하는 당대검정의 선발형질은 ‘12개월령 체중’과 ‘근내지방도’를 기준으로 하고 있어 씨수소 선발의 다양성이 결여되어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한우의 당대검정체계에 따르면 씨수소와 우량암소의 계획교배로 생산된 5~6개월령의 송아지 매입 후 6개월령 도달시 한우개량사업소 우사에서 검정을 개시해 12개월령에 종료하는 체계인데, 최종 선발 지수는 12개월령의 체중 육종가와 근내지방도의 표준화 육종가를 더해 산정한다.

한우의 종모우 선발체계 중 당대검정체계(사진: 농협 한우개량사업소)
한우의 종모우 선발체계 중 당대검정체계(사진: 농협 한우개량사업소)

 

단순히 '얼마나 잘 크는가'와 '마블링이 잘 침착되느냐'만 따지게 되어 기타 중요한 요소들을 '떡잎'부터 가려낼 수단이 배제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당대검정 선발지수에 따르면 체중과 근내지방도 두가지 부문 가운데 체중육종가 부문에 2배의 가중치를 두고 있어 체중발달이 좋은 송아지 위주로 선발될 확률이 높다.

종모우 10마리를 생산한 육종농가 김학수 대표는 "현재 당대검정 선발에선 체중과 근내지방도를 중심으로 한 표준화 육종가만을 산정하는 등 단순화된 측면이 있다”면서 “실제 유통인들이 구매 기준으로 활용하고 있는 등심단면적과 등심 및 정육의 비율, 정육량 등의 유전력을 당대검정 선발부터 적용해 선발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더욱이 일부 농가들 사이에선 생시체중 1톤이 넘는 한우 출현 빈도가 높아지는 등 단기간내 한우의 몸집을 불리는 데 집중한 한우 개량이 암소의 임신율 하락과 관련 있다는 문제를 제기하고 있어 체중과 암소 번식과 관련한 추가 연구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개량을 위한 개량사업 지양해야

근내지방도에 높은 편중을 두고 있는 후대검정부분도 최근의 한우유통 트렌드를 적절히 반영하고 있지 못하다는 지적도 있다.

보증씨수소 선발을 위한 후대검정 선발지수는 도체중과 등심당면적, 등지방두께 등의 표준화육종가가 적용되지만 이 가운데 근내지방도 육종가의 경우 6배의 가중치를 두고 있기에 그렇다.

한우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유통업계 트렌드에 따르면 근내지방도보다 육색과 지방색, 그리고 등심단면적 등 전체 수율에서 등심의 비율 등이 더 중요한데 지금의 종모우 선발법은 이를 적절히 반영하지 못한 채 단순한 마블링 침착에 집중되어 있다"면서 "종모우를 활용한 한우 개량사업이 한우산업의 고급화와 농가의 소득증대에 크게 기여한 것은 맞지만 향후 소비트렌드의 다양화 등을 감안해 보다 폭넓은 방식으로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가축개량평가협의회, 유통업계 목소리 수렴되어야

한우업계 관계자들은 한우개량사업이 소비자가 요구하는 한우를 위한 개량사업으로 발전해 나기 위해선 한우를 실제 구매하는 중도매인 등 유통업계의 목소리를 수렴해 이를 반영할 수 있는 체계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현재 국립축산과학원 훈령의 가축개량평가협의회 운영규정에 따르면 협의회는 가축개량목표 설정과 국가 가축개량 및 종축산업 시책에 대한 자문, 종축 선발 등의 심의 및 기타 가축개량에 필요한 사항을 심의 또는 자문한다.

한우분과위원회의 경우 국립축산과학원 한우연구소장, 농협경제지주 한우개량사업소장, 축산물품질평가원 R&BD센터장, 한국종축개량협회 한우개량부장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대부분 생산부문과 가축의 개량, 육종에 집중된 전문가 및 관계자들이어서 유통업계의 구매요구나 트렌드를 반영하기 어려운 구조로 구성되어 있다.

한우업계 한 관계자는 ”한우개량사업은 어떻게 하면 소비자가 원하는 한우를 생산해 내느냐가 최고의 목표가 되어야 한다“면서 ”앞으로의 한우개량사업과 가축개량평가협의회에 유통인들의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는 유연한 시스템과 구조로 개편되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