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급 신설 20년...마블링스코어 9번에 갇혀있는 소 등급제
1++등급 신설 20년...마블링스코어 9번에 갇혀있는 소 등급제
  • 옥미영 기자
  • 승인 2023.04.11 08: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근내지방 7번 1+등급으로 재조정 하고 1++등급 10·11번 등으로 세분화 필요

한우, 명품 이미지 유지‧발전 위해 새로운 발전 방안 필요

위기의 한우산업, 해법은 없나[4]

[팜인사이트= 옥미영 기자] 

최근 한우의 수급 불균형으로 가격이 크게 하락하고 농가의 경영 소득이 불안정해 지면서 지속가능한 한우산업과 경쟁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한우의 고급화 전략을 다시 수립해 한우산업의 신성장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무분별한 암소 비육과 출하, 할인판매가 상시화하면서 그동안 한우농가 등 업계가 사활을 걸고 추진해온 한우고기의 명품화, 고급화 전략이 퇴색할 수 있다는 우려와 진단 때문에서다.

 

위기의 한우산업, 새로운 전략으로 '출구' 찾아야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올해(1~3월) 들어 거세우 출현율은 절반 수준 이하(49.8%)로 떨어졌다.

거세우 출현율이 50% 이하로 하락한 것은 지난 '12~'16년 3차 한우파동기 이후 7년만에 있는 일이다. 

암소 출하 증가로 한우고기 품질에 대한 소비자 신뢰가 흔들릴 수 있는 여지가 커졌다는 것이다.

해마다 상승추세에 있던 1++등급 출현율도 정체 상태에 있다.

’20년 22.5%에서 ’21년 23.8%, ’22년 25.6%를 기록해온 ++등급은 올해 들어(1~3월) 상승세가 멈췄다(25.6%).

한우업계에선 수입육과 확실한 차별화를 이룬 한우 고급육의 경우 여전히 소비시장에서 환영받으며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는 만큼 생산단계에서 꾸준한 차별화 노력을 기울일 수 있는 제도적 수단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한우 평균 도체 가격은 전년대비 2151원 하락한 반면, 도체 경락가격 상위 10% 평균경락가격은 2만6067원으로 전년(2만6954원) 대비 887원 하락에 그쳤다.

가격 하락이 본격화된 올해 1~3월까지 가격 동향 역시 평균가격은 전년대비 18.7% 하락한 가운데 3등급의 경우 35.3%로 가장 큰 하락폭을 보인 반면, 1++등급은 13.4% 하락했고 이 중 근내지방도 9번(BMS No.9)의 가격 하락폭은 가장 적은 11.5% 수준 이었다.

2021년 1~3월과 2022년 1~3월 도매시장 한우가격 비교(자료:ekapepia).

 

근내지방도(BMS) No.7번, 1+등급으로 재조정해야

이처럼 지난해 말부터 도매시장 한우거래가격이 크게 하락하면서 한우농가의 소득 및 경쟁력 제고와 한우고기의 새로운 고급화 전략의 하나로 소 등급판정 기준을 다시 정비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유통업계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가장 먼저는 4년 전 등급제 개편으로 1++등급에 포함된 근내지방도 7번(++, +)을 다시 원상태인 1+등급으로 하향 조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2019년 정부와 축산물품질평가원은 마블링 중심의 등급체계가 장기 사육을 유도해 농가의 생산비 부담이 늘어나고, 지방량 증가로 건강을 중시하는 소비 트렌드변화에 부응하지 못한다는 지적에 따라 등급 기준을 하향 조정했다.

이에 따라 지방함량 17% 이상(근내지방도 8, 9번)에 한해 부여 했던 1++등급을 15.6% 이상(근내지방도 7, 8, 9번)으로 낮췄다.

하지만 등급기준을 완화하면서 한우의 품질고급화가 오히려 후퇴됐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고 있다. 근내지방 침착이 이전 보다 적어도 1++등급을 받을 수 있게 된 데다 원뿔(1+) 등급과 투뿔(1++ )등급의 격차가 감소하는 등 변별력까지 함께 줄었기 때문이다.

등급제 개편 이후 1++등급 생산량이 급증하면서 한우고기 '최고 등급'에 대한 희소성 등 고급육 이미지와 수급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소 등급판정 기준이 개정되기 이전인 ’18년, ’19년 1++등급 출현율은 12.2%, 14.9% 수준에 불과했지만 등급판정 개정 이후인  '20년 22%를 넘긴데 이어 지난해는 25.6%로 10%p 넘게 늘었다.

반면, 지난해 1+등급과 1등급은 25.3% 24.3%로 등급기준 개정 직전 대비 오히려 3.5%, 5.9% 줄었다.

출하되는 한우 가운데 최고등급의 '투뿔 한우'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게 된 셈이다.

2019년 12월부터 적용된 소 도체등급기준 세부 내용
2019년 12월부터 적용된 소 도체등급기준 세부 내용
등급판정 기준 개정 전과 개정 이후의 1등급 이상 출현율 변화('19년은 1~11월).

 

 

한우 품질고급화 위한 ‘새로운 대안’ 모색할 때

“개선된 근내지방도 7번으로 출하 시에도 1++등급을 받도록 함으로써 사육기간 단축(31.2개월→29개월)으로 연간 1,161억원의 경영비 절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4년전 등급기준 개정 당시 정부가 내놓은 설명 자료의 일부분이다.

하지만 정부의 의도와 달리 ‘하이마블링’에 대한 소비자 선호가 더욱 공고해 지면서 농가들은 여전히 장기비육을 통한 고급육 생산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한우 거세의 평균 출하 월령은 지난 ’19년 30.5개월에서 ’20년 30.3개월로 단축되는 듯 했으나 ’21년 30.4개월에서 ’22년 30.7개월로 오히려 늘고 있다.

정부가 정한 기준 이나 방침대로 농가들이 생산 방식을 수정하지 않는 것은 여전히 더 많은 근내지방이 침착된 도체가 더 높은 가격에 거래되기 때문이다.

한우의 품질고급화를 위한 또다른 대안으로 한우농가의 근내지방 목표치를 상향 조정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현재 마블링스코어 최고등급인 근내지방(BMS) No.9번에서 추가 마블링 스코어나 이에 맞는 추가 등급을 마련, 제도화 해야 한다는 것이다.

 

1++등급  No.10,11번으로 세분화 해야 

한우 유통업계 전문가들은 근내지방 9번 그 이상의 한우에 대해 이미 중매인 등 유통업계가 거래 기준으로 활용하고 있는 9-1, 9-2, 9-3에 해당하는 근내지방(BMS) 10번, 11번 신설은 물론 이에 맞는 등급 기준까지 새롭게 설정해 농가들의 고급육 생산 의지를 더욱 독려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우의 품질고급화를 위해 정부가 적극 벤치마킹 해온 일본의 경우 근내지방도(BMS)가 12번까지 세분화되어 조지방 함량이 31.7%에 달하는 상황에서 한우의 개량과 품질고급화 역시 상당부분 진척되온 점을 감안할 때 새로운 소 등급기준 설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더욱이 지금의 1++등급은 20여년전인 2004년 12월 근내지방도 8, 9번 신설에 따라 도입된 것으로 2000년대 초반의 한우 고급화 목표가 지금껏 유지되며 제기능을 다한만큼 최근의 변화된 유통환경에 맞는 새로운 소 등급체계 개편이 절실하다는 진단이다.

농협 음성축산물공판장 김형규 중도매인 조합장은 “근내지방 7번이 1++등급에 포함되면서 생산량이 급격히 많아지는 등 한우의 품질고급화 전략이 발전하지 못한 채 오히려 후퇴한 측면이 크다”면서 “1++등급의 적정량과 확실한 차별화를 위해 근내지방 7번을 1+등급으로 다시 조정하는 한편, 근내지방 10번, 11번을 신설하는 등 새로운 등급 기준을 마련‧적용하는 방안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유통현장에서 인센티브를 받고 있는 ‘미세마블링’ 역시 등급판정기준에 새롭게 포함시켜야 할 항목 중 하나로 꼽힌다.

미세마블링은 지난  '19년 등급판정기준에 포함 됐었다가 시기상조라는 지적으로 제외된 이력이 있다. 하지만 단순한 지방 함량을 떠나 눈으로 보고 즐기는 다양한 소비자 요구까지 충족하기 위해선 마블링의 모양까지 등급판정 기준에 포함해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한우의 등급판정 모습. 실제 도매시장에선 거칠고 굵은 마블링 보다 촘촘한 미세 마블링 한우가 높은 가격에 거래된다.
한우의 등급판정 모습. 도매시장에선 거칠고 굵은 마블링 보다 촘촘하고 잔잔한 모양의 미세 마블링 도체에 높은 경락가가 매겨진다.

 

다양한 한우고기 생산...소비자 요구에 부합해야

지금보다 한단계 높은 수준의 한우의 고급화를 위해선 한우의 출하 월령 등 사양관리가 큰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이는 최근 정부가 역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탄소 저감을 위한 출하월령 단축과 배치되어 실질적인 제도 추진에 적잖은 어려움이 예상된다.

하지만 오는 2040년 외국산 쇠고기의 관세가 0%로 제로화되는 등 수입육과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가격 부분의 열세는 더욱 확고한 품질고급화와 다양성으로 극복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조언이다.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저탄소 인증 한우’ 등은 기존대로 추진하되, 근내지방도 10, 11번의 마블링 스코어 제도화와 생산 등 한우의 또다른 명품화 목표를 함께 추진하는 등 다양성을 함께 추구해야 할 시기라는 것이다 .

여기에 친환경 인증과 동물복지 한우 등 맛은 물론 ‘가치 소비’를 추구하는 등 소비자의 니즈에 부합할 수 있는 다양한 속성의 상품들을 생산해야만 진정한 한우의 명품화와 차별화를 이뤄 나갈 수 있다는 진단이다.

농업회사법인 민속한우 권혁수 대표는 “그동안 한우는 높은 근내지방을 중심으로 한 품질고급화 전략으로 쇠고기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고 우위를 점해왔지만 한가지 전략만으로는 앞으로의 시장을 낙관하기 어렵다”면서 “저탄소 인증 한우, 동물복지 한우 등 지금 보다 더욱 세분화된 상품 생산과 공급으로 소비자의 다양한 요구에 부합해야 지속가능한 한우산업의 미래를 기대할 수 있을 것 ”이라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