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칼럼] 양곡관리법 거부권 시사,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행위
[편집자 칼럼] 양곡관리법 거부권 시사,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행위
  • 김재민
  • 승인 2023.04.04 08: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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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생산 감축 프로그램 양곡관리법 수정안에 충분히 담겨

야당과 농민단체 등이 대통령 거부권 반대 및 쌀값 정상화법 공포 촉구 결의대회를 개최한 가운데, 한던수 국무총리의 대국민 담화가 구설에 올랐다.

당초 농촌경제연구원이 양곡관리법 개정안의 경제적 영향을 분석한 자료는 국회 심의 과정에서 폐기되고 새로운 수정안이 상임위를 통과해 본회의에 상정됐는데, 총리가 예전 개정성 평가를 한 자료를 그대로 인용했다는 것이다. 이를 양곡관리법 허위자려 인용으로 규정하고 탄핵사유에 해당한다는게 야당의 주장이다.

이와 관련 농림축산식품부는 설명자료를 통해 양곡관리법 수정안의 국회 통과를 눈앞에 두고 있는 가운데, 민주당은 농민단체 등과 함께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된 양곡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수정안은 당초 개정안에 비해 시장격리 요건이 일부 강화된 것처럼 보이나, 그 본질은 정부로 하여금 남는 쌀을 강제로 매수하게 하는 것으로 동일하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남는 쌀을 의무적으로 매입하도록 하는 기준과 관련하여 당초안은 초과생산량이 3% 이상이거나 평년 대비 산지쌀값이 5% 이상 하락하는 경우로 규정하고 있었으나, 수정안은 초과생산량이 3~5% 범위에서 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정하는 기준 이상이거나 산지쌀값이 5~8% 범위에서 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정하는 기준 이상 하락하는 경우로 그 기준을 수정했다.

농식품부는 남는 쌀을 정부가 매입하는 법안이 제도화되면 농업인에게 증산을 유도하는 잘못된 신호를 주게 되며, 당초안과 수정안 모두 공급과잉 구조를 심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며 시장격리 요건을 초과생산량 3% 이상에서 3~5% 기준으로 변경하더라도 남는 쌀을 정부가 강제 매수하도록 하는 조항으로 인해 쌀의 공급과잉이 심화되어 시장격리가 불가피해지고, 정부가 강제로 사야 하는 남는 쌀은 줄어들지 않아 쌀값 하락 예상치도 동일하다는게 농식품부의 주장이다.

하지만 쌀의무매입제보다 더 강력한 보호제도인 쌀변동직불제가 시행됐던 때에도 벼 재배면적은 줄어왔고 2020년에는 쌀이 부족해 가격이 급등하는 사태도 경험한바 있다. 양곡관리법 수정안에는 논 타작물재배사업이 함께 제도화 되고, 이번 정부들어 전략작물직불제를 도입하는 등 정부가 의지만 있으면 적정 재배를 위한 충분한 행정조치를 취할 수 있는 여러 수단도 함께 마련됐다.

그런 의미에서 의무매입제도는 정부가 쌀 생산감축을 유도할 수 있는 여러 수단을 활용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쌀이 과잉 생산되거나 쌀 가격이 하락하였을 때 활용되는 최후의 카드이며, 정부가 농민들에게 쌀 수급과 가격안정을 위해 노력하도록 하는 보증수단이지 과잉 생산을 유도하는 제도로 호도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과잉 생산을 유도하는 제도라면, 타작물재배사업을 양곡관리법에 담지 않았을 때 그런 평가가 가능하겠지만, 쌀 생산을 감축하는 프로그램이 담겨 있기에 현재 정부 여당의 거부권 시사는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행위라 하겠다.

한덕수 국무청리가 대국민담화를 통해 양곡관리법의 대통령 거부권을 요청하고 있다.
쌀값 정상화법 공포 촉구 결의대회가 국회 본관 앞에서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과 농민단체들이 함께 진행하고 있다.

 

과잉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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