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제만 대전충남양돈농협 조합장
[인터뷰] 이제만 대전충남양돈농협 조합장
  • 옥미영 기자
  • 승인 2023.06.29 11:18
  • 호수 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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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양돈농협, 협동조합형 패커 성공신화를 쓰다
“양돈인들, 내 사업체 진정한 ‘파트너’ 누구인지 깊게 고민해야
조합은 ‘사람’, 민간기업은 ‘이윤’ 중심...시장견제 역할에 힘 실어야”

 

[팜인사이트=옥미영 기자]

Q.포크빌공판장이 시장에 조기에 안착했다는 평가다. 2022년 도축물량 기준 돼지는 전국 5위, 소는 6위에 랭크되어 있다. 포크빌공판장이 조기에 안착한 비결은 무엇인가?

A.포크빌공판장의 가장 큰 성공 배경은 최적의 교통여건과 초현대식 도축 시설을 갖춘 인프라 구축에 있다고 본다.

천안시 동남구 5공단에 자리잡은 포크빌공판장은 돼지 사육두수가 전국 최대규모를 자랑하는 충청남도를 기반으로 서울과 수도권 등 최대의 소비시장을 가까이에 둔 지리적 이점을 갖춘 데다 최신 도축 설비와 각종 장비는 유럽의 최첨단 설비를 그대로 들여와 세계 어느 곳과 견줘도 뒤지지 않는 명실공히 국내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소의 경우 전국 최초로 사전냉각터널 시스템(도축 직후 지육을 –2℃ 온도로 150분간 사전냉각)을 갖춰 도축 후 지방과 육색을 최상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다.

중도매인들과 거래처로부터 ‘포크빌공판장의 지방색과 육색이 최고’라고 평가받는 이유다.

돼지의 경우 DMRI(덴마크육류연구소) 컨설팅을 통해 설치한 급속냉각터널(도축 직후 지육을 –18℃ 온도로 150분간 사전냉각) 운영을 통해 품질을 업그레리드시켰고, 특히 냉감모율을 2.5%에서 1.5% 수준까지 낮췄다. 칠링로스(냉감모율)를 획기적으로 줄인 건 체내에 있는 수분 손실을 최소화하면서 육질개선 등 맛까지 함께 잡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도축 품질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공판장 개장 이전부터 소와 돼지 모든 가공장 유치에 성공하며 기초 도축 물량을 확보한 데다 이후 대형 출하처 및 계통통협과의 적극적인 MOU 체결을 통해 안정적인 출하물량을 확보해 나간 것도 큰 도움이 됐다.

현재는 공판장 내 2곳의 가공장 통합과 함께 가공처리 능력을 추가로 1백두 늘려 총 3백두 규모의 가공공장 증설을 추진하고 있다. 경매부터 가공장까지의 완벽한 자동 제어 시스템으로 사람 손이 일절 닿지 않는 위생 안전 시스템을 적용해 비용 절감과 위생‧안전성 제고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Q.서울경기양돈농협 등 최근 양돈농협들이 도축사업에 참여하는 쪽으로 의사결정을 하고 있다. 포크빌이 도축업 진입 당시에도 많은 반대가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이처럼 양돈농협들이 도축사업에 속속 참여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나?

A. 우리 조합의 경우 지난 2016년과 2019년 구제역 발생으로 도내 돼지의 반출 제한 조치가 장기화하면서 조합은 물론 조합원들이 피해가 엄청났었다. 당시 충남지역 내 도축장 1일 최대도축 물량은 8천두 수준이었는데, 충남지역 출하물량만 1만 2천두에 달하는 상황에서 타 시도의 반출이 엄격히 제한되면서 과체중돈이 늘어나며 농가들이 수취금액이 크게 하락했다.

농식품부에 줄기차게 건의해 충남도 외 지정도축장으로 충북지역 한 곳의 도축장이 추가됐었지만, 물량을 소화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이러한 상황은 구제역 상황이 마무리된 후에도 마찬가지였다.

우리 조합 자체의 도축 및 가공 능력을 갖춘 공판장 설립이 절실했고, 대의원들을 설득해 '패커형 협동조합' 완성을 위한 사업 설계에 돌입하게 된 배경이다.

양돈농협들이 속속 도축사업에 뛰어드는 것도 조합의 자체 도축과 가공, 판매 기능 확보를 위한 교두보를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양돈농협들의 자금력 역시 도축장 사업에 뛰어들 수 있는 원동력으로 작용한 측면이 크다.

경제사업은 물론 신용사업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루며 적잖은 자본을 축적할 수 있었고, 도축장이라는 핵심 인프라에 투자할 수 있는 여력이 생겼다고 볼 수 있다.

협동조합형 패커는 쉽게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우리 조합의 경우 수년간 긴축경영과 건전결산을 통해 비용을 절감하고 대손충당금을 200%씩 적립하며 씨드머니를 조성했고, 협동조합형 패커를 완성해 냈다.

결국, 여러 상황을 종합해볼때 서경양돈조합의 도축장 건립 추진도 민간기업의 시장견제와 협동조합 역할 강화 등 긍정적  측면이 크다고 분석한다.

포크빌공판장은 DMRI의 컨설팅을 통한 급속냉각터널 운영으로 칠링로스(수분감량)를 1.3% 수준으로 줄이면서 생산성 향상은 물론 품질과 맛을 높이는데 성공했다.
포크빌공판장은 DMRI의 컨설팅을 통한 급속냉각터널 운영으로 칠링로스(수분감량)를 1.3% 수준으로 줄이면서 생산성 향상은 물론 품질과 맛을 높이는데 성공했다.

Q. 도드람, 부경양돈의 경우 목적사업인 돈육유통에서도 큰 성과를 내고 있다. 포크빌의 경우 이점이 다소 부족한 것으로 아는데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A. 현재 포크빌포도먹은돼지의 경우 현대백화점을 비롯해 홈플러스 전 매장에 독점 공급으로 입점해 있다. 이밖에 쿠팡과 마켓컬리 등 온라인 시장에도 진출해 있는 상황이다.

판매 부문에서의 역량 강화는 우리 조합의 과제임은 분명하고, 물량과 규모의 확대 역시 필요한 것은 맞다. 하지만 협동조합은 어디까지나 생산자 중심의 조직인만큼 적정한 판매 가격을 보장받는 등 농가의 입장이 최우선시되어야 한다고 본다.

소비자에게 고품질의 위생적인 돈육을 합리적인 가격에 공급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농가가 정성 들여 생산한 돼지를 적정 가격에 판매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

생산부터 도축 및 가공단계를 일원화해 유통구조를 단순화하고 비용을 낮춰 소비자들에게 최대 편익을 주는 노력도 중요하지만, 가격 부문의 경쟁으로 농가나 조합이 손해를 입어선 안 된다는 생각이다.

이 같은 맥락에서 우리 조합은 ‘판매 능력에 맞는 사업 추진’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가격 할인과 덤핑 등 무리한 판매와 영업을 지양하는 가운데 판매 활성화를 꾸준히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포크빌공판장은 유럽의 최신식 도축시설을 국내에 그대로 구현했다. 독일 프론트마텍(Frontmatec)사의 자동 이분도체기 모습.
포크빌공판장은 유럽의 최신식 도축시설을 국내에 그대로 구현했다. 독일 프론트마텍(Frontmatec)사의 자동 이분도체기 모습.

Q. 양돈업계가 직면한 가장 어려운 문제 중 하나가 바로 환경문제라고 본다. 특히 대전·충남 권역에는 홍성 등 양돈 밀집 지역이 있어 다른 지역보다 조합에 거는 기대도 높을 것으로 생각된다. 대안이나 해결방안이 있나.

A. 현재 우리 조합엔 환경 전문 분야의 박사학위를 가진 두명의 전문 직원이 방류 수질과 설비에 대한 전문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다. 지속적인 수질 검사와 색깔에 대한 전문 컨설팅으로 조합원들의 호응도 매우 좋은 편이다.

냄새 저감과 관련해선 여러 제품과 사용법들을 충실히 안내하는 데 힘쓰고 있다.

알고 있다시피 현재 양돈장의 냄새 제감을 위한 제품은 상당히 많이 출시되어 있다. 다만, 농가가 현장에서 잘못 이해하고 있는 부분이 적지 않은 데다 적절한 사용을 하지 못해 실패를 보는 경우도 있다.

조합이 직접 나서 제품 등을 지정하게 되면 조합에서 모든 책임을 져야 하는 문제도 뒤따를 수 있어 조합에선 제품 선택과 올바른 사용법에 대한 안내 그리고 컨설팅에 집중하고 있다.

전문 인력의 컨설팅으로 인해 방류 수질과 냄새 저감 등은 상당히 개선된 측면이 커서 나름의 성과를 얻고 있다.

 

Q. 관내(대전충남세종) 양돈 농가수가 1100호에 가까운 것으로 알고 있다. 양돈 농가 수에 비해 조합의 가입률이 낮은 편인데, 조합 사업 물량 확대나 존립 기반 유지를 위해서도 조합원 가입률 확대가 중요하다고 본다. 어떤 전략이 있나.

A. 단순한 조합원 숫자는 크게 의미가 없다고 본다.

중요한 건 조합과 함께 성장하고 함께 도움을 주고받는 진성 조합원을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문제라고 본다.

양돈장은 사업이다. 농가들이 사업을 하는 데 있어 양돈농협은 필요한 존재가 되기 위해 노력을 다해야 하는 한편, 농가들도 주인의식을 가지고 조합 사업에 함께 참여하며 내 사업체와 공동의 사업체인 조합의 공동 성장에 함께 힘써야 한다.

최근 조합 경영에서 각별한 신경을 쓰고 있는 부분은 2세 농가 모임과 교육이다.

30여 명이 넘는 2세 양돈인들을 위해 분야별 전문 강사를 초빙해 교육하면서 모임을 활성화하고 있다. 대의원에도 참여시키며 조합 사업에 관심을 기울이도록 독려하고 있다.

앞으로 미래 양돈산업과 우리 조합의 미래도 이들에게 달려 있다고 본다.

지속적인 모임과 교육을 통해 2세들의 유대감과 조합의 미래에 대한 책임감, 그리고 부모님과 원활한 관계 형성 유지하는데 조합의 역할을 다하고자 한다.

 

Q. 협동조합형 패커가 속속 완성되며 양돈조합을 중심으로 한 도축 물량은 늘고 있지만, 사료 시장점유율에선 여전히 민간 기업의 점유율이 압도적이다. 앞으로의 양돈 시장 역시 협동조합과 민간 회사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는데, 협동조합 중심의 시장 재편을 위한 양돈조합의 역할에 대한 제언을 부탁드린다.

A. 먼저 사료부문에서 보면 현재 협동조합의 여신 규정으로는 민간 회사에 대응 할 수 있는 여력이 크지 않은 게 사실이다.

농협중앙회 여신 규정에 따르면 시의 감정 평가금액이 군보다 10% 낮다. 더욱이 회원조합의 경우 중앙회보다 감정평가 금액이 무려 15%가 낮다.

제도 개선을 줄기차게 요구했지만, 시정이 되고 있지 않아 답답하고 안타까울 뿐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자금이 필요한 농가들은 민간 사료 회사의 편리한 대출과 사료 이용을 선택할 여지가 높다. 대군 농가에선 이러한 사례는 더욱 쉽게 찾을 수 있다.

선입금 조건과 규모에 따른 할인조건으로 민간 사료 회사가 농가를 확보하는 것은 매우 수월하다. 그동안 대부분의 양돈장 역시 규모화 과정에서 이러한 방식들을 택해온 것도 사실이다.

양돈농협이 민간 회사와 제대로 경쟁하기 위해 여신 규정 등을 현실성 있게 개선해야 한다.

조합을 이용하고 싶어도 민간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현실적인 문제들이 적지 않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국내 양돈산업에서 협동조합이 민간을 견제하며 시장점유율을 높여가기 위해선 협동조합의 역할 못지않게 농가들의 의식 또한 중요하다고 본다.

"나의 양돈사업을 과연 누구와 같이할 것인가?"와 같은 양돈장의 진정한 파트너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협동조합은 협동과 사람이 중심이 된 조직체라면, 민간은 경쟁과 이윤을 중시한다. 이윤 극대화를 추구하는 기업 활동에서 당초의 목표에 부합하지 않으면 언제든 사업을 접고 떠날 수 있다.

협동조합 역시 농가들의 자주적인 모임으로 결성됐지만, 엄연한 경영체이다. 조합 사업에 관심과 애정을 갖고 함께 참여해 협동과 규모의 경제 효과가 빛을 발할 때 비로소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다.

양돈 농가들이 깨어있는 생각을 가지고 조합과 공존하며 공생하는 방안을 함께 모색할 때 협동조합 중심의 시장 재편은 현실화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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