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일품한우의 성공스토리
[포커스] 일품한우의 성공스토리
  • 옥미영 기자
  • 승인 2023.09.11 11:11
  • 호수 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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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농가'‧'식육점과 식당' 상생으로 육가공업계 ‘성공신화’ 쓰다
매출 6년 만에 연매출 1500억 원, 1만4천여 마리 판매 ‘일궈’

[팜인사이트=옥미영 기자]

“농가는 품질을 바탕으로 생산비를 낮춰 경쟁력을 높일 수 있게 돕고, 한우를 취급하는 식육점과 식당은 적정한 이윤을 보장해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가 행복한 상생의 구조를 만들 가는 것, 이것이 바로 일품이 추구하는 경영 목표입니다.”

창업 6년 만에 연간 한우 1만4천여 마리 판매, 매출액 1,500억 원 달성으로 한우 육가공업계의 판을 뒤흔들고 있는 일품한우(농업회사법인 품) 김치영 대표이사의 말이다.

50여 년 넘게 한우와 함께 동고동락해온 김치영 대표는 단순히 한우를 도축, 가공해 납품하는 육가공사업에서 벗어나 전후방 산업의 조직원들이 상생할 수 있는 모델을 찾아, 현실화하면서 한우산업에 새로운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전국 4천여곳 식당‧식육점 확보하기까지...일품한우의 ‘도전’

일품한우는 최고의 한우 생산‧공급을 지향하는 농업회사법인 품의 브랜드 이름이다.

매일 60여 마리의 한우가 두 곳의 작업장(대구 삼세, 청주 팜스토리 한냉)에서 직접 가공되어 전국의 식육점과 식당 4천여 곳에 판매‧공급된다.

일품한우가 짧은 기간에 전국에 점조직과 같은 거래처를 확보한 것은 ‘상생’을 최고의 사업 목표로 정한 김치영 대표의 경영 철학이 업계에서 깊은 신뢰를 얻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층 규모화된 한우의 생산과 공급만으로 경쟁력을 높여야한다"는 판단으로 2017년 설립된 농업회사법인 품의 성장 스토리는 어떤 누구도 상상조차 하지 않았던 ‘도전의 연속’이었다.

김치영 대표는 창업후 가장 급선무인 판매망 확보를 위해 전국의 식육점과 식당 수백여 곳에 무작위로 전단을 발송하며 육가공업체로서 몇 가지 사항을 반드시 지키겠다고 약속했다.

첫째는 대형 할인점과 백화점 등에 일품한우를 공급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대부분의 브랜드 주체나 육가공업체들이 대량 거래처 확보를 목표로 둔 것과 달리 김 대표는 식육점, 식당을 최우선 거래처로 정하고, 그들과 경쟁 관계에 놓인 대형 할인점과 백화점에는 일체 상품을 공급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소비자들의 축산물 구매패턴이 원스톱 쇼핑이 가능한 대형 할인점 중심으로 이동하면서 소, 돼지 한 마리를 가공해 판매하는 정육점들의 입지가 갈수록 좁아져 가고 있는 상황에서 김 대표의 선언은 유통업계에 작은 파장을 일으키며 적잖은 사람들이 공감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거래처가 급속도로 늘어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반신반의하는 의심의 눈길이 적지 않았다.

일품의 영업력은 철저한 부분육 분할 정형과 정직한 판매에서 큰 힘을 발휘했다.

기술과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는 정육점과 한우식당을 위해 육가공업계 최초로 46개 부위를 정형, 이를 메뉴얼화해 알리기 시작했다.

김치영 대표는 식육점 운영자들의 노령화가 가속하는 가운데 대를 잇는 2세 경영은커녕 발골 능력을 가진 기술자 유입까지 크게 감소하는 상황에서 식육점과 식당의 경영을 영속시켜줄 조력자가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이러한 틈새시장을 최적의 거래처로 판단했다.

특히 주문자나 작업자에 따라 스펙이 달라지던 기존의 부분육 분할판매 관행에서 벗어난 ‘정형화된 스펙’은 식육점과 식당의 신뢰를 얻기에 충분했다.

여기에 기존 거래처를 최우선으로 한 영업전략은 일품한우의 충성고객 확보로 이어지게 했다.

사업 초기 재고 물량이 발생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에서 김치영 사장은 기존 고객(거래처)에 한해서만 할인판매하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할인해도 팔리지 않을 땐 ‘공짜’로 주기까지 했다. 모두 기존의 일품거래처에만 적용했다.

'땡처리 물량'만을 공략하는 유통업체들이 기승을 부리며 달라붙기도 했지만 발붙일 틈을 주지 않았다. 신규 고객이라 해도 예외가 될 수 없었다.

할인판매는 기존 거래처를 대상으로 한다는 원칙과 타협하지 않았다. 결국, 이는 일품의 충성고객을 확보하는 중요한 영업전략이 됐고, 시장에서 무한신뢰를 얻게 되었다.

더불어 고객과 경쟁하지 않겠다는 김치영 대표의 경영 철학으로 현재까지도 일품한우는 식당이나 소매점을 일체 운영하지 않고 있다.

 

김치영 대표이사는  "일할때는 운동하는것처럼 즐거운 마음으로 최선을 다할것을, 운동할때는 일하는것처럼 진지한 마음가짐으로 자신의 체력을 단련하는데 집중해야 한다"고 평소 강조한다. 품한우는 김치영 대표의 이러한 지론은 일품한우 작업장 곳곳에 붙어있다.

업계 최고의 정산 조건에 최고의 ‘스펙’까지...유통업계 허브 역할

현재 일품거래처는 등심, 채끝 등 선호 부위부터 정육 등 비선호 부위를 주로 취급하는 식당과 식육점까지 일일 60여 마리의 한우가 전국으로 판매되면서 부위별 소비 불균형을 어려움을 겪고 있는 브랜드 경영체들의 해결사 역할까지 해내고 있다.

일품거래처와 관련해 지역은 물론 부위별 담당자가 별도로 정해져 있는 등 일품의 거래처는 전국 식육점과 식당에 모세혈관처럼 퍼져 각 부위별로 필요로 하는 상품들이 전국 곳곳으로 배송된다. 특히 음성공판장을 기준으로 한 농가의 정산 조건과 업계 최고 수준의 높은 정육률로 전국의 브랜드 경영 주체들도 일품에 소를 내고 필요한 부위를 가져다 판매하는 등 유통의 ‘허브’로 거듭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정읍한우 박승술 대표는 “농가들과 의기투합해 만든 정읍한우는 선호부위만 팔리고 비선호부위가 남게 되면서 사업초기 큰 부침을 겪었다”면서 “만약, 일품한우가 없었다면 부위별 수급 불균형 문제로 정읍한우는 벌써 문을 닫게 되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의 한우농가들이 생산한 소를 일품한우로 보내 필요한 부위를 구매하고, 나머지 부위는 일품한우에서 판매해주는 과정을 되풀이하며 결국 큰 어려움 없이 식당 운영이 자리 잡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2023년 6월 7일 대구상공회의소 주최로 열린 '2023 대구 천억클럽 오찬간담회' 기념촬영 모습. 대구 경제를 선도하고 있는 매출 1천억원 이상의 지역기업을 초청해 사기와 자긍심을고취하기 위한 것으로 일품한우는 창립 6년만에 클럽에 입성했다. 

국내 최초 규격우 제도 도입...소비자 지향적 생산 독려

일품의 상생 전략은 유통 부분에만 그치지 않았다.

농가의 경쟁력 향상을 위해 일품한우만의 ‘규격’을 설정, 이를 농가에 전파해 나갔다.

한우 특유의 고유한 맛을 유지하는 등 소비자가 원하는 한우고기 생산을 위한 것인데, 최소 30개월령 이상의 사육 기간을 기본으로 체중 360~570kg 등의 규격을 정했다.

1톤이 훌쩍 넘는 슈퍼한우가 나왔다는 소식이 뉴스가 되고, 1++등급이 농가의 자존심으로 통하는 현실에서 출하 월령에 체중까지 정해 생산을 독려하기가 쉽지 않았지만, 김치영 대표는 ‘소비자를 만족시키는 것이 곧 한우농가의 경쟁력’이라는 믿음으로 농가를 설득해 나갔다.

1++등급 생산에만 매몰되어 있는 농가들에 ‘규격’을 강조하고 나서자 반발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김 대표는 “시장이 요구하는 한우를 생산해야 해야 경쟁력이 있다”고 끈질기게 밀어붙였다. 규격에 해당하지 않는 개체에 한해선 페널티를 부과하되, 규격에 맞는 개체는 인센티브를 제공하면서 농가들도 수긍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최상의 출하정산 조건을 기본으로 육가공업체 최초로 근출혈 보상제도를 도입해 도축 과정은 물론 가공 단계에서 발견된 근출혈까지 보상해주면서 ‘일품한우의 성공은 곧 한우농가에 있다’는 경영 철학과 신념을 몸소 실천해 나갔다.

특히 100두 이상 규모화된 농가들을 대상으로 진행 중인 ‘일품한우 멤버십’ 제도는 한우농가들에게 기업가 정신을 일깨워 새로운 도전과 혁신 활동에 전념할 수 있게 하고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을 병행하고 있다.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선 높은 품질을 기본으로 생산비를 어떻게 절감하느냐가 관건인데, 김치영 대표는 50여 년간 한우업계에 몸담아 온 노하우를 결집해 지난해부터 멤버십 농가들을 대상으로 전용 배합사료를 원가에 생산, 공급하며 이를 현실화 하고 있다.

실제로 일품이 생산하고 있는 전용 사료는 불필요한 원료를 최소화한 최적의 배합으로 시중 사료 대비 포당 3,000~3,500원가량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며, 고곡물 시대 마리당 70만 원의 생산비를 절감하고 있다.

일품한우는 향후 멤버십 제도를 200여두 규모까지 확대하는 등 글로벌 시대 한우의 국제화 시대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사료공급을 시작으로 모든 단계의 규모화를 더욱 가속화 한다는 계획에 있다.

*본 기사는 농장에서 식탁까지 2023년 7~8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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