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칼럼] 이종순 농정원 원장님께 드리는 공개편지
[편집자 칼럼] 이종순 농정원 원장님께 드리는 공개편지
  • 김재민
  • 승인 2023.10.12 17: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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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순 원장님 안녕하십니까.

팜인사이트 김재민 편집장입니다.

어제 농식품부 국정감사 취재를 마치고 후배기자로서 원장님께 솔직한 저의 생각을 전하기 위해 편집자 칼럼을 빌어 공개 편지를 드립니다.

2001년 처음 농업계 전문기자로 입문한 이후 언제나 호탕하고 자신감 넘치는 선배님의 모습을 보고는 비록 소속 매체는 달랐지만 멋진 선배기자라고 생각했습니다.

특히 늦은 나이에 언론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하는 등 공부하고 연구하는 기자의 모습은 저를 비롯한 많은 농업계 후배 기자들에게는 큰 도전이 되었습니다. 그 때문에 저도 대학원 진학을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농식품부 팸투어로 순천에 방문했던 당시, 농민신문 주재 기자로 내려와 계셨던 선배님께서 대학원 진학에 대해 고민을 들어주시고 조언해주셨던 기억도 또렷이 남아있습니다.

이후 현직에서 떠나신줄 알았던 선배님께서 2021년 12월 농정원 원장으로 취임한다는 소식을 듣고는 농업전문기자도 공직에서 활동하는 분이 생겨났구나하며, 전문기자들의 자존심을 세워준 것 같아 자랑스러웠습니다.

이듬해 대선에서 정권이 바뀌면서 혹시 사퇴 외압에 시달리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하기도 했는데, 지난 9월초 대구에서 개최된 국제축산박람회에 참석하신 선배님을 멀리서 보고는 여전히 당당하신 모습과 밝은 표정에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하지만, 어제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국정감사에서 보여주신 선배님의 모습은 너무나 아쉬웠습니다. 아니 큰 충격이었습니다.

농정원 총괄본부장 인선 과정에서 농식품부의 외압설이 제기되고 언론에 그를 뒷받침하는 문서까지 공개된 상황은 선배님 입장에서 매우 곤혹스러운 일이었다 생각됩니다. 더군다나 경실련이 이 사안에 대해 공익감사를 청구하고, 이와 관련해 농식품부로부터 감사까지 받으면서 선배님도 또 농정원 구성원들도 하루하루가 가시밭길이겠구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어제 10월 11일 국정감사장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농식품부의 외압은 없었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부인으로 일관하는 모습을 보면서 예전에 제가 알고 있던 선배님의 모습을 찾을 수 없어 매우 씁쓸했습니다.

더군다나 총괄본부장으로 인선되었다가 막판에 다른 사람으로 뒤바뀌어 고배를 마신 당사자가 증인으로 출석해 관련 사실까지 증언했음에도 불구하고 당사자와 있었던 일(내부 인선 결과를 당사자에게 구두로 통보한 일)에 대해 답변을 미루거나 기억나지 않는다는 식으로 답변을 일관하는 모습은 당당하고 호탕했던 선배님 모습과는 사뭇달라 큰 충격이었습니다.

선배님의 주장처럼 농식품부 외압은 없었을 수도 있습니다. 인사 과정에서 당초 내정된 인사가 뒤바뀔만한 사안이 발견될 수도 있고, 지역 안배 등 여러 정무적 판단을 해야 하는 일도 많이 있으니까요. 하지만 당사자와 나눈 대화는 기억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불과 2개월여 밖에 되지 않은 사안 아니겠습니까. 

사실 전임 정부 말에 농정원장으로 인선되고, 정권교체를 맞게된 상황에서 농정원장으로 자리를 지키는게 쉽지 않았으리라 생각됩니다. 아마도 여기저기서 사퇴하라는 무언의 압박이 있었을거란 짐작도 미루어 해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감장에서의 선배님 모습은 농정원장이라는 자리에 연연하는 사람처럼 보였습니다.

이전 정부의 국정철학과 다른 정부가 들어선마당에 선배님이 자리에 연연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됩니다. 

그렇다면 국정감사라는 공적 공론의 장에서 당당히 소신을 밝히며 농식품부의 낡은 관행을 공개하고 농정원장 직에서 내려오겠다 당당히 밝혔다면 어땠을까요.

만약 그러한 모습을 보여주셨다면, 저와 같은 후배 농업전문기자들도 이 사안에 대해 선배님의 편에서서 과감히 펜을 들었을 것이고 낡은 공직사회의 관행을 개혁하는 기회가 만들어졌으리라 생각합니다.

선배님!

국정감사는 이제 시작입니다. 농식품부 종합 국감이 남아 있습니다. 국감장에서 진실을 밝히는 선배님의 모습을 기대하겠습니다.

2023년 10월 13일 김재민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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