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도축장 전기요금 할인 특례, 연장해야 마땅하다
[기자의 시각]도축장 전기요금 할인 특례, 연장해야 마땅하다
  • 옥미영 기자
  • 승인 2023.11.21 15: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팜인사이트= 옥미영 기자] 

"FTA는 끝나지 않았다.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지난 11월 17일 홍문표 의원 주최로 열린 '도축장 전기요금 할인 특례 확대 및 연장 토론회'에서 주제발표를 맡은 지인배 동국대 교수는 발표 말미에 간단한 소회를 밝히며 이렇게 말했다.

주요 선진국들과의 FTA를 체결한 지 10년이 지나며 지금까지 이렇다 할 영향을 느끼지 못해왔지만, 해마다 조금씩 낮아진 관세장벽은 ’26년이면 미국산 쇠고기가 ’28년이면 호주산 쇠고기의 관세가 전면 폐지되는 등 앞으로 강력한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는 것이다.

축산업계가 본격적인 FTA 영향 사정권에 접어든 반면, 영연방 FTA 피해대책 지원의 일환으로 실시된 도축장의 전기요금 할인은 FTA가 위력을 발휘하기도 전에 종료를 앞두고 있어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토론회에 참석한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가축을 축산물로 소비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도축장의 구조적 특성을 언급하며 공공재적 관점에서 도축장의 전기료 감면을 인식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전국 도축장에 파견된 공무원 및 공공기관 직원의 수는 886명으로 안전한 축산물 공급을 위해 국가가 나서 지도 감독하고 있는 현실은 이를 반증하고 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더욱이 미곡종합처리장과 천일염 생산설비의 경우 전기요금 할인 전용의 일몰 기간이 없다는 점은 농축수산업계에서의 형평성을 고려할 때 합리적이지 않으며 외려 축산업이 역차별을 받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지난 2022년 전국의 도축장들이 한전으로부터 받은 전기료 할인 혜택은 216억 원, 지난 8년간 총 1436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렇게 지원된 감면 혜택은 민간 또는 기업, 협동조합의 도축장에 귀속되지 않고 축산농가가 지불하는 도축수수료 인하 효과로 이어졌다는 사실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2015년 이후 소비자 물가지수 22.4%, 전기요금 43.1%, 최저임금 72.4% 인상이라는 어려운 경영상황 속에서도 도축수수료의 평균 인상률은 소 22.4%, 돼지14.3% 수준에 그치는 등 전기료 인상에 따른 할인 혜택의 체감이 크게 줄었음에도 도축장들은 농가들에게 이를 환원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최근 전기요금 특례제도의 일몰기한이 도래한 건에 대해선 예외 없이 일몰 적용됐다는 게 토론회에 참석한 산업통상자원부 과장과 한국전력 관계자의 설명이었지만 일몰 적용된 사례들과 도축장의 전기요금 할인 특례는 성격이 다르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말았다. 도축장의 전기요금 할인은 FTA라는 주요 국가 정책 추진 과정에서 피해를 입은 업계와 종사자들의 지원을 위한 ‘피해지원 대책’으로 추진됐다는 것이다. 

오히려 도축장의 전기요금 할인은 농업 분야의 오랜 지원대책으로 유지되온 농업용 면세유 지원과 농기자재의 부가세 영세율 적용과 마찬가지로 그 혜택이 농업인에게 귀속되는 것을 감안 할 때 연장 또는 확대가 마땅하다.

도축장의 전기요금 할인 혜택 연장의 가장 큰 장애물은 한국전력의 어마어마한 부채다.

’21년부터 ’23년 상반기까지 한전의 누적적자는 47조 원에 달하고 부채는 200조 원을 초과하는 등 심각한 경영 위기에 봉착해 있다는 게 산자부와 한국전력 관계자들의 입장이다. 

한국전력 요금전략 처장은 이날 "한전의 적자를 체감하기 어렵겠지만, 하루에 지급하는 이자가 120억 원이라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전의 막대한 부채는 국제 연료 가격과 환율 급등으로 인한 원가 상승분을 전기를 다량 사용하는 산업과 기업의 요금에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영향이 절대적이다.

신정훈 의원이 지난해 한국전력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2년 1분기 한전이 발전사로부터 사들인 전력 가격은 156원/kWh인 반면, 대다수의 대기업이 이러한 단가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100원/kWh 미만 가격으로 엄청난 양의 전기를 사용했다. 그 결과 각종 비용을 제외한 순수 전력 구매비만 따져도 한전이 국내 전력 다소비 상위 50대 기업에 전기를 공급하며 발생한 손실은 1분기 기준 최소 1조8천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국내 최대 전력 사용 기업인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해 1분기 한전으로부터 97.22원/kWh 가격으로 전기를 구매했다. 삼성전자 한 곳이 전력 구매단가 미만 가격으로 누린 혜택만 해도 2022년 1분기 기준 최소 2천786억 원 이상으로 추산됐다.

삼성전자 한 곳의 분기당 전기료 할인 혜택이 FTA 대책으로 전국의 도축장 74곳 전부를 통틀어 지난 8년간 받은 할인 혜택 2배에 달하는 셈이다.

뿐만아니라 고유가로 혜택을 보고 있는 정유사까지도 값싼 전기로 정제시설을 가동하며 중간이윤을 극대화 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굴지의 대기업에 터무니없이 값싼 가격에 전기를 공급해 발생한 막대한 부채를 영세한 농업인과 관련업계 전가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한전의 경영 정상화는 간단하다. 시장 개방으로 심각한 어려움을 안고 있는 축산업계의 전기료 정상화가 아니라, 다량의 전기를 사용하는 대기업에 시장 원리에 따라 전기요금을 제대로 산정해 연료비를 제가격에 받는 것이다. 결국, 이를 통해 각종 시장개방으로 어려움에 처한 농업인을 비롯한 관련업계에게 그 혜택이 돌아가게 하는 것, 그것이 진정한 FTA 피해지원대책이자 공공기관의 역할일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