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성한우농가 때문이라고? "바보야, 사육두수가 아니라 암소두수가 중요한거야"
의성한우농가 때문이라고? "바보야, 사육두수가 아니라 암소두수가 중요한거야"
  • 옥미영 기자
  • 승인 2023.12.01 12: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농림축산식품부의 ‘엇나간’ 한우 수급조절 사업
실제 송아지 증산과 연관 없는 ‘지역별 한우사육동향 조사’로 수급조절 진행
농식품부, 한우두수 감소단계 진입했는데도 여전히 ‘감축’에만 매몰

[팜인사이트=옥미영 기자]

매월 농식품부가 발표하는 ‘지역별 한우사육동향’ 조사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시‧군별 사육두수 증감을 조사해 사육두수가 증가한 지역을 대상으로 정부가 지자체에 수급 조절 등을 독려하고 있는데, 암소 두수를 기준으로 한 것이 아니라 단순히 사육 마릿수만을 기준으로 하면서 합리적이지 않다는 반발과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사육동향 조사를 통해 지역별 순위를 매기며 이를 지자체에 알리고 암소 비육 동참을 요청하는 등 사육두수 조절을 위한 기초자료로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농식품부가 내놓은 10월 지역별 한우사육동향에 따르면 경북 의성군의 경우 전체 증가 두수 3,462두, 증감률 7.0%로 증감 순위 1위 지역에 선정됐다.

지난달 1위에 올랐던 전남 나주의 경우 2,509두가 늘어 증감률 4.4%로 2위에 꼽혔고, 3위는 전남 고흥군으로 1,907두 증가로 증감률 4.5%로 집계됐다.

하지만 사육두수를 기준으로 한 조사가 송아지 생산 증가 등 직접적인 한우 증산과 연관이 크지 않을 수 있음에도 이를 지속하고 있는 건 문제가 있다는 게 한우농가와 업계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사진은 경남의 가축 경매시장 전경 모습.

한우농가의 사육형태가 번식 및 비육 또는 일관사육 등으로 구분된 상황에서 외부에서 태어난 송아지 입식 등 외부 요인 등을 고려하지 않고 단순한 사육두수를 증감을 조사해 수급조절을 독려하는 것이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경북 의성의 한 한우 사육농가는 “정부의 발표와 기사가 보도된 이후 의성이 소 값 하락의 근원지이자 사육두수 과잉의 배경지로 지목되고 있는 모양새”라면서 “한우지육가격이 크게 하락하며 최근 위탁 사육을 희망하는 농가가 적지 않은 상황에서 외부에서 반입된 송아지 입식 두수가 적지 않은 것이 현실인데, 암소 기준도 아닌 단순한 전년 대비 사육 마릿수 조사를 가지고 사육두수 조절을 운운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남 나주의 한우농가도 “정부 기준에 맞추자면 송아지 입식 자체를 자제하거나 하지 말란 논리인데, 가뜩이나 송아지 가격이 하락하는 상황에서 정부의 지역별 사육두수 증감 조사는 비육 농가들의 입식 의지를 위축시켜 송아지 가격만 더욱 부채질하는 것이 아니냐”면서 “태어난 송아지를 입식하지 않고 버리기라도 하랴는 얘기냐”라고 토로했다.

일부에선 지난달부터 한우사육두수가 감소로 전환된 상황에서 지금은 지나친 암소 비육과 도축을 경계해야 하는 타이밍인데 정부는 여전히 사육두수 조절에 매몰되어 있어 지난 2020년 사육두수 조절의 골든타임을 놓친 실수를 되풀이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전년 대비 한우 사육 동향에 따르면 지난 7월 전년 대비 3천 마리가 감소한 데 이어 9월엔 4만 3천 마리가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고, 10월엔 전년 대비 4만4575두가 감소했다.

2022년 10월부터 본격화된 한우 가격 하락으로 인해 암소 비육과 출하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암소 출하는 올해 1월과 2월 47.6%, 49.3% 수준이었으나 지난 6월엔 55.8%까지 올랐다. 7월과 8월 9월에는 각각 54.8%, 51.0%, 50.6%로 집계됐다.

1세 이상 가임 암소 숫자와 암소 도축 두수를 원별로 환산해 계산한 암소도축률의 경우 올해 초 20% 초반 수준에서 9월 기준 37.1%까지 올랐다. 이러한 동향은 한우 가격이 급락했던 지난 2012~13년 수준에 버금가는 수치다.

한우업계 한 전문가는 “암소 비육으로 인한 영향이 올해 말부터 사육두수 감소로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했다”면서 “지금 정부는 한우 마릿수 조사를 통한 수급조절이 아니라 암소도축률 등을 면밀히 따져 무분별한 암소 도축을 자제하는 등 향후 수 년이내 현실화 할 수 있는 생산기반위축에 대비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