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지방 삼겹살을 위한 변명
과지방 삼겹살을 위한 변명
  • 김재민
  • 승인 2024.01.30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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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등 주요 일간신문과 방송에서 과지방 삼겹살이 여전히 유통되고 있다는 내용의 보도가 나오고, 주요 포탈들이 이를 메인에 걸면서 양돈업계가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주기적으로 삼겹살 품질관리를 지도하는 등 대응해 나가겠다는 해명자료를 내놓기까지 했다. 과지방 삼겹살 문제는 오래전부터 지속적으로 문제 제기되었던 대표적 클레임이지만 좀처럼 해결이 되지 않았다. 돼지고기를 둘러싼 복잡한 여러 당사자들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기 때문인데 6000여 양돈농가, 수천개의 식육포장처리업체, 수만개에 이르는 정육점이 관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던 사이 소비자들이 바라는 품질 기준을 맞추지 못한 삼겹살이 유통되어 누군가 이를 구매하게 되면, 과거와 달리 블로그, 커뮤니티, SNS 등을 통해 해당 사실은 순식간에 확산되고 언론들은 좋은 먹잇감이 나타났다며 이를 비중있게 보도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수많은 플레이어가 고객의 니즈에 맞게 품질을 관리해 준다면 문제가 덜 되겠지만, 너무 많은 플레이어가 관여하는 시장 속에 고객 만족보다는 자사의 이익에 따라 행동하는 이들이 속속 등장하고 그때마다 선량한 농가와 유통업체까지 싸잡아 매도 당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삼겹살은 1980년대부터 최근까지 대한민국 식탁을 대표하는 음식으로 오랫동안 사랑받아오고 있다.

삼겹살 역사의 시작

‘대한민국 돼지산업사’ 원고를 한참 작성하던 4년전(2019년) 국내 돼지산업의 역사를 어떤 줄기로 전개해 나갈지 고민하였다.

알고 있는 지식을 펼쳐보이는 방식으로는 인사이트를 줄수 없기 때문에 현재의 돼지산업과 소비행태를 결론으로 두고 이런식으로 발전해 나가게 된 원인을 추적해 가는 방식으로 원고를 작성해 나갔다. 책이 출시되던 2019년 국내 돼지고기 소비는 삼겹살과 목살을 후라이팬이나 숯불에 구워먹는 것이 가장 보편적 방법이었고, 나머지 부위는 돈까스와 제육볶음, 햄과 소시지 등으로 소비하고 있었다.

특히 삼겹살 구이는 1980년대 시작되어 1990년대 보편화되었고, 2000년대 들어 고급화되었다.

1980년대 이전까지는 삼겹살을 구이로 소비하는 것은 보편적 방법이 아니었고, 지방이 적은 정육부위가 매우 각광 받던시기였다. 이유인즉 돼지고기 특유의 잡내가 심해 아무런 양념 없이 불판에 돼지를 구웠다가는 고약한 냄새 때문에 돼지고기를 소비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돼지고기의 잡내는 웅취라 하여 거세하지 않은 수퇘지에서 심하게 났고, 잔반(음식물쓰레기)을 사료로 이용한 돼지의 지방 부위에서도 잡내가 침착해 있어 조리시 심한 냄새가 났다. 이러한 잡내 나는 돼지는 지방이 적은 살코기 부위를 중심으로 소비되었고, 마늘·고추·생강·계피·파 등 강한 향신료와 양념을 활용해 조리해야 그나마 먹을 수 있었다.

1970년대까지는 잔반을 사료로 쓰는 것이 표준적 사육방식이었고, 중량 감소 때문에 거세도 거의하지 않았다. 그러다 일본 등으로 돼지 수출이 활성화되면서 거세 등을 필수적으로 실시한 규격돈 생산이 시작됐고, 농장이 규모화 되면서 잔반을 구해 돼지를 키우는 것이 불가능해지면서 양질의 배합사료를 급이한 돼지가 시장에 서서히 출하되기 시작했다.

거세와 배합사료, 110kg 출하라는 규칙을 지킨 수출규격돈은 특별히 양념을 하지 않고 불판에 고기를 구워 내거나 맹물에 고기를 삶아도 잡내가 나지 않았고, 특히 로스구이라 하여 불판에 양념하지 않은 돼지고기를 구워 먹는 방식이 각광 받기 시작했다. 돼지의 여러 부위 중 기름기가 많은 삼겹살과 목살이 로스구이 부위로 각광 받게 됐고 삼겹살이 돼지고기의 대명사처럼 사용되게 된다.

 

110kg 규격돈 과지방 삼겹살 문제 촉발

삼겹살 구이가 각광 받기 이전 지방이 응축된 비계 부위는 선호하지 않는 부위였다.

198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기름기가 적은 등심, 안심, 뒷다리살이 상등육이라 하여 삼겹살 등 지방이 많은 부위보다 고가에 판매됐고, 비계를 떼어 내고 먹는 사람들도 많았다.

하지만, 삼겹살 로스구이는 비계가 맛을 좌우하기 때문에 비계 많은 삼겹살이 각광을 받았다.

문제는 돼지를 작게 키우던 시절 삼겹살은 지방층과 살코기층이 선명하게 자리를 잡은 반면 돼지를 110kg~115kg까지 크게 키우게된 2000년대 중후반부터 이른바 과지방, 떡지방이라 불리우는 삼겹살 불량률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과거 1980년대 우리 돼지 출하체중은 90kg이었고 돼지 공급이 과잉 되자 80kg으로 낮추도록 조치를 취한 적도 있었다. 이후 1990년대는 90~100kg으로 조금씩 올라갔고, 2000년대 말에 와서는 110kg 출하가 권장되면서 지금은 110~115kg 출하로 통일됐다.

돼지 출하체중 증가는 과지방 문제로 연결될 수 밖에 없었고 소비자로부터 개선 요구가 끊임 없이 이어졌다.

사실 1990년대까지 삼겹살은 저렴한 가격에 시장에 유통되어 따로 품질을 논할 필요가 없는 저렴한 부위였다. 상황이 달라진 것은 2000년대 들어 삼겹살은 수요가 몰리면서 돼지고기 여러 부위 중 가장 고가 부위, 고급 부위가 되었고, 당연히 가격에 걸맞는 품질을 논하는 품목이 되고 말았다.

이를 개선하기 위한 종돈 개량 등 여러 시도가 있었지만 대규모 사육이 보편화 되면서 이 문제는 농장 단위에서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게 되었다.

사실 과지방 삼겹살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운 이유는 동일한 개체의 삼겹살이라 할지라도 절단면에 따라 품질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어떤 지점에서는 삼겹살 모양이 예쁘게 나오고, 어떤 지점에서는 지방이 과하게 많고, 어떤 지점에서는 지방이 적어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자료 : 축산물품질평가원
자료 : 축산물품질평가원
축산물품질평가원
사진 : 축산물품질평가원

결국 과지방 삼겹살 문제 해결은 돼지를 가공해 상품화 하는 과정에서 지방을 적절히 제거해 품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움직여야 했지만, 육가공업자가 돼지를 농가로부터 구매할 때 과지방까지 정상 가격을 지불했고 특히 삼겹살에 붙어 있는 지방은 다른 부위 지방보다 더 비싸게 팔수 있기 때문에 품질과 비용 사이에서 정육점 등 식육업자들은 고민할 수 밖에 없다.

삼겹살 도매가격은 경기에 따라 다르지만 성수기와 비수기를 고려할 때 1만4000~1만9000원/kg 사이에서 형성되고 있다. 삼겹살 1kg에서 100g의 과지방을 제거한다고 가정할 때 10% 넘는 비용이 발생하니 이를 어떻게든 회피하려는 노력으로 이어졌다. 일부 육가공업자는 포장육 제조시 과지방 부위를 뒤쪽으로 감추는 식으로 대응하기 시작했고 이 때문에 소비자의 원성을 사는 경우가 늘기 시작했다.

 

과지방 삼겹살 해결은 비용 문제

과지방 문제는 결국 돼지 한 마리를 도축했을 때 가장 고가로 판매되는 삼겹살의 가격 책정을 어떻게 하느냐로 귀결 될 수 밖에 없다.

즉 소비자들이 원하는 지방이 적절히 분포된 삼겹살이 되도록 비계 부위 손질을 강하게 할 경우 그만큼의 손실을 삼겹살 등 돼지고기 판매 가격에 전가 시킬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현실이 이를 가로 막고 있는 것이다.

2만원에 판매해야 하는 삼겹살에서 지방 10%를 제거했을 때, 삼겹살 100g 판매 가격은 10% 비싸져야 하는데 가뜩이나 가격에 민감한 품목인 돼지고기 삼겹살 가격을 10%씩 올려 받는다는게 말처럼 쉽지 않기 때문이다.

누구는 손질을 강하게 해 10% 비싸게 팔고, 누구는 손질을 덜 하고 10% 싸게 판매한다면 당연히 소비자들이 저렴한 판매점으로 쏠릴 것이기 때문이다.

과지방 문제가 크게 이슈가 된 때는 2023년 3월 삼겹살데이 할인판매 중 벌어졌다. 당시 많은 수요가 발생하고 그에 따라 업체들이 야근까지 해가며 상품을 제조하는 과정에서 제대로 손질되지 않고 유통된게 문제였다.

과지방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이마트는 삼겹살 과지방 문제 해결을 위해 자체 운영 중인 미트센터에서 입고되는 삼겹살의 기준을 정해 받고 있고, 과지방 부위를 도려내 삼겹살 품질을 안정시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이마트의 경우 삼겹살 과지방 처리 매뉴얼에 따라 작업자들이 손질을 하고 있는데, 돼지고기를 지육으로 받거나 육가공업체로부터 부분육으로 매입하는 정육점 등 소규모 업체는 이러한 일률적인 표준화 매뉴얼을 강요할 수 없다는 문제가 있다.

또 대형육가공업체로부터 브랜드 삼겹살을 납품받아 판매하는 정육점 등은 상품명을 납품받은 브랜드명으로 판매하는 경우가 많은데, 소규모 정육점 등이 유명 브랜드 삼겹살을 과지방 제거 없이 판매하면서 원료육을 납품한 육가공업체가 소비자들의 원성을 사는 경우까지 발생하고 있다.

결국 과지방 문제 해결의 키는 삼겹살을 상품화 하는 과정에서 해결해 내야 한다. 돼지는 생물인지라 삼겹살 모양까지 정교하게 맞춰가며 사육할 수 없다. 과거처럼 작은 돼지로 회귀하는 방법을 이야기 하기도 하는데, 이는 돼지 생산 원가를 올리는 문제를 야기한다. 한 마리의 새끼 돼지로 80kg을 생산하는 것 보다는 110kg를 생산하는게 비용을 아끼는 방법이 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돼지를 110kg 정도까지는 키워야 맛 성품이 더 많이 축적되기 때문에 돼지고기 맛을 저해할 수 있다.

좋은 종돈을 활용해 매뉴얼 대로 돼지를 사육한다면 조금 삼겹살 품질은 개선할 수 있지만, 결국 삼겹살의 품질은 최종 상품화 과정에서 누가 더 신경써 삼겹살을 손질하느냐로 귀결 될 수 밖에 없다.

2023년 삼겹살데이 때 커뮤니티에 올라와 문제가 된 과지방 삼겹살

해외에서는 왜 문제가 되지 않을까?.

돼지고기를 많이 소비하는 나라 대부분은 우리처럼 삼겹살에 편중되어 소비 하지 않고 있고, 돼지고기를 생고기 보다는 육가공품으로 제조해 소비하는게 일반적이다.

자연스럽게 삼겹살은 베이컨을 제조하는 과정 중에 손질이 이뤄지고, 품질이 나쁜 삼겹살과 삼겹살에서 분리된 과지방은 폐기 되거나 소시지 등을 제조할때 원료로 사용된다.

우리는 돼지고기를 대부분 생고기로 소비하고 있기에 삼겹살 모양에 예민해 질 수 밖에 없다. 삼겹살 모양이 예쁜 돼지고기가 품질이 좋은 돼지고기고 삼겹살 모양이 고르지 못하면 나쁜 돼지고기로 취급받는다.

하지만 돼지고기의 맛은 삼겹살의 모양보다는 얼마나 좋은 사료를 좋은 환경에서 먹고 자랐느냐, 얼마나 위생적이고 가공 기준을 엄격히 준수하는 곳에서 도축되고 처리되었느냐에 따라 돼지고기 맛과 품질이 결정된다.

문제 해결은 정육점과 돼지고기 포장업체가 좀 더 신경을 써 돼지고기를 손질해 주기를 권고하고 더불어 지방 분포에 따라 가격을 달리하거나 용도를 달리하는 등의 세심한 대응도 필요하다. 돼지를 사육하는 농가도 좀 더 품질 좋은 돼지고기를 생산하겠다는 일념으로 돼지 사육에 임해야 한다.

품질 좋은 돼지고기를 생산하는 농가, 돼지고기를 잘 손질해 유통하는 업체에 대한 인센티브도 마련될 필요가 있다.  사실 삼겹살 구이는 과지방 삼겹살이 더 맛난다. 가정용 판매가 아닌 삼겹살 집에서는 지방이 많은 돼지를 선호하고, 어떤 육가공업체 대표는 손님이 싫어하는 과지방 삼겹살은 제일 맛있는 삼겹살이라며 따로 모아 놓았다가 직원회식용으로 활용한다고 귀뜸하기도 했다.

삼겹살을 원료로 하는 베이컨도 비계 부분이 많을 수 밖에 없지만, 제품 제조 과정에서 손질해 고객 니즈를 맞추고 있다. 사진은 농협목우촌 베이컨 제품
미국과 유럽 등에서는 삼겹살을 베이컨 등으로 가공해 소비하기 때문에 생고기를 소비하는 우리나라와 달리 이러한 클레임에서 자유롭다. 사진은 농협목우촌 베이컨 제품

 

부위별 삼겹살 지방 분포 정보 제공 등

정부는 지난해 3월3일 삼겹살 데이 당시 일부 유통업체가 ‘반값 삼겹살’이라고 홍보하며 지방이 지나치게 많은 삼겹살을 판매하다 누리꾼들의 공분을 산 일을 계기로 ‘삼겹살 품질 관리 매뉴얼’을 제작해 배포한바 있다. 당시 삼겹살은 1cm 이하, 오겹살은 1.5cm 이하로 지방을 남기고 제거할 것을 권고하는 내용이며, 정부는 이 같은 내용이 지켜 질 수 있도록 주요 유통업체와 육가공업체를 대상으로 품질 지도를 하고 있다.

이와 함께 축산물품질평가원은 부위별 삼겹살 지방 분포 등의 정보를 소비자에게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권고 사항으로 육가공업체나 유통업체가 이를 지킬 의무는 없는 것으로 유통업계의 자체적인 자정 노력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속적인 홍보가 필요한 상황이다.

정부가 마련한 삼겹살 품질관리메뉴얼 동영상 갈무리
축평원이 실시한 삼겹살 정보 제공 홍보물
축평원이 유통업체에 설치한 삼겹살 정보 제공 홍보물

팜인사이트는 삼겹살 소비를 위축시키는 과지방 등 돼지고기 품질 문제와 관련해 2월~3월 집중보도를 통해 해결방안을 찾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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