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cm 비계 삼겹살 양돈업계 위협
1cm 비계 삼겹살 양돈업계 위협
  • 김재민
  • 승인 2024.02.08 15: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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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계 과하게 떼어내면 가격 비싸지고 맛 떨어져 돼지고기 소비 위축 우려

과지방 문제 정보의 비대칭성 줄여주는 대책 있어야 소비자 신뢰 회복 가능

삼겹살 품질 눈에 보기 좋은 삼겹살서 맛있는 삼겹살로 전환 필요
삼겹살 품질관리 메뉴얼의 기준이 된 이마트의 삼겹살
삼겹살 품질관리 메뉴얼의 기준이 된 이마트의 삼겹살

고향사랑기부제 답례품으로 받은 삼겹살 품질 문제에서 촉발된 삼겹살 과지방 논란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인천미추홀구에 고향사랑기부를 하고 받은 답례품 삼겹살이 살코기는 거의 없고 비계덩어리라는 글이 SNS와 커뮤니티 등에 올라오면서 주요 언론들이 이를 앞다투어 보도를 한 것이 1월 중순경이다.

결국 고향사랑기부제 답례품 사업에 참여했던 해당 육가공업체는 미추홀구로부터 계약해지를 당하는 등 후폭풍이 만만치 않았고 그렇게 마무리되는가 했다.

 


삼겹살 1cm 기준...대규모 반품 사태 촉발


문제는 해프닝으로 끝날 것처럼 보였던 이번 사태가 언론들이 지난해 정부가 권고한 삼겹살의 품질기준을 근거로 시중에 유통되는 삼겹살 대부분이 기준에 맞지 않는 불량 삼겹살이라는 식으로 보도하기 시작했고, 급기에 소비자들도 해당 보도를 접하고 구매했던 삼겹살이 정부 권고 기준에 맞지 않는다며 클레임을 거는 일이 반복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삼겹살 품질 권고 기준은 삼겹살의 경우 지방층이 1cm 이내 오겹살은 2cm로 정한 것이 문제가 되었다. 현재 삼겹살의 권고 기준은 이마트 등 대형유통업체들이 가지고 있는 자체 품질관리 메뉴얼이 참조되어 만들어졌다.

이 권고 기준은 말 그대로 권고 기준이었으나 언론과 소비자들은 이를 삼겹살 규격으로 받아드리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삼겹살은 정부가 권고한 기준보다 지방함량이 더 많아야 맛이 있는데, 이럴 경우 맛 없는 삼겹살만 시장에 판매가 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과지방 삼겹살 논란이 최근 문제가 되는 것은 포장육과 온라인 구매가 증가하면서 촉발되고 있다.

과거 삼겹살은 눈으로 소비자가 품질을 확인하고 구매하였다면 포장육의 경우 아래쪽에 깔린 삼겹살의 경우 품질을 확인할 수 없고, 온라인몰에서 구매하는 경우는 포장을 뜯어볼 때까지는 삼겹살의 상태를 알 수 없어 소비자의 의사와 상관 없이 비계가 많은 삼겹살을 받아보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일부 육가공업체들이 포장과정에서 과지방 부위를 아래에 깔고 위쪽에 정상적인 품질의 삼겹살을 배치한다거나 삼겹살을 한번 접어서 포장하면서 비계가 많은 부분을 뒤쪽으로 배치하는 등의 꼼수를 부리는 경우가 있어 소비자들이 큰 배신감을 느끼는 일이 빈번히 발생해 왔다.

인천미추홀구 고향사람기부제 답례품으로 받은 삼겹살
인천미추홀구 고향사람기부제 답례품으로 받은 삼겹살

 


과지방 삼겹살...한돈 이미지 실추 소비 영향줄까 촉각


이와 관련 삼겹살 품질 권고 기준을 제정한 농림축산식품부 축산정책과 축산유통팀은 늘어나는 삼겹살 민원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특히 소비자들이 정상적인 삼겹살도 과지방 삼겹살이라고 클레임을 거는 통에 육가공업체들은 농식품부에 기준 폐기나 개정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정호 축산유통팀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삼겹살 품질 논란으로 육류유통수출협회, 양돈농협, 한돈협회, 한돈자조금 등 유관기관과 공조해 삼겹살 품질 관리에 만전을 기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고 전하면서도 삼겹살데이를 앞두고 과지방 삼겹살 논란이 또 발생할 경우 이번 사태는 장기화 하면서 국산 돼지고기 소비에 악영향을 주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양돈업계 관계자는 삼겹살 과지방 논란과 관련해 품질에 문제가 있는 삼겹살은 교환해 주면 되는 일인데 정부가 법에도 없는 삼겹살 권고 기준을 만들면서 영세한 육가공업계가 언론의 먹잇감이 되는 상황이 발생했다고 한탄했다.

지난달부터 삼겹살 관련 보도를 이어오고 있는 경향신문은 과지방삼겹살이 고향사랑기부제 답례품에 이어 식자재 마트에도 나타났다고 보도하는가 하면, 삼겹살데이때 얼마나 잘하는지 지켜보겠다고 보도하는 등 양돈업계를 압박하고 있다.

 


삼겹살 품질 관리...가격 상승하고 맛은 없어질 수도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결국 삼겹살 품질이 정부가 권고한 기준으로 결국 수렴될 수 밖에 없다면서 이로 인한 가격 조정은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현재 돼지 가격이 삼겹살 모양에 따라 책정되지 않고 있고, 시장에서는 맛 때문에 등지방이 두꺼운 돼지를 선호하는 추세인데 만약 삼겹살 품질관리 강화로 지방층을 1cm 이내로 관리할 경우 많은 양의 삼겹 지방이 폐기되면서 자연스럽게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것으로 내다 봤다.

현재 돼지거래는 농장문전도 거래방식이 일반화 되어 있어 과지방 삼겹살 때문에 패널티를 가할 수 없는 구조다. 즉 육가공업계에서는 삼겹살 판매가격을 높여 손실을 만회하는 쪽으로 움직일 수 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문제는 눈으로 보는 품질은 좋아졌으나 입으로 느끼는 품질에서는 후퇴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삼겹살 맛은 단단한 지방층이 좌우하는데 지방을 과도하게 제거하면서 삼겹살이 전체적으로 맛이 떨어진다고 느끼는 소비자가 많아잘 것이라는 이야기다.

결국 장기적으로는 삼겹살 맛이 떨어지면서 삼겹살의 가치가 하락하고 소비도 감소하지 않을까하는 우려가 전문가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경향신문은 연속보도를 통해 과지방 삼겹살 문제를 이슈화 하고 있다

 


정보의 비대칭성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과지방 삼겹살 논쟁은 경제학에서 이야기하는 정보의 비대칭성에 의해 촉발된 사건이라 할 수 있다.

정보의 비대칭성이란 거래 관계에서 상품에 대한 정보를 판매자보다 구매자가 덜 알 수 밖에 없는 상황을 이야기한다.

정보의 비대칭성이 큰 시장일수록 구매자가 저품질의 상품을 비싼 값을 주고 구매할 가능성이 높아지는데 이러한 시장을 레몬시장이라 이야기한다. 저품질의 상품을 구매할 가능성이 높은 시장의 경우 자연스럽게 소비자들은 제품 가격을 낮게 지불하려는 경향을 보이고 이 때문에 시장에는 낮은 품질의 싸구려 상품만 돌아다니는 시장의 실패가 발생한다.

대표적인 사례로 드는 것이 중고차 시장인데 중고차의 품질은 천차만별이다 보니 판매하는 딜러가 가장 중고차의 상태를 잘알 수 있어 정보의 비대칭성이 존재하고, 정보의 우위에 있는 일부 딜러가 사고차나 침수차를 정상차로 속여 파는 경우가 종종 발생해 왔다.

삼겹살 시장도 마찬가지로 포장육과 온라인거래 삼겹살의 품질은 판매하는 쪽은 알지만, 구매하는 쪽은 잘 알수 없고, 또 상태를 확인할 방법도 없기 때문에 정보의 비대칭성이 발생하면서 소비자의 신뢰가 하락하고 있다.

이를 극복하는 방법은 투명한 정보의 공개, 판매자의 하자가 있는 상품에 대한 신속한 교환 약속, 중립적인 제3의 기관을 통해 품질 인정, 하자가 많았던 판매자에 대한 공표를 통한 패널티를 가하는 방안 등이 있다.

최근 현대기아차는 인증중고차라 하여 중고차 시장에 뛰어들었는데 제조사가 중고차에 대한 품질을 인증해 줌으로써 일반 중고차보다 조금 더 높은 가격에 판매할 수 있게 되었고 구매고객도 품질에 대한 우려를 벗어날 수 있게 되었다.

과거 쇠고기의 경우 수입산의 국산 둔값 판매가 매우 많았는데 쇠고기 판별 기술이 등장하면서 정보의 비대칭성에 의한 가짜한우 논란은 줄어들게 되었다.

레몬시장은 판매자와 구매자 사이의 정보의 비대칭성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노란색 레몬은 실제 껍질을 벗겨 맛을 볼때까지는 얼마나 신맛이 강한지를 알수 없다는 것에서 정보의 비대칭성이 크게 작용하는 시장을 레몬시장이라 불렀다.
레몬시장은 판매자와 구매자 사이의 정보의 비대칭성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노란색 레몬은 실제 껍질을 벗겨 맛을 볼때까지는 얼마나 신맛이 강한지를 알수 없다는 것에서 정보의 비대칭성이 크게 작용하는 시장을 레몬시장이라 불렀다.(Pixabay 로부터 입수된 Ryan McGuire 님의 이미지 입니다.)

 


삼겹살 품질 기준 새롭게 정립 필요


결국 이 논란은 두가지 측면에서 접근해야 종식된다.

먼저는 정보의 격차를 줄이는 일, 두 번째 눈으로 보는 삼겹살 품질과 입으로 느끼는 품질의 격차를 줄여주는 것이다.

정보의 격차를 줄이는 방법은 품질메뉴얼을 자체적으로 마련해 적용하는 업체를 인증해 주는 방식과 삼겹살 판매점에 대한 평판을 공개해 포장업자가 이기적 행동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매장에서 판매하는 포장육에 대해서 과일의 속밖이처럼 저품질의 삼겹살을 뒤쪽에 까는 행태를 막기 위해 투명한 케이스에 포장을 하자는 주장도 있으나 온라인 거래, 선물세트의 경우는 해당되지 않는 방법이다.

결국 삼겹살 품질 문제를 촉발한 판매점을 공개하는 방식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고객의 후기, 별점 등으로 이러한 부분은 이미 시행되고 있다.

삼겹살 맛에 대한 기준을 새로 정립할 필요가 있다.

비계의 두께에 따른 실제 소비자의 선호도를 시각이 아닌 실제 소비자 맛평가와 이화학적 분석을 통해 정립하고 이를 근거로 삼겹살의 가치를 부여하고 해당 데이터를 삼겹살 판매시 활용하는 방안이다.

담백한 삼겹살, 보통맛 삼겹살, 고소한 삼겹살 등으로 지방 두께에 따라 삼겹살 상품을 세분화하는 전략이다.

너무 비계가 많은 삼겹살은 과감히 폐기하고 지금 정부의 권고 기준, 소비자의 논에 보기 좋은 삼겹살이 아닌 실제 입에서 느끼는 기준을 만들어 현장에서 자유롭게 상품화 할 수 있도록 하자는게 취지다.

소비자 조사가 이뤄지지 않아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정부 권고안 1cm 이내는 담백한 삼겹살 정도라고 전문가들은 평가하고 있어 실제 맛있는 삼겹살이 시장에서 사라지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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