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한 손실‧피해 없는 도축장 만들기 전력 다할 터”
“억울한 손실‧피해 없는 도축장 만들기 전력 다할 터”
  • 옥미영 기자
  • 승인 2024.03.11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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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8선 연임 김명규 한국축산물처리협회장

등급판정·이력제 등 국책사업 대행 과정 중 발생하는 비용 청구 시사
김명규 회장이 새로운 임기 동안 협회의 운영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팜인사이트= 옥미영 기자] 

“전국의 도축장들은 국민들에게 안전한 축산물을 공급하기 위해 맡은 바 임무를 묵묵히 수행해왔습니다. 제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바로 이부분입니다. 도축장들의 중요한 역할에 맞는 정당한 대우를 해달라는 것이 아니라, 적어도 억울하게 피해 보는 일은 없도록 만들어 달라는 것입니다.”

지난달 전국 71개 도축장 회원사들의 만장일치 추대로 8선 연임에 성공한 김명규 축산물처리협회장은 지난 3월 7일 협회 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새로운 3년의 임기 동안 도축업계가 더는 피해보는 일이 없도록 도축장들의 권익 보호를 위해 매진하겠다”고 다짐하며 이같이 말했다.

 

정책 수행 모든 비용 도축장 부담...‘부당’

김명규 회장은 이날 정부의 정책 수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인건비와 기계 개보수 비용을 도축장들이 모두 짊어지는 것은 ‘부당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는 '사람은 이득보다 손실에 따른 피해에 민감해 손실회피성을 갖는다'는 경제학용어 ‘프로스펙트’ 이론과 맥락을 같이하는 것으로 김 회장은 “도축장들의 피해를 더는 용납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명규 회장이 꼽는 도축장들의 가장 큰 피해는 소 등급판정을 위한 등심 절개비용이다.

그는 “투플러스(1++) 등급을 받던, 원플러스(1+) 등급을 받던 도축장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면서 “등급판정에 따른 모든 수익은 정책 수혜자인 농가에 돌아가지만, 도축장들은 ‘도축’과는 전연 상관없는 등심 절개비의 인건비를 오롯이 떠안고 있다”고 성토했다.

소 등급판정제도가 도입된 건 지난 93년인 30여 년 전으로 제도 도입 초기과 비교해 현재 근로여건은 크게 달라졌지만, 이러한 상황은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고도 비판했다.

등심 절개는 등급판정이 시작되기 이전인 이른 새벽부터 작업이 이뤄지는 것이 대부분인데,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라 작업장에선 충분한 휴식시간을 제공해야 하므로 근로기준법의 ‘주 52시간 근무제’를 준수하기란 매우 어렵다는것이다. 

돼지고기 이력제 사업 수행 역시 도축장으로선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했다.  

도축장 내에 설치한 이력제 기계가 내구연한을 훌쩍 넘기며 개보수를 필요로 하는 상황임에도 정부에선 도축장에 떠맡긴 채 뒷짐만 지고 있다고 직격했다.

김명규 회장은 “도축장은 가축을 위생적으로 처리 유통하는 곳인데, 도축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각종 정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의 모든 비용을 감내하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축산물품질평가원 재산인 이력제 기계는 축평원이나 정부가 책임지는 것이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돼지 이력제 기계를 통과한 돼지 도체들이 레일을 이동하고 있는 모습(사진: 본지 사진자료)
돼지 이력제 기계를 통과한 돼지 도체들이 레일을 이동하고 있는 모습(사진: 본지 사진자료)

 

외국인 근로자 고용 지원‧제도 마련 ‘최선’

김명규 회장은 지속 가능한 도축장들의 여건 마련을 위해서도 최선을 다하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이를 위해 도축장들이 가장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인력 채용 문제 해소를 위한 방안을 강구 중에 있다고 밝혔다.

현재 호주나 뉴질랜드의 경우 필리핀에서 도축업에 대한 전문 교육을 이수한 인력에 비자를 발급해 채용하고 있는데, 우리 역시 필리핀의 육류 도축‧가공의 이론과 실습 교육을 마친 인력을 일반 기능 인력(E-7)으로 도입할 수 있도록 제도 마련 요청을 구상하고 있다.

김 회장은 “비교적 임금이 높은 농협중앙회와 농협 계통 작업장들도 도축장이라는 3D 업종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기피로 인력난이 심각한 상황”이라면서 “기능 인력(E-7)에 도축 기술원이 추가될 경우 전문 기술 인력 도입으로 인력난 해소는 물론 생산성 향상에 크게 도움을 받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올 연말 일몰 예정인 도축장 전기요금의 할인 특례 연장에 대해서도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협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전국 도축장 71곳의 전기요금 할인에 따른 혜택은 전기료 인상 부분까지 감안할 경우 모두 150~160여억 원에 달한다.

도축장 전기요금이 인상되면 도축장들은 도축비를 인상하며 경영 부담을 덜 수 있지만, 이는 곧 생산 농가의 부담으로 직결될 수밖에 없는 만큼 할인 특례가 연장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김 회장은 말했다.

이밖에도 가축을 축산물로 공급하는 도축장의 역할은 십분 이해하지만, 정부의 지나친 규제와 감독은 도축업계로선 이해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해외 축산 선진국과 견줘도 뒤지지 않는 국내 도축장들의 시설과 위생 수준 등을 고려해 HACCP 운용 등의 위생관리는 이제 도축장에 자율적으로 맡길 때도 되지 않았는가"라는 말도 덧붙였다.

김명규 회장은 “새로운 임기 시작을 앞두고 도축업계의 권익 보호를 위해 지난 임기 동안 과연 무엇을 해왔나 깊이 성찰하는 시간을 가졌다”면서 “육류 공급의 최전방 허브로서 안전한 축산물을 공급하는 도축장의 중요한 기능과 역할을 인정받는 한편, 더 이상 차별받지 않는 도축업계의 여건 마련을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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