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썰] 청년농부 초청한 청와대···반짝 농정 이제 그만
[팜썰] 청년농부 초청한 청와대···반짝 농정 이제 그만
  • 박현욱 기자
  • 승인 2019.01.01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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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정의 스타트라인 "그들이 찾아오는 농촌 그려야"

청년 농부 한태웅 군의 노랫가락이 청와대를 수 놓았다. 지난 27일 청와대가 농민을 초청한 간담회 자리에서다. 아마도 행사 기획자는 청년을 등판시켜 농업에 희망의 메시지를 주고 싶었을 것이다. 그의 노래를 듣는 대통령, 공직자, 농민들은 그의 목소리에서 농업의 청사진을 그렸고 문재인 대통령도 마무리 말에서 그를 보면서 농업의 미래를 봤다고 했다.

대통령의 바람대로 청년들이 사는 농촌이 될 수 있을까.

농촌에 가면 일단 일거리가 넘친다. 집안일과 유사하다. 손이 가는 곳마다 해야 할 일투성이다. 일자리도 마찬가지다. 농촌에 일자리가 없어 문제가 된 적은 없다. 다만 일의 질이 문제다. 아무리 기계화가 보급됐다고는 하지만 농촌에 가면 몸을 쓰고 발로 뛰는 일이 널리고 널렸다. 젊은 사람들이 농촌을 피하는 이유다.

그렇다면 쉽고 편한 일로 농촌을 바꾸면 청년들이 모여들까. 그것도 장담하기 힘들다. 농촌에는 친구가 없고 연인이 없기 때문이다. 즉 마음을 나눌만한 또래가 없다. 문화생활도 '꽝'이다. 영화를 보러 가려면 수십 킬로를 운전해야 하며 연극 관람은 꿈도 못 꾼다. 도시에서 술 한잔 걸치고 집으로 오려면 대리운전은커녕 택시도 가기 꺼리는 게 농촌이다.

더 재밌는 사실은 농촌에서 땀 흘리는 젊은이들은 대다수가 부모의 대를 잇는 후계자다. 혈혈단신 젊은이가 농촌에 오는 경우는 극히 드물며 설사 왔다 하더라도 성공하는 케이스는 제로에 수렴한다. 현재 언론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대다수의 젊은 농부는 농촌에 끈이 있기 때문에 명함이라도 내밀 수 있다. 최소한 친인척이 농사라도 짓고 땅 한 마지기라도 내줘야 한다는 뜻이다.

젊은이들이 모이는 농촌이 되려면 뭐가 필요할까. 정부에서 말하는 스마트팜, 청년 창농 지원 등이면 될까. 안타깝지만 이 같은 정책은 정권이 바뀌면 사장될 위험이 크다. 과거 정책들만 살펴봐도 쉽게 알 수 있다. 비근한 예로 박근혜 정부 시절 6차산업 열풍이 지금은 소리 없이 지워지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럼 해법은 없을까.

현재 현업에 종사하는 수많은 농민이 잘 먹고 잘살면 해결된다. 지금처럼 젊은 농부를 홍보할 것도 없다. 농촌에서 충분히 돈을 벌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지면 말하지 않아도 자식에게 농촌에 살 것을 권하고 도시 청년들은 농업에 관심을 둔다. 단기적인 정책, 청와대 코드에 맞춘 이벤트 성격의 농정은 지속 가능성이 떨어진다.

농업은 느린 산업이다. 자연이 주는 시간표는 불확실성 그 자체다. 단기적인 대책 선심성 정책이 무서운 이유는 농업은 회복도 가장 느린 산업이기 때문이다. 농업에 발걸음을 맞출 수 있는 정책이 절실한 이유다. 청년이 농업을 필요로 하는 사회, 청년 농정의 스타트라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