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썰] 거꾸로 보는 가락시장의 상장예외품목 논란
[팜썰] 거꾸로 보는 가락시장의 상장예외품목 논란
  • 박현욱 기자
  • 승인 2019.05.16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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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예외품목 이탈 영업, 직거래품목에 대한 요구가 늘고있다는 방증
가락시장 전경
가락시장 전경

[팜인사이트=박현욱 기자] 요즘 가락시장에는 상장예외품목에 대해 말들이 많다. 상장예외품목이란 경매를 통해 거래가 힘든 품목을 서울시공사가 중도매인에게 생산자와 소비자 간 직거래가 가능하도록 허가해 준 농산물이다.

서울시공사는 물리적 공간 제약으로 인해 가락시장 내 정해진 구역에서 거래하도록 규정했지만 정해진 구역 밖에서 중도매인이 영업을 했다는 이유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상장예외품목 중도매인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좁은 시장 바닥에서 장사하기 힘들다는 이유다. 가격을 칼질해 농민의 등을 치거나 거래량을 속여 신고한 것도 아닌 물량이 넘쳐 장소를 이탈했을 뿐인데 마치 상장예외품목 중도매인 전체가 비리를 저지른 양 비치고 있다고 항변한다.

세상에는 규정에 어긋난 행동을 하는 이들이 많다. 가깝게는 거리에 노점상이 대표적인 예다. 지자체는 이를 양성화하기 위해 정식으로 허가를 내주기도 한다. 현실을 반영한 조치다. 현실과 제도가 충돌할 때 제도는 늘 현실의 뒤를 밟는다.

가락시장에도 규정에서 벗어난 일들이 버젓이 목격된다. 논란이 된 중도매인 이탈 영업부터 시작해 매참인의 장내 영업, 가락시장에서 판을 깔고 장사하는 수많은 노점 상인들 모두 제도와 규정의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면 발을 붙이게 해서는 안 된다.

제도는 상황의 변화에 따라 담금질되거나 바뀌어야 옳다. 30년 전 제도가 현실을 충분히 반영한다면 유지되는 게 맞지만 그렇지 않다면 과감히 뜯어고쳐야 뒤탈이 없다. 다만 제도 안에서 움직이는 각 주체들이 큰 혼란을 겪지 않아야 하고 공익에 침해되지 않도록 잘 설계해야 한다.

가락시장의 제도는 현실을 반영하고 있을까. 한때 농산물의 메이저리그라고 불렸던 가락시장은 도매시장에 출하하기를 꺼려하는 농민들이 늘어나고 소매 유통도 점점 도매시장과의 거래를 줄여나가는 현상이 관찰된다.

유통 현장에서는 샛별 배송부터 시작해 오픈마켓 등 다양한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해주는 프리미엄 플랫폼들이 생겨나고 있으며 대형마트에서는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를 구축해 소비자 트렌드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농민 스스로가 온라인 몰을 구축하거나 블로그, 인스타그램 등 SNS를 활용해 유통 판로를 개척하는 일도 최근 급증하고 있는 추세다.

유통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크게 축소된 양곡도매시장을 꼽지 않더라도 생산자와 소비자의 요구를 수용하지 못해 전체 생산량의 한 자릿수 비중을 소화하는 돼지 도매시장은 점점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도매시장 불패를 자랑하는 한우 도매시장에서도 생산자의 끊임없는 요구를 수용하지 않자 생산자가 스스로 유통망을 구축하는 사례가 목격되기도 한다. 세상은 변하고 있으며 도매시장이 변화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수많은 시그널이 존재한다.

상장예외품목 이탈 영업은 도매시장 그중에서도 상장예외품목 중도매인을 이용하려는 소비자와 농민의 요구가 늘어나고 있다는 현상의 방증이다.

도매시장을 떠나려는 트렌드에 비춰볼 때 도매시장 외부에서 이 같은 일이 일어났다면 시장 발전을 위해 상장예외품목을 늘리고 독려했을 일이다.

좋은 품질의 농산물을 생산하는 농민과 고품질 농산물에 충분히 가격을 지불하는 소비자를 잡기 위해 유통 현장에서는 치열한 전쟁 중이다.

전쟁통에 휩싸인 유통환경에서 치열하게 고민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경직된 제도로 대내외 환경에 적응하지 않는 도매시장이 된다면 마이너리그로의 전락은 불 보듯 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