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농축산물 사용업소에 유리한 ‘음식점 원산지 표시제’
수입 농축산물 사용업소에 유리한 ‘음식점 원산지 표시제’
  • 옥미영 기자
  • 승인 2019.06.12 0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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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혼동 부추기는 표기 분명해도 위반 적용 안돼
외국산 사용업소에 면죄부 주며 허위표기 방관 ‘심각’
국내산 사용 음식점 외려 역차별…관련 규정 보완 시급

[팜인사이트= 옥미영 기자] 일부 음식점에서 한우와 수입쇠고기를 섞어 사용하면서도 메뉴명에 '한우'를 표기해도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원산지 표시 단속 규정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농산물품질관리원이 해당 내용에 대해 ‘소비자를 혼동시킬 수 있는 표시’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유권 해석 결과를 내놨기 때문이다.

특히 원산지 표시 위반과 관련 단속이 원산지 표시판의 거짓표시나 미표시를 확인하는 ‘기계적’ 단속에 집중되어 있고, 실제 ‘소비자를 혼동시킬 수 있는 표시’에 대해선 느슨한 단속기준을 적용하면서 외국산 사용업소에 면죄부를 주며 허위표시를 방조하고 있다는 비판이 확산되고 있다.

 

일부만 한우 사용해도 ‘한우○○탕’ 표시

전국한우협회가 육수는 한우를 사용하고 갈비와 도가니, 꼬리 등의 고기는 외국산을 사용한 유가네 한우곰탕 프랜차이즈 전문점의 원산지 표기 문제에 대한 점검 요청 결과 “원산지 표시판에 부위별로 원산지를 구분‧표시하고 있는 만큼 혼동 표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이 답했다.

‘한우갈비탕’ ‘한우도가니탕’ ‘한우꼬리곰탕’ 등 차림표를 놓고 보면 육수를 비롯해 갈비, 도가니 등 모든 재료에 한우를 사용한 것으로 소비자가 오인할 소지가 충분함에도 불구하고 원산지를 명확히 표시했기 때문에 적발사항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현행 농수산물의 원산지표시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원산지 표시를 혼동하게 할 우려가 있는 표시 행위' 등 거짓 표시를 금지하고 있지만 ‘소비자 혼동’ 부분에 대한 단속권자의 모호한 판단기준이 적용되면서 오히려 수입육을 사용하는 업소의 거짓 표시를 방관·조장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한우와 수입산쇠고기를 함께 사용하고 있어 오인하기 좋은 메뉴판의
한우와 수입산쇠고기를 함께 사용하고 있어 오인하기 좋은 메뉴판의

 

한우만사용하는 음식점 외려 역차별

농산물품질관리원은 달라진 유통환경 변화에 맞춰 과학적 단속 추진이 진행되고 있으며, 원산지 표시에 대한 처벌기준도 강화되어 더 이상의 보완이 필요 없는 수준이라는 입장을 지난 5일 열린 축산단체장과의 간담회에서도 밝혔다.

하지만 음식점 원산지 표시제 시행이 장기화되면서 법의 미비점을 교묘하게 이용한 혼동 및 거짓 표시 사례가 크게 늘고 있지만 제대로 된 단속과 처벌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수입육 사용 업자들에게 유리한 제도로 변질되고 있다.

실제로 농관원의 원산지단속 관계자는 “현장에선 메뉴나 표지판의 경우 원산지를 혼동하게 할 우려가 있는 표시 등 거짓 표시의 범위에 대해서는 해석이 모호하거나 분분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주로 원산지 표지판의 범법 여부를 놓고 단속이 추진되고 있다”면서 “적발과 처벌 위주로 갈 경우 사회적으로도 범법자가 크게 늘 수 있어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음식점 업주들이 범법자가 될 것을 우려한 솜방망이 단속은 국내산을 전용으로 사용하는 음식점에 외려 역차별적 요소로 작용하면서 제도를 무력화하고 있다.

원가 절감을 이유로 국내산과 수입산을 혼합해 사용하는 곰탕 전문점처럼 재료의 일부만 사용하고도 국내산인 것처럼 표기하며 국내산 사용의 프리미엄 지위를 100% 누리고 있는 반면, 모든 재료를 국내산 한우를 사용한 업소의 경우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으로 인한 소비자 불신과 가격 경쟁력의 열세 때문에 매출과 방문객 감소 등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마트가 선보인 한우만을 사용한 도가니탕 HMR제품. 수입산과 섞어 사용하는 제품도 한우가 들어가면 한우라는 표기를 할 수 있어 역차별을 당하고 있다.
이마트가 선보인 한우만을 사용한 도가니탕 HMR제품. 수입산과 섞어 사용하는 제품도 한우가 들어가면 한우라는 표기를 할 수 있어 역차별을 당하고 있다.
이마트가 선보인 한우만을 사용한 도가니탕 HMR제품. 수입산과 섞어 사용하는 제품도 한우가 들어가면 한우라는 표기를 할 수 있어 역차별을 당하고 있다.
이마트가 선보인 한우만을 사용한 도가니탕 HMR제품. 수입산과 섞어 사용하는 제품도 한우가 들어가면 한우라는 표기를 할 수 있어 역차별을 당하고 있다.

 

원산지 표시제 10년…제도 정비 시급

음식점 원산지 표시는 2008년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안전성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소비자들에게 농축산물의 원산지 정보를 제공해 선택의 기회를 제공하는 동시에 국내산 농축산물의 소비를 활성화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제도 도입 초기에 이뤄진 사회적 편익 연구 결과에 따르면 국내산 농축산물에 대한 생산자 잉여와 소비자 잉여가 증가하면서 사회 전체적으로 후생이 크게 증가했다.

농촌경제연구원은 쇠고기 음식점 원산지 표시제와 이력제가 한우시장에 미치는 영향분석 연구(농경연, 2010)에서 2008년 7월을 기점으로 시행 후 1년간(2008년 7월~2009년 6월)을 비교한 결과, 한우고기에 대한 수요는 16.8% 증가한 것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축산물의 수입 증가와 사용 확대 등 달라진 유통환경에 맞게 원산지 표시제도의 단속 규정을 정비·보완하지 않을 경우 법안이 무력화 되거나 외려 국내산 사용업소에게 불리하게 작용하는 역작용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축산업계 한 전문가는 "부실한 단속 기준과 미비점을 활용한 원산지 표시제도의 허위표시와 같은 문제를 그대로 방치할 경우 제도 시행의 의미가 퇴색‧변질될 수 있다"면서 "원산지 표시에 대한 거짓 표시나 미표시 단속과 함께 허위 과장 광고나 소비자가 오인하기 쉬운 메뉴명 등에 대한 명확한 단속 규정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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