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2)]일본제품 불매운동 농업계까지 퍼지나
[기획연재(2)]일본제품 불매운동 농업계까지 퍼지나
  • 이은용 기자
  • 승인 2019.07.2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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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업체 부품·엔진 등 일본 의존도 높아 피해 예상
일본산 농기계 불매운동 확산…이번 기회 의존도 줄여야
정부, 국내 업체 연구개발 등 유기적으로 협력 지원해야

[팜인사이트=이은용 기자] 일본의 수출 규제로 인해 국민 차원에서 일본산 제품 불매운동이 더욱 확산되고 있다. 특히 전북 지역을 중심으로 일본산 농기계 불매운동이 일어나고 있어 농업계도 불매운동에 더 동참하려는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특히 일본이 한국을 ‘백색국가(화이트 리스트)’ 대상에서 제외하는 조치를 취하게 되면 일본 기업이 한국으로 수출할 때 식품, 목재를 제외한 거의 전 품목에서 개별 허가를 받아야 해 업체들이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무엇보다 농업 분야에서는 농기계 산업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이는데 여전히 농기계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이나 소재들이 일본 제품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일본에서 수입해 사용하고 있는 핵심 부품(60~100%)이나 엔진(50%) 등은 일본 의존도가 여전히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심지어 동양물산기업이나 LS엠트론의 경우에는 승용이앙기, 콤바인 등 완제품을 수입해 판매하고 있어 타격을 입을 것이 뻔하다.

이들 업체는 트랙터 등을 제외한 다른 용도 제품에 대한 생산 기술력이 떨어지거나 없어 쉽게 판매할 수 있는 완제품을 일본(이새키, 미쯔비시 등)에서 수입해 판매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전북의 한 쌀전업농은 “일본의 이번 수출 규제 조치로 우리나라 국민의 자존심이 많이 상한 상태이기 때문에 일본산 농기계 불매운동에 참여하고 있다”며 “그런데 우리나라 기업에서 일본산 완제품을 수입해 판매하는 모습을 보면서 개탄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업체 스스로 일본산 제품 수입을 중단하는 모습을 보이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얀마코리아 전시장
얀마코리아 전시장

실제 현장에서도 일본 농기계 브랜드의 국내 시장 점유율이 30%를 넘고 있으며, 전라도와 충남 지역을 중심으로 승용이앙기와 콤바인의 경우 일본 브랜드 제품 점유율이 50~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국내에 진출한 일본 브랜드 업체들은 매년 국내 시장 매출액이 높아져 얀마코리아는 지난해 매출액이 1814억 원을 기록했으며, 구보다코리아도 1713억 원을 기록한 것으로 나왔다.

그동안 국내 업체들의 매출액은 감소하거나 제자리걸음하기 바쁜데 일본 업체들의 시장 점유율은 계속 상승해온 것이다.

이에 농업계에서는 이번 기회에 국내 업체들이 핵심 부품과 엔진에 대한 기술력을 높여 일본 의존도를 줄여 나가고, 이와 함께 일본산 농기계 사용도 줄여 나갈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나가자는 분위기다.

하지만 농기계 산업 전문가들은 국내 업체들이 연구개발 사업에 너무 투자를 하지 않은 결과 일본 의존도를 줄이지 못하고 오히려 더 늘어나는 지경에 빠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농기계 학계 관계자는 “1990년대부터 핵심 부품이나 엔진 등 일본 의존도를 줄이자고 여러 차례 이야기했지만 국내 업체들이 연구개발에 너무 투자를 하지 않아 이 지경에 이르게 됐다”고 지적하며, “특히 농업인들도 알고 있다. 일본산 농기계가 좋다는 것을 그래서 일본 농기계 점유율이 계속에서 확대 돼 왔고, 지금은 시장점유율이 국내 업체들의 턱밑까지 치고 올라왔다”고 국내 업체 스스로 이런 결과를 초래했다고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지금 일본에서 핵심 부품이나 엔진 등이 안 들어오면 국내 업체들은 큰 타격을 입을 수 있고, 국내 시장이 더 위축될 수 있다”면서 “일부 농업인들이 일본산 농기계 불매운동을 한다고 해도 영향은 미미할 수 있지만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면 국내 업체에게는 또 한 번의 기회가 왔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연구개발에 나서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정부도 농기계 핵심 부품이나 엔진 등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게 지원책 마련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농업계에서는 일본과의 관계가 더욱 악화된다면 불매운동뿐만 아니라 정부가 쓸 수 있는 최대 조치도 써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게 나오고 있다.

한 농업계 관계자는 “불매운동으로 일본 농기계 브랜드가 당장 타격을 받지 않을 것은 분명한데, 사태가 더 악화 된다면 정부가 일본산 농기계 수입금지 조치 등을 취할 수 있다”면서 “무엇보다 일본산 농기계의 융자금 지원 중단 등의 조치를 취한다면 일본 측에도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이 상황이 오지 않기를 바라지만 정부는 서서히 이 부분에 대해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피력했다.

이처럼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서서히 농업계까지 퍼지고 있어 이 여파가 국내 농기계 시장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단기적으로는 국내 업체들이 일본산 부품이나 소재, 엔진 의존도가 높아 어려움이 예상된다.

하지만 이번 기회를 발판 삼아 연구개발에 심혈을 기울여 의존도를 조금씩 줄여 나간다면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 제고 차원에서는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좋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내 기업들이 연구개발에 집중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책이 필요한 만큼 하루 속히 정부가 소재·부품·엔진 등 업체들이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지원 방안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