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 역사 속으로10] 맛있는 쌀을 고르는 기준 ‘쌀등급표시’-2
[팜 역사 속으로10] 맛있는 쌀을 고르는 기준 ‘쌀등급표시’-2
  • 연승우 기자
  • 승인 2018.05.28 13:52
  • 호수 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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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등급표시제도 변천사

쌀 등급 표시 의무화

농식품부는 2011년 11월부터 쌀 품질향상을 위해 쌀포장제에 등급을 의무적으로 표시토록 하는 양곡표시제를 시행했다. 개방 확대와 소비 감소, 기호 변화 등 쌀시장 변화추세에 맞춰 세계시장에서의 국산 쌀의 경쟁을 높이고 소비자의 고품질 안전먹거리에 대한 관심과 요구도 높아지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그동안 써왔던 ‘품위’는 소비자가 이해하기 어려워 기존 권장사항이었던 것을 의무표시사항으로 개선하면서 소비자가 이해하기 쉽도록 등급으로 명칭을 변경했다.

쌀 등급은 최상급인 1등급에서 5등급까지 5단계로 표시되며 등급검사를 안한 경우에는 미검사로 표시할 수 있도록 하였다.

품질 표시는 쌀의 고품질화를 유도하기 위해 단백질 함량을 의무적으로 표시하게 했다. 단백질 함량에 따라 ‘수’, ‘우’, ‘미’ 또는 ‘미검사’로 표시해야 하며 단백질 함량이 낮을수록 밥이 부드럽고 찰기와 질감이 높아져 밥맛이 좋다.

이와 함께, 품종명 표시를 품종명, 계통명(일반계, 다수확계), 혼합비율에서 계통명 표기는 폐지하고, 품종명 또는 혼합으로만 표시하게 해 소비자의 선택을 쉽게 했다.

쌀 생산·판매업자들이 종전에 제작된 포장재도 활용할 수 있도록 시행규칙에 경과 조치로 쌀 등급 표시의 경우 2012년 4월 말까지, 단백질 함량표시는 2013년 4월 말까지 종전 표시와 병행표기가 가능토록 했다.

미검사 표기가 가능하자 대다수 생산자와 RPC, 유통업체에서는 대부분 미검사로 표기하거나 등급을 낮춰서 표기했다. 특히 도정 후 유통과정에서 품질이 나빠지거나 변질이 되는 경우 표시 등급과 달라져 처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상당수 유통업체들이 등급을 낮춰 표기해 유통했다.

이 와중에 농식품부는 쌀 등급제를 5단계에서 3단계로 낮추고 단백질함량 표시를 임의로 바꾸었다. 이른바 소상공인의 규제완화를 통해 경제를 활성화 한다는 박근혜정부의 규제개혁정책 때문이었다. 2013년 쌀 등급 단순화와 단백질함량 표시 임의사항 전환을 골자로 하는 양곡관리법 시행규칙을 개정하고 그해 10월 2일부터 시행했다.

따라서 쌀 등급은 ‘1~5등급’에서 ‘특, 상, 보통’으로 표시하게 됐다. 또한, 양곡유통업체의 포장 디자인권을 제고하기 위해 생산자 이름, 주소, 전화번호 등의 정보는 포장 뒷면에 따로 표시할 수 있도록 하였다2015년 쌀 관세화를 선언한 박근혜정부는 쌀산업대책으로 2014년 미검사표기를 삭제한다.

고품질 쌀을 생산하고 유통함으로써 쌀 농가의 소득을 높이겠다는 방안이었지만 미검사 표기를 삭제를 3년간 유예했다. 쌀 등급 표기 의무화했지만 미검사를 표기할 수 있어 RPC 등의 도정업체에서 검사를 하지 않고 등급표시에 ‘미검사’로 표시한 비율이 2015년 74%에 달했다.

이에 농식품부는 2015년 12월 발표한 ‘중장기 쌀 수급안정 대책’의 일환으로 쌀 등급 중 ’미검사‘를 골자로 하는 2016년 양곡관리법 시행규칙을 개정했다. 농식품부는 미검사 표시를 삭제하면 등급표시율과 완전미 비율이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농식품부는 양곡 유통업체의 제도이행 준비, 등급표시율 확대 등 을 이유로 1년간 유예기간을 부여했고 2017년 10월 13일부터 미검사 표시는 완전 삭제됐다. 이에 따라 2017년산 쌀부터는 품질등급을 보고 선택할 수 있게 됐다.

품질관리를 위한 등급제로 거듭나야

식량자급률 100% 달성이 목표였던 60~70년대에는 쌀의 등급보다는 파쇄미가 없는 외형적 측면에 등급을 부여했다. 이는 정보의 비대칭성을 해소하고 소비자에게 선택의 권리를 주기 위함이 아니라 정부의 추곡수매를 위한 등급기준이었고 쌀의 품질이 아니라 벼의 품질이 기준이었다.

다수확 품종인 통일벼가 개발돼 1977년 쌀 자급이 달성되지만 통일벼의 품질, 밥맛은 매우 좋지 않았다. 인디카 계열의 품종이기 때문에 찰기가 없어 한국인의 입맛에는 전혀 맞지 않았고 시중에서는 통일벼와 일반벼품종의 쌀을 섞어 팔아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그런 결과로 인해 국내에서는 단일품종의 쌀이 아니라 혼합판매가 성행했다.

추곡수매 등급에 따라 수매가격이 달라지기 때문에 등급관리를 해야 했지만 도정한 쌀은 등급 자체가 의무화도 아니었고 미검사 표기가 가능해 품질 검사를 하지 않고 시중에 유통했기 때문에 유명무실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한 양곡관리법령에 따라 쌀은 8개 항목을 표시하도록 되어 있으나, 품질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항목은 권장표시사항인 ‘등급’밖에 없었고 그나마 등급 기준도 외관상의 품위 위주로 설정되어 있어 품질과 직결되는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을 하지 못했다.

순창군 농업기술센터 설치된 곡물성분분석기, 외관 품위판정기, 유전자 분석 장비를 이용해 품질을 측정하고 있다.
순창군 농업기술센터 설치된 곡물성분분석기, 외관 품위판정기, 유전자 분석 장비를 이용해 품질을 측정하고 있다.

특히 등급표시가 권장표시사항이지만 표시를 하더라도 특별한 인센티브는 없는 반면에 표시방법 위반이나 허위·거짓표시에 따른 벌칙만이 있어 표시제 활성화에 걸림돌로 작용했다.

쌀의 품질표시는 품종명, 등급, 단백질 함량 등은 권장표시 사항인데, 권장사항의 경우 번잡성, 가격 차별성 미흡 등의 이유로 품종명의 경우 표시율이 7.4%에 그치는 등 미흡한 상황이었고 정부는 등급 표기를 의무화하면서 ‘미검사’ 표기도 삭제했다맛있는 쌀을 고르기 위한 등급제가 실현돼야 한다는 것에 이견은 없을 것이다.

소비자로서는 품질좋은 쌀을 쉽게 선택할 수 있고 농가는 고품질의 쌀을 생산해 높은 등급을 받아 비싼 가격에 판매할 수 있어 서로 상생할 수 있다.

맛있는 쌀을 구별해 선택하기에는 현재의 등급표시가 미흡하다. 그러나 등급표시에 완전미 비율을 포함하지 않고 있어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 일본은 완전미 비율을 표시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일본에서 유통되는 쌀의 완전미 비율이 90%가 넘기 때문이다.

반면 한국은 70~80% 수준이고 그나마도 2000년 이후 도정기술이 현대화가 되면서 높아지면 80% 수준에 이르렀다. 완전미 비율을 높이면 그만큼 도정수율이 낮아지기 때문에 벼 생산량이 늘어도 그만큼의 감소효과도 있다.

언론보도에 의하면 일반미의 싸라기 함량은 8% 정도이나 깨지거나 금이 간 쌀까지 합하면 10% 가까이 된다고 한다. 따라서 완전미 비율을 표시하는 것은 소비자에게 상당히 중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며 쌀의 품질을 높이는 방법이다.

쌀 등급제도는 사실 품질기준이 아니라 규격기준에 가까웠다. 2010년 이후 품질기준으로 바뀌고 있지만 한우 쇠고기처럼 소비자의 절대적 선택기준이 되지는 못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제도적 보완과 함께 소비자에 대한 홍보도 뒷받침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