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플랜 특집2] 주요 국가 푸드플랜과 우리 정부의 지향점
[푸드플랜 특집2] 주요 국가 푸드플랜과 우리 정부의 지향점
  • 박현욱 기자
  • 승인 2018.08.31 11:57
  • 호수 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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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도시, 먹거리와 관련된 종합적인 마스터플랜 발표

글 싣는 순서
1. 푸드플랜이란 : 먹거리 공공성 강화
2. 주요 국가 푸드플랜과 우리 정부의 지향점
3. 에필로그_ 푸드플랜의 성공과 가능성

[농장에서 식탁까지= 박현욱 기자] 세계 무역 장벽이 낮아지면서 전 세계 어느 곳에서 생산되는 먹거리라도 다음날이면 바로 우리 식탁에 오르는 시대다. 지구촌이 하나의 경제권으로 묶이면서 작은 리스크에도 세계가 요동치는 위험 요인이 된 것이다. 특히 2008년 금융위기와 식량파동을 거치면서 우리는 여전히 식량 위기에 노출돼 있음을 깨달았다. 2008년 당시 곡물 투기자본의 개입은 세계 곡물시장을 더욱 소용돌이로 몰아넣었고 각국의 지도자들은 식량쇼크 위험을 감지했다.

이후 위정자들은 자국민을 먹여 살리는 장기적인 먹거리 전략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국가식품시스템을 손보기 시작했다. 국가의 먹거리 전략에는 생산부터 소비뿐만 아니라 식품안전, 식량안보, 환경문제 등이 포함되면서 먹거리와 관련된 종합적인 마스터플랜이 속속 발표됐다. 우리나라도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푸드플랜 수립을 농정공약으로 발표하고 현재는 국가 단위 식품정책위원회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뉴욕시, 먹거리 전략 법제화 빅데이터 활용

인구 850만명의 미국 뉴욕시는 시민들의 식품 불안정성을 해소하고 건강식품 공급, 식품시스템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식품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푸드플랜을 통해 지역민의 먹거리 문제를 해결하고 이와 관련한 정책지표를 구체적으로 개발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주목할 점은 이 같은 문제를 조례 등 법제화를 통해 주기적으로 푸드플랜의 성과를 모니터링 하고 있는 점이다.

뉴욕시의 푸드위원회가 조례에 따라 2012년부터 매년 발간하는 ‘FOOD METRIC REPORT’에서 발표하는 먹거리 미보장 비율과 먹거리정책 관련 19개 지표가 대표적이다. 이 지표에는 참여농가, 면적, 연간 도시로부터 지원받는 금액뿐만 아니라 도매시장으로 먹거리 운반을 목적으로 다녀가는 트럭과 철도의 숫자까지 집계하는 등 먹거리와 관련된 다양한 기업과 인프라 등을 조사해 빅데이터를 만들어 정책에 반영한다.

또한, 식품분야 창업지원과 뉴욕시에서 배출되는 음식쓰레기를 활용한 퇴비프로그램, 건강한 식습관을 홍보하는 교육사업까지 먹거리와 관련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다.

버몬트주, 비영리기관 활용 지역 식품산업 발전 꾀해 미국 버몬트주의 먹거리 전략의 시작은 1990년대 말 이후 경제불황으로 인한 농가파산과 버몬트주의 대표산업인 낙농업의 몰락이었다.

당시 버몬트주의 토지황폐화와 직거래운동 등이 부상하면서 농업환경이 급변하자 새로운 푸드전략 필요성이 제기됐다. 정부는 민간 비영리 기관인 VSJF(Vermonte Sustainable Jobs Fund)에 ‘Farm to PlateInvestment’ 프로그램을 명령하고 7개 분야 푸드시스템을 분석, 25개의 목표를 세웠다. 전문 비영리 민간기관의 활용은 전문성을 담보할 뿐만 아니라 민간부문에서 도출되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실행할 수 있는 돌파구로 활용할 수 있었다.

VSJF는 소셜미디어를 활용해 로컬푸드 풀뿌리 운동을 지원하고 미 농무성지원으로 저소득층의 신선 농산물 구매를 담보하는 등 다양한 활동으로 2010년 농식품 전체 소비의 5%를 차지했던 비중을 2014년 6.9%로 크게 끌어올리는 성과를 거뒀다.

토론토, 먹거리 거버넌스 구축 민간활동 돋보여

캐나다 토론토의 푸드플랜은 먹거리전략(FOOD STRATEGY)이라는 이름으로 추진됐다. 1991년 이미 정책 담당자, 보건위원회 의장, 시의원, 시민대표 등이 참석하는 푸드위원회가 조직되고 민간의 다양한 의견을 행정에 전달하는 역할을 함으로써 도시농업, 빈곤퇴치 대책 등 농식품 관련 정책추진에 크게 기여했다.

이후 2008년 보건위원회가 식품전략 프로젝트를 승인하고 세계 곡물파동 이후 대량생산체제의 반대급부로 ‘건강에 기반한 푸드시스템’의 전환을 선언한다. 토론토 먹거리 전략은 식품친화적 지역공동체 지원, 녹색경제의 핵심으로의 식품지원, 빈곤퇴치, 도시와 농촌의 연결, 식품관련 기술과 정보제공 등이 주요 골자다.

토론토에서는 민간에서의 활동도 활발하다. 빈곤 문제를 다루기 위해 2만 달러 규모로 설립된 푸드쉐어(FOOD SHARE)는 저소득층을 위한 긴급식량지원 전화망을 구축해 저소득계층에 대한 식품공급시스템인 ‘Field toTable' 프로젝트를 운영, 매월 약 1만5천명에게 식품을 공급한다. 현재는 학생 영양프로그램, 먹거리교육, 직거래장터, 음식폐기물 퇴비화사업, 등 다채로운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프랑스, 국가차원 먹거리프로그램 포괄적 접근

프랑스는 국민의 식품 소비균형을 위한 공적 보호와 취약계층에 대한 먹거리 안정공급에 방점을 찍고 있다. 2010년 국가먹거리프로그램을 수립해 시행하고 있는데 2014년 4대 분야인 사회정의, 청소년 식품교육, 음식쓰레기 절감, 지역 근접 공급 및 식품 유산의 가치 부여로 선회해 시행 중이다.

특히 음식문화에 대한 남다른 애정으로 전통문화와 결부된 식품산업을 지키기 위한 노력이 돋보이는 지점이다. 프랑스는 먹거리 안정공급에 주안점을 두고 있긴 하지만 생산과 소비, 식품안정성과, 식품안보, 급식, 폐기물, 환경문제를 포괄적으로 다루고 있다는 점이 다른 국가와 구별되는 지점이다.

호주, 브라질 등 국가별 특성 따라 전략 도출

호주의 경우는 독특하다. 인구의 식품소비에 비해 월등히 많은 농식품을 생산하기 때문이다. 호주는 2013년 ‘우리의 식품 미래(Our Food Future)'라는 구호 아래 국가 푸드플랜 로드맵을 제시하고 글로벌 식품시장에 수출을 확대하기 위한 경쟁력 제고와 식품산업 육성에 초점을 두고 있다. 그 밖에 취약계층 소비지원이나 개도국 농업개발, 음식물 쓰레기 감축, 환경부하 저감 등도 담겨있다.

스웨덴의 경우 기후변화에 대응하거나 동물복지, 건강에 특히 관심이 많고 브라질의 경우 기아나 영양실조 대처, 식량안보 등의 정책에 집중하고 있다.

한국, 지역 먹거리 순환·농식품 가치 지향

우리나라는 산업화를 거치면서 먹거리 효율에 집중해 왔다. 정부는 그동안의 농정방향이 효율을 강제함으로써 식품안전사고나 먹거리 양극화, 지역경제 침체 등 다양한 문제들이 발생하는 데 주목하고 있다. 이에 순환성, 공개성, 분화성 등 3가지 가치에 초점을 맞춰 먹거리 시장을 바라보는 시각을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도매시장이나 대형유통업체 등 지역 외 수요자에게 농산물을 효율적으로 공급하는 방안에 집중한 정책에서 지역 내에서 우선 소비되거나 지속가능성 등의 가치를 지향하는 정책으로 선회한다는 것이다.

이미 정부에서는 농촌형, 도농복합형, 도시형 등 유형을 나눠 9개 지자체를 선정해 지역 여건과 특성을 반영한 푸드플랜을 지원하고 있고 공무원, 영양사 등에 대한 교육과 정책과제 도출을 위한 민·관 협의체를 구성하고 운영하는데 역량을 높이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향후 수립된 푸드플랜에 따라 해당 지자체에 재정사업패키지를 지원하고 올해 11월 중으로 유형별 맞춤형 기초모델을 발굴해 보급한다는 방침이다.

시사점

다양한 국가에서 시행되고 있는 푸드플랜은 도시와 혹은 국가 단위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공통적으로 안정적인 먹거리 공급 이외에도 먹거리 불평등 해소와 같은 복지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한 노력도 돋보이며 음식물 쓰레기 처리와 같이 환경친화적인 정책이 먹거리 전략에 포함되고 있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2008년 식량위기를 기점으로 약탈적 침탈농업에서 환경친화적 농업으로의 패러다임 변화는 세계적인 추세인 듯하다.

반면 국가들마다 지향점은 다르다. 뉴욕시나 버몬트, 토론토와 같은 시·주단위에서는 지역 경제 활성화에 주력하고 지역에 거주하는 취약계층에 대한 배려에 방점이 찍혀있다. 또한, 이들은 구매력이 풍부한 시민들을 활용해 성공적인 푸드플랜을 진행 중이며 다양한 민간기구의 활동과 이에 대한 정부의 활용도 눈에 띄는 점이다.

호주와 프랑스, 브라질, 스웨덴과 같은 국가단위에서는 각 국가의 농업 지형에 맞는 전략을 짜고 있다. 농식품 수출에 강점이 있는 호주는 글로벌 수출시장을 타겟팅 해 식품정책을 짜고 있으며 음식문화가 발달한 프랑스는 음식문화 유산과 아동복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북유럽 복지 강국인 스웨덴은 동물복지에, 기아와 영양실조 인구 비율이 높은 브라질은 농식품안정공급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국가별 푸드플랜은 각 국가가 보유한 농업의 강점을 활용, 이를 발전시키거나 문화, 경제, 정치 등을 접목시키며 자신만의 색깔을 지닌 푸드플랜을 구상하고 있다.

또한, 세계 각국에서 추진하고 있는 푸드플랜은 정책이 시행되는 과정에서 각 주체의 유기적인 성장과정이 관찰된다. 먹거리정책의 현장수요에 따라 시민사회가 성장하기도 하고 기능과 역할이 먼저 부여됨으로써 조직 스스로가 사회 경제적 영역을 넓혀나가기도 한다. 기존 활성화 되지 못했던 시민사회 조직들도 푸드플랜을 활용해 다시 머리를 맞대고 새로운 사업영역에서 손을 잡으면서 활력을 불어넣는 등 성공적인 푸드플랜은 이를 통해 조직간 네트워크가 점점 발전하는 형태로 발전하게 되는 과정을 관찰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급격한 산업화시대를 거치면서 관행적으로 재배하는 집약적 농업에서 벗어나 농촌의 새로운 가치나 로컬푸드와 같은 지역 중심의 농업으로의 시선 전환을 진행 중이다. 그러나 인구의 1/5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고 부산이나 전북 등 주요 도시를 제외하고는 구매력이 약한 도시들이 전국에 퍼져있어 지역 중심의 농식품 순환고리를 형성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와 비슷한 개념인 로컬푸드의 경우 전북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성공사례를 찾기 힘들고 텅텅 비어있는 로컬푸드 매장이 아직도 영업 중인 점을 감안할 때 지역 중심의 농업은 재고해 볼 문제다. 각국의 푸드플랜은 자국의 강점과 현실을 반영할 때만이 성공적인 사례로 남는다. 각국의 장점만을 뽑아 우리 푸드플랜에 이식한다고 해도 우리나라 농업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이라면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