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수급조절, 쉬운 길 두고 어려운 길 가려는 정부
한우수급조절, 쉬운 길 두고 어려운 길 가려는 정부
  • 옥미영 기자
  • 승인 2021.07.09 08: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비육농가들에게 '암송아지' 비육 독려하는 것이 '키워드'
우시장의 한우 송아지들.
우시장의 한우 송아지들.

[팜인사이트= 옥미영 기자]

한우가격 상승으로 농가들의 사육 의지가 크게 고취되고 마릿수가 늘면서 장기적인 한우가격 안정에 대한 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그동안 수차례 한우파동을 겪어왔던 한우농가들은 지난 2018년 업계 최초로 가격 폭락 후 대책 마련이 아닌 '선제적 수급조절' 카드를 꺼내들었고, 미경산우 비육지원 사업으로 결국 현실화 시켰다.

'암송아지'의 일정마릿수를 비육해 출하하는 등 향후 생산에 가담하게 될 암송아지 일부를 생산에서 격리시킴으로써 사육두수 증가폭을 완화시키고 이를 통해 가격 하락을 연착륙 시켜보자는 것이 그 취지다.

미경산우비육지원 사업은 ‘선제적 수급조절’이라는 목표를 두고 도입 당시 의욕적으로 시작됐지만 사업을 처음 제안한 한우협회와 사업 승인권을 쥐고 있는 농식품부가 참여 대상과 지원금을 두고 줄다리기를 벌이다, 결국 2020년엔 사업이 중단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하지만 그 사이 한우사육두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했고, 지난해 말엔 322만7천여두로 사상 최고치에 근접했다.

정부의 매칭펀드를 제외하고 오직 농가들이 순수 조성한 '한우자조금'으로 사업을 시행키로 한 2020년 미경산우비육지원 사업도 지지부진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정부는 마리당 지원하던 사업을 1:1 매칭사업으로 변경했고, 지원금을 1차 접수 당시 30만원에서 올해 4월부턴 40만원으로 상향조정했지만 2018년 마리당 30만원의 지원금은 결국 20만원으로 낮아졌다.

2차 접수를 시작하면서부턴 3년 평균 미경산우 출하두수를 30두에서 60두로 상향조정했지만, 이같은 수정 처방에도 불구하고 기대효과는 미진했다.

접수 마감 결과 당초 목표로 했던 2만여두의 절반을 약간 넘는 1만1300여두 수준에 그쳤다.

 

한우농가들, 황금알 낳는 거위를 바로 잡을까 

역대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는 최근의 송아지 시황을 생각할 때 송아지를 생산하는 번식농가나 일관사육 농가들에게 두당 20만원의 보전금은 수급조절에 참여할 유인책이 되기 어렵다.

하지만 정부는 3년간(18~20년)간 송아지 생산이력이 없는 농가는 사업대상에서 제외했으며, 미경산우 비육 농가 역시 60두 이하 출하 농가로 한정지었다.

미경산우를 전문으로 비육하는 농가들에게 예산을 투입하는 것은 수급조절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고 예산을 낭비할 우려가 커서 이들을 사업에서 배제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게 정부 입장이지만 미경산우 비육 농가들이 예년에 출하했던 두수보다 더 많은 미경산우를 비육해 출하할 경우 인센티브(보전금)를 주는 방식으로 사업에 참여시킨다면 수급조절에서 추가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미경산우 비육과 함께 또다른 수급조절 수단으로 정부가 농협을 통해 추진을 준비 중인 경산우 비육지원 사업은 사업 추진이 더욱 불투명하다.

최근 높은 송아지값 등으로 공태일 수를 최소화해 송아지 1년 1산을 목표로 사력을 다하고 있는 농가 분위기에서 20만원도 되지 않는 보전금을 받고 암소를 비육해 출하하려는 농가가 얼마나 될까.

암소를 2~3년만 더 키워 출하해도 송아지 가격에 지육가격까지 최소한 2천만원 이상의 소득을 얻을 수 있는데, 황금알 낳는 거위를 몇 십만원의 보전금을 받고 처분할 농가가 있을지 의문이 커지는 대목이다. 

 

쉬운 길 두고 어려운 길로 가는 정부

결국 가장 적은 재원으로 가장 쉽게 한우수급조절을 도모할 수 있는 것은 미경산우 비육지원 사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쉬운 길을 두고 어려운 길을 택해 가고 있다.

한우 수급조절 사업이 지금까지 성공을 거둘 수 없는 결정적 이유는 가장 쉽고 효율적으로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비육농가'를 사업에서 배제했다는 데에 있다.

현재 우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는 수송아지 구매자는 '비육농가'들이다. 이를 반대로 생각해 단순화 하면 비육농가들에게 암송아지를 구매하도록 유인책(보전금)을 주어 암송아지를 구매해서 비육해 출하하도록 독려할 경우 수급조절은 의외로 간단히 해결할 수 있다.

미경산우 비육농가들에 따르면 암송아지를 비육해 출하할 경우(미경산우 비육시) 일반 거세우 출하와 비교해 평균적으로 약 50kg 정도의 도체중이 적게 나간다.

kg당 2만원 수준의 도매시장 한우 평균 지육 가격을 계산하면 거세우 출하 대비, 마리당 약 1백만원의 소득 감소가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수송아지와 암송아지 평균 가격 차인 1백만원으로 보전이 가능하다. 여기에 미경산우(암송아지)의 경우 일반 거세우보다 사료섭취량이 적어 생산비 측면에선 오히려 거세우 대비 이득이 발생할 여력도 있다. 농가들의 소득 감소나 희생을 요구하지 않고도 암송아지의 비육을 유도할 수 있는 요인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결국 미경산우비육지원사업 보전금 20만원은 사업유도를 위한 인센티브나 암소비육 경험이 없는 농가들이 겪을 수 있는 등급하락 등의 소득보전금 등으로 활용될 수 있다.

 

지금이 흰 쥐, 검은 쥐 가릴 때인가 

8월말까지 미경산우비육지원사업을 연장하면서 정부는 보전금을 올리고, 송아지 출생기준을 연장하고, 홀수 단위 신청까지 가능하게 하는 방식 등으로 사업대상과 방식을 보완하며 사업을 재연장했다.

하지만 목표달성을 위한 ‘결정적 한방’이 없는 상황에서 작은 수단에 매몰될 경우 수급조절사업의 성공은 기대할 수 없다. 안타깝게도 결정적 한방은 너무 쉽고 가까운 곳에 있음에도 말이다.

미경산우 비육지원 보전금이 비육농가에 갈 것인지, 번식농가에 갈 것인지 혹은 미경산우를 전문으로 비육하는 농가들에게 퍼주기식으로 예산이 갈 것인지와 같은 우려는 성공적인 수급조절 사업과 목표달성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

정부가 걱정하고 우려하는 것처럼 보전금을 모두 비육농가들이 모두 활용케 된다 해도 이를 통해 비육농가들이 엄청난 부를 축적하는 상황은 기대하기 어렵다. kg당 평균 지육가격이 2만원을 호가하는 지금의 시황에서 두당 15~20만원의 보전금이 농가들에게 의미가 되는 수익일리 만무하다.  

오히려 정부가 정책에서 배제한 비육농가들을 정책에 포함시켜 사업을 효과적으로 진행할 경우 안정적인 수급조절과 장기적인 한우가격 안정으로 그 열매는 비육농가는 물론 번식농가들 모두가 공유할 수 있을 것이다.

수급조절 자금이 누구에게 돌아갈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더 쉽고 더 효율적이고 더 성공적으로 사육두수를 줄여나갈 것인가에 포커스가 맞춰져 한다는 것이다.

2020년 한 해 만 1백만두가 넘는 송아지가 태어났다. 이 중 암송아지는 약 49만2200여두로 집계된다. 암송아지 모두가 번식에 가담하는 2~3년 후를 그대로 바라만 보고 있을 것인지 아니면, 선제적이 수급조절로 장기적인 가격 안정을 도모할 것인지 정부의 전향적인 사고 전환과 결정에 달려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