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수급조절 막아 놓고 이제와 한우농가 탓하는 농식품부
[기자의 시각]수급조절 막아 놓고 이제와 한우농가 탓하는 농식품부
  • 옥미영 기자
  • 승인 2022.02.08 13: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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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제적 수급조절사업 막아 온 것은 농림축산식품부

수급조절 '골든타임' 놓치고 책임 회피성 언론플레이

[팜인사이트=옥미영 기자] 농림축산식품부가 큰 폭의 한우가격 하락이 전망된다며 농가들에게 송아지 입식 자제와 선제적 수급조절 사업에 동참을 촉구하고 나섰다.

실제 현재 한우수급상황은 정부가 발표한 것처럼 공급증가로 인해 올해부터 조정에 들어가 2023년, 2024년 큰 폭의 하락이 예측되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농림축산식품부가 한우수급조절과 관련한 입장과 대응을 볼 때 이번 발표는 한우가격 폭락의 책임을 농가들에게 전가하고, 회피하려는 면피용 발표로 비춰진다.

정부는 지난 2월 8일 보도자료를 통해 “2020년부터 한우 공급과잉 우려 전망과 선제적 사육규모 감축 권고를 지속적으로 전달하고 있으나, 한우 사육규모는 현재까지 줄어들지 않고 계속 증가하는 추세”라고 밝혔다.

정부가 2020년부터 줄곧 농가들에게 공급 과잉과 가격 하락 우려를 전파했음에도 농가들의 사육의향 증가로 사육두수가 늘었다는 것이다.

선제적 수급조절 사업 제안에 미온적이었던 농식품부

하지만 지금까지 진행된 상황을 살펴보면 정부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전국한우협회는 사육두수 증가에 따른 공급과잉 과잉이 예상된다며 2018년부터 수급조절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섰고, 자조금을 활용해 2019년부터 2~3년간 매년 2만두 정도의 암송아지를 비육해 선제적으로 수급을 조절하는 미경산 한우비육지원 사업을 진행할 것을 정부에 선제안했다.

이를 위해 한우자조금을 통한 지원 계획을 수립하고, 사업계획에도 반영하는 등 준비를 마쳤으나 외려 정부는 "수급에 문제가 없다"며 선제적 수급조절사업 무용론을 펴기 시작했다.

결국, 정부의 사업 계획 승인이 늦어지면서 2019년 하반기에 이르러서야 가까스로 1만두 규모의 미경산한우 비육지원사업이 시행됐다.

정부가 한우 공급과잉과 가격 하락 등의 우려를 농가들에게 알리기 시작했다는 2020년의 경우는 사업 승인까지 떨어진 자조금 예산 집행에 농식품부가 돌연 제동을 걸고 나서면서 1년여만에 수급조절 사업이 중단됐다. 한우협회의 지속적인 요구로 2021년에 와서야 미경산우 비육지원사업은 재개되긴 했지만, 2020년에 계획된 사업물량(2만두)을 신청‧접수 받으면서 사업에 적지 않은 혼선이 발생했다.

까다로운 조건 걸어 수급조절 위한 ‘골든타임’ 놓쳐

이처럼 2019년, 2020년 사업이 미뤄지고, 승인된 사업이 중단되기까지 한 데는 정부가 미경산우 비육지원 사업 대상과 범위를 지나치게 까다롭게 정했기 때문이다.

선제적 수급조절 사업의 필요성을 제기한 한우협회에 정부는 기존에 미경산우(암송아지)를 비육해 출하하는 농가들이 있는데, 이들 농가에 보조금이 흘러들어가는 것을 어떻게 막을 것인지에 대한 보완책 마련을 요구했다. 정부는 한우협회가 대책을 내놓을 때마다 문제점을 지적해 다시 계획을 수립하라는 요구를 반복했고 결국 2020년은 사업시행 요청과 설득, 논의만 반복하다 '골든타임'을 놓치고 말았다.

결국, 정부는 번식우를 키우는 농가가 분만한 송아지 중 암송아지를 직접 비육하는 경우만 사업 대상자로 한정했는데, 당시 송아지 가격은 큰 소 가격 상승으로 인해 송아지 가격 역시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비육보다는 번식용으로 활용하려는 수요가 더 컸던 상황이다.

다시 말해 미경산 한우비육지원사업이 활성화 하려면, 다양한 주체들이 암송아지 비육에 나서도록 대상자를 확대해야 했지만, '비육농가들에게 자조금 재원이 투입되는 것은 비합리적'이라는 납득할 수 없는 논리로 사업 대상을 축소하면서, 정부가 나서 사업의 원활한 진행과 참여를 방해한 셈이 됐다.

상황 급박해지자, 책임 회피하고 나서

한우는 1마리의 암소가 1년에 1마리의 송아지를 분만하는 번식 특성 때문에 증식에도 오랜 시간이 걸리고, 감축에도 오랜 시간이 걸리는 특성이 있다.

1996~2000년 한우파동으로 급감했던 한우사육두수가 2011년 한우가격이 폭락했던 때까지 걸린 시간은 10년이 필요했고, 2011년 한우가격 폭락 이후 수급조절사업이 시행됐음에도 가격이 정상화 되는 데는 5년의 시간이 필요했다.

한우의 이러한 번식특성과 생리적 특성으로 인해 2011년 한우가격이 폭락한 이후 수습국면에서 선제적 수급조절 사업의 필요성에 한우협회, 농협, 농식품부, 한우자조금 등 주요 한우관련 주체들 모두가 공감했지만, 막상 사업이 시행되어야 하는 타이밍에서 정부는 물가 안정을 우선 순위에 두고 수급조절 사업을 어렵게 만들면서 2022년 한우가격 조정, 2023~2024년 한우가격 폭락 전망이 나오게 된 것이다.

정부의 이번 발표는 사실상 선제적 수급조절 사업을 막아왔던 정부가 상황이 급박해지자 책임을 농가들에게 전가하고 나선 것과 다름없다.

이번 발표에서 농식품부 박범수 축산정책국장은 “생산농가와 생산자단체에서는 이러한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밝혔다.

4년 전부터 조금씩 선제적으로 사육두수를 줄이자고 제안했던 한우협회 등 생산자단체가 정부의 방침을 거슬러 수급조절에 미온적이었던 것 마냥 공개적으로 농가들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나선 것이다.

가격 하락에 불안한 농가들...불안심리 부추길 필요 있나

정부의 발표 시점은 더욱 큰 문제가 있다.

이미 시장에서는 설 명절 대목장을 지나며 이후 한우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하지 않을까하는 불안 심리로 가득차 있다. 농협이 지난해 부터 시작해온 경산우 비육사업의 경우 많은 농가들이 참여를 희망하고 있지만, 막상 까다로운 조건 때문에 대상에 포함되지 못하는 농가가 상당수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우 농가들도 사육두수를 줄여 한우가격 연착륙을 도모해야한다는 의지가 충만하다는 증거다.

경제는 심리라고 하지 않았던가.

한우농가들의 불안 심리가 팽배한 상황에 정부가 나서 한우 가격 폭락을 공개적으로 예고하고, 발표하면서 한우가격을 급락시키는 효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농가들이 시장을 너무 비관적으로 생각해 소를 투매하는 것을 최대한 자제 시키고 질서 있게 암소를 줄여나가는 것이다.

소의 투매 즉, 홍수 출하가 시작되면 한우 가격은 예상했던 것보다 더욱 큰 폭으로 하락하고, 이 때문에 다시 투매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한우 가격 폭락이 현실화 할 수 있다.

농식품부가 발표한 내용은 지난달 농촌경제연구원이 농업 전망 때 이미 공개된 것으로 농가들도 한우가격 전망에 대해선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보도문을 통해 발표할 필요가 있었는가 하는 의문이 든다.

농식품부 발표 직후 대부분의 언론이 이 사안을 비중 있게 다루기 시작했다.

정부의 발표가 어떤 식으로든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이러한 우려가 기우에 지나지 않았으면 한다.

정부는 소 값 하락 전망으로 불안을 부추기거나,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이 아니라, 한우산업과 농가를 위한 한우가격 연착륙을 위한 대책은 무엇이고 지금이라도 어떤 방안을 마련해야 할 지를 고민하고 강구하는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주길 바란다.

2021년 여름부터 진행된 한우협회 수급조절 캠페인
2021년 여름부터 진행된 한우협회 수급조절 캠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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