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화우산업 탐방기 6] 결론 및 시사점
[일본 화우산업 탐방기 6] 결론 및 시사점
  • 옥미영 기자
  • 승인 2018.10.24 21: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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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 농가의 위험 회피 방법은 ‘폐업 뿐’
한우가격 변동위험, 정부가 함께 부담지는 시스템 필요
사진제공 :일본중앙축산회
사진제공 :일본중앙축산회

[농장에서 식탁까지 옥미영 기자] 일본 육용우 사육 농가들의 경영 안정 프로그램은 산업에 큰 충격이 왔을 때 서둘러 마련된 것이 아니라 선제적으로 마련되었다는 것이 특징이다.

UR 협상에 따라 쇠고기 시장을 관세로 개방하게 되자 이에 앞선 91년 특별조치법 제정을 통해 송아지안정제(육용자우생산안정제)를 도입했다.

이와 달리 국내 한우산업정책은 UR협상과 같은 거대한 시장 개방 앞에서도 농가와 산업 기반을 위한 제도는 마련되지 않았다. 1997년, 2008년 몇 차례 소 값 파동을 거치며 긴급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정부의 재량에 의해 수매 등이 이뤄졌다.

송아지안정제도의 경우도 2000년 쇠고기 시장 수입개방 대책으로 만들었다고는 하지만 1997년 한우파동으로 가격이 크게 하락한 뒤 시범 도입되는 등 선제적 대응보다 후속대책 차원에서 마련된 측면이 크다.

하지만 그마저도 2012년 송아지 공급 과잉 기조를 방치할 수 있다는 명분아래 농가 피해가 발생할 경우에도 발동할 수 없는 조건으로 개편되고 말았다.

결국 한우산업의 농가경영안정 제도는 송아지 안정제 하나밖에 없지만 가격변동에서 오는 위험의 회피 수단으로 제구실을 해내지 못하고 있다.

현재의 한우산업과 구조 속에서 한우농가들이 가격 하락의 위험이 발생했을 때 이를 회피할 수 있는 방법은 가축사육을 중단하거나 폐업하는 것 밖에는 길이 없는 것이다.

이 가운데 일본 화우 산업의 구조적 변화에서 눈 여겨 보아야 할 것이 있다.

일본은 수입 개방에 앞서 선제적으로 여러 제도를 도입해 비육우 경영 안정제의 경우 올해 만 우리 돈 1조원 규모의 예산을 확보하는 등 완벽한 농가 경영 안정제도를 마련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번식기반과 사육농가수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는 것이다.

전 산업에 걸친 인구의 고령화는 농업과 축산분야에서 두드러진 가운데 막대한 예산을 쏟아 부어도 더 이상 산업을 지속하고 재생산할 수 있는 동력이 상실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농가의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국내 한우산업 역시 머지않은 시기에 닥칠 위기임이 분명하다.

더욱이 현재 3백 만두에 육박하는 사육두수와 8만호의 한우농가들은 언제 가격이 하락할지 모르는 위험하고 불안한 상황에 놓여있다. 한우가격 특성상 일정한 시그널(신호) 없이 가격이 급격히 하락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전과 같은 가격 폭락의 위험은 고령화에 따라 서서히 나타나는 농가의 구조조정이 아닌 한 순간에 한우산업 기반을 송두리째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이 화우수출에 전력을 다하는 배경도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이 적지 않다.

심각한 고령화로 화우의 소비 인구가 감소하면서 수출을 통한 신규 소비처를 창출하고 있는 것이다. 와규는 이미 전 세계인들에게 최상급 쇠고기로 인식되면서 일본 중앙축산회 관계자의 말처럼 “와규를 먹기 위해 일부러 일본을 찾고 있을 정도”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그만큼 해외시장 진출이 순조로울 수밖에 없는데 이에 비해 현재 아무런 농가 경영 안정 장치가 마련되어 있지 않은 한우산업은 향후 소비시장을 지나치게 낙관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

송아지 생산 안정제 재개정에 대한 움직임이 5년이 흘러서도 여전히 매듭짓고 있지 못한 상황을 감안할 때 현재로선 새로운 제도 도입에 따른 농가 경영 안정 장치를 기대하기는 사실상 쉽지 않아 보인다.

때문에 현재 한우 농가를 보호하기 위한 가장 강력한 경영 안정대책은 국내 수요에 맞는 적절한 공급량 조절이 매우 중요할 수밖에 없다.

일본과 같이 2중, 3중의 견고한 농가 경영 안정 프로그램 도입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면, 우리 상황에 맞는 사육두수 안정 프로그램을 도입해 농가의 경영 안정을 적극적으로 도모할 필요가 있다.

농어업포럼 및 한우산업 관계자들이 전국축산협동조합연합회 방문 후 관계자들과 간담회 이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농어업포럼 및 한우산업 관계자들이 전국축산협동조합연합회 방문 후 관계자들과 간담회 이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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