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단체들은 왜 새로운 법률을 원할까?
축산단체들은 왜 새로운 법률을 원할까?
  • 김재민 기자
  • 승인 2023.06.27 10:10
  • 호수 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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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부문 축산 비중 비약적 발전...법률 정비는 늦어져
시행령에 너무 많은 권한 위임...행정부 복지부동 원인

[팜인사이트=김재민 기자] 요즘 축산업계에는 각 품목에 맞는 독자법률 제정에 대한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전국한우협회가 추진하는 가칭 한우산업관련법, 대한한돈협회가 추진하는 한돈산업관련 특별법이 그것이다. 낙농의 경우 낙농진흥법이 만들어져 이미 작동에 들어가 있고, 실효성 논란이 있기는 하지만 양봉산업법(양봉산업의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은 2019년에 제정되어 있기도 하다.

이러한 특별법 요구는 비단 축산업계뿐만 아니라 대한간호협회가 추진하는 ‘간호법 제정’ 운동도 이어지고 있고, 최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간호법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좌초 위기에 놓여 있다.

법률제정 뿐만 아니라 가금분야에서는 각 품목을 중심으로 분화가 이뤄지고 있는데, 닭 사육과 관련한 대표 협회였던 양계협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육계협회, 종계부화협회, 산란계협회, 토종닭협회 등이 설립되어 활동하고 있다.

기존 법률체계 속에서 발전해왔던 품목과 단체들이 독자법률 제정을 추진하고, 더 세분화된 협회 설립에 나서는 이유는 현행체제가 각 품목이나 단체에 맞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산업이 발전하고 전문화되면서 여러 품목을 관장하는 법률, 여러 품목이 참여하는 조직체로는 각 품목이나 산업의 발전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축산업의 법률체계

축산업에는 축산법, 가축전염병 예방법, 축산물위생관리법, 가축분뇨의 관리 및 이용에 관한법률(가축분뇨법), 축산자조금의 조성 및 운용에 관한 법률(축산자조금법) 등 5대 법률이 축산업을 진흥하고, 또한 한편으로는 축산업을 규제하는 법률이다.

축산법은 1963년 가축의 증식과 보호를 목적으로 제정되었다가 축산물이 부족해지면서 축산물 생산을 장려하는 법률로 발전하였다. 주로 종축이나 가축개량과 관련한 내용이 주류를 이루다가 2010년대 들어 축산업 등의 허가와 관련된 규제 법률로 변화하게 된다.

축산물위생처리법은 축산물가공처리법으로 1962년 제정되었는데 축산물의 검사를 근간으로 하는 축산물 위생과 관련한 내용들을 담고 있다.

가축전염병예방법 1961년 제정되었으며 가축전염병의 예방과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제정되었다.

축산자조금법은 2002년 제정되어 농가들이 자조금단체를 선거를 통해 구성하고, 자조금단체 대표자들의 결의에 따라 농가로부터 일정한 기금을 각출하여 소비촉진, 조사연구, 교육, 정보제공 등의 사업에 쓰도록 하는 법률로 정부의 보조와 관련된 규정까지 담고 있다.

가축분뇨법은 2006년 제정되었으며 가축분뇨의 자원화를 촉진하여 환경문제를 해결하고 환경과 조화로운 축산업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제정되었으며, 최근에는 가축분뇨 처리 그리고 악취 등을 규제하는 법률로 발전하였다.

이들 5대 법률의 특징은 기능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이다.

축산관련 인허가/질병예방/축산물위생/소비촉진/축산환경에 관해 규정하는 법률이다.

문제는 축산 관련 법률이 여러 품목을 관장하다 보니 각 품목의 특성을 반영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각 가축의 번식 특성이 다르고, 각 품목의 분뇨의 특성이 다르고, 각 품목의 질병이 다르고, 각 품목의 유통구조가 다른데 이를 하나의 법률에 규정하려다 보니 법률이 매우 많은 것을 담아야 하고 또 품목 간 형평성까지 고려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축산업의 발전

주요 법률이 1961년 이후 제정되었고, 자조금법과 가축분뇨법은 2000년대 제정이 되었다.

1961년을 기준으로 우리 축산업의 변화를 살펴보면 축산 관련 법이 어떻게 발전해야 하는지 알 수 있다.

 

1961년 대비 한우 사육두수는 225%, 젖소는 3만3860%, 육우는 7만2277%, 돼지는 786%, 닭은 1443%나 사육마릿수가 증가하였다.

이에 비해 농가수는 한우는 91%가 감소하였고, 돼지는 99%, 닭은 100%가 감소했다. 가축을 사육하는 농가수는 과거 대비 3% 수준까지 줄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1960년대의 축산업은 이른바 유축농업이라 하여 작물재배업과 가축사육을 함께 하는 방식이었고, 한우의 경우는 지금과 같이 고기 생산이 아닌 농작업을 위한 축력을 제공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축산업의 규모가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으로 발전하고, 경영방식이 바뀌고, 경영 규모가 달라졌으며, 축산업의 생산액도 크게 늘어 2021년 기준 축산업이 농업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0%를 기록하고 있다.

 

198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농가들은 여러 품목을 생산하고, 가격이 좋지 않으면 품목을 바꾸는 등의 행동을 보였다. 하지만 현재의 축산업은 전문화되었고, 가격 동향에 따라 품목을 바꾸는 일은 흔치 않은 일이다.

특히 축산업은 막대한 투자비 등으로 인해 완전 전업 되었으며, 잘못된 정책이나 판단으로 피해가 발생하면 개별 경영체에 가해지는 손실의 규모는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다.

 

법률 상황에 맞게 개정 어려워

현행 법률체계가 기능 중심으로 기획되어 있다 보니 품목 간 이해관계가 달라 법률 개정에 있어 어려움을 겪는 일이 다반사로 일어난다.

특정 품목에서 어떤 제도를 도입하거나 있는 제도를 폐지하거나 개정해야 하는 일들이 있을 경우 해당 법률에 영향을 받는 이해 당사자들 간의 협의 과정이 필요하고, 이해관계가 상충되는 경우 시급히 개정되거나 도입되어야 하는 법률이 지체되는 일도 발생하게 된다.

예를 들어 환경 관련 법령의 경우 각 품목별 오염부하량이 다르고 악취의 강도가 각기 다름에도 불구하고 이를 하나의 법률에서 규제하다 보니 각 품목의 특성을 반영하지 못하는 일도 벌어지곤 한다.

어떤 품목에서는 오염 강도에 비해 너무 약한 규제를 받기도 하고, 어떤 품목에 발생시키는 오염량에 비해 과도한 규제가 적용되기도 한다.

대기업 축산 진입 규제와 관련하여서도 품목마다 온도차가 있어 더 이상 하나의 법률에서 이를 규정하는 것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특히 현행 축산 관련 법령이 기능 중심으로 설정되어 있다 보니 행정 조직 또한 기능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현재 축산 관련하여 농식품부에는 3개의 국이 존재하고 각국에는 서너개의 과가 존재하는데, 민원인들에게 원스톱 행정이 이뤄지지 못하고 세 개의 국, 10여개의 과와 협의해야 하는 일이 빈번히 발생한다.

이러다 보니 각 부서의 공직자들도 각 품목, 산업에 대한 이해가 낮고, 특정 품목에서 사건사고가 발생하면, 다른 품목의 행정업무가 소홀히 되거나 마비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현행 기능 중심의 법률은 기본법으로 규정하고, 각 품목의 특수성을 감안한 개별품목법으로 규정해 각 품목과 산업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

 

농림부에 너무 많은 재량권

현행 축산법률의 문제점 중 하나는 시행령, 시행규칙에 너무 많은 사항을 담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는 행정부처의 힘이 세진다는 것인데, 어떤 사안에 대해 법률로 명확히 규정할 경우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제도가 후퇴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재량권을 주는 방식이, 어떤 사안에 대해 “할 수 있다”로 법률이 제정되는 것이다.

계란의 예를 들면 축산물위생처리법에는 주요 축산물에 대해 검사를 의무화하였으나, 계란의 경우는 “할 수 있다”로 표기하면서 계란의 위생 및 안전 문제가 수시로 발생하도록 하였다.


축산물 위생관리법

제12조(축산물의 검사) ① 제21조제1항에 따른 도축업의 영업자는 작업장에서 처리하는 식육에 대하여 검사관의 검사를 받아야 한다.

② 제21조제1항에 따른 집유업의 영업자는 집유하는 원유에 대하여 검사관 또는 제13조제3항에 따라 지정된 책임수의사(이하 “책임수의사”라 한다)의 검사를 받아야 한다.

<중략>

⑧ 식품의약품안전처장 또는 시ㆍ도지사는 검사관이 식용란에 대하여 검사하게 할 수 있다.


계란 내 농약잔류사태, 부화중지란의 유통, 오파란의 불법 유통 등은 의무화된 계란 검사제도만 도입되었어도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 이슈였지만, 쇠고기, 돼지고기, 우유, 닭고기와 달리 계란만은 의무화하지 않으면서 계란 안전 이슈가 주기적으로 발생하였다.

송아지 안정제의 경우도 발동과 관련한 조건을 법률이 아닌 하위 법령에서 정하도록 함으로써 2011년 이후 제도는 있으나 발동이 되지 않는 개악이 서슴치 않게 벌어지고 있다.

이번 대통령의 거부권 사태를 낳은 양곡관리법도 결국은 시장격리를 “해야한다”로 할 것인지 “할 수 있다”로 할 것인지에 대한 논쟁이었다.


양곡관리법

제16조(가격안정을 위한 양곡의 수급 관리) ③ 농림축산식품부장관은 제1항의 양곡수급안정대책의 운용 또는 양곡의 출하(出荷) 및 가격을 조절하기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농업협동조합이나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자(이하 “농업협동조합등”이라 한다)에게 양곡을 매입하고 판매하게 할 수 있다


이렇게 법률에 어떤 제도 운영에 대해 명확히 해야하는 이유는 재정확보면에 있어서도 유리하기 때문이다.

현재 기획재정부는 부처 중의 슈퍼부처로 불리며 예산편성권을 가지고 타 부처를 통제하고 있는데, 법률에 행정부처의 재량이 많이 부여될 경우 기재부의 파워에 눌려 예산확보를 하지 못하는 일이 빈번히 발생한다. 만약 법률로 이를 명시할 경우 기재부와 협상할 필요 없이 법에 따라 예산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과거 추곡수매를 하던 시절에는 정부가 아닌 국회가 매입량과 매입가격을 정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매입 가격은 공식에 의해 시장가격으로 매입하고, 매입량은 정부의 재량에 맡겨져 있다 보니 국회가 능동적으로 농가의 편을 들어주기 힘든 구조가 되고 말았다.

 

재량보단 확실한 준칙

경제학에서는 예측하지 못하는 상황을 가장 좋지 못한 상태로 규정하는데, 정부의 재량이라는 것이 공직자들이 능동적으로 일하고 선제적으로 대비하는 유능한 정부, 농가들을 먼저 생각하는 정부라면 상관이 없겠지만, 공무원들의 선의에 기댄 행정의 폐해가 쌀값 폭락사태, 한우가격 폭락사태에서 분명하게 드러났다.

경제안정화를 위해 통화정책과 재정정책 두가지를 활용하는데, 이러한 정책 수행을 담당하는 부처와 공직자의 재량에 맡겨둘 것인지, 준칙에 의할 것인지에 논쟁이 있다.

준칙이란 정책 당국이 사전에 여려 경우에 대비해 대응 정책을 미리 결정하고 이를 일반에 알려 그에 따라 정책을 추진하는 것을 말하며, 재량은 그때그때의 상황에 따라 정책당국이 대응하는 것을 말한다.

시장 경제주체들은 앞으로의 경제상황을 예측하고 그 예측에 기대어 소비나, 투자 등의 규모를 결정하기 때문에 불확실성이 큰 정책당국의 재량에 의한 경제안정화 정책보다는 준칙에 의한 것을 더 선호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설명하면, “비자발적 실업을 하면 월 200만원의 실업급여를 6개월간 지급한다”는 준칙과 “비자발적 실업을 하면 취업 의지에 따라 200만원 이내의 실업급여를 6개월간 지급할 수 있다” 두 규칙이 있다고 보자. 전자의 경우 내가 200만원을 6개월간 받을 수 있겠구나라고 예측하고, 6개월간 어떻게 생활해야겠다는 계획이 나오지만, 두 번째 규칙에서는 내가 어느 정도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을지 예측이 불가능해 퇴직 후 6개월간의 계획은 상상조차 할 수 없게 된다. 취업 의지를 측정하는 방법을 변경하는 방식으로 실업자에게 지급하는 실업급여는 얼마든지 조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한우번식농가에게는 송아지생산안정사업이라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이 프로그램의 주요 내용은 농림축산식품부고시 송아지생산안정사업 운영요령에 주요 내용이 담겨져 있다. 이 고시는 송아지 가격이 송아지생산잔정기준가격 이하로 형성되면 보전금을 주도록 되어 있었으나 2012년 송아지생산안정사업 운영요령 제14조 1항을 “한우암소 사육두수가 적정두수 보다 초과할 경우에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을 수 있다”로 개정하면서 해당 프로그램은 법에는 존재하지만 실행 가능성은 전혀 없는 사법이 되고 말았다.

 

요약

이상의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은 축산관련 법률 개정 방향이 나온다.

현행 기능 중심의 법령은 기본법으로 핵심적 내용만을 담고, 구체적 내용은 각 품목 법령을 제정하여 담음으로써 품목의 특수성이 반영되도록 법률체계를 다듬을 필요가 있다.

수급조절, 경영안정 등 농가보호를 위한 핵심 프로그램은 법령에 준칙으로 구체적으로 담음으로써 부처나 공직자들의 자의적 판단으로 실행 여부를 예측할 수 없도록 하는 일은 최대한 줄여야 한다. 농가 경영 안정 프로그램은 시행규칙이나 고시가 아니라 상위 법령에 담음으로써 정책이 정부나 정권의 성격에 따라, 담당 공직자의 성향에 따라 변화되는 것을 막고, 예측 가능성을 높여 경제주체들이 합리적 판단을 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본 기사는 농장에서 식탁까지 2023년 5~6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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