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칼럼] 사람을 갈아 넣어 유지되는 가축 공공 방역
[편집자 칼럼] 사람을 갈아 넣어 유지되는 가축 공공 방역
  • 김재민
  • 승인 2023.12.13 16:4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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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장은 비상근 명예직, 직원은 기간제 근로자
방역본부 자긍심 갖고 일할 수 있는 여건 조성 시급

축산업계가 직면하고 있는 최대 난제 한가지를 뽑으라 한다면 가축 질병과 관련한 것이다.

가축 질병은 공장식 축산이라고 지적받는 대규모 사육 때문에 일어난 것으로 알고 있지만, 가축사육이 산업화 되기 이전인 1950년대에도 돼지콜레라는 반복해 발생했고, 많아야 마을에 서너마리밖에 소를 키우지 않았던 조선시대에도 우역이라는 전염병이 발병해 엄청난 손실을 입힌 기록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조선왕조 실록에는 우역에 관한 기사가 여럿 나오는데, 함경도 지역부터 남쪽으로 전파되는 우역으로 인해 소가 많이 죽어 일부지역에서는 흉년까지 맞았다. 소 한 마리가 사람 20명 몫을 일하는데 당시 소는 집집 마다 있었던게 아니라 마을에 1~2두 밖에 없었기 때문에 소 한 마리가 온 마을의 밭과 논을 갈아야 했다. 소가 병이나거나 죽을 경우 밭갈이가 불가능해 그해 농사를 망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인데, 한지역을 휩쓸고 지나가는 우역 앞에 백성들은 한해 끼니를 걱정해야 할 정도였다.

1950년대부터 돼지콜레라가 반복해 유행하고, 닭뉴케슬병 관련 기록도 1950년대 이미 시작됐음을 기록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소가 걸리는 우결핵도 마찬가지로 지금과 같은 밀집 사육을 하지 않던 시대에도 빈번하게 발병해 손해를 입혔다.

가축사육이 산업화되면서 돼지열병, 뉴케슬병, 구제역, 조류인플루엔자, ASF, 최근 럼피스킨병까지 여러 질병이 발병하고 있는데, 과거 국내에 없었던 질병이 발병하는 이유는 교통수단의 발달로 해외에서 국지적으로 발병했던 질병이 인적 물적 교류가 왕성해 지면서 자연스럽게 국내로 유입되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수요 증가로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대규모 사육이 일반화 되면서 가축질병이 발생하면 경제적 손실 또한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입게 되고, 이로 인해 축산물 공급이 줄어들며 물가가 폭등하는 등 방역 활동은 이러한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필수적 활동이 되었고, 정부도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었다.

질병관리청을 중심으로한 사람을 위한 공중방역 정책이 시행되고 있듯이, 축산업에도 가축 질병을 막기 위한 공중방역 정책이 오래전부터 실시되었는데, 본격화 된 것은 대일 돼지고기 수출의 걸림돌인 돼지열병(돈콜레라) 근절이 절실했던 1990년대 후반부터라 하겠다.

당시 정부가 신속하게 방역에 대응하지 못하자 1999년 민간이 중심이된 (사)돼지콜레라박멸비상대책본부가 만들어졌고, 2000년을 전후해 브루셀라가 만연하고, 2000년 구제역까지 발병하면서 정부는 가축전염병예방법을 개정해 가축위생방역본부를 설립해 대응하게 된다.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이하 방역본부)는 민간 방역기구인 돼지콜레라박명비상대책본부를 기초로 해서 만들어졌는데, 설립이 추진되던 시절 고병원성조류인플루엔자까지 발병하면서 방역본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해졌다.

방역본부는 축산분야 위생과 방역 업무를 지원하는 기관으로 역할을 하게 되는데, 주요 업무는 농장과 도축장에서 예찰을 통한 질병의 조기 발견에 있다. 농장에서는 가축을 붙들어 채혈을 하고, 도축장에서는 가축을 해부하거나 시료를 채취해 질병 감염 여부를 모니터링한다.

초기 돼지콜레라 박멸을 위해 시작된 업무는 포유류 도축검사로 업무범위가 넓어지고, 수입식용축산물 검역검사업무, 주요 가축질병예찰, 철새도래지 분변 및 사체에 대한 검사, 가금류 도축검사 등으로 업무 범위가 확대되며 질병 감시와 예찰에 있어서 핵심기관이 된다.

관리하는 가축질병도 초기 돼지콜레라(돼지열병)에서 시작해, 브루셀라병, 소결핵병, 구제역, 조류인플루엔자, 닭뉴캐슬병 등으로 확대됐고, 최근에는 아프리카돼지열병에 이어 소 럼피스킨병까지 늘어났다.

방역본부의 예찰 활동을 통해 조기에 질병을 발견하고 방역 조치를 취할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데 문제는 이 업무를 수행하는 방역본부 직원들의 신분이 불안정하다는데 있다.

1300명 가까운 직원 대부분이 공무직(무기계약직)으로 장기 근무로 인한 잇점이 전혀 없다. 승진이나 호봉상승에 따른 임금 인상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에 이직이 많아 직원들의 노하우가 사장되는 경우가 빈번하고급여는 박하고 업무범위(질병 가짓수)는 늘어나는 가운데, 축산업은 규모화되고 전업화되며 가축 사육두수도 크게 늘어났다.

직원들의 신분만 불안한게 아니다. 제대로된 청사도 없어 값싼 사무실을 임차해 쓰고 있는데, 제주지역본부의 경우는 마을회관 2층을 빌려 쓰다가 최근 이사했다고 한다. 사무실이 허름하다 보니 난방이나 냉방 시설도 잘 갖춰지지 못해 냉난방을 걱정해야 하는 경우가 많고, 예찰 업무 때문에 차량 이동이 필수임에도 주차를 할 곳이 없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한다.

11월 12일 가축위생방역본부장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질의 응답은 드론을 활용한 야생멧돼지 예찰, AI를 활용한 예찰 등 혁신적인 사례가 소개됐지만, 기자들의 질문은 성과보다는 최근 발병한 럼피스킨과 고병원성조류인플루엔자에 맞춰졌다. "이렇게 많은 인력을 운영하며 예찰하고 방역을 하는데 왜 가축질병이 근절되지 않습니까?" 집행기관인 방역본부보다는 농식품부 방역국에 물을 질문을 누군가 던졌다.

본부장의 이러저러한 설명이 이어지다가 자연스럽게 지난해 있었던 방역본부 노조의 쟁위와 그 이후 직원들의 처우가 달라진 것이 있는지 확인하는 자리가 됐다.

방역본부장은 취임 2주년 간담회의 성과는 사라지고, 본부장은 죄인처럼 직원 처우 개선을 위한 활동이 큰 소득이 없었다는 이야기를 반복했다. 농식품부와 협의해 20여가지 개선점을 도출해 내기는 했지만, 돈이 많이 들어가는 사업은 엄두도 못내고, 인건비가 올라가는 일도 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직원을 추가로 선발하는 것도 어렵고, 하다 못해 필수 행정요원도 선발하지 못해 편법으로 예찰 인원을 행정적으로 돌려 쓰고 있는데 해당 인원을 겨우 행정적으로 정식 발령 낼 수 있었다는데 안도했다.

인원이나 예산이 증가하는 일은 기획재정부를 넘기 어렵다는게 그 이유다. 어쩔수 없이 지역 사무실의 근무환경 개선, 지역 사무실 난방비 추가 확보, 근무 수당을 조금 올릴 수 있었던 일을 성과로 설명했다.

직원만 신분이 불안한게 아니다. 방역본부장도 비상근 명예직이다. 책임감을 갖고 방역업무를 총괄할 여건이 되어 있지 않았다. 비상근 명예직인 본부장은 큰 책임을 질 위치가 아님에도 직원들 근무여건 개선을 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 매우 미안해 했다.

어떤 기자가 한마디 했다.

“지금까지 가축 방역 업무는 직원 쥐어짜기의 산물인 것 같다”고 이야기 하자 한쪽에서는 "사람을 갈아 넣어 유지되는 방역 아니냐"는 과격한 이야기도 나왔다.

방역본부장은 임직원들이 자긍심을 갖고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데 더 노력하겠다 이야기했고, 이날 기자들은 직원들이 어렵게 일하고 있는 상황을 알려야 한다는 조언을 하기도 했다.

우리나라 축산업 아직 갈길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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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키맨 2023-12-14 19:55:21
가축질병의 최전선에서 일하는 직원분들의 처우개선이 시급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