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조금을 만든 사람들] 김건태 전 대한한돈협회장
[자조금을 만든 사람들] 김건태 전 대한한돈협회장
  • 옥미영 기자
  • 승인 2024.01.15 10: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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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지만 소중한 점들이 하나가 되어 ‘작품’ 만들었습니다”
어려운 고비‧순간마다 도와준 ‘조력자들’ 잊지 못해

[본 기사는 한돈자조금 20년사에 먼저 수록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축산자조금법은 농가들 스스로 법을 만들고 법의 테두리 안에서 스스로 산업을 보호하겠다는 농민들의 순수한 열망이 모여 이뤄진 것입니다. 마치 수많은 점이 모여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낸 것처럼 말입니다. 작지만 소중한 점들이 모두 제 역할을 다하며 마침내 축산자조금법(축산물의 소비 촉진 등에 관한 법률)이라는 업계의 숙원이 해결될 수 있었던 것입니다.”

김건태 전 한돈협회장은 축산의무자조금 입법의 핵심 인물로 꼽힌다.

지난 2001년 한돈협회장으로 선출된 이후 협회를 중심으로 학계와 소비자 단체 등을 하나로 아우르는데 전력을 집중한 김건태 회장이 지속 가능한 축산업의 미래를 위해 매진한 농정활동이 바로 축산 의무자조금 입법화였다.

당시 축산단체의 몸집이 커지는 걸 우려했던 농림부는 물론 의무자조금 설치에 미온적이었던 농협까지 주위에 의무자조금 입법을 위한 우군이라곤 전무했던 상황에서 국회를 찾아 자조금입법의 절실함과 필요성을 부르짖었던 그가 없었다면 축산자조금법의 현실화는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게 당시 축산업계 지도자와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증언이다.

하지만 김건태 회장은 “축산자조금법은 누구 하나의 힘으로 된 것이 아니라 모두의 힘으로 만들어낸 것”이라며 자신의 역할을 낮췄다.

오히려 영세농가의 부담, 준조세, 시기상조, 축산단체의 세 불리기 등 축산자조금법을 둘러싼 수많은 반대여론 때문에 법안 통과가 쉽지 않다는 것이 모두의 예상이었지만, 이러한 어려움을 헤쳐나갈 수 있었던 것은 업계 내외부의 숨은 조력자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김 회장은 회고했다.

가장 먼저는 박경정 당시 자민련 농업전문위원을 꼽았다.

신한국당, 민주당은 여야관계 등 정치 역학적인 관계에서 서로를 반대하는 상황이었던 만큼 자민련을 정치적인 지렛대로 활용하면 승산이 있겠다는 판단에서 자민련을 찾았고, 박경정 자민련 농업전문위원이 흔쾌히 나서 주도적인 역할을 해주었다고 김 회장은 회고했다.

축산단체에서 만들어낸 허술하고 엉성한 법률은 당시 농림해양수산위원회 소속 홍형선 사무관이 나서 ‘축산물의 소비 촉진 등에 관한 법률’로 제목을 바꿔 법률적 초안을 완성해 주었다.

축산신문 윤봉중 회장은 양돈협회장에 당선된 이후 줄곧 그의 멘토가 되어주었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던 당시 미곡물협회 박영인 박사를 소개받으며 큰 도움을 얻을 수 있었다.

박영인 회장은 김건태 회장과 함께 국회를 방문해 축산자조금법을 반대하는 의원들을 일일이 만나 미국의 자조금 원칙(self-impose)을 설명하며 반대하는 이들을 우군으로 만들어준 은인이었다.

고비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농림해양법률안 소위원회 소속 7명의 의원 가운데는 축산자조금법이 결국 집단 이기주의로 흘러 영세한 농민들만 피해를 당할 것이라며 반대하는 의원도 있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결국 해당 지역구의 농가들에게 이러한 사실을 알리며 도움을 청했고, 이러한 소식을 접한 농가들이 직접 의원실을 찾아 설명하며 의원들을 설득해 나갈 수 있었다.

김건태 회장은 ‘축산물의 소비 촉진 등에 관한 법률 제정안’이 국회 법사위원회에 통과된 2002년 4월 17일은 날은 인생에서 잊을 수 없는 순간이라고 회고했다.

국회 마지막 회기였기에 절박함과 긴장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는데, 그동안 미온적인 줄 알았던 농림부 김정호 차관이 빙그레 웃으며 나오는 순간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고.

법사위원회에 참석한 그에게 간략한 법안 취지에 대해 설명할 시간이 주어졌던 당시도 기억했다.

“축산농가 스스로 돈을 거출해 우리 스스로 법적 테두리 안에서 구속받으며, 정부가 아닌 우리 스스로 산업을 보호하고 어려움을 헤쳐나가기 위한 자주적인 법을 제정하고자 하니 부디 축산인들을 도와달라고 호소했습니다.”

마지막 순간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상황에서 경북 영천의 박헌기 법사위원장의 발언은 평생을 두고 잊을 수 없는 명언으로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농림해양수산위원회에서 법률적 검토를 통해 문제가 되는 부분은 충분히 잘 걸렀을 것으로 판단되는 만큼, 법사위원회에서는 이 법이 통과될 경우 농업에 보탬이 되는지 아닌지만 확인합시다.”

단 한 사람의 반대 없이 만장일치로 법사위원회를 통과하는 순간이었다.

 

제1대 양돈자조금 대의원 선출이 2003년 11월 12일~13일 양일간 개최된 가운데 김건태 양돈협회장(우측 두 번째), 국내에 자조금제도를 처음 알린 박영인 자조금연구회 고문(중앙), 김동성 양돈협전문(좌측) 정종극 이천지부장(좌 두 번째), 농식품부 조정래 사무관(우) 등이 이천 선거구를 방문해 관계자들을 격려했다.
제1대 양돈자조금 대의원 선출이 2003년 11월 12일~13일 양일간 개최된 가운데 김건태 양돈협회장(우측 두 번째), 국내에 자조금제도를 처음 알린 박영인 자조금연구회 고문(중앙), 김동성 양돈협전문(좌측) 정종극 이천지부장(좌 두 번째), 농식품부 조정래 사무관(우) 등이 이천 선거구를 방문해 관계자들을 격려했다.

 

김 전 회장은 “자조금법 입법화 과정을 돌이켜 보면 어려움과 절망의 연속이었지만 고비의 순간마다 이를 극복하고 해결할 수 있는 조력자들이 있었다”면서 “전문적 지식이나 법에 대한 논리는 부족하고 ‘열정’과 ‘절실함’만 있었던 축산인들에게 아낌없는 도움을 주신 여러분께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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