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칼럼] 대의원들이여 자조금 사업의 무게를 아는가? 모르는가?
[편집자 칼럼] 대의원들이여 자조금 사업의 무게를 아는가? 모르는가?
  • 김재민
  • 승인 2024.01.15 01: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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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산업 장기 불황 속 대의원 총회 정족수 미달 사건의 함의
대의원 등 일부 지도자들 맡겨진 권한의 무게 너무 가볍게 여겨
가격폭락·생산비 급등에도 마리당 2만원 납부한 농가 먼저 생각해야
20여년전 개최된 한우자조금 설치를 위한 대의원 총회
20여년전 개최된 한우자조금 설치를 위한 대의원 총회

한우자조금 대의원 총회가 정족수 미달로 회의 개최가 무산됐다고 한다. 지난해 12월에 개최되어야 할 회의였는데 당시 호남지역에 내린 폭설로 연기한 회의였으니 이번에는 꼭 개최되어야 할 회의였다.

조금 시간이 지나긴 했지만, 대의원 총회가 개최되지 못한 사건을 곱씹어 보니 보통 문제가 아니라는 결론에 도달하였다.

올해는 한우자조금이 도입된 지 20주년 되는 해이고, 2022년 11월 한우 가격이 급락한 이후 한우 농가들은 장기 불황에 허덕이고 있다. 무엇보다 올해 한우 경기는 출하 예정 두수와 암울한 경제 상황 등이 맞물리며 지난해보다 더 어려울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눈이 많이 내리는 등 피치 못할 사정이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보다 더 어려워질 한우 경기를 고려한다면, 대의원들은 사업계획을 좀 더 세밀히 살펴보고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더 많이 질문하는 등 고민하는 자리가 되어야 했다.

그런데도 이를 심의해야 할 대표자(자조금 대의원)의 불참이 많아 회의 정족수가 모자로 개의조차 되지 못했다는 것은 현 한우산업을 지도자들이 안일하게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

대의원회가 열리지 못한 상황에서라도 전국에서 지도자들이 모인 만큼 현 상황을 진단하고 어떻게 이 상황을 극복할지에 대한 보고라도 받고 함께 고민하는 자리가 되어야 했지만, 최근 관리위원회 감사 결과를 두고 옥신각신했다고 하니 자조금을 낸 농가들이 이 사실을 알면 얼마나 분통이 터져 할지 갑갑할 노릇이다.

농가들은 소값이 폭락하고 생산비는 급등해 소를 팔아도 손에 쥐는 돈이 별로 없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농가가 두당 2만 원씩 소중한 자조금을 납부했다. 말 그대로 농가들의 피 같은 기금이 제대로 집행되고, 또 솟값 안정을 위해 사업이 제대로 기획되었는지 자조금 대의원들은 전국의 수많은 한우농가를 대신해 심의를 해야 했다. 이번 상황을 단순히 대의원 참여가 저조했다고 표현하기에는 상황이 매우 엄중해 대의원들이 권한 행사를 포기했다고 표현하는 게 합리적이다.

한우자조금은 농가 거출금을 포함해 연간 300억 원 가까운 기금을 조성 집행하고 있다. 기금의 규모만으로도 자조금 대의원들의 심의 권한의 무게가 절대 가볍지 않으며, 장기불황을 지나고 있는 한우산업 상황까지 고려한다면, 한우자조금과 관련된 모든 단체, 관리위원, 대의원, 사무국 관계자 등은 맡겨진 권한의 막중한 무게를 인식하고 좀 더 진중하게 사업을 계획하고, 심의하고, 집행해야 한다.

22년 전 자조금 운동을 펼쳐 축산의무자조금을 쟁취해낸 축산지도자들의 열정, 불가능할 것으로 예측된 20년 전 한우자조금 도입 대의원선거를 기적처럼 성공시킨 한우 지도자들의 순수했던 노력을 기억한다면 이번 대의원 총회 무산은 ‘초심’으로라는 말을 생각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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