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썰] 한돈협회 40주년과 한돈산업의 혁신
[팜썰] 한돈협회 40주년과 한돈산업의 혁신
  • 김재민
  • 승인 2018.12.12 01: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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냄새안나는 돼지고기 대량생산 우리 한돈산업 1차 혁신
국민소득 3만불...1차 혁신 발판으로 새로운 혁신 준비해야 할 시점 직면

<본 원고는 축산식품학회 심포지엄 때의 발표 내용을 보완 정리하여 게재합니다.>

 

지난주는 우리 한돈산업과 관련한 두 가지 큰 행사가 있었다.

축산식품학회와 축산물품질평가원이 공동 주최한 “수입돈육 대비 한돈산업 생존전략 모색”이라는 주제의 심포지엄과 한돈협회 창립 40주년 기념 한돈인 한마당이 그 행사다. 두 가지 행사 이야기는 우리 한돈산업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모두 들어 있기에 의미가 있는 행사들이었다.

사실 필자는 사실 축산학과는 나왔지만 졸업하고 낙농목장을 이어받을 계획이었기 때문에 양돈학은 공부하지 않아 학교에서 사실 제대로 배운 기억이 없다. 전공기초나 필수과목에서 여기서 조금, 저기서 조금 배운 것이 전부이고, 축산 전문 기자로 활동하던 시절에는 어찌하다 보니 낙농과 양계, 오리, 축협을 주로 취재하다 보니 전문적인 식견을 얻을 기회가 적었다.

그나마 편집국장을 하던 때에 담당기자가 써 올리는 양돈기사로 어깨 넘어 양돈산업을 조금 알게 됐고, 축산과학원을 출입하던 시절 양돈과에서 보내주는 보도자료를 통해 업계가 직면한 문제를 알게 되었다.

그래도 가장 밀접한 인연은 부모님께서 축산에 입문하던 때에 양돈으로 시작하였다는 것이다.

쿠웨이트로 외화벌이를 다녀오신 아버지는 귀국 후에 교회 목사님의 추천으로 ‘가나안농군학교’에 다녀오셨고 거기서 미래 농촌의 먹거리가 축산이라는 것을 알게 되셨다.

그때가 1979년쯤 되었던 걸로 안다. 집에 되지 몇 마리를 사오셨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젖소송아지도 키우기 시작했다. 어쨌든 그때부터 1988년까지 우리집에는 돼지가 있었고 그때 기억이 돼지에 관한 가장 큰 경험이라면 경험이다.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이렇게 장황하게 늘어놓았다. (혹 읽어 보시고 문제가 있는 부분은 알려 주시기를 부탁드린다.)

 

한돈산업의 3대 문제점... 해결 위한 노력은 필요없어

여기저기 문헌을 뒤져보니 양돈산업의 문제로 낮은 생산성, 품질의 불균일성, 높은 가격이라는 걸 알게 됐다. (생산성은 질병과 연결되어 있어 질병 문제는 생산성에 포함시켰고, 높은 가격은 농가들의 문제 제기가 아니라 유통과 육가공업계가 제기하는 문제다.)

가격을 제외한 두 가지 문제와 이에 대한 해법은 한돈과 관련된 세미나나 심포지엄이라면 한결 같이 지적되는 이야기이지만 아직까지 실현되지 않았다. 방법과 기술은 알고 있으나 이 문제가 실천의 동력이 제공되지 않았다는 걸 이야기 한다.

가격을 포함한 세가지 변수는 사실 나는 문제가 아니라 본다. 상황이 되면 언제든 금방 해결될 것이기 때문이다. 가격 문제도 품질과 생산성이 향상되면 나오지 않을 문제이니 굳이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힘을 낭비하지 않아도 된다.

세 가지 문제는 소비자들이 더 이상 국내산 돼지고기에 매력을 느끼지 못할 때 즉 수요가 급격히 줄어 가격이 하락하면 자연스럽게 해소될 문제들이다.

표를 살펴보면 낙농과 한돈의 수익률이 매우 높다는 걸 알 수 있다. 이는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해 생기는 현상인데 어쨌거나 가격이 높으니 농가들 입장에서는 생산성을 높일 유인이 생기지 않는다. 품질을 높일 유인도 사라진다.

 

실제로 한돈의 가격이 곤두박질치면 당장 농가들은 생산비용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할 것이고, 생산성을 높이는 시도 또한 일어날 것이다. 실제로 2000년대 중반 공급과잉으로 어려움을 겪었을 때 최대 화두는 생산성 향상이었다. 여기에 순식간에 유통과 사육농가 간의 갑을 관계가 역전되어 사육농가들이 수요자 측이 요구하는 사항(품질향상)을 지키는 시늉이라도 하게 될 것이니 품질문제도 해결될 단초가 제공된다.

가격 하락이 장기화 되면 농가는 어떻게든 이 상황을 벗어나려 할 것이기 때문에 육가공업계가 돼지의 품질에 대한 인센티브를 조금만 지급해도 농가들은 맛을 높이는 투자나 노력을 하게 될 것이다.

생산성이 높아지니 공급량은 늘어날 것이고 가격 또한 안정될 것이다.(가격 문제는 이미 수요하락으로 미끄러져 내렸다. 해결이 됨)

앞선 한돈업계의 3대 리스크를 한마디로 평한다면, "노력 없이도 높은 가격이 형성되고 높은 수익률이 유지되는 현 상황은 한돈산업의 혁신을 가로 막는 주된 원인이다"라는 것이다.

 

한돈산업의 1차 혁신 그리고 축산업과 양돈업의 구조변화

그렇다면 한돈산업의 혁신은 무엇이고 어떻게 혁신을 할 수 있을까?

미국의 경제학자 슘페터의 경제발전 이론의 핵심이 '혁신'이다. 불편함은 발명을 낳고 발명이 축적되어 혁신이 일어난다. 혁신은 산업의 근본 틀을 바꾸는 일로 단순히 상품이나 생산공정 뿐만 아니라 관습, 조직, 제도까지 새로운 방식으로 대 전환이 일어나는 것을 이야기 한다.

그 혁신이 양돈업에서는 1980~1990년대 일어난다.

1970년대 기업축산이 시작되면서 개량종이 보급되기 시작했고, 전업화가 일어나면서 잔반이 아닌 배합사료를 급여하기 시작한다. 1980년대 중후반부터는 수출이 호조를 이루면서 규격돈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며 수퇘지의 거세 시술이 보편화 된다.

이 세 가지 요소 품종, 사료, 사양의 변화는 이전까지 냄새 때문에 쇠고기와 비교해 열등한 육류로 치부되었던 돼지고기가 국민 고기로 거듭나는 대 변화를 일으키게 된다.

이전까지 어떻게 하면 쇠고기를 덜 먹게 할까 하며 돼지고기 소비 장려운동을 했던 우리나라는 이제 장려하지 않아도 국민들이 알아서 돼지고기를 불판에 굽는 나라가 되었다. 여름에는 식중독 때문에 '먹으면 손해나는 고기'가 돼지고기였으나 이젠 여름에 돼지고기를 가장 많이 소비하면서 금기까지 격파시킨 기적이 일어났다.

한돈농가들은 세 가지 기술을 이용해 냄새 없는 맛있는 돼지고기를 생산해 낼 수 있었고 시설에 대한 투자까지 이어지며 2000년대 냄새나지 않는 맛있는 돼지고기를 대량생산하는 시스템을 구축한다. 여기에 유통업체들이 콜드체인시스템에 대한 투자로 '얼리지 않은 고기'를 출시하면서 한돈산업의 혁신은 연이어 일어난다. 이것이 한돈산업의 1차 혁신이다.

 

1차 혁신의 보편화와 수입돈육의 습격

1차 혁신은 젊은 한돈인들에 의해 완성됐다.

1993년 동아일보에는 도드람한돈농협 초창기 경기도와 충북지역 젊은 양돈인들이 냄새나지 않는 돼지고기를 출시했다는 것을 비중있게 다뤘다. 롯데햄우유가 쇠고기와 필적할만한 맛을 가진 돼지고기를 출시했다는 광고물도 눈에 띈다. 이 때의 혁신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감을 잡을 수 있는 사례들이다.

하지만 이 성공신화, 성공의 방법도 벌써 20년이 훌쩍 넘었다. 양돈업 산업화 시작을 나는 한돈협회의 창립시기로 본다. 한돈산업이 올해로 40주년이 되었다 하니 산업화 20년 만에 혁신에 성공한 것이고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것이다.

이제 한돈산업의 1차 혁신은 과거의 발명품에 지나지 않고 이 방법은 매우 당연한 것이 되었다. 누구도 돼지고기가 냄새나지 않는다고 열광하지 않는다. 그리고 돼지고기는 이제 보편적인 품질과 맛을 제공하는 산업이 되었다.

올해는 국민소득 3만불을 돌파하는 시기이다. 경기가 좋지 않고 양극화 때문에 체감하지 못하는 이들이 많지만 한편에서는 이 3만불 시대 소비시장의 변화를 체감하는 이들도 있다.

3만불 시대 현상 중하나가 특색 없는 상품, 산업의 퇴화이다. 나는 한돈업계가 경험한 혁신을 발판으로 제2의 혁신을 하지 못한다면 소비시장의 변화로 큰 어려움에 직면하게 될 것으로 전망한다.

그 혁신의 방법은 섣불리 이야기할 수 없으나 이전과는 다른 대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다면 퇴보의 수순을 밟을 수도 있다.

한돈협회 40주년 기념식에서 비전선포 포퍼먼스가 진행되고 있다.
한돈협회 40주년 기념식에서 비전선포 포퍼먼스가 진행되고 있다.

 

2차 혁신은 어떤방식으로

1차 혁신은 우연의 산물이다. 어찌하다 개량종이 보급됐고, 규모가 커지니 잔반보다는 사료가 편리해졌고, 수출이 잘되어 규격돈에 인센티브가 몰리면서 육량을 포기하고 거세를 실시하는 것이 표준화된 사양방법이 된 것이다. 이것은 계획이 아닌 우연히 상황이 맞아 떨어져 일어난 현상이고 이런 고기를 우리 소비자들도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2차 혁신도 나는 거시적으로 누군가 큰 그림을 그린다고 해 일어날 것으로 보지 않는다. 슘페터의 이론처럼 한돈농가와 한돈산업 전후방 산업 종사자들의 여러 아이디어와 도전이 축적되어 어느 순간 급격한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앞서 풀은 썰에 비해 결론이 너무 빈약하다 지적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공짜 이야기는 여기까지다. 한돈산업의 혁신은 누군가 이야기 해서 될 일이 아니다. 불편함이 발명을 낳고 발명이 축적되어 혁신을 이룬 것처럼, 한돈산업이 직면한 문제, 그리고 소비시장의 변화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