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에 더위가 최고조에 달하는 시기인 삼복(三伏)은 세 번의 경일(庚日)에 든다 하여 삼경(三庚)이라 부르기도 하는데 복(伏)이란 금기(金氣)가 엎드려 숨어 있다는 뜻이며, 경(庚)이란 금 기운을 말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삼복은 24절기 중 소서(小暑)와 처서(處暑) 사이에 들어, 조선시대 임금은 초복부터 처서까지 무더위를 이유로 정사를 돌보는 것(視事)을 정지하는 것이 전례였으며 비가 내리지 않아 가뭄 피해를 입는 한재(旱災)에 시달리므로 노역과 경연과 공사(公事)도 잠시 미루었고, 기우제를 지내거나 농가에서는 농사의 풍작을 비는 의례를 행하기도 하였습니다.
삼복에는 무더위를 이겨내고 기력을 회복하기 위해 보양식을 먹는 것이 관례였는데 양기(陽氣)를 돕기 위해 개장(狗醬)을 먹거나 닭에 인삼과 대추 그리고 찹쌀을 넣은 계삼탕(鷄蔘湯), 팥을 으깨 갈아 만든 국물에 새알심을 넣어 만든 팥죽을 먹기도 하였습니다. 궁중에서는 병후 회복을 위하여 쇠고기를 가열한 뒤 짜서 먹는 보양성 국물음식인 육즙(肉汁)을 아침 수라로 올린 기록이 있습니다. 535년전 오늘의 실록에는 더위로 인한 병에 시달리는 성종(成宗) 임금을 위해 고기를 들기를 권하는 대신들과 논쟁을 한 기사가 실려 있습니다.
■성종실록 155권, 성종 14년 6월 14일 을해기사 1483년 명 성화(成化) 19년
대신들이 육식과 친제의 정지를 청하니 친제만 정지하게 하다
의정부(議政府)·육조(六曹)·충훈부(忠勳府)·종친부(宗親府)에서 아뢰기를,
"성상의 몸이 좋아지신 지 얼마되지 않았는데 갑자기 육즙(肉汁)을 거두었으니, 청컨대 다시 올리도록 하소서. 또한 태경전(泰慶殿)의 우제(虞祭)에 만일 병을 참으면서 몸소 행하신다면, 지금 매우 더운 때를 당하여 다른 증세가 일어날까 염려스러우니, 청컨대 멈추소서."
하니, 전교하기를,
"내가 처음 대고(大故)를 듣고서 갑자기 마음에 놀라고 인하여 먹은 것이 체하고 머리가 아픈 증세가 있었는데, 그때에 양전(兩殿)과 대신(大臣)이 억지로 육즙(肉汁)을 권하므로 내가 마지 못하여 따랐다. 지금은 내 병이 심한 데에 이르지 않았는데 어찌 차마 고기를 먹겠는가? 친제(親祭)하는 것을 병이 낫기를 기다린다면 행할 만한 때가 없을 것이다. "(하략)
【태백산사고본】 23책 155권 7장